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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체력의 한계로 자주 못 쓰고 있습니다. 알림 설정을 하시고 올라올 때 보시기 바랍니다. 일주일에 한편 이상은 쓰겠습니다.
[2부] 단합대회에서 생긴 일
"이 안에 잡아뒀다고?"
"네. 제가 기절시켜놨어요."
"깨어나면 어쩌려고 그냥 온 거야? 혹시 일어나서 시유라도 건들면…."
"그럴 일 없어요. 범인의 손이랑 발을 끈으로 묶어 놨거든요."
"아..."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레이카라면...'
공자 앞에서 문자쓰는 것도 아니고 사람 잡는 배틀 안드로이드에게 이래라저래라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들어가 보자."
"네."
강전기는 방문을 열고 숙소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방 중앙에는 후드를 입고 있는 170cm 정도의 노년... 아니 중년 남성이 손발이 묶인 채 쓰러져있었다.
"어? 이 사람은..."
"누군지 아시겠죠? 여기 온천에서 일하는 기사 같아요."
"그래. 나도 알아. 공항에서 여기 올 때 이 아저씨가 태워줬어."
"진짜 어이가 없네요.“
"그러게..."
강전기는 착잡한 표정으로 정신을 잃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성기호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던 사내.
'이사쿠라고 했던가? 이사쿠가 성이야 이름이야? 쩝...'
강전기는 손을 뻗어 맥박이 뛰는지 살펴보았다. 레이카에게 타격으로 제압당했다면 요단강을 건널 수도 있었으니까.
"숨은 붙어있네."
"살려는 놨어요."
"살려는 놨다고?"
"뭐가요?"
레이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쯧..."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나마 이 방으로 들어온 게 천만다행이다."
"천만다행이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면…."
"후...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거봐요. 제가 강하면 이런 일도 막을 수 있잖아요."
"넌 지금도 충분히 강해. 엄살 부리지 마."
"그래도..."
"쉿! 넌 힘을 올려주면 폭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내가 말했지? 여긴 엄연히 현실이야. 이상하게 행동했다가 정부 요원들에게 끌려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해부당할 수 있어."
"거, 거짓말!"
"너랑 말장난하고 싶은 생각 없다. 그나저나 얘는 왜 안 일어나는 거야?"
그는 시유가 자고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침대 위에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시유는 이불을 다 걷어찬 상태로 귀여운 배를 내밀고 있었다.
방에는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 상태.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시유야. 일어나. 일어나봐."
쭈그려 앉은 강전기가 시유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얘 왜 이래? 아까도 이랬어?"
"네. 못 일어나더라고요. 아무래도 가스 같은 거에 당한 거 같아요."
"가스?"
"자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어요. 확실하진 않지만..."
강전기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레이카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레이카야 일반인이 아니기 때문에 위협에서 벗어나고 나노 머신들이 알아서 작동한 것 같았다.
강전기는 천장으로 시야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AI야. 이거 어떻게 된 건지 분석 좀 해봐."
[방 안에 바리움 가스로 추정되는 물질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즉시 환기가 필요합니다.]
'젠장. 알았어.'
AI의 분석을 들은 강전기가 재빨리 거실 창을 열어 재꼈다.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목표물을 끌어낸 후 기도를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거실 창밖 바닥에 시유를 눕히고 이마를 짚은 후 목을 들어 기도를 확보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호흡을 실시하세요.]
'이, 인공호흡?'
[신선한 공기에 노출만 시켜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 미치겠네.'
강전기는 AI의 분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시유의 코를 살짝 붙잡았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레이카가 놀라며 물었다.
"인공호흡. 내가 뭐 이상한 짓을 할 거 같아?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어줘야 빨리 깨어나지."
"아..."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카였지만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다.
"후우..."
강전기는 시유의 입술에 입을 대고 공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시유의 가슴이 위로 살짝 움직였다.
몇 번 행위를 반복하자 시유가 낮게 기침을 하며 쿨럭거리기 시작했다.
[성공입니다. 대상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보다 79% 정도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됐고...'
[입안에 있던 나노머신의 일부가 대상의 몸으로 이전되었습니다. 개체를 빠르게 회복시킬까요?]
'왜 쓸데없는 짓을... 아니다. 빨리 회복시켜 줘라.'
[알겠습니다. 이전된 나노머신을 가동합니다.]
'그러던지 말든지...'
잠시 시유의 얼굴을 내려다본 강전기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넌 안 들어오고 뭐 해?"
멍하니 시유를 쳐다보던 레이카가 강전기의 말에 흠칫 놀라며 정신을 차렷다.
"키...ㅅ... 아니..."
"뭔 소리야?"
"아, 아니에요. 들어갈게요."
당황한 레이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뺨을 만지더니 거실 창을 넘어와 강전기의 옆에 섰다.
"수면 가스에 당했어. 아침까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 인공호흡을 한 거니 오해하지 말고..."
레이카는 대답하지 않고 말하는 강전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말하는 그의 얼굴에 사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그는 시유에게 치료의 목적으로 인공호흡을 한 것 같았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왜 자꾸 그러는 거야?"
"아, 아니에요."
화들짝 놀란 레이카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싱겁기는…. 그나저나 이 자식을 어떻게 한다?"
범인 옆에서 고민에 빠진 강전기가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깨워보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초크로 그냥 기절만 시켰어요."
"그래. 일단 심문을 좀 해봐야겠네. 이카 네가 통역해."
"그럴게요."
강전기는 코를 한번 찡긋거리더니 범인의 멱살을 잡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어이…. 일어나 봐. 정신 차리라고…."
짝-짝-
강전기의 매서운 손이 이사쿠의 좌, 우측 뺨에 작렬했다.
"크흑..."
이사쿠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눈을 떴다.
이사쿠는 손발이 결박돼 무릎을 꿇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허억..."
"어이 아저씨. 왜 이 한밤중에 여자들이 자는 방에 몰래 들어온 거야?"
강전기가 위압적인 눈빛으로 이사쿠의 어깨를 붙잡았다.
"죄, 죄송합니다. 하, 한 번만 용서를…."
"어허 죄송하면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지. 위험한 가스까지 써놓고 이제 와서 그러면 누가 봐주기라도 한데?"
우두두둑-
이사쿠는 마치 야쿠자와 같은 기세로 자신을 윽박지르는 강전기를 보며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거기다 인간계의 피지컬 끝판왕급의 악력이 그의 어깨를 강하게 압박하며 고통을 주고 있었다.
"크아악... 죄송... 다, 다시는... 윽..."
"쉿!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해라."
"하, 하잇!"
"가스는 어떻게 쓴 거지?"
"저, 저기로..."
이사쿠는 공포에 떨며 턱으로 환풍구를 가리켰다.
"이카야. 한번 올라가서 뜯어봐."
"넵."
레이카는 의자를 중앙에 놓고 위로 올라가 환풍구 커버를 뜯어냈다.
키리릭-
커버를 돌리자 안에 뭔가 연결된 게 드러났다.
"안에 노즐 같은 게 있어요. 아무래도 이게 맞나봐요."
"흐음... 온천을 관리하라고 했더니 이런 더러운 짓이나 하고!!"
뿌드득-
"으아아악!"
이사쿠는 어깨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눈물을 콸콸 쏟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사람 죽이고 죄송하다면 다야?"
"주, 죽이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그럼 재워놓고 뭐 하려고 했는데?"
"그, 그게..."
"똑바로 이야기 안 해?"
짝-
다시 한번 따귀를 맞은 이사쿠가 강전기의 힘에 밀려 옆으로 털퍼덕 쓰러졌다.
"크악...."
"이 개새끼가..."
평소에 욕을 잘 쓰지 않는 틀딱 강전기였지만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모양이었다.
'감히 시유를 건드려? 이 늙다리 새끼가 뒤질려고!'
다시 한번 그의 손바닥이 강하게 휘둘러졌다.
퍼억-
"으윽..."
이사쿠의 입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이 새끼... 마인트 콘트롤로 죄를 싹 다 불게 만들어야 하는데 젠장....'
3성 스킬인 마인트 콘트롤은 불행하게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에게만 통하는 기술이었다. 이사쿠가 강전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할 터...
"피디님. 잠깐만요. 여기 뭔가 이상한 게 더 있어요.“
레이카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짧게 소리쳤다.
"이상한 게 더 있다고?"
"네.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려와 봐. 내가 한번 볼게."
강전기는 의자에 올라가 레이카가 뽑아놓은 가느다란 선을 살펴보았다. 끝부분에 유리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았다.
'어? 설마 몰카?'
순간적으로 뜨끔한 강전기가 AI에게 바로 질문했다.
'AI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냐?'
[분석 중.... 띠링... 초소형 몰래카메라가 맞습니다. 파일이 유선으로 중앙 서버에 저장되는 형태입니다.]
'하... 왜 이런 건 위기감지 스킬으로 안 걸러지는 거야? 순 구닥다리 아냐? 저번에 노답 3인방을 참교육했던 노래방은 카메라가 없는 것 같았는데 그때 그건 그냥 내 느낌적인 느낌이었던 거야?'
[네. 그렇습니다. 그 노래방에서 저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패시브 감지는 해당 스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항만 체크하고 있습니다.]
'야! 몰카 잘못 유출되면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것도 기본적으로 들어가야지!!'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너무 많습니다. 거기에 휴대전화까지 고려하면....]
'됐어!'
인공지능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는 강전기였다.
[저는 만능이 아닙니다.]
'됐고! 아무튼 실망이다.'
[..........]
잠시 적막이 찾아왔다.
"저기 피디님?"
옆에 있던 레이카가 강전기의 다리를 잡고 살짝 흔들었다.
"어? 왜?"
"그거 뭐에요? 길게 연결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몰래카메라 같아."
"네? 몰카요? 어떡해요. 그럼... 저희 여기에서 옷 갈아입은 거 거 다 찍혀 있는 거 아닌가요?"
"어...음... 그건 확실치가 않긴 한데..."
"이 변태!"
빠악!
레이카의 펀치가 이사쿠의 안면에 적중했다.
"케헥…."
멍하니 위를 보고 있던 이사쿠의 머리가 돌아가며 강냉이들이 두두둑 튀어 나갔다.
"이카야. 살살 좀 해. 너 그러다 죽이겠다."
"이 더러운 영감탱이가!!"
레이카가 추가로 폭행하려고 하는 것을 겨우 말린 강전기였다.
"일단 이게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봐야지. 너 이 새끼 바른대로 말 안 해?"
심문이 다시 시작됐다.
강전기와 레이카는 이사쿠가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모니터링 룸을 찾아갔다.
"여기였어?"
끄덕끄덕...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이사쿠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청소용품 보관 장소를 개조하여 만든 밀실이었다. 바깥에서는 절대 알 수 없게 만들어진 비밀스러운 공간.
"이 자식! 야게임을 너무 많이 한 거 같은데..."
강전기는 좁은 모니터링 룸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피디님. 그런데 성 실장님은 로비에서 저렇게 주무셔도 되나요? 왜 여기서 주무시지?"
레이카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강전기를 째려보고 있었다.
"아... 원래 기호가 술을 마시면 꼭 저러더라. 아무 데서나 자거든."
"그래요?"
"....그럼."
잠시 허공에서 둘의 눈이 마주쳤다.
"어, 얼른 조사해봐야지. 잘못하면 동트겠다."
"네. 시간이 없겠네요."
그들은 좁은 모니터링 룸으로 들어갔다. 모니터링 룸은 여전히 가동 중이었다.
"컴퓨터가 여러 대네요. 이건 제가 체크해볼게요."
레이카는 제일 안쪽에 있는 컴퓨터를 붙잡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흐음... 그럼 나도..."
강전기는 문 쪽 컴퓨터에 앉아 화면에 송출 중인 영상을 바라보았다.
"음... 시유는 아직까지 정신이 안 돌아왔네."
환풍구가 부서져 각도가 틀어졌지만 레이카와 시유가 머물던 방의 영상이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다.
반면 레이카는 송출되고 있는 화면을 무시하고 탐색기를 띄웠다.
'설마 진짜 우리 모습이 다 녹화된 거 아냐?'
탐색기에는 날짜별 영상 파일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녀는 무심코 최근 파일을 클릭해 재생을 시켰다. 그러자 화면에 간이 온천에 몸을 담근 두 남녀가 격정적으로 섹스를 하는 장면이 모니터에 적나라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꺄악!”
“아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