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48화 (24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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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니뽄 아이도루?

내일 한편 더 올라갈 예정입니다. 알림 설정 부탁해용~

EK엔터테인먼트의 부상

“오디션이라면... 뭘 어떻게 하는 건가요?”

“프로듀서님이 출연하셔서 직접 뽑는 컨셉입니다.”

“음…. 그거라면 이미 다른 회사에서...”

강전기가 언급한 것은 이미 한국의 다른 기획사에서 비슷한 기획을 두 번이나 했다는 것이었다.

“네. 하나는 크게 성공했고 다른 하나는 조용히 묻혔죠.”

“기획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강전기는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 물론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그게 뭡니까?”

“성장형 아이돌을 표방할 겁니다.”

“....일본 아이돌이 다 그런 컨셉 아닙니까?”

“물론 그렇죠. 하지만 케이팝 스타일로 육성한다는 게 다릅니다. ”

“크흠... 기존 회사가 한 오디션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군요.”

“다릅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프로듀서님에게 멤버 선발의 전권을 드릴 생각이거든요.”

“네?”

강전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권? 전권이라니?

“일렉케이의, 일렉케이에 의한, 일렉케이를 위한 오디션입니다.”

푸핫-

강전기가 마시던 아이스 카페라떼를 뿜고 말았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지?’

“콜록콜록... 자, 자세히 좀...”

“너무 파격적이었나요?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타케시라는 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을 한잔 들이켰다.

“해보시죠.”

“저희는 프로듀서님의 스타성과 통찰력에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스타성과 통찰력이요?”

“네. 저희 회사에서 최근 대성공으로 끝난 프로그램인「걸그룹 4차대전」을 세세하게 분석했습니다. 성공 요인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게 바로 프로듀서님이었습니다. 빌보드 1, 2위를 동시에 석권한 작곡가이자 한국의 대형 기획사 연습생 출신! 거기다 초절정 이케멘이라는 특수성까지...”

낯 뜨거운 칭찬이었지만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일리가 있는 분석이야.’

타케시의 분석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바로 프로듀서님의 통찰력입니다. 어떻게 보면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에게 내리던 완벽한 처방! 마치 몇 년을 키우던 연습생처럼 분석하셨더군요. 안되는 멤버는 과감히 버리시기도 하던데 참 인상 깊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뭐... 사실은 AI가 알아서 한 거지만….’

강전기는 한껏 거만해진 표정으로 등을 의자에 기대고 뒤로 몸을 기울였다.

“클로버즈도 프로듀서님 작품이시죠?”

말하는 타케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하하…. 실례했습니다.”

이미 인터넷상에 그런 소문들이 퍼진 상태였지만 강전기와 EK엔터테인먼트는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역시 분석의 니뽄이야. 날카로운 새끼들…. 디테일하구만.’

“저희 쪽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멀끔하게 생긴 올백 머리의 타케시가 안경을 들어 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음... 일리가... 아니... 관심이 조금 생기긴 했습니다만...”

마츠다 타케시는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표정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지! 일렉케이 프로듀서라면 무조건 대박이야.’

그는 이 젊은 녀석의 스타성과 천재성에 깊이 매료된 상태였다.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고 있는 타케시는 우연히 한국의 경연 프로그램을 보고 일렉케이에게 푹 빠지고 말았다.

외모, 능력, 인성 뭐 하나가 빠지는 게 없었으니까.

‘거기다 노래 실력까지 최상급이었지 아마?’

특히 인재의 능력을 꿰뚫어 보는 능력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게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뽑아놓은 그룹은 일본에서 무조건 대박일 거야.’

뭔가 사심이 들어간 것 같았지만 타케시는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밀어붙여 윗선에 승인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다.

유니버셜은 경쟁사인 써니뮤직의 케이팝 아이돌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매우 배가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경영진 설득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실제로 전 세계 넘버원 그룹인 .EXE의 작곡가라는 말에 단박에 오케이 사인이 났다.

이제 일렉케이의 결정만 남은 상황.

“그런데 아까 넷플릭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방송사 하나를 끼고 방영을 한 뒤 넷플릭에 곧장 업로드 할 예정이거든요. 파괴력이 상당할 겁니다. 거기다 넷플릭이 제작비 일부를 댈 예정이라 엄청난 규모가 될 겁니다.”

“흐음...”

강전기는 무표정하게 손가락으로 턱을 긁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가고 있었다.

‘미친놈들. 그냥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일본판 레몬캔디를 만들어버릴까? 가와이한 S급 외모는 기본에 능력치 개쩌는 애들로다가….’

강전기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슬슬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제 인지도가 일본에서 그리 높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그건 띄우기 나름이지요. 그리고 최근 프로듀서님에 대한 인기가 심상치 않거든요.”

“네?”

한국에서라면 모를까 아이돌도 아닌데 인기라니?

“요즘 K-컨텐츠의 힘을 모르시는군요. K-컨텐츠는 정식이든 불법이든 세계 곳곳에서 시청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데요. .EXE의 작곡가라고 하면 반응이 바로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뭔가 쉽게 수긍해버리는 강전기였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한국에서 소속사 아이돌 세팀을 연달아 런칭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강전기는 한국에서 데뷔 시켜야 할 녀석들이 생각나자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건 전혀 상관없습니다!”

“상관이 없다고요?”

타케시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그건 왜죠?”

“저흰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듀서님이 세팀을 어떻게 데뷔시키는지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게 해주신다면 말이죠.”

“다큐멘터리라...”

타케시의 말을 들은 강전기가 다시 한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일본에서 우리 애들을 알아서 홍보해주겠다는데 마다할 필요가 있나? 거기다 내 취향대로 그룹을 만들 수 있다라... 그것도 전국적인 스케일로? 도대체 날 얼마나 좋게 본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는 마이너스 되는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좀 부담스럽긴 하네. EK로 런칭하는 그룹(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이 잘못되면 좀 그런데... 에이 모르겠다. 최소한 평타는 치겠지. 뭐...’

강전기는 나름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라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사실 제가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저도 한국에 들어가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암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긍정적인 의사표시로 받아들였는지 타케시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그나저나 일본어 공부 좀 해야겠는데?’

출연하기로 거의 맘을 굳힌 강전기가 벌써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단기간에 퍼팩트한 일본어 실력을 보여준다면?

‘일본 애들은 이런 거에 약하지. 노오력! 성실!’

“후후후...”

강전기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내자 타케시의 눈빛이 번뜩였다.

“프로듀서님 기분이 아주 좋으신 것 같은데요?”

“아!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출연료 같은 것도 있나요?”

“말씀 안 하셔도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최고요?”

“회당 천만엔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순간적으로 강전기의 미간이 꿈틀했다.

‘최소한 10회는 해야 할 테니 최소한 10억이군. 크흐흐...’

회사 지분을 정리하느라 실제 가용할 돈이 부족한 강전기에게는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제안이었다.

아직까지 홍대에 투룸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는 무조건 해야할 프로젝트.

하지만 초보처럼 덥석 물 필요는 없는 법. 최대한 밀당이 필요했다.

“뭐 그런 것들은 회사랑 상의하도록 하시죠.”

“넵. 준비되시면 제가 직접 한국으로 날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강전기는 타케시와 악수를 나눈 뒤 레이카의 아버지와도 작별 인사를 했다.

* * *

뚜벅뚜벅-

모자를 눌러쓴 강전기가 공항을 가로질러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떡고물이군. EK는 이 프로젝트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 흐흐흐...’

강전기가 그렇게 콧구멍을 씰룩거리고 있자 뒤에 살짝 떨어져 있던 레이카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 프로젝트 하실 거에요?”

“응? 글쎄? 해서 나쁠 건 없는 거 같은데?”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럴 줄 알았다니? 반응이 왜 그래? 다 니네 잘되라고 하는 거 몰라? 그거 하면 일본에서 너희들 인지도도 팍팍 올라갈 텐데 안 하는 게 바보 아냐?”

“..........”

강전기의 지적은 레이카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일본에서 인기 얻으면 좋잖아.”

“그렇긴 하죠.”

“그럼 뭐가 문제인데?”

강전기는 레이카의 반응에 못마땅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아까 오디션이 걸그룹인지 보이그룹인지 왜 안 물어보셨어요?”

흠칫-

강전기는 당연히 걸그룹이라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대방이 성별을 언급한 적 없는 것 같았다.

‘엇... 보이그룹이면 나가린데...’

강전기에게는 하등 쓸모없는 게 바로 남자 아이돌 아니던가!

“보이그룹이라도 하실 거에요? 안 하실 건 아니시죠? 저희한테도 도움 된다면서요?”

강전기의 머릿속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간절하게 바라보는 남자 아이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높은 단상에 홀로 앉아 주먹을 들어 올리고 엄지를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You die.]

‘아니지.’

그는 고개를 흔들고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렸다.

‘내가 왜 시커먼 놈들을 뽑는단 말이냐.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암!’

“....에이 설마 보이그룹이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잖아요. 솔직히 프로듀서님을 보고 .EXE 작곡가라고 하겠어요? 아니면 핑크엔진 프로듀서라고 하겠어요? 당연히 지금은 .EXE 작곡가가 훨씬 임팩트 있잖아요.”

“크흠.... 일단 회사하고 상의해봐야지. 내 마음대로 할 순 없잖아? 안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비즈니스야. 꼬맹이는 빠지라고.”

“칫...”

강전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상황을 일축했다.

‘남자아이들이라고 하면 다큐고 뭐고 싹 다 취소다. 최 대표한테 무조건 커트하라고 해야겠다.’

필이 꽂히지 않는 것은 죽어도 하기 싫은 강전기였다. 남자 아이돌은 걸그룹 엠파이어를 세워 놓은 뒤 해볼까 말까 한 비주류 프로젝트 아니었던가.

‘이왕 이렇게 된 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자.’

“얼른 들어가 봐. 비행기 시간 늦겠다.”

“네.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그래. 나중에 보자.”

레이카는 인사도 없이 모자를 눌러쓰고 강전기를 지나쳐갔다.

멤버들은 곧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강전기는 다음 비행기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아까 미팅에서 바쁜 척 했지만, 사실은 레이카의 탑승 시간 때문이었고 괜히 같이 입국하는 걸 찍혀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강전기는 멀찍이 떨어져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레이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성기호가 밥을 먹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종업원이 강전기를 보고 일순 멈칫했다.

‘이럴 땐 좀 피곤하군.’

어디를 가나 주목을 받는 삶이 살짝 귀찮긴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식당 안쪽에서 성기호가 강전기를 봤는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라멘은 먹을 만하냐?”

“와... 이제 좀 살 것 같다. 아깐 속이 울렁거려서 죽는 줄 알았어.”

“미련하긴. 앞으론 좀 적당히 마셔.”

“그만 좀 해라. 이화 씨랑 리나 씨가 술을 계속 주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 잖아.”

“그냥 헬렐레 해가지고…. 쯧쯧...”

한참 동안 강전기의 꼰대 짓이 이어졌다.

“기호야. 아까 레이카 아버님을 만났는데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아냐?”

“무슨 일?”

“놀라지 마라. 그게...”

강전기는 기획실장인 성기호에게 좀 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대, 대박...”

“어때?”

“어떻긴! 이런 건 출연료가 공짜라고 해도 해야지!”

“자식... 하여간 촉은 좋아요.”

“이번 기회에 잘하면 우리 회사도 확 커질 수 있겠는데?”

“잘할 수 있겠냐?”

“당연하지! 맡겨만 줘봐. 내가 완벽하게 짜놓을 테니까.”

강전기는 즐거워하는 성기호를 보며 귀찮은 일을 전부 일임하기로 했다.

‘친구야. 난 곡도 만들어야 하고 홍익미녀도 해야 한단 말이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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