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39화 (23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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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1부가 완결되었습니다. 원래 쓸 이야기가 많이 남았는데 제가 직장인이다보니 시간을 내기가 힘이 드네요. 현타도 오고.. 어차피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보니 집중력도 많이 떨어진게 사실이고요. 그간 몸도 안좋고 해서 1부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힐링용으로 2부를 연재할 예정입니다.(보시는 분들도 별로 안계시지만..) 지금까지 허접한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2부] 단합대회에서 생긴 일

강전기는 꿈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비록 성기호라는 걸림돌이 있었지만, 어차피 밤에 술로 보내버릴 심산이었다.

“크... 시원하다.”

야외 썬베드에 반쯤 누워 있던 성기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무슨 여름특집 「아이돌림픽」을 보는 기분이지 않냐?”

따악-

강전기는 희희낙락거리며 레이카를 쳐다보고 있는 성기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아이 씨! 왜 때려!”

성기호는 자신의 뒤통수를 손으로 감싸 쥐며 소리를 질렀다.

“성 실장! 정신 차려! 너 예전 찍덕 아냐 인마. 명심해라.”

“컥... 다, 당연하지. 그, 그냥 해본 소리야.”

강전기가 변명하는 성기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감히…. 게슴츠레한 눈으로 우리 예쁜이들을 쳐다보다니...’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공유하지 않는다는 걸 몸소 체감하고 있는 강전기였다.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졌지만 둘의 시선은 곧바로 온천을 향했다. 그들의 시야에 상큼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씨익-

두 사람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쓰윽 올라가고 말았다.

까하하하-

물놀이를 하는 소속사 식구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영락없는 아이돌 덕후였다.

소울퀸즈 블루비, 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라는 다섯팀을 보유하고 있는 EK엔터테인먼트의 총괄 프로듀서와 기획실장이라고 하기엔 무게감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성 실장. 저녁 식사 후 이벤트는 잘 준비해 뒀겠지?”

“그럼! 당연하지. 계획하면 나 아니겠냐?”

“그래 너 정리충 인정... 스케쥴 어떻게 되냐?”

“일단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질 거야. 그리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술을 한잔하는 거지.”

“애들한테 술은 안된다.”

“당연히 성인들만... 애들은 무알콜 음료나 다른 걸 마셔야지.”

“크흠... 그래.”

“분위기 좋게 유지해서 가슴속에 담아놨던 말을 좀 하고... 다음엔 장기자랑을 할 거야. 게임도 좀 하고...”

“굿... 그 후에 술 한잔 더하는 건가?”

강전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성기호를 노려보았다.

“피곤한 애들은 자고 마실 사람들은 더 마시고...”

“오케이...”

성기호를 술로 보내버릴 작정인 강전기였다.

어둑어둑해진 숙소에 한여름 풀벌레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일행은 고급스럽게 차려진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 마당에 둘러앉았다.

중앙에는 피우다 만 캠프파이어 대신에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불을 피우다가 주변이 너무 더워져 성기호가 조명을 빌려왔다.

“한여름에 캠프파이어라니...”

“난들 이렇게 더워질 줄 알았나...”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소속사 식구들은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레몬캔디의 차은성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 맞다!”

“어... 은성이. 왜?”

“피디님. 건배사 안 하세요?”

“건배사? 아까도 꼰대처럼 연설한 것 같은데...”

“에이. 아니에요.”

“살짝 꼰대 같긴 했...”

옆에 앉아 있던 도른자 남민지가 팩트를 때리려고 하자 차은성의 엘보우가 그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켁...”

“좀 조용히 해. 하여간 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하하... 됐고... 내 이야기보단 난 너희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

“네? 저희 이야기요?”

“응. 그간 힘들었잖아. 스케쥴도 엄청 타이트 했고... 너희들은 서바이벌 쇼 끝나고 바로 경쟁을 한 번 더 한 꼴이잖니.”

“에? 전 재미있었는데요? 헤헤...”

입덕요정 차은성은 댕댕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고 있었다.

“하여간 긴장감이 없어요. 긴장감이... 쯧쯧... 은성이 뇌는 참 순백색이에요.”

남민지는 복수라도 하는 듯 차은성과 똑같이 핀잔을 주었다.

“원래 뇌는 흰색이야.”

동그란 안경을 걸치고 있는 과학고 출신 이보경이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

“피, 핑크색 아니었어?”

“그건 실핏줄 때문에 그래. 해부하면 흰색이나 회색 부분이 많아.”

“야! 쫌! 너는 짜증 나니까 이제 그만 말해!”

극상성인 이보경의 대답에 남민지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피디님. 저는 진짜 힘들었어요.”

레몬캔디의 병약 미소녀 공소연이었다.

‘으읏... 눈부셔….’

모든 세균을 사멸시켜버릴 정도의 강렬한 미소를 본 강전기가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릴 뻔했다.

“그, 그랬어?”

“네. 피디님이 안마를 너무 잘해주셔서 버틴 거지 아니면 진짜 죽을 뻔했다니까요?”

찌릿-

공소연의 말에 블루비 이화와 핑크 엔진의 이다미의 얼굴이 동시에 살짝 일그러지고 말았다.

이 중에서 강전기의 안마 스킬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두 사람 아니던가!

강전기는 두 사람의 시선을 받고 얼굴에 구멍이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강전기는 공식적으로 누구와 사귀는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죄책감 따위를 느낄 필요는 없었다.

이제 당당한 걸그룹 엠파이어의 수장 아니던가!

‘그래. 나 강전기야! 이 걸그룹 제국을 이끌어갈 남자라고!’

그 순간 최대 수위의 크리스티안 모드가 발동되었다.

강전기는 눈에 힘을 빡 주고 표정을 고쳐먹었다.

“크흠... 뭐... 그런 걸 가지고...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내가 말했지? 내 식구들은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고...”

“와! 카리스마 대박! 역시 우리 피디님밖에 없다니까?”

뿜어져 나온 패왕색기에 반응이라도 했는지 멤버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하... 누가 더 이야기해 볼 사람 없니?”

“저요!”

“어... 그래 태리 말해봐.”

클로버즈의 열정 메인댄서 이태리가 번쩍 든 손을 내리더니 쭈뼛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방송 나가기 전에는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었어요. 회사도 그렇고 제 미래도 캄캄했달까….”

“그랬니?”

“네... 솔직히 이게 맞나 싶었거든요. 다른 애들은 데뷔 준비한다 뭐한다 말들이 많은데 저흰 찍는다는 드라마는 무기한 연기되고 기약 없는 레슨만 받았으니까요.”

클로버즈 멤버들이 다들 공감하는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리더 성다솜과 눈웃음이 매력적인 정지우 그리고 래퍼 이영주.

마지막으로 자이언트 베이비 김주리까지....

다들 그 시절이 생각나는지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어휴. 생각하기도 싫다. 예전 우리 사무실 생각나? 다들 방송에서 보셨죠? 저희가 거기에서 1년 이상 연습생 흉내를 냈거든요.”

블랙 클로버 이영주가 그 기억이 끔찍한지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강전기도 사채업자 사무실 같았던 하늘기획의 건물을 기억해냈다.

“하... 진짜 암울했어요. 갑자기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야 한다고 하니 더 황당했지만...”

그때 기억이 생생한지 이태리가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전 대표님이 ‘일렉 케이 프로듀서가 우리를 프로듀싱해주신다고 한다’ 이러는 거예요. 진짜 말도 안 돼서 몰카인 줄 알았거든요. 전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아... 그거?”

성기호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맥주 한 모금을 쭉 들이켰다.

“어떻게 된 거예요? 솔직히 지금까지 일이 너무 빨리 진행돼서 물어보지를 못했어요.”

클로버즈 이태리가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성기호와 강전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흐음... 그걸 아직까지 몰랐구나.”

간이 테이블에 맥주 캔을 내려놓은 강전기가 다리를 꼬며 눈빛을 빛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EK엔터의 아이돌들이 강전기의 동작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귀를 쫑긋 기울였다.

“뮤직넷에서 여러 신인 그룹들을 점검했다고 하던데 재미있는 그룹이 있다고 보여주더라고... 제작진들은 받은 곡이 별로라 아마도 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을 할 거라고 예측했었거든.”

“서, 설마...”

“그래. 그게 너희들이었어. 그런데 컨셉과 멤버들을 보는 순간 내가 프로듀싱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방송에 대한 비하인드를 들려주는 강전기의 말에 모든 멤버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와! 진짜요? 그때 이미 두 팀을 맡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맞아. 핑크엔진하고 레몬캔디 두 팀을 하기로 했었지.”

“말도 안 돼. 피디님 진짜 괴물이세요. 두 팀도 버거운데 어떻게 세팀을….”

이태리가 내뱉은 ‘괴물’이라는 단어에 이화와 이다미 그리고 블루비의 리나의 눈빛이 동시에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녀들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강전기의 몸을 향했다.

‘어머... 미쳤나 봐... 이제 우린 일로 엮였는데….’

핑크엔진의 이다미가 스스로 깜짝 놀랐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일에만 신경 쓰자는 강전기의 말이 머릿속을 강하게 맴돌고 있었다.

“난 꽂히면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

강전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

그 이후로 멤버들이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들을 하나둘씩 풀고 있었다.

“저기요! 피디님. 저 질문이 있습니다.”

갑자기 레몬캔디의 이보경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쓱 올리더니 강전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 보경이. 무슨 질문이야?”

강전기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해보라는 시늉을 했다.

“제가 지금까지 쭉 지켜봤는데요. 되게 궁금한 게 있어요. 그게 뭐냐면 피디님을 보면 뭔가 사람의 능력을 꿰뚫어 본달까? 그런 기분이 들거든요?”

“응?”

날카로운 발언에 강전기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를 밴드로 만드신 것도 그렇고... 처음 만났을 때 개개인이 가진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서 능력을 일깨워주신 것도 그렇고...”

역시 과학고 출신 최고의 엘리트답게 이보경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그녀는 일반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위화감을 똑똑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맞아. 확실히 특이하긴 해.”

아까부터 팔짱을 끼고 이화가 짧게 한마디를 했다.

피부를 원상복구 시켜놓은 강전기의 불가사의함에 의문을 품고 있는 이화가 강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강전기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으며 입꼬리를 쓱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뭐 별다른 비밀이 있는 건 아냐. 그냥 보이는걸?”

강전기는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냥 보인다구요?”

“그래. 그냥 딱 보고 들으면 느낄 수 있어. 자세한 건 나도 모르겠는데 어떡하지?”

강전기가 자기도 모른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자 생글생글 웃고만 있던 베이글 리나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천재한테 왜 천재냐고 물어보는 거랑 비슷하네.”

“응?”

“아니... 솔직히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걸 어떻게 자기 입으로 말하냐고...”

“커흠...”

은근슬쩍 자신을 칭찬하는 리나의 말에 강전기의 입꼬리가 보일 듯 말 듯 하게 올라갔다.

“하긴...”

“그렇긴 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그러면 내가 민망하니까 그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는 게 어떨까?”

“그럼 제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레몬켄디의 리더 정우리가 다시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프로듀서님 조언을 듣고 갑자기 보컬 실력이 확 늘었었는데...”

그만 듣고 싶었지만 듣기 민망한 칭찬 릴레이가 쭉 이어졌다.

강전기는 평생 이런 진심이 느껴지는 칭찬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쑥스러워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피디님. 얼굴 빨개지셨다. 캬하하..”

클로버즈의 막내 김주리가 손가락으로 강전기를 가리키며 깔깔 웃었다.

모두 이렇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이 인원들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이화가 조용히 늘씬한 다리를 꼬며 입을 열었다.

“얘들아. 이제 우리 재미있게 놀아볼래? 실장님. 여기 노래방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네. 완전 최근 노래는 아니지만, 한국 노래도 있더라구요. 거기서 장기자랑을 할 예정입니다.”

갑자기 강전기의 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오호! 슬슬 애들은 힘을 빼서 재워야지….’

강전기가 이화와 리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좌청룡 우백호라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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