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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단합대회에서 생긴 일
‘응?’
사정하기 1초 전.
강전기는 뭔지 모를 위화감에 휩싸였다. 리나는 마치 얼굴로 정액 샤워를 하겠다는 그런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뭔가 있다.’
아무래도 이화와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닌가 의심이 가는 상황.
‘이화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본인에게 일어난 변화가 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터... 혹시 둘은 그 정보를 공유한 게 아닐까?’
아까 모니터링 룸에서 방을 살펴봤을 때 둘이 침대에 걸터앉아 뭔가 이야기를 나눴다는 게 기억났다.
‘나노 재생 크림 발사!’
[띠링- 나노 재생 크림을 발사합니다.]
“리, 리나야….”
푸슉-푸슉-
강전기는 자신의 정액을 리나의 얼굴에 힘껏 발사하고 말았다.
두 눈을 꼭 감은 리나의 하얀 얼굴에 강전기의 나노 크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노 크림이 착상 완료! 동작 필요 시간 30초…. 29초…. 28초….]
리나는 움직일 만도 한데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었다.
“아흑...”
푸슉-
30초 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낸 강전기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리나를 놓아주었다.
리나는 눈에 붙은 강전기의 크림을 손가락으로 치우더니 빙긋 미소를 지었다.
“헤헤... 오빠. 성적 판타지가 이거라며?”
“뭐? 누가 그래?”
“이화 언니가 그러더라. 자기한테 고백했다고...”
“어음...”
살짝 민망해진 강전기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이화의 얼굴을 치료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는데….
‘뭐 사실 성적 판타지 중에 하나긴 했지만... ’
“킥킥... 오빠. 일본 야동 많이 봤구나?”
“일본 야동?”
“일본 야동에서 맨날 이렇게 하던데?”
“너, 너도 본 적 있어?”
“나? 당연한 거 아냐? 예전에 자주 봤었지.”
“아이고...”
강전기는 리나의 말을 듣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역시 리나는 대단했다. 이런 프리함이 리나의 장점 아니겠는가….
‘생각해보니 리나가 나랑 관계한 첫 번째 아이돌이었구나. 그래. 이화와 리나라면 뭐 나름 원투펀치라고 할 수 있지.’
아이돌 최강 몸매 이화와 아재들의 로망 베이글 리나.
이화야 명실상부한 1티어 톱이었고 리나도 1티어와 비교해서 결코 빠지는 게 없었다. 부족한 게 있다면 정조 관념 정도?
강전기는 그간 리나에게 나노 재생 크림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리나도 내가 챙겼어야 하는데... 뭐 이제라도 책무를 다했으니 됐다.’
리나는 피부가 백설기처럼 하얘서 얼굴에 한발만 해줘도 효과가 상당할 것 같았다.
‘저 베이비 페이스에 광채가 난다면…. 흐음...’
과연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 것인지...
“뭔가 매끈매끈해진 거 같아.”
리나가 손가락으로 강전기의 정액을 문지르고 있었다.
“야. 뭐해. 얼른 닦아. 씻던지….”
“오빠껀 냄새도 좋고 해서 괜찮아.”
“아... 그래?”
“응. 되게 신기하더라.”
다른 놈들 것도 경험해봤다고 생각하니 살짝 기분이 언짢아진 강전기. 자기도 모르게 찌질한 멘트가 나가고 말았다.
“경험 많아서 좋겠다?”
“킥킥... 오빠 질투하는 거야? 이화 언니랑 나 둘 다 따먹어 놓고... 되게 설득력 없는 거 알지?”
“어우... 넌 단어 선택을 왜 그렇게 하니?”
“사실이잖아?”
“됐고... 어디 방송 나가서 실수나 하지 마. 가끔 너 말하는 거 들으면 수명이 단축돼요.”
“치, 말 돌리기는…. 아! 예전에 나 라디오 방송 나가서 섹시 담당 리나라고 해야 하는데 섹스 담당이라고 해버렸잖아. 캬하하...”
“어이구... 자랑이다. 자랑이야.”
뇌가 순백색일 것 같은 리나의 티끌 없는 미소를 보며 머리를 흔드는 강전기였다.
“오빠. 이제 닦아죠. 응?”
“에휴... 못 살아.”
강전기는 티슈를 뽑아 얼굴 가득한 나노 크림을 닦아 냈다.
‘그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스킬을 쓴 거에 대해 나름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을 때 리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 우리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볼까?”
“응? 무슨 소리야 그게?”
“그냥... 뭐든 다 해보고 싶어서... 이화 언니도 같이하면 좋고...”
“에?”
리나의 말에 강전기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오빠. 입꼬리 올라간다.”
“이, 입꼬리는 무슨... 일단 오늘 많은 일이 있었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
“아무리 봐도 좋아하는 거 같은데...”
“어허... 오빠 놀리면 혼난다.”
“혼내 줘봐. 나야 좋지. 어떻게 혼내줄 건데?”
“내가 말을 말아야지. 됐고 얼른 씻고 방에 가서 좀 쉬어. 너랑 이화는 내일 스케줄 있잖아.”
“나 이제 쌩쌩해졌어. 역시 난 오빠랑 이래야 힘이 나는 거 같아.”
“언제는 안마해달라며….”
“괜찮아. 스트레스 확 풀렸거든.”
“..........”
리나는 당당하게 세수를 하고 자기 방으로 쿨하게 돌아갔다.
“후... 만만치 않네.”
오늘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와... 양다리 걸치는 놈들은 진짜 부지런한 새끼들이야.’
강전기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털썩 눕더니 이내 꿀잠에 빠져들었다.
정말 긴 하루였다.
* * *
다음날 블루비는 스케줄 때문에 아침만 먹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거나하게 술을 마신 것 같은 매니저들이 끙끙거리며 온천으로 들어와 녀석들을 픽업해갔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근처 관광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마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같이 생동감이 흘러넘쳤다.
“야 인마. 뭘 그렇게 쳐다봐?”
강전기는 술을 진탕 마시고 뻗었던 성기호를 타박했다.
“어우. 말도 마라. 나 머리 빠개지는 거 같으니까….”
“미친놈. 그러게 누가 그렇게 퍼마시래?”
“..........”
성기호는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잘 놀았다.”
“그, 그래? 고마워.”
“앞으로도 부탁한다 기호야.”
“부담스럽게 왜 그래. 그나저나 이제 이렇게 짬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줄줄이 데뷔시켜야 하잖아.”
“그렇지.”
첫 번째 블루비 출격에 이어 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가 차례로 데뷔할 예정이었다.
첫 번째 타자 핑크엔진은 ‘틴크러쉬’ 컨셉으로 이미 곡을 뽑아놓은 상태였다. 걸크러쉬 기반에 소녀 감성을 듬뿍 넣은 하이브리드 컨셉.
여성과 남성 팬 모두를 잡겠다는 강전기의 포부가 담겨 있었다.
“하나하나 성공시켜야지.”
일행은 인근 산 근처에 올라 관광을 하며 자유롭고 천진난만하게 떠들고 있었다.
“저는 믿습니다. 일렉케이 사마.”
“뭐래...”
일행은 짧은 관광을 마치고 짐을 챙겨 공항으로 출발했다.
“다들 재밌게 놀았니?”
“네!!!”
비록 이틀이었지만 충분히 힐링한 듯 다들 목소리에 힘이 넘치고 있었다.
“또 왔으면 좋겠어요. 피디님.”
“저두요. 수학여행 온 것 같았어요.”
“그래. 1등 하면 또 올 거니까. 다들 열심히 해라.”
“우우우...”
“부담 오지구요.”
“누구냐. 그런 말투 쓰는 거 금지다. 평소에 말을 바르게 해야 방송에서도 실수를 안 하는 거야.”
“넷! 알겠습니다.”
강전기가 꼰대처럼 말을 했지만 찰떡같이 알아듣는 녀석들이었다.
“좋아. 누가 아니? 좋은 성적 내면 정산도 빨리해줄지?”
강전기가 슬쩍 말을 하고 멤버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 순간!
“와아아아!!”
“정산 가즈아!”
“강전기! 강전기! 강전기!”
버스 안에서 강전기 찬가가 크게 울려 퍼졌다. 역시 정산을 언급하니 다들 의욕이 솟구치는 모양.
‘그래 너희들이 열심히 해야 나도 돈을 벌지. 하하하..’
그런 흑심을 품고 행복한 상상 속에 빠져 있는데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레이카가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뭐야?’
입을 막고 조용히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는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카는 무표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더니 전화를 끊지 않고 강전기에게 귓속말을 하려고 했다.
강전기는 고개를 옆으로 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 아빠가 만날 수 있냐고 하시는데요?
- 응? 지금? 우리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 아빠가 공항으로 직접 오신다는데요?
- 왜? 다음에 만나면 안 되는 거야?
- 모르겠어요.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는데...
- 공항 가면 한 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없는데...
- 그 정도면 될 것 같다고 하시네요.
- 그래?
- 네. 누구 한 명을 데리고 나오신다는데 괜찮겠죠?
- 음... 기자만 아니면...
- 알았어요. 그럼 만나시는 거로 할게요.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레이카 아버지라는데 안 만나는 것도 좀 그렇고... 크흠...’
살짝 난감해진 강전기였다.
‘뭐 상관없나. 같은 소속사 식구 부모님인데... 시간이 없지만 만나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우리 일도 조용히 도와주셨는데….’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수속을 마치고 매니저들과 쇼핑을 하러 갔다.
일행과 떨어진 강전기는 레이카와 함께 공항 라운지에 있는 고급 카페로 들어갔다.
“여기 맞아?”
“네. 저기 안쪽에 계신 거 같은데요?”
강전기는 레이카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았다.
단단한 체구의 다부진 인상의 사내와 안경을 쓰고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은행원 같은 아저씨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파파!”
레이카가 손을 흔들자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전기는 레이카를 따라 카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시하라 타쿠미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프로듀서 일렉케이입니다.”
서로 다른 언어로 짧은 인사를 나누었지만 둘은 서로를 탐색하며 크게 감탄했다.
‘체구가 제법 탄탄하시네. 역시 왕년 사채업을 하신 건가?’
180cm는 안 되는 키였지만 아직까지 근육 체형인 중년의 사내. 뒷골목 일은 청산한 듯 인상은 평온하지만, 눈이 부리부리한 게 왠지 모르게 강렬하달까?
반면에 레이카의 아버지 이시하라 타쿠미는 강전기의 실물을 보고 크게 놀라고 있었다.
“각코이 데스네! (멋지네요.)”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감상평.
타쿠미는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자신이 살면서 본 남자 중에 가장 잘생긴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피디님. 아빠가 피디님 잘생기셨데요.”
“아... 그래?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아... 프로듀서님 소개해드릴 분이 있습니다.”
레이카의 아버지는 옆에 서 있는 안경 쓴 남자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유니버셜 재팬 뮤직의 마츠다 타케시라고 하무니다.”
올백의 남자는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잠깐... 유니버셜 재팬 뮤직?’
강전기가 일본 음악에 별 관심이 없긴 했지만, 이 회사가 일본의 3대 음반 제작사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들어 본 것 같았다.
‘갑자기 유니버셜에서 왜 나를...’
그의 두 눈에 물음표가 생겼지만 레이카의 아버지가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앉아서 카페라테 한잔을 주문하는 강전기였다.
“저희 딸이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폐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프로듀서님이 잘 봐주셔서...”
“전혀요. 저희가 인재를 얻은 거죠.”
“일본 방문은 어떠셨는지요?”
잠시 날씨 이야기와 일본 관광에 대해 가벼운 대화를 하던 강전기가 유니버셜 직원을 흘깃 쳐다보며 눈치를 주자 레이카의 아버지가 슬슬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여기 타케시가 제 고향 후배입니다. 딸 녀석이 한국에 데뷔했다고 자랑을 좀 하고 다녔더니 일렉 케이 프로듀서님을 꼭 뵙고 싶다고 연결 좀 해달라고 간청을 하기에 염치를 무릅쓰고 그만...”
레이카의 아버지인 이시하라 타쿠미가 강전기의 눈치를 보며 말을 길게 하고 있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저를 뵙고 싶으신 이유가 궁금하군요. 사실 제가 비행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요.”
“아! 죄송합니다. 피디님. 제가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급히 이곳까지 실례를 무릅쓰고 온 이유는 EK 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협업이요? 무슨?”
“아….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희가 이번에 케이팝 스타일의 아이돌을 제작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EK와 공동으로요. 만약 협상이 이루어지면 넷플릭과 전 일본 오디션도 기획해보려고 합니다.”
‘뭐? 전 일본 오디션?’
듣고 있던 강전기는 속으로 크게 놀랐지만, 모태 존잘남처럼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입을 열었다.
“흐음... 흥미롭군요. 그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당연합니다.”
그러자 마츠다 타케시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