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49화 (24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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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엔터테인먼트의 부상

일본에서 귀국한 강전기는 차를 몰고 상암 EK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그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사무실로 올라갔다. 모던하게 인테리어된 사무실을 지나치자 몇 명의 직원들이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좋은 아침입니다. 과장님.”

투명한 유리창이 반짝이는 회의실을 거쳐 성기호가 서식하고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 왔어?”

성기호는 아직도 여독이 풀리지 않은 듯 초췌한 얼굴이었다.

“어. 일찍 왔네?”

“할 일이 많아서….”

왜 아니겠는가?

작곡만 하는 강전기와 다르게 성기호는 차례로 데뷔하는 세 팀에 대한 컨셉과 의상, 뮤직비디오 및 일정 등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강전기는 느긋하게 쇼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포털 뉴스에 연예란에 들어가 EK에 대한 기사를 검색했다.

[5대 기획사로 도약하기 위한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과욕? 혹은 무모한 도전?]

기사를 넘기던 강전기의 눈썹이 순간적으로 꿈틀했다.

‘과욕이라니! 이 기레기놈들…. 하여간 도움이 안 돼요. 이 천하의 몹쓸 놈들!’

강전기는 어그로에 끌려 자기도 모르게 곧바로 기사를 클릭했다.

- 서바이벌 프로그램 「걸그룹 4차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중의 관심이 EK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되고 있다.

호사가들은 EK엔터가 CA그룹의 지원으로 5대 기획사의 반열에 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고 있다.

물론 EK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재데뷔한 블루비가 당당히 음방 1위, 음원 1위를 싹쓸이하고 있지만, 과연 EK의 다른 신인 그룹들도 그만한 성과를 낼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에 총괄 프로듀서인 일렉케이에게 막중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 <중략>

“하아...”

‘하여간 이놈들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니까?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강전기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창밖을 잠시 쳐다보았다.

모든 근심·걱정을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푸르른 여름 햇살이 창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래….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강전기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어차피 그게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롭게 얻은 인생. 즐기면서 사는 게 최고라고 다짐하며 멘탈을 단단히 붙잡았다.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눈에 일본에서 사온 고양이 모형이 손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딸각딸각-

‘오랜만이었어. 그런 휴가는….’

비록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소속사 식구들과 힐링 여행을 맘껏 즐겼다.

‘그나저나 아야카는 잘 지내고 있을까?’

문득 미국에서 만났던 아야카 생각이 났다. 나름 프리한 상태에서 신혼부부 놀이를 즐겼던 사이 아니던가.

달달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며 마음이 훈훈해졌다.

‘일본에서 봤으면 좋았을텐데...’

강전기는 눈부시게 예뻤던 아야카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너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

“뭐, 뭐 인마.”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 막 음흉한 상상을 한 것 같은데….”

“웃기시네. 내가 너냐? 너나 걸그룹 영상 좀 끊어라. 넌 업계 관계자가 돼서도 그러냐? 쯧쯧...”

“최신 트렌드는 파악해야 할 거 아냐. 난 너랑 다르게 이제 생각할 게 많다고!”

“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얼른 기획안이나 내놓던가!”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성기호는 피곤한 얼굴을 손으로 쓱쓱 문지르더니 출력된 파일을 강전기에 건네주었다.

“자. 핑크엔진 데뷔 기획안 정리된 파일이야. 거기 보면 일정도 들어가 있어.”

“오! 성 실장. 역시 성실해요. 항상 이렇게만 해줘라. 넌 내 옆에만 있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와요.”

“....됐고 읽어나 보셔.”

“오케이. 어디 보자. 오늘 타이틀곡 녹음에 컨셉 의상 체크도 있군.”

“맞아. 조금 있다 핑크엔진 애들 올 거야. 연습은 많이 한 것 같던데….”

“그래? 좀 챙겨봤어?”

강전기가 서류를 덮고 성기호를 쳐다보았다.

“어. 잘될 거 같아. 곡도 잘 뽑혔고….”

“자식…. 듣는 귀는 있어가지고….”

“오늘 녹음 끝나고 의상 체크할 거야. 의상은 이미영 스타일리스트가 가져올 거고...”

“그래. 1번 타자는 성공시켜야지. 난 녹음실에 가 있을게.”

강전기는 기획안을 들고 녹음실로 들어갔다. 최신식 시설로 차려진 이곳은 재벌인 이기민이 강전기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곳이었다.

“역시 돈이 좋긴 좋아.”

하나하나 비싼 물품들로 채워진 곳이었다. 장비부터 의자, 책상, 소파, 기타 편의시설까지….

유앤아이 김찬기 작곡가의 작업실 크기에는 못 미쳤지만 들어가 있는 것들은 범상치 않은 것들뿐이었다.

똑똑-

“전기야. 들어간다.”

성기호가 데려온 카메라맨이 강전기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작곡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함이었다.

- 기호야. 벌써부터 이래야 하냐?

- 어. 어색하겠지만 좀 참아. 전문가가 찍는 거잖아. 네 미튜브 채널에 편집해서 올릴 거야.

실제 강전기의 미튜브 채널인 「일렉케이 프로듀서」에는 딸랑 3개의 동영상 밖에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였다.

채널을 시작한다는 메시지 영상 하나와 록커 김강호와 콜라보한 커버 영상 2개가 전부.

서바이벌 쇼 효과로 구독자는 20만 명이 넘어갔지만 컨텐츠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현재는 구독자들이 하다못해 V-log라도 올리라고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영상이나 커버 곡들을 올려야 할 텐데….”

“기호야. 그거 은근히 귀찮더라. 미튜버도 쉽게 볼 게 아닌 듯….”

“그래서 다들 전문 회사랑 계약해서 하잖아. 나도 내 채널 운영하는 거 점점 힘들더라고... 요즘은 동생이 대신 운영 중이야.”

“미안한데…. 혹시 동생도 덕후냐?”

“아니…. 여동생이야. 수익 30% 준다고 하니까 열심히 하더라고….”

“구독자 30만 넘지 않았어? 대학생이면 짭짤하긴 하겠네.”

“이런 건 알아서 편집해주겠지?”

“어. 나중에 우리 검수받기로 했어.”

둘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녹음실 문이 열리며 핑크엔진 멤버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피디님!”

인하, 레이카, 다미, 시유가 꾸벅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와우!’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을 직접 골라서 입고 왔는데 역시나 미소녀들이었다.

‘샤방샤방하구만…. 역시 이 맛에 프로듀서 한다. 흐흐..’

강전기는 흐뭇한 표정으로 멤버들을 맞이했다.

“다들 연습 많이 했어?”

“네! 열심히 했어요. 피디님. 이번 곡도 대박 날 거 같아요!”

리더 김인하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의욕적으로 대답했다.

“대박은 무슨….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해. 아니다. 너흰 이야기 안 해도 잘하니까…. 자! 순서대로 들어가서 시작해볼까?”

“네!”

서바이벌 쇼에서 다른 그룹들과 동시에 발표했던 프리 데뷔 싱글 곡이 음원 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핑크엔진은 자신감이 차 있는 상태였다.

경연으로 인해 활동을 못 했던 프리 데뷔 앨범도 12만 장을 기록해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아이돌계에서는 핑크엔진의 정식 싱글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인하. 준비됐니?”

“네에에...”

“그래. 그럼 시작한다.”

드디어 정식 데뷔 싱글 앨범 녹음 작업이 시작됐다.

강전기가 작곡한 틴크러쉬 계열의 댄스 EDM 사운드가 녹음실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강전기는 핑크엔진의 정식 싱글을 성공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곡을 계속 다듬었고 그 결과로 이 곡이 탄생했다.

멤버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곡이 마음에 드는 모양.

“오케이. 좋았어. 딕션 좋다. 다시 한번 갈게!”

“네! 피디님.”

핑크엔진은 리더 김인하를 시작으로 막내 최시유까지 녹음을 끝마쳤다.

그러니 시간이 거의 정오가 되어 있었다.

“이 정도로 마치자 얘들아.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피디님. 수고하셨어요.”

“와!! 잘 끝나서 다행이다!”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좋아?”

“네! 곡이 저희 맘에 쏙 들어요.”

“그래. 너희들이 좋으면 됐지 뭐.”

아무래도 걸크러쉬 기반에 러블리함이 첨가된 곡이라 그런지 멤버들이 너무 만족해했다. 강전기만 빼고….

‘하긴 요즘 여자애들은 다들 이런 쪽 느낌의 곡을 좋아하긴 하지.’

케이팝도 곡의 분위기가 점점 서구화 돼가고 있다고 느끼는 강전기였다.

그는 틀딱이라 그런지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차피 다음 2번 타자 레몬캔디가 상큼한 남성향으로 컨셉을 잡은 터라 하등 상관없었다.

“노래 진짜 잘 뽑았다. 느낌 있어. 중도 노선을 잘 탄 거 같아.”

옆에서 작업하고 있던 성기호가 노트북을 덮으며 엄지를 내밀었다.

“좋냐?”

“어. 괜찮을 거 같아.”

“그래? 다행이네.”

강전기는 걸그룹 전문가인 성기호의 판단을 꽤 믿는 편이었다. 그런 기호가 인정하는 곡이라면 뭐….

“컨셉 의상은 언제 오는데?”

“지금 미영 씨가 연습실에서 기다리고 있다네.”

“험... 나도 한번 볼까?”

“그러던지...”

멤버들은 다이어트 도시락을 받은 뒤 연습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미영 씨 오랜만입니다.”

이미영 스타일리스트가 한가득 가져온 옷들을 멤버별로 착착 분배하기 시작했다.

긴 머리의 이미영 대리는 리부트 시절부터 핑크엔진의 스타일리스트로 황아영이 소개해준 인재였다.

감각이 뛰어나 계속 같이 일하고 있었다.

“일단 인당 4벌이야.”

“와! 멋지다!”

“대박!”

멤버들은 옷을 구경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들 조용히 하고 첫 번째 단체복부터 입고 와.”

미영 대리가 준 옷을 들고 멤버들이 탈의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음.... 첫 번째가 메인 의상인가?’

기본적으로 블랙 & 화이트에 그레이 톤이 첨가된 시크한 롱부츠 룩이었다.

센터에 선 레이카는 머리띠와 화려한 장신구들을 달아 더욱 돋보였으며 시유는 물방울 패턴의 검은 드레스에 풋풋함이 보이는 묶음 머리를 하고 있었다.

가는 허리선이 강점인 녀석들이라 그런지 배 쪽이 훤히 드러내 보이는 은근히 섹시한 룩이랄까?

“어때?”

성기호가 팔꿈치로 강전기를 툭툭 치며 말했다.

“조, 좋은데? 쿨하고 러블리해.”

“그렇지? 오케이! 이건 됐고.. 이 대리님 다음 거 준비해주세요.”

멤버들은 차례로 옷을 갈아입고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핑크 핑크한 의상이었는데 강전기는 개인적으로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더 나은 것 같았다.

‘오! 러블리! 연습실이 그냥 환해졌네. 허허..’

세 번째는 각자 개성을 살린 알록달록한 색상의 옷이었다.

“다 좋네. 역시 미영 씨! 대단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피디님.”

이미영 대리는 강전기가 두 손으로 엄지 척을 날려주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하... 내가 이 맛에 스타일리스트를 하지. 어디 가서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보겠어.’

밋밋한 인상의 이대리는 옆에서 강전기를 보는 것만 해도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 얘들아! 이제 마지막 의상 입어보자. 얼른...”

이미영 대리의 말에 핑크엔진 멤버들이 다시 옷을 갈아입고 왔다.

‘엇!’

마지막은 상당히 타이트한 의상이었는데 화이트 계열의 크롭티와 짧은 반바지, 치마가 혼용되어 있었다.

“와. 진짜 다들 몸매 관리 잘했다. 얘들아 이제 한번 돌아볼래?”

핑크엔진 멤버들이 이 대리의 지시에 맞춰 뒤로 돌아 포즈를 취했다.

‘크흠...’

순간적으로 강전기의 매의 눈이 작동했다.

‘좀 거시기 한데? 어엇! 다, 다미야...’

강전기의 시선이 다미의 짧은 반바지에 꽂히고 말았다.

아이돌 최강 몸매 이화와 쌍벽을 이루는 몸매라 그런지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서구형 체형인 앙큼이 이다미 아니던가!

둥그런 골반에 빵빵한 엉덩이라 그런지 반바지 밑으로 엉밑살이 뚜렷하게 보였다.

“쓰읍... 다미 반바지가 너무 짧은 거 같은데….”

“그런가요?”

이다미는 강전기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엉덩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미영 대리가 손을 들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다미는 하체가 예뻐서 의도적으로 더 짧게 제작했어요.”

“그런데 밑에...”

“아! 노림수랄까... 다미가 섹시 담당이다 보니..”

강전기는 무슨 소리인지 단박에 이해가 갔다. 일부러 그렇게 입혔다는 것이었다.

“스타들도 인스타에 수영복 입은 사진 많이 올리거든요. 요즘엔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 피디님.”

이미영 대리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강전기는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수영복보다 이렇게 가릴 데는 다 가렸지만 보일 듯 말 듯 포인트로 노출하는 게 얼마나 섹시한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은가!

남자들은 이렇게 정상적으로 입혀놓고 작은 곳을 무방비하게 노출하는 것을 더욱 선호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냐.’

그야말로 레드오션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이슈를 끌어보겠다는 전략. 심지어 1티어 그룹들도 간간이 보여주는 노출 전략이었다.

‘직캠 영상 뜨면 조회수 장난 아닐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일부러 노출을 조장하는 게 프로듀서로서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이었다.

“다미야.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볼 테면 보라고 하죠. 뭐.”

다미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뿜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 엉밑살이고 뭐고 역시 자신감 하면 이다미지. 암!’

몸매로 따진다면 거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다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볼 테면 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안 입고 행사 뛸 때만 입을 거야. 얘들아 너무 걱정하지마.”

스타일리스트인 이 대리가 애들을 다독이며 연습실을 정리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전기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베리 굿!’

세간에 돌풍을 일으킬 직캠 장인 다미 장군의 역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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