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52화 (25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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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엔터테인먼트의 부상

“어머…. 갑자기 얼굴이….”

볼이 홍당무처럼 붉어진 차미가 심호흡을 하며 상황을 무마하고 있었다.

‘재밌네.’

존잘남 행세도 이제 궤도에 올라서 그런지 나름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는 강전기였다.

‘참 인생이 불공평해.’

잘생긴 사람은 어딜 가나 환영받는 세상!

원래는 그런 불공정함을 한탄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만큼 강전기가 성장했다는 뜻이었다.

“이쯤 해서 분위기도 전환할 겸 노래를 좀 해볼까요?”

“아…. 제가 좀 주책이죠? 프로듀서님이 제 곡을 같이 부르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그 첫 번째 곡이 제가 데뷔 초반에 불렀던 ‘다비드’라는 곡이네요. 아휴….”

“네. 제가 정말 애정하는 곡입니다. 데뷔 초에 그 카랑카랑하셨던 목소리도 개성 넘치셨구요. 들으면 왠지 모르게 신이 나더라구요.”

강전기가 선택한 곡은 바로 그녀의 2집 앨범에 타이틀곡이었던 ‘다비드’였다.

내 남자친구가 너무 잘생겨서 정말 불안하다는 감정을 수줍게 표현한 바로 그 곡!

약간의 댄스는 덤이었다.

“소,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오글거리고 민망한 곡이긴 한데...”

이제 나이를 먹은 차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살짝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나이는 스물다섯.

강전기보다 한살이 위였다.

“같이 재밌게 한번 해보시죠.”

“그, 그럴까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이브 밴드가 자세를 잡으며 합주를 준비했다.

“그런데 리허설도 안 해봤는데...”

“뭐 그냥 한번 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다시 맞춰보시고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아... 저는 상관없긴 한데...”

자신의 노래다 보니 차미의 입장에서는 상관이 없었지만, 초면인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살짝 걱정됐다.

자신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키가 높다 보니 남자가 쉽게 부를 수 없는 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장 PD의 신호에 맞춰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시작됐다.

신나는 클래시컬 뮤직 기반의 곡인 ‘다비드’는 밴드 풍으로 바뀌어 생생하게 연주되고 있었다.

‘오... 확실히 라이브라 다르긴 하네.’

꽉 차는 라이브 사운드가 압권이었다.

강전기는 마이크를 잡고 권태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는 섹시한 몸짓으로 차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제 물이 오른 강전기의 연기력!

인트로가 끝나며 차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날 보는 네 눈빛이 투명하게 빛나. 길고 가느다란 너의 손가락. 붉게 빛나는 입술. 키다리 아저씨 같은 넌 꿈속에서 보던 나의 왕자님.]

차미의 또렷한 발음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넓은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전기는 가사에 맞는 포즈를 취하며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퍼포먼스(?) 보여주었다.

마치 가사에 나오는 남자친구처럼 말이다.

벌스가 끝나고 프리코러스 부분이 시작됐다.

[설레는 너와의 데이트. 거리의 모든 사람이 너를 보고 있어. 행복해야 하는데 짜릿해야 하는데 난 왜 떨리고 불안할까?]

남자친구가 너무 잘생겨 스트레스라는 것을 귀엽게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강전기는 가사를 음미하며 차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여유롭게 다가가 마치 현실 남친처럼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

차미는 마치 그 상황에 빠진 것처럼 순식간에 몰입하고 있었다.

일렉케이가 마치 자신의 남자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대학교 새내기가 된 것 같은 풋풋한 표정으로 말이다.

두 사람은 댄스를 가장한 율동으로 달달한 상황을 연출했다.

[넌 나의 아이돌.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넌 나의 다비드

널 완벽히 가질 거야.]

급기야 둘은 서로를 빙글빙글 돌며 노래를 불렀다.

강전기는 차미의 키에 맞춰 코러스를 넣었는데 그게 또 절묘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강호 형님의 가창력이란….’

김강호의 전성기 가창력을 손에 넣은 강전기는 차미와 대등한 수준에서 노래를 불러 스태프들과 밴드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강전기의 목소리는 김강호의 날카로운 소리가 아니라 좀 더 두껍고 남자다운 음색이라 그런지 의외로 차미의 노래와 잘 어울렸다.

‘와! 화음 미쳤다. 원곡보다 더 좋아.’

노래를 멍하니 듣고 있던 장 PD가 입을 크게 벌리며 물개박수를 쳤다.

둘 다 화성악을 공부한 작곡가라 어떻게 화음을 넣어야 좋은지 아주 잘 아는 것 같았다.

영상도 환상적이었다.

만화를 찢고 나온 현실판 다비드가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그야말로 비주얼 폭발이었다.

차미가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나와서 그런지 정말 대학교 신입생들의 간질간질하고 러브러브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진한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꽤 상기된 표정의 차미가 강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슴이 막 벅차올라. 하아... 하아...’

반면, 강전기는 웃고 있긴 했지만, 시종일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전부 그가 일부러 연출한 것이었다.

‘확실히 차미가 노래를 잘하긴 잘하네. 능력치를 한번 볼까?’

강전기는 손을 들어 차미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는 척하며 나노 머신을 착상시켰다.

차미는 강전기의 손길에 움찔했지만 다시금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지고 말았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묻었네요.”

꺄아아~~~

여자 스태프들에게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간편 분석 좀 해봐라. AI야.’

[알겠습니다. 5분 간편 분석을 시작합니다.]

잠시 쉬는 동안 강전기의 망막으로 차미에 대한 정보가 송출되었다.

===[간편 분석]===

1. 기본사항 (중요)

―키 : 162cm / 몸무게 : 41kg / 시력 1.0(좌우) / 체력 C/ 근력 C / 민첩 C / 지력 A

2. 사용자의 요구로 상대 개체와 교감을 나눌 시 유용한 분석 내용은 생략됩니다.

3. 사용자 요구 반영 분석사항 (마이너 사항)

―가창력 : A+ (A+) / 댄스 : C- (C) / 언어능력 A+ (A+) / 연기력 C- (B) / 예능감 B (B+)

#지수는 어빌 (포텐)로 표시됩니다.#

(요약)

해당 개체는 가창력과 창의력이 뛰어남. 싱어송라이터로서 능력이 출중함. 현재 대부분의 능력 어빌리티가 포텐에 근접하고 있어 개체의 사회적 위치가 높을 것으로 추정됨.

참고로 5분 간편 분석은 통계학적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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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진 재능을 만개시켰구만!’

확실히 성공한 가수다 보니 가진 재능을 전부 드러낸 것 같았다.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특정 호르몬 분석을 실시하시겠습니까?]

‘뭔데? 해봐.’

[띠링… 도파민 95/100, 아드레날린 99/100 ― 해당 개체는 호감도, 흥분도가 매우 높습니다.]

‘와우! 대박!’

소녀처럼 엄청 부끄러워하더니 알고 보니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 이놈의 인기란...’

보는 김에 차미의 성적 판타지까지 알고 싶어진 강전기는 특성 분석의 디테일을 전달해 달라는 명령을 내렸다.

‘어엇!’

AI의 분석 내용을 읽어본 강전기는 어떤 의미로 충격을 받았다.

‘차, 차미 씨가 처녀라고?’

두둥!

강전기는 지금껏 처녀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예쁜 여자들만 만나서 그런지 그녀들이 쳐녀인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차미 정도의 미녀가 쳐녀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혹시 평소 입고 다니는 스타일을 보면 페미가 아닐까 의심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브라더 콤플렉스?’

처녀라는 것도 놀라웠는데 ‘브라콤’이라니...

친오빠에게 애정을 느끼는 증상 아니던가!

그녀의 프로필을 떠올려보니 그녀에게 죽은 친오빠가 있다는 게 기억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AI야. 좀 더 자세히 알 수 없어? 너 기억도 읽는다며?’

[해당 개체는 어렸을 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흔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오빠에게 의지하며 어려운 상황을 견뎌온 것 같습니다.]

‘아....’

클래식 영재이던 그녀가 친모에게 학대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다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었다.

지금은 어머니와 절연한 상태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오빠와....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게 섹슈얼 판타지라고? 미친 거 아냐?’

[아무래도 주인님은 레벨업이 더 필요할 듯싶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인간의 규범에 얽매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친 소리! 뭐가 말도 안 되냐! 엄연히 불법이잖아! 유전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현재 불법이긴 하나 역사적으로 볼 때 드물지 않은 일로 귀족이나 왕족 간의 근친혼은 꽤 있었습니다만….]

‘과거는 꺼지라고!’

[엄밀히 말하지만, 주인님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규범에….]

‘빡치게 하지 마라. 인간 맞으니까.’

[팩트를 부정하시는 겁니까?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만....]

‘하아... 그, 그럼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하던지...’

[그건 맞는 이야기입니다.]

‘....어우 말을 길게 시킨 내 잘못이다.’

[..........]

‘처녀에 브라콤이라...’

두 가지 단어를 떠올린 강전기의 두 눈에 수심이 들어찼다.

처녀 = 부담

브라콤 = 왕 부담

상대가 자신에게 강한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뭔가 가슴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프리한 연애를 즐겼던 그 아니던가? 질척일 가능성이 있는 상대는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뭔가 내키지 않는구만.’

[매력적인 개체인 동시에 성행위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 아깝지 않습니까? 엄청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 그런가?’

[개체가 느끼는 만족감에 따라 부여되는 가점이 엄청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3성 스킬 하나쯤은 그냥 구매할 정도로요.]

‘3, 3성 스킬이라고?’

[그렇습니다. 해당 개체는 이른바 ‘석녀(石女)’로 분류되는 천연기념물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너도 그런 말 쓰냐? 되게 이상한 거 알지?’

[주인님의 수준에 맞춰서 대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AI가 자신을 맥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섹슈얼 판타지가 이 정도로 꼬여 있는 여자면 공략에 성공하더라도 나중에 후환이 훨씬 클지 몰라. 질척하게 매달리면 어쩌려고!’

[뭐 그러시던지요. 저는 그냥 제안만 드리는 겁니다.]

‘먹고 배탈 날 것 같으면 나만 손해야. 산해진미가 널려 있는데 굳이...’

점점 더 저렴한 단어를 쓰고 있는 강전기였다.

결심을 굳힌 그는 차미를 쓱 치워냈다.

‘어차피 이럴려고 출연한 것도 아니고...’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장 PD의 외침으로 다시 촬영이 재개되었다. 작곡과 아이돌에 대한 생각에 대해 추가 인터뷰를 진행한 후 마지막 곡을 부를 시간이 되었다.

“혹시 「작은 아이」 되나요?”

“네?”

강전기의 곡 선택을 들은 차미가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강전기가 선택한 곡은 기존에 하기로 이야기된 곡이 아니었다.

「작은 아이」는 내면의 어두운 감정과 20대의 혼란을 노래하는 음울한 발라드곡이었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좀 다운시킬 필요가 있겠어.’

지금까지 생겼던 달달한 감정을 싹 다 날려버리기 위한 강전기의 극단적 선택이었다.

‘차미 씨. 미안하지만 난 친오빠가 돼줄 순 없어요. 그리고 난 당신보다 어리다고!’

체격이 너무 좋아 아무리 봐도 연하로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다.

강전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를 향해 걸어갔다.

밴드를 하기 위한 악기가 아니라 그냥 장식에 가까운 장치였지만 조율은 돼 있는 피아노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냥 이렇게 라이브로 불러 보고 싶었어요.”

강전기는 차미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그러시죠.”

뭔가에 홀린 듯 대답을 해버린 차미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피아노가 연주됐다.

마치 대가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는 강전기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찰랑이는 머리가 그림처럼 귀를 타고 볼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차미는 그 장면을 보며 정신이 나갈 정도로 충격을 받고 말았다.

‘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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