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53화 (25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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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처, 처녀라니... 작가는 싫어한다.

EK엔터테인먼트의 부상

차미와 강전기의 두 번째 콜라보가 종료됐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강전기는 차미의 히트곡인 '작은 아이'를 부르며 이상함을 감지했다.

분위기를 다운시키기 위한 곡인데 시작과 동시에 무섭게 몰입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하아... 하아..."

곡을 끝마친 차미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눈가에 눈물까지 고여 있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와아아!!!

갑자기 스태프들에게서 벼락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대가 얼마나 좋았는지 다들 손을 가슴에 얹고 있었다.

"진짜 역대급 무대였어요!"

장 PD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울먹이고 있었다.

"....그, 그랬나요?"

강전기는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닌데 하는 표정.

실제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차미와 사이를 좀 두려는 포석이었는데 일이 더 꼬여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쓰읍... 이러면 나가린데... 에이 됐다. 설마 톱스타인 차미 씨가 질척거리기야 하겠어?'

고개를 돌려보니 차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의자에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매니저로 보이는 여자가 휴지를 들고 눈물을 닦아 주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괘, 괜찮아요."

강전기가 차미에게 괜찮냐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주책맞게…."

"괜찮습니다. 발라드를 부르다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프로듀서님도 그러세요?"

"네. 당연하죠."

강전기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전생에 그는 김강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따라부르며 세상이 무너져라 신세 한탄을 하곤 했다.

짝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 때문에 아파하는 것을 지켜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노래 아니던가!

일상이 비호감, 거절이 되는 남자였던 그의 명실상부한 주제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퇴근 후 어둡고 외로운 방구석에서 슬픈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다 가진 남자가 되어 있었다.

'흠... '나 때문에 슬픈 사람들'이라는 노래라도 만들어야겠는데?'

그 피해자 모임 가운데 차미도 존재했다.

왠지 질척거릴 것 같아 과감히 쳐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무리 하시는 게 어떨까요? 시간도 꽤 지난 거 같은데요?"

부담스러운 차미의 눈길을 피한 강전기가 장 PD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러시죠. 콜라보 무대 2개가 진짜 역대급으로 뽑혀서 길게 안 해도 될 거 같습니다."

차미의 상태를 봐도 더 이상 길게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잠시 후 클로징 멘트와 함께 녹화가 종료됐다.

강전기는 차미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고 부리나케 사라졌다.

차미가 강전기에게 직접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난색을 보이며 자리를 떴다.

털썩-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차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연아! 오늘 진짜 잘했어!"

차미의 친구인 장 PD가 그녀의 옆에 앉아 손으로 차미의 등을 토닥였다.

"으, 응..."

"응? 뭐야 너? 아직도 그래?"

"아니야. 괜찮아."

"으이구…. 얘가 일렉케이한테 홀딱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네."

"아,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냐. 네 얼굴에 딱 쓰여 있는데! 하여간 모태솔로 티를 내요."

"장 PD! 너 내가 확 잘라버린다! 친구고 뭐고 소용없는 거 알지!"

"아이고 무서워라. 모쏠이 짝사랑에 빠졌다고 친구고 뭐고 뵈는 게 없네! 없어!"

장서연은 한동안 차미를 놀려먹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어깨동무를 하고 조언을 했다.

"미연아. 누굴 좋아하는 건 니 자유인데 왜 하필 저런 남자인 거니..."

".........."

차미는 장서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휴! 이 철딱서니야"

성격이 괄괄한 장서연 PD는 친구로서 심성이 여린 차미를 케어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차미는 큰 눈을 들어 절친인 장서연을 응시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청초한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저런 남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딱 보니까 아우라가 엄청나던데 솔직히 외모만 보면 나쁜 남자에 연예계 최강 빌런 느낌이잖아. 여러 스캔들도 있고..."

차미의 머릿속에 강전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확실히 차가운 냉미남 계열이긴 했다. 살짝 날카로운 인상이기도 하고...

그래도 자신의 죽은 오빠와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긍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빌런이라니... 아까 방송에서 해명했잖아. 수아 씨나 신디, 에밀리 로버츠도 그렇고 아무 사이 아니라잖아."

"하아..."

장서연은 한숨을 푹 내쉰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어떻게 그걸 사실대로 믿니?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방송에 나와서 아 네! 그 여성분들이랑 썸씽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겠어?"

"그, 그렇긴 하지만..."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차미였다.

"음...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뭔데? 해봐. 난 괜찮으니까..."

장서연은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살핀 후 차미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 내가 너희 회사 말고 다른 쪽 컨텐츠도 담당하고 있는 거 알지?"

"응. 대원기획이었나?"

"맞아. 기억하고 있었네. 대원기획 소속 아티스트 중 누굴 담당하고 있는지 알아?"

"아니... 그거까지는..."

"디어엔젤!"

"아..."

"걔들 미튜브 컨텐츠도 하고 있거든. 조회수 잘 안 나와서 아마 넌 모를 거야. 근데 공무원처럼 일정 금액 이상을 받는 거라 괜찮긴 해. 그런데 철저한 보안 계약서를 쓰고 하는 컨텐츠거든?"

"보안? 무슨 보안?"

장서연의 뜬금포 발언에 차미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들이 입이 좀 거칠어. 넌 그 정도만 알고 있으면 돼. 나도 계약서에 서명한 상태니까 말하긴 좀 곤란하고..."

"디어엔젤이라면 3세대 청순가련형 그룹이잖아."

"그래. 그러니까 보안 계약서를 썼지. 쉿! 그게 문제가 아니야. 연예계에 겉 다르고 속 다른 애들이 어디 한둘인 줄 알아? 조용히 듣기나 해."

장서연의 말에 차미는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였다.

장 PD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 놀라웠다.

디어엔젤측에서 미튜브 컨텐츠에 일렉케이를 섭외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해서 머리가 아팠으며, 하는 수 없이 EK 엔터에 섭외 요청을 했으나 단박에 까였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알려주고자 촬영 시 대기실로 찾아갔는데 문 앞에서 디어엔젤 멤버들이 하는 말을 살짝 엿들었다고 했다.

"뭐라더라? 참 어이가 없어가지고..."

"뭐라고 했는데 그래?"

"디어엔젤이 일렉케이한테 곡을 받고 싶은가 보던데... 지원희가 정미래한테 그때 룸에서처럼 육탄 돌격을 하라고 시키더라."

"유, 육탄 돌격?"

"주아라가 오는 바람에 더 자세히는 못 들었는데 나중에 하는 말이 주아라한테도 '너 일렉케이랑 친하지? 솔직히 예전에 썸씽 있었잖아! 빨리 우리 곡 언제 주는지 좀 물어봐' 이러면서 주아라를 막 닦달하더라고..."

"주아라 씨가 리더 아냐?"

"맞아. 그런데 지원희네 집이 장난 아닌가 봐. 자세히는 모르지만... 멤버들끼리는 거의 실질적인 리더 같던데?"

".........."

차미의 얼굴에 수심이 들어찼다. 디어엔젤에... 룸에서처럼 육탄 돌격이라니... 그래도 너무 작은 단서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 그게 룸에 같이 있었다는 증거는 아니잖아. 안 좋은 방법을 써서라도 곡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거 아냐?"

"하... 얘가 점점... 물론 모든 게 다 정황 증거이긴 한데 아무튼 조심하라고! 일렉케이 프로듀서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설마...."

장 PD의 실로 날카로운 분석이었다.

확실히 업계 사람이다 보니 정보가 뛰어났다.

"너 어디 가서 절대 이런 이야기 절대 하면 안 된다. 알았지? 나 업계에서 매장돼. 회사 대표님이 그러는데 지원희네 집안이 어마어마하다더라."

"아, 알았어. 입 다물고 있을게."

장서연은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모범생인 차미를 믿기로 했다. 차미는 친한 연예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성의 남자와는 엮이지 않는 게 최선이야.'

여전히 그녀의 눈엔 차미가 여리게만 보였다.

하지만 차미의 머릿속엔 여전히 피아노를 치던 오빠의 모습이 계속 어른거리고 있었다.

'오빠...'

# # #

며칠 후 차미의 작은 정원 촬영분이 미튜브에 공개됐다. 첫 번째로 핑크엔진의 녹화분이 업로드되었는데 차미와 함께 콜라보한 무대가 대중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핑크엔진은 다미의 엉밑살 노출이라는 자극적인 어그로성 이슈를 단번에 묻어버리고 실력이 출중한 4세대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멤버 4명 전원이 메인 보컬감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핫이슈에 등극한 것이다.

- 와! 차미랑 콜라보 한 영상 봤음? 가창력 미쳤던데?

- 경연에서 괜히 우승한 애들이 아님. 가창력은 그때부터 넘사벽이었음.

- 막내 시유는 무슨 차미 쥬니어 같더라. 음색 장난 없음.

- 누가 핑크엔진을 노출 이슈로 폄하하려 하는가! 다미는 그냥 우월한 DNA를 가진 것뿐인 걸로 밝혀져….

- 핑크엔진 스타일리스트는 제발 일관성을 유지하길 바란다. 악플에 흔들리지 마시길...

시간이 지나자 3위권에 머무르던 핑크엔진 정식 데뷔곡인 'Take my heart'는 마이하트와 음원 강자들을 제치고 드디어 1위에 등극했다.

마이하트가 일본 공연으로 자리를 비워 약빨이 떨어진 틈을 잘 공략한 결과였다.

"크…. 빈집 좋았다. 정식 데뷔 1위 달달하네."

성기호는 스밍 차트를 확인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가 왜 달달해? 달달하면 내가 달달하지. 저작권으로..."

기획실장 사무실에서 노가리를 풀고 있던 강전기가 성기호를 가볍게 타박했다.

"아... 내가 브랜뉴 걸그룹 채널에서 핑크엔진이 무조건 1위 할 거라고 예언했었거든."

성기호는 예언이 들어맞아 뿌듯한지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야이 자식아. 너 그거 그만하라고 했지! 회사에서 확 파내버린다!"

"지, 직접 나온 건 아니라고! 그냥 전화 통화로 나온 거야."

"그게 그거지!"

"워워... 전기야. 차분히 생각하자!"

"차분은 무슨 차분!"

"아니... 솔직히 미튜브에서 우리만한 아군이 어디 있냐? 너 모르나 본데 브랜뉴 걸그룹 이제 40만 구독자 달성했다."

"아... 그래?"

'오덕이 40만명이나 있다고?'

강전기조차 40만이라는 숫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핑크엔진 여기저기서 공격받을 때 우리가 화력을 들이부어서 눈물겹게 방어했다고! 내 인터뷰도 그 일환이였어. 진짜야."

"크흠... 그건 고맙다만... 인마 다 네 미튜브 조회 수 때문에 그런 거잖아!"

"오우! 노! 절대 안 그래. 강전기 넌 날 너무 쓰레기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

강전기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성기호를 바라보았다.

'그래. 기호 녀석의 오덕 부대가 몸빵은 잘하지. 페미나찌들이 노출 논란을 이슈로 삼아 공격했을 때 잘 방어해줬으니까.'

"뭐... 네 채널 구독자들의 공이 크긴 컸지. 그래도 티 안 나게 활동해라. 항상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란 말이다."

"다,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 우린 EK엔터테인먼트 친위대야."

"그럼 인마. 당연하지. 그건 그렇고... 레몬캔디는 어떻게 정식 데뷔시킬 거야? 핑크엔진도 1위 했는데 레몬캔디도 그 뒤를 이어야 할 거 아냐."

"안 그래도 스태프들하고 회의했어. 아무래도 레몬캔디는 기존 이미지대로 포지션을 가져가야 할 것 같아."

"그건 당연한 거고!!"

강전기는 레몬캔디만큼은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걸크러쉬? 하... 개나 주라고! 걸그룹은 소녀다워야! 한단 말이다!'

틀딱의 눈에서 강렬한 안광이 터져 나왔다.

핑크엔진은 어쩔 수 없이 걸크러쉬 컨셉을 일부 차용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온 건 아니었다.

"으음... 전기야. 너무 흥분한 거 같다. 안 그래도 프레시한 느낌으로 갈 거야. 청정 아이돌 이미지로다가..."

"좋아. 하지만 평범한 건 절대 안 돼. 구태의연한 답습은 절대 허용하지 않아!"

"뭐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어?"

"당연하지. 돈을 그냥 쏟아부을 거다. 어마어마하게…. 킥킥..."

강전기는 진짜 최종 빌런처럼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기민이 형. 레몬캔디는 수익 안 낼 거에요. 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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