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38화 (23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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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단합대회 (1부 完)

성기호는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아비규환(?)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온천 수영장에서는 두 패로 나뉘어 수중 농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는 물에서 첨벙거리며 공을 쫓는 걸그룹 멤버들과 강전기의 모습을 부러운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과 살이 부딪치고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발생하는 꿈의 향연이었다.

“꺄아악…….”

경쟁이 과열되면서 서로의 래시가드를 잡아당기고 난리도 아니었다.

“실장님! 이거 반칙이잖아요!”

“기호야, 호루라기는 폼이냐? 뭐 하는 거야.”

“으응? 휙!!”

성기호는 강전기의 핀잔에 정신을 차린 후 홍팀에 반칙을 선언했다.

“호, 홍팀 반칙! 청팀이 자유투를 쏘겠습니다.”

파울을 당한 청팀의 김초희가 가느다란 팔뚝으로 자유투를 쐈으나 형편없이 빗나갔다.

“초희 언니 바보! 꺄하하…….”

경기가 재개되고 양 팀은 계속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재밌다아!”

온천 수영장이 넓긴 했지만 거의 스무 명에 이르는 사람이 뒤엉키다 보니 서로 잡고 껴안고 난리가 났다.

특히 강전기가 주위로 접근하면 무슨 병자처럼 옆으로 픽픽 쓰러져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저, 부러운 놈.’

성기호는 요주의 멤버들을 유심히 관찰 중이었다. 노골적으로 강전기와 스킨십을 하고 있는 멤버는 핑크엔진의 이다미, 레몬캔디의 공소연, 차은성, 클로버즈의 김주리였다.

‘강전기 저 녀석… 완전 청일점이네, 청일점. 진짜 부럽다.’

성기호는 강전기의 의연함에 놀라고 있었다. 자신 같았으면 뭔가(?)가 커졌을 게 분명했지만 역시 본투비 존잘러의 삶은 다른 모양이었다.

‘부럽긴 하지만 언감생심이지.’

어차피 자신은 애초부터 여자 사귀는 걸 포기했던 사람이 아니던가!

걸그룹 덕질이나 하던 자신이 강전기와 함께 다니며 아예 좋아하던 관련 직종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으니 그걸로 만족했다. 오래도록 곁에서 친구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꿀을 빨고 싶은 성기호였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소문이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자신이 직접 겪어보니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 오히려 걸그룹 덕후인 자신과 비슷하게 말이 잘 통하는 신기한 녀석이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잘생긴 놈이 키도 크고 작곡도 잘하고… 다 잘하는 건지…….

이미 질투심은 우주 저편의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원래 사람은 라이벌을 질투하지만, 차이가 현격히 벌어지면 그저 부러워하거나 존경한다든가?

예를 들어 재벌은 욕하고 부러워하지 질투하는 존재는 아니란 소리다. 질투란 얼마 차이 안 나는 사람들끼리 하는 행위였다.

성기호에게 강전기는 그런 존재였다.

‘아하… 부러운 놈.’

“삐빅!”

“김주리! 반칙! 자꾸 고의로 반칙하지 마라.”

“히잉… 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래요. 실장님!”

“자꾸 손 쓰지 말래두?”

“아니! 수비하는 데 어떻게 손을 안 써요?”

“몸싸움을 해야지, 손을 쓰면 안 돼!”

“네? 몸싸움요? 성 실장님 변태!”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졸지에 변태로 몰린 성기호였다.

“자! 농담 그만하고 얼른 시작하자.”

강전기도 신났는지 두 팔을 하늘로 쫙 펴고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뚫을 수 있으면 뚫어보라는 그런 표정이었다.

‘여자애들이랑 잘하는 짓이다. 덩치는 산만 해 가지고…….’

성기호는 다시 호루라기를 불어 경기를 재개시켰다.

경기는 핑크엔진+클로버즈 VS 레몬캔디+강전기였다.

인원은 강전기 팀이 한 명 부족했지만,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갑자기 레이카가 경쟁심이 생겼는지 막무가내로 돌진을 시도했다. 현재 레이카의 파워는 강전기와 비슷했다. 강전기가 마인드 컨트롤의 오버로드 스킬로 레이카의 능력을 최저치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공을 가지고 버티고 있는 강전기가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몸을 살짝 틀어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와 거의 근접한 육체적 능력… 그러니까 인간계 최강의 파워인 레이카는 만만치 않았다. 번개처럼 방향을 바꾸고 강전기의 허리를 붙잡았다.

“으헉…….”

강한 악력이 허리를 움켜쥐자 강전기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오며 물속으로 넘어졌다.

풍덩!

둘의 신형이 물속에서 뒤엉켰다. 그야말로 용쟁호투였다. 온천탕에서 타잔과 야생 악어의 전투 신이 펼쳐졌다. 엄청난 물보라가 튀는지라 사람들이 빠르게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잠시 후 레이카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손에는 강전기에게서 빼앗은 공이 들려있었다.

“헤헤… 뺏었다!”

레이카가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강전기가 물속에서 솟구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익!”

강전기의 상의는 레이카의 강한 힘에 찢어졌는지 복근과 가슴 근육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뚜껑이 열린 강전기는 너덜너덜해진 티셔츠를 쭉쭉 찢기 시작했다.

“꺄아악…….”

마치 헐크처럼, 아니… 짐승돌처럼 상의가 찢겨나갔고 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근육이 외부로 완전히 노출됐다.

“엄마야…….”

누구는 눈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가 너무 멀어져 있었고 누군가는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떴다.

사람들의 시선이 강전기의 몸에 집중됐다.

삐빅!

성기호가 시기적절하게 휘슬을 불어 강전기의 정신을 되돌려 놓았다.

“응?”

정신을 차린 강전기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상체를 보았다.

“억…….”

그는 민망한 듯 두 팔로 상체를 가렸다. 강전기는 창피하다기보단 몸 자랑하는 것 같아서 쑥스러웠다.

“피디님! 왜 그러세요. 보기 좋아요.”

“맞아요, 멋있어요.”

“휘익! 멋있다!”

강전기는 멤버들의 칭찬에 자기도 모르게 팔을 내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와아! 대박!”

“어허! 얘들아, 그러지 마라. 나 창피하다.”

“피디님, 창피하긴 뭐가 창피해요. 그 정도면 자랑스러워하셔야죠.”

“자랑은 무슨…….”

“왜요! 해변가에 가면 다들 웃통 벗고 있는데요, 뭘……. 프랑스엔 누드 비치도 있잖아요.”

“민지야, 그게 무슨 소리야. 누드 비치라니? 얘가 못 하는 말이 없어!”

레몬캔디의 리더 정우리가 황급히 도른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잠시 상황을 수습한 후 경기가 계속됐다. 멤버들은 까르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허… 참, 왕벌도 아니고…….’

성기호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빅―

“종료! 청팀 승리!”

“에? 끝이에요?”

“더 하면 안 되나요? 너무 재밌어요.”

클로버즈와 핑크엔진 멤버들이 아쉬움에 다들 한마디씩 말을 보탰다.

“재미있게 노는 와중에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성기호가 손으로 야외 식탁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직원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이 마련돼 있었다.

“와아! 밥이다!”

“으아… 배고파!”

온천 수영장에서 나온 멤버들이 성기호를 빠르게 지나치며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기 시작했다.

“녀석들…….”

강전기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밖으로 걸어 나와 상체의 물을 털어낸 뒤 타월로 몸을 닦았다. 테이블 쪽의 멤버들이 그런 강전기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빅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진 무의식을 건드는 완벽한 보디 라인 아니던가! 그에게 이목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피디님! 이쪽으로 오세요!”

레몬캔디의 막내 공소연이 손을 번쩍 들더니 자기 옆자리를 팡팡 내리쳤다.

“그래, 알았어. 역시 챙겨주는 건 우리 소연이뿐이구나?”

“헤헤… 같은 팀이잖아요.”

“하하하…….”

강전기는 수건을 옆으로 던져놓고 팔을 들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그 순간 강전기의 겨드랑이가 훤하게 노출됐다. 제모라도 했는지 겨드랑이가 깔끔했다. 물론 원래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개체긴 했다.

꿀꺽…….

멤버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들 왜 그래? 나한테 뭐라도 묻었어?”

강전기는 자신에게 쏠려있는 시선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에요. 이거 드세요.”

공소연이 앞에 있던 튀김과 정갈한 생선회를 내밀었다.

“고마워. 맛있겠네.”

강전기가 나무젓가락을 들어 생선회 한 점을 들고 간장을 찍어 입 속에 넣었다.

“음… 맛있다.”

공소연은 멍한 표정으로 강전기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진짜 잘생기셨어. 사람이 어쩜 이렇게 생길 수가 있지?’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였다. 물론 여자처럼 생겼다는 게 아니라 미적으로 그렇다는 뜻이었다. 몸만 보면 무슨 이소룡을 보는 것처럼 상남자 아니던가!

“뭐 해? 너희들도 어서 먹어. 맛있는데?”

“네, 네.”

멤버들이 황급하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와! 맛있어요.”

“많이 먹어라.”

“넵!”

멤버들은 식사를 시작했고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때, 허겁지겁 밥을 먹던 성기호가 폰을 가지고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보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강전기에게 다가왔다.

“블루비도 도착했다는데?”

“그래? 네가 좀 가서 짐 푸는 거 보고 이리로 데려와.”

“오케이. 그래, 갔다 올게. 음식 좀 남겨둬. 얘들 제지 안 하면 다 먹어버리겠다.”

“실장님! 저희 돼지 아니거든요!”

“김주리 돼지! 킥킥…….”

“언니! 그렇게 깨작깨작 먹으니 작은 거예요.”

“뭐, 뭐가?”

이태리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듯 상체를 움츠렸다.

“뭐긴 뭐겠어요.”

“이 돼지가! 혼나 볼래?”

“아… 뭐래… 난 키를 말한 건데……. 언니 무슨 콤플렉스 있어요? 자꾸 왜 그래요?”

김주리가 능청스럽게 언니인 이태리를 약 올리고 있었다.

멤버들이 식사를 거의 마쳐갈 때쯤 성기호가 온천 수영장 입구로 들어왔고 그 뒤로 리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멤버들도 고참인 선배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헉… 비키니 보소.’

리나는 선명한 분홍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있는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일반적인 크기의 비키니였지만 리나에게는 왠지 작아 보였다. 가로줄 무늬라 그런지 더 크게 느껴지는 리나의 가슴이었다.

‘우와… 오랜만이네.’

기본적으로 베이비 페이스에 허리와 골반 라인은 또 어떤가? 살집이 있는 글래머 스타일이었는데도 굴곡은 확실했다.

이게 바로 아재들을 미치게 한다는 베이글계의 최고봉 리나의 특징이었다. 그야말로 타고난 신체였다.

‘리나가 확실히 찰지긴 해.’

강전기는 리나를 세워놓고 벽치기를 할 때를 떠올렸다.

‘크윽…….’

갑자기 하체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었다. 리미트를 걸 필요가 없는 존재가 등장하자 신체가 바로 반응하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나는 강전기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에 따라서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리나의 슴가……. 역시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어우야…….’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리나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뒤이어 이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해진 피부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평소에는 입지 않았던 흰색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강전기는 자주 봐와서 그런지 이화의 몸매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왜 이화가 걸그룹 원톱으로 불리는 천상의 몸매인지 말이다. 그녀의 라인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일반인들과 격이 달랐다.

리나가 들어올 때만 해도 조용하던 주위가 이화가 모습을 드러내자 난리가 났다.

“와… 이화 선배님 좀 봐. 미쳤다.”

“역시 전 CF 퀸이셔.”

“모, 몸매가…….”

일부 멤버들은 이화를 보고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식탁으로 와서 빈자리에 앉았고 강전기를 보며 턱을 까딱하면서 아는 척했다.

“어… 왔니?”

“오빠, 지금까지 애들하고 수영장에서 놀았어요? 좋았겠어요?”

리나가 주위를 한번 쓱 훑어보며 슬쩍 미소를 보였다.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오해했겠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리나의 말이라 그런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 강전기였다.

“얼른 밥이나 먹어라. 이상한 농담 좀 그만하고…….”

“선배님, 노래랑 무대 너무 좋았어요. 1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후배님들.”

리나가 손을 들어 후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이화야, 너도 한마디 해야지. 이런 자리는 처음 아니야?”

그러자 이화가 마지못해 손을 들고 멤버들에게 인사했다.

“얘들아, 안녕?”

강전기의 말에 애들을 쳐다보고 간단하게 인사하는 이화였다.

확실히 이화의 카리스마는 남달랐다. 사실상 블루비에서 서열 1위 아니던가? 괜히 연예인의 연예인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강전기는 리나와 이화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베이글계의 최고봉 리나와 걸그룹 몸매 원톱 이화!

그야말로 최강의 쌍두마차였다.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거기다 컴백하자마자 1위하고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으니 흐뭇할 수밖에…….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블루비 이후에 줄줄이 출격할 그룹들이 보였다. 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까지… 외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출중한 인재들이었다.

강전기는 테이블에 놓인 콜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가슴속에 뽕이 한가득 찬 그는 손을 들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흠흠… 다들 모였으니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모두가 강전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들은 제가 무조건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그러니 저만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자! 제가 ‘EK 엔터테인먼트를 위하여’라고 선창하면 후창을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강전기는 아재처럼 신나서 팔을 높게 쳐들었다.

“EK 엔터테인먼트를 위하여!”

“위하여!”

전례가 없던 걸그룹 제국의 첫발을 내디디는 순간이었다.

[1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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