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50화 (25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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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엔터테인먼트의 부상

아직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말.

강전기가 프로듀싱한 핑크엔진이 드디어 정식으로 데뷔했다.

[걸그룹 4차대전 우승팀 핑크엔진 8월 30일 데뷔!]

우승팀답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는데 앨범도 프리데뷔 싱글을 능가하는 판매량이 예상되어 상당히 고무된 상태였다.

하지만 우연인지 음원차트의 강자들과 JB엔터 소속 1티어 걸그룹 「마이하트」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준봉 피디님 정말 너무하시네.’

강전기는 애꿎은 JB엔터를 속으로 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법!

그냥 준비한 걸 실수 없이 해야 했다.

먼저 핑크엔진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돈을 때려 박은 뮤직비디오는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조회 수가 급상승했다.

‘Take my heart’ 뮤비의 컨셉은 적극적이고 귀여운 도둑(Thief)이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다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며 그냥 나에게 빠지기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가져보라며 교묘한 수를 쓰는 스토리로 레이카의 파쿠르가 듬뿍 들어간 영상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을 알기 위해 미행하는 장면에서 비밀요원처럼 담을 넘고 파쿠르를 하는 장면을 쑤셔 넣었다.

음방 무대에서도 파쿠르와 비슷한 화려한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남자 아이돌도 잘 보여주지 않는 고난이도 댄스는 화제를 몰고 올 것이 분명했다.

- 와! 무슨 007 여자 버전 보는 줄? 댄스는 프리데뷔 싱글 때처럼 화려하구나!

- 캬... 역시 믿고 보는 핑크엔진! 노래 좋고! 뮤비 때깔 봐라. 미쳤다.

- 노래는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작정하고 뽑았구나. 엄청 신선한 곡인데 대중성도 놓치지 않은 듯.

- 컨셉 누가 짠거임? 너무 귀엽잖아. 회사가 기획력이 있네.

- 우리 엔진이들 경연 때는 풋풋했는데 이제는 완전 미모에 물이 올랐네요. 와! 진짜 어떻게 4명이 이렇게 다 개성 있게 예쁘게 생겼지?

- 중간에 느려지면서 시유가 브레이크하는 파트 간지난다. 뭔가 익숙하진 않은데 중독성 쩔어.

- 일본의 자랑. 레이카! 얼굴 봐라. 미쳤구요. 돌았구요. 아리가또요.

- 김인하가 하는 랩은 또 어떻고? 이렇게 찰진 랩 들어본 적 있음? 난 없다. 시유도 넘 귀엽고... ㅠㅠ

- 다, 다미야... 크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훌쩍...

뭐가 감사하다는 건지 뮤직비디오에 폭풍 댓글이 달리며 핑크엔진의 뜨거운 인기를 입증하고 있었다.

더구나 다수의 댓글이 외국어로 올라오고 있어 해외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반면, 음원은 아직 신인이라 그런지 20위권에서 놀고 있었다.

사실 대형소속사 신인들도 데뷔 초에는 극소수 그룹을 제외하고 차트 진입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음방을 뛰고 언론에 노출되면 순위가 확 치고 올라갈 것 같았다.

그만큼 남녀 중간을 노리는 잘 뽑힌 곡이었으니까.

음원 공개 당일.

그룹 차원에서 성대한 쇼케이스가 개최되었다.

기자들을 초청해 행사를 가졌는데 열성 팬클럽 회원들도 쇼케이스에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직캠을 찍기 위함인 듯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온 팬클럽 회원도 눈에 띄었다.

드디어 쇼케이스가 시작되었다.

1호 공식 의상을 입은 핑크엔진은 정식 데뷔곡인 ‘Take My Heart’ 완벽히 소화하고 당당히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이하트와 같은 시기에 활동하게 되는 데 부담은 없나요? 리더인 인하 씨가 답변해주시겠습니까?”

“네. 저희를 마이하트 선배님들과 비교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냥 배운다는 태도로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겸손의 말씀이시군요. 그럼 다음 레이카 씨?”

“네!”

멤버들은 별다른 실수 없이 인터뷰를 끝마쳤다.

인터넷으로 쇼케이스 생중계를 보고 있던 강전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녀석들 잘하네. 확실히 프로그램 하나 했다고 기자들 앞에서 쫄진 않는군.”

“자! 이어서 핑크엔진이 준비한 다른 무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핑크엔진은 MC의 진행으로 타이틀곡 외에도 추가 곡을 퍼포먼스 하기 시작했다.

‘음... 그 의상인가….’

강전기는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새로운 의상으로 갈아입고 온 핑크엔진을 보며 찍덕들의 집중력이 활시위처럼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입고 나온 게 바로 스타일리스트인 이 대리가 이다미를 돋보이게(?) 만드는 그 문제의 의상이었던 것이다.

‘에이... 쇼케이스 영상을 누가 얼마나 본다고... 뭐 이 정도면 됐다. 주말에 음방 한번 돌면 반응 나오겠는데?’

강전기는 나름 만족한 표정으로 브라우저를 껐다.

아직은 마이하트와 천재 싱어송라이터 차미가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지만 핑크엔진도 노려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성공리에 쇼케이스를 마친 핑크엔진은 케이블인 뮤직넷을 시작으로 방송 3사 음방을 돌며 화려한 신고식을 가졌다.

핑크엔진은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음방에 데뷔했다.

[초대형 신인이 떴다! 핑크엔진 초동 앨범 신기록 달성!]

[핑크엔진 4세대 걸그룹의 대장으로 떠오르나?]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몰이였다.

멤버 전원 1티어 외모.

예산을 들이부은 뮤직비디오.

신선하지만 중독성 있는 트렌디한 곡.

남자 아이돌도 하기 힘든 고난이도 안무.

세련된 무대 의상과 컨셉.

경연 우승으로 입증된 신인답지 않은 미친 가창력.

기존 베테랑 그룹들과 경쟁이 될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방송을 돌기 시작하니 가장 문제였던 음원 순위도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10위권이라….’

강전기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운 순위였다. 곡에 너무 힘을 줬나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음악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치밀한 곡이지만 너무 신선해도 어떤 면에서는 독이 되는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기우였을까?

일주일이 지나자 한 유명한 찍덕이 촬영했던 이다미의 쇼케이스 무대 영상이 트렌드 급상승 순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다미 개인 비공식 팬클럽인 「어둠의 로켓단」이 ‘다미 장군’을 외치며 비밀스러운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이다미의 로켓 가슴을 숭배하는 녀석들로 그녀를 사령관, 혹은 장군으로 칭하며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핑크엔진을 홍보했다.

하지만 엉밑살 노출이라는 자극적인 어그로로 각종 커뮤니티에 논란이 되고 있었다.

“음... 3위권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호불호가 갈린다라...”

“맞아. 남자들은 괜찮은데 일부 여성 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

“좋지 않은데?”

“부정적인 이슈는 빨리 가라앉혀야지.”

강전기와 성기호가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회사의 스태프들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명이 참석 중이었다.

“좋은 아이디어 없나요?”

“관심을 돌릴 수 있게 다른 이슈를 만들어야 합니다.”

“뭐가 좋을까요?”

기획실장 성기호가 직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되물었다.

“지금 내부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뭘 할지 얼른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런 사소한 것을 어떻게 컨트롤하냐가 바로 회사의 역량입니다.”

강전기는 직원들을 은근히 다그치는 기호를 보며 슬며시 팔짱을 풀었다.

“제가 하나 제안해도 될까요?”

“말씀하시죠. 피디님.”

“그게...”

살짝 뜸을 들인 강전기는 테이블에 놓인 생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여직원들의 시선이 강전기의 우아한 동작에 이리저리 움직였다.

“사소한(?) 논란은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실력으로 압살해버리면 됩니다. 라이브로요.”

“아...”

직원들이 명쾌한 강전기의 대답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이 메인보컬인 핑크엔진 아니던가!

최강의 비주얼 그룹이지만 라이브 실력도 초특급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강전기의 전략이었다.

“아! 섭외 들어온 프로그램 리스트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성기호는 직원에게 서류를 받아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어? 「차미의 작은 정원」이 있네요?”

“네. 어제 연락 왔습니다.”

“차미의 작은 정원? 차미씨가 무슨 프로그램을 하죠?”

처음 듣는 프로그램에 강전기가 고개를 갸웃하며 성기호를 쳐다보았다.

천재 싱어송라이터 차미. 본명이 차미연이였던가?

최고의 여자 솔로 가수 아이윤의 뒤를 잇는 차세대 라이브 퀸으로 강력한 여성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였다.

곡 대부분이 자작곡이고 히트곡도 다수 보유 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유명했고 진로를 바꾼 후 대중성 있는 곡으로 신흥 음원 강자로 떠오른 가수였다.

“차미의 작은 정원은 미튜브 채널이야.”

“아아... 그래. 미튜브.”

강전기는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것에 대해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은 그가 아이돌 위주로만 미튜브를 훑어보기 때문이었다.

“미튜브라고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구독자 수가 무려 100만 명이에요.”

“에?”

“사실입니다.”

“와. 영향력이 꽤 크네요. 뭐 하는 채널이죠?”

“게스트와 함께 인터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일종의 콜라보입니다. 채널이 커져서 라이브 밴드도 있으니 우리 애들이 나가서 실력을 뽐내기에도 좋죠.”

“흐음…. 괜찮은데요? 차미씨라면 미디어에도 잘 안 나오고 개인 채널만 주로 하시는 거 같던데...”

“그래서 더 파괴력이 큽니다.”

“그러면 여기 출연하는 걸로 하죠. 애들 레퍼토리 준비시켜서요.”

“아... 피디님.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네요.”

성기호는 강전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조건? 그게 뭐죠? 뭐 웬만하면 들어주는 쪽으로 하시죠?”

“음.... 그게...”

“실장님.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그 조건이 뭡니까?”

“그, 그게 프로듀서님도 출연해주는 조건입니다.”

‘응?’

강전기는 자신도 나가야 한다는 조건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성기호는 자신이 핑크엔진과 같이 있으면 여왕벌 느낌의 분위기가 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여타 다른 유명한 프로듀서들과 다르게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 아니던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같이 출연하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1부는 핑크엔진, 2부는 강전기 스페셜로 가는 게 어떨까요?”

성기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고 강전기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깔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하시죠. 뭐. 까짓거….”

강전기의 입에서 승낙이 떨어졌다.

어차피 김강호의 노래 능력도 갖췄으니 콜라보를 한다고 해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반응 괜찮을 겁니다. 천재라고 불리는 차미 아닙니까. 같이 콜라보하면 화제 좀 끌겠죠. 차미 씨가 방송에 잘 안 나와서 그렇지 배우형 솔로 아티스트 아닙니까?”

차미는 배우급 미모를 자랑하는 솔로 가수로도 유명했다. 기획사에서 처음에는 배우를 시키려고 했다는 카더라 소문도 있었으니까….

‘항상 보이쉬한 스타일로 입고 나와서 그렇지 얼굴이 깔끔한 배우상이긴 해. 확실히...’

강전기의 머릿속에 차미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청나게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미녀였다.

‘그러니까 스타가 됐겠지.’

“그럼 기획팀에서 방송 내용하고 콜라보 곡들 협의 좀 해주세요. 저는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저, 정말이요?”

“네. 맞춰서 하죠. 뭐. 차미 씨 노래도 대충 알고 있으니까요.”

확실히 차미의 곡이 대중성이 강하다 보니 웬만한 곡은 거의 다 알고 있는 강전기였다.

“알겠습니다. 프로듀서님. 혹시 빼고 싶은 곡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아! 성 실장님. 실장님은 이거 좋은 반응이 나오도록 계속 신경 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같이 순위권에서 같이 경쟁하는 사이다 보니 우리 애들하고 같이 방송하는 게 파괴력이 클 겁니다. 그리고 피디님과 같이 나오는 그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성기호가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는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크흠... 그래요. 더 이상 안건 없으면 회의 끝내시죠.”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피디님.”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얼마 후 차미의 작은 정원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은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다. 노출에 대한 논란을 싹 다 가라 앉혀버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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