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54화 (25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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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연재주기가 일정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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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엔터테인먼트의 부상

"돈을 쏟아붓는다고?"

"그래. 당분간 레몬캔디로는 수익을 낼 생각이 없어."

"그, 그렇구나. 흐음..."

성기호도 나름대로 고민에 빠진 모양이었다.

레몬캔디가 어떤 팀이던가?

재벌3세 이기민 전무가 자신의 방송국인 뮤직넷에서「걸즈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인재(?)를 선발한 팀이다.

중, 고등학교를 저인망식으로 훑어 예쁜 소녀들만 모았다는 도시괴담급 소문의 팀.

청량한 비주얼만큼은 그야말로 그랜드마스터 끝판왕급 아이돌이었다.

선발 과정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팬덤이 생기기 시작했고 4세대 걸그룹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당당히 실력을 입증했다.

더구나 이 팀은 기존 육성 비용들을 다 털어버린 후 영입되었다.

물론 그런 육성 비용이 방송 수익으로 연결된 것이지만 어쨌든 레몬캔디는 부채가 하나도 없는 우량 자산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기민이 형한테 잘해야지. 나한테 프로듀싱 전권을 준 건 확실히 특혜나 다름없으니까….'

이제는 성공시킬 일만 남은 셈.

강전기는 핑크엔진과 달리 아주 살짝이지만, 부담감이 느껴졌다.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던 성기호가 강전기를 돌아보았다.

"전기야. 레몬캔디는 어떤 식으로 프로듀싱할 건데? 대충이라도 이미지는 잡았을 거 아냐?"

"프리 싱글때처럼 귀엽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고급진?"

"어차피 여초는 신경 안 쓸 거지?"

"크흠... 신경을 안 쓴다기보단... 야! 프리 싱글때도 여성 팬들 붙도록 친구들끼리 여행가는 컨셉이였잖아. 벌써 잊어먹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좀 더 남성향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탕!

강전기는 살짝 짜증이 나는지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야 인마! 레몬이들이 너 좋으라고 있는 그룹이야?"

"그, 그냥 해본 소리야."

강전기도 성기호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케이팝에서는 씹덕 노선을 타면 망하게 되어있는 게 사실.

남성향이라도 여성 팬을 잡냐에 따라 1티어로 가는 길이 열리는 법이었다.

'어차피 니뽄쪽에서 오디션을 열고 내 맘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으니 아쉽지만, 국내는 중도를 걸어야지. 물론 내 취향은 충분히 반영된….'

강전기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성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쨌든 아주 고급스럽게 뮤직비디오를 찍을 거야. 8개 정도…."

"응? 뮤비를 8개나?"

"그래. 한꺼번에 기획해서 동시에 찍으면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거야. 물론 하나의 타이틀 원본은 있되 멤버 개성을 나타내는 영상 총 일곱 개를 추가로 만드는 거지."

"그러면 미튜브 조회수에서 손해를 볼 텐데..."

"상관없어. 시간을 두고 공개할 거니까. 그리고 수익은 무시한다고 했잖아. 뮤직비디오 비용은 음반, 굿즈, 음원 수익으로 최대한 커버해야지. 초반에는 각 멤버별 고유의 브랜드를 구축할 거야. 아주 장기적인 프로젝트지."

".........."

"감이 오냐?"

"혹시 이거 정규앨범이야? 각 멤버마다 솔로곡도 있고?"

"큭큭... 역시 오덕후의 수장! 킹 답구나. 맞아. 앨범에는 총 10곡 정도를 넣을 거야."

"미친... 진짜 돈을 쏟아부으려고 작정했구나!!"

그야말로 상식 파괴였다.

"어차피 레몬캔디 팬덤은 소비력 하나는 끝내주잖아."

"아재 팬 분들이 많긴 하지..."

"앨범, 굿즈 판매만 어느 정도 되면 손해는 안 날 거야."

"흠... 그러면 문제는 곡인데..."

성기호는 살짝 걱정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훗... 문제는 무슨..."

"어? 너... 혹시 벌써 다 만들어 놓은 거야? 10곡 전부?"

"큭큭...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떠오르는 천재 일렉케이 아니겠냐!"

"미친놈. 오덕킹은 너구만. 언제 그걸 다 만들어놨대?"

"그까짓 거 뭐 오래 걸린다고..."

팔짱을 끼고 한껏 잘난 체하는 강전기였다.

"....와 어이가 없네."

성기호는 진짜 기가 막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무슨 곡 자판기도 아니고...'

사실 강전기는 단합대회를 다녀온 후 요 며칠간 녹음실에 틀어박혀 작곡에 매진했다.

핑크엔진은 싱글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만, 레몬캔디는 정규앨범이라 상당히 공을 들여 곡을 만들었던 것이다.

'핑크엔진은 대중성, 레몬캔디는 앨범, 굿즈 판매가 강점이니까 이게 맞다.'

강전기는 래몬캔디 정규앨범을 덕후들의 지갑을 확실히 터는 형태로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전기야. 나 궁금한 게 있어."

갑자기 생각에 잠겨있던 성기호가 질문을 해왔다.

"응? 뭔데?"

"요즘 작곡 트랜드가 집단 창작이잖아. 최근에 보면 저작권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이 10명이 넘어가기도 하던데..."

"그렇다더라."

"그런데 넌 왜 혼자서 다 하는 거야?"

".........."

강전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성기호를 응시했다.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설마..."

"그래.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알겠어? 혼자 하는 게 훨씬 나으니까 그렇지. 짭짤하기도 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강전기 본인의 작곡 능력과 인공지능의 시뮬레이션 기능이 합쳐지면서 마치 천명의 작곡가가 같은 생각으로 합심해서 곡을 만든 것 같은 효과가 나오니 말이다.

그러니 대충 평범하게 곡을 만들어도 짜임새 있고 트랜디한 곡이 쭉쭉 나오곤 했다.

'옆에서 작곡가랍시고 뭣도 모르면서 나불대면 짜증만 나는 거지.'

"그, 그래. 항상 옆에 있어서 실감이 안 났는데 너 진짜 미친 괴물이었구나."

"새삼스럽게 왜 그래 이 자식아."

강전기는 손등으로 성기호를 툭 건드리더니 녹음실로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잠시 후.

그는 컴퓨터를 켜고 작곡한 곡들을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했다.

"아직 가사는 좀 덜 됐는데 너도 의견 있으면 한번 말해봐. 우선 타이틀 곡이다."

스피커에서 밝은 분위기에 자유롭고 신나는 곡이 흘러나왔다.

"와... 진짜 10대 소녀들이 가볍고 부담 없이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곡이네. 뭔가 청량하지만 고급스럽달까…."

"살짝 힙(hip)한 느낌도 줬어. 레몬이들 이미지하고 안 맞긴 한데 컨셉을 부잣집 딸내미들로 럭셔리하게 설정하면 되니까…."

실제로도 이기민 전무 직계 아니던가...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 거야? 난 괜찮은 거 같은데?"

"내가 뼈대를 잡을 테니 세부적인 사항은 네가 책임지고 진행해. 알았지?"

"그래 알았어. 회사 스태프들하고 협업해서 잘 진행할게. 우리 회사 직원들도 능력 있는 사람 많아. 4대 기획사에서 돈 많이 주고 스카웃 해왔잖아."

"그래. 직원들은 이럴 때 써먹는 거지."

"기민이 형네 의류 회사랑도 이야기해 봐야겠다."

"무조건 럭셔리한 브랜드로 해야 된다. 외국 명품 브랜드면 더 좋고..."

"그래 알았어. 다른 곡도 좀 들려줘 봐."

"오케이. 다음은 개인 솔로곡인데... 보경이가 작곡한 곡이야. 물론 내가 손을 많이 봤지."

과학고 2학년인 이보경이 틈틈이 작곡한 곡이었다. 일찍이 수학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천재성을 드러내고 있던 이보경.

강전기는 이보경에게 톡이나 메일로 틈틈이 작곡 지도를 해주고 있었다.

그 결과 본인이 부를 곡과 리드보컬인 이유리의 솔로곡까지 만들어 버린 것이다.

"작곡 가능한 아이돌로 마케팅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앨범에 아마추어의 곡을 넣어도 괜찮은 거야?"

"훗... 너도 들어보면 알게 될 거야."

강전기는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이보경이 작곡한 곡을 플레이했다.

잠시 후.

"와! 뭐야! 리틀 일렉케이잖아? 타이틀곡보다는 걸리쉬한데 이 곡도 느낌 있다."

"그게 보경이 솔로곡이야. 타이틀곡을 들려줬더니 비슷하게 만들어왔더라고... 일렉케이 수제자라고 홍보해도 되겠냐?"

"허... 미친..."

성기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고 강전기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지 마라. 앨범에 수록될 몇몇 곡들은 유리가 작사할 예정이야."

"엥? 이유리가?"

"맞아. 시랑 소설 쓰는 걸 엄청 좋아하더라고... 글에 센스도 있고..."

강전기는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사람처럼 여러 가지 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나노머신이 완벽하게 분석한 결과였지만 그게 무슨 대수던가...

이보경의 천재적인 음악적 능력과 이유리의 S급 언어 능력을 데뷔 앨범에 선보이기로 했다.

"............"

성기호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멍한 상태였다.

"....설마 너 이걸 미리 다 준비해놨던 거야? 어떻게?"

"쯧쯧... 넌 인마. 집에 가서 '걸그룹 4차대전'이나 정주행해라. 내가 애들 처음 만났을 때 진단 내리고 평가했던 거 까먹었어?"

"아니... 사람이 괴물도 아니고 그걸로 어떻게 능력을 파악해?"

"됐고! 넌 얼른 기획이나 짜라.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멤버들의 능력에 대해 빠삭하게 분석하고 있는 강전기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자 대충 어물쩍 넘어가기로 했다.

"이걸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허..."

"그냥 받아들여.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 세상에 천재가 나만 있냐?"

"그래도..."

점점 더 뻔뻔하게 진화하고 있는 강전기였다.

"어이구... 아 참! 그리고 커플링 곡도 괜찮아. 초희 솔로곡이랑 소연이 곡도 잘 빠졌고…."

"....뮤비 8개를 만든다는 거 진짜구나?"

"그럼 거짓말하는 줄 알았어? 뭐 어쨌거나 초희는 전반적인 능력치가 골고루 높아서 제일 괜찮게 나온 거 같아. 곡 한번 들어봐."

현재 고3인 김초희(별명 : 김선녀)는 키가 167cm에 가창력 B+, 댄스 B, 연기력 B, 예능감 S라는 상당히 높은 포텐을 지니고 있어 어찌 보면 솔로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초희가 부를 곡은 뭔가 뮤직박스 사운드 같은 게 들리네. 신스 멜로디도 강하고..."

"맞아. 일렉트로닉 사운드야. 살짝 신비로운 분위기로 만들어봤어. 초희 별명이 선녀잖아."

"괜찮은데?"

"소연이 곡은 어때?"

"소연이가 부를 곡은 우리가 좋아하는 그 맛인 거 같은데? 상큼, 발랄, 귀욤.... 뭔가 세일러문이 생각난다..."

"날카로운 새끼..."

"크크크..."

강전기와 성기호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고 말았다.

"널 살균해버릴 거야!! 이런 상큼한 느낌으로 만들 거야."

"뭔가 오그라들긴 하지만 공소연이라면 수긍할 수밖에 없겠는데?"

"후후후... 아무튼, 나머지는 누가 남았지. 아... 정우리는 발라드로 녹음할 거야."

"차은성이랑 남민지는?"

"그 두 무능력자는 그냥 개그 듀오로 엽기 컨셉이지 뭐. 심하진 않고 귀여운 수준이지.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쯤으로 나오면 어떨까 싶어."

"걔들 가창력 생각하면 듀오로 넣어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지."

"안 그래도 음역대 맞춰서 작곡하는데 힘들었어."

지금까지 아주 쌩쌩하다가 개그 듀오 부분에서는 피곤하다는 듯 인상을 쓰는 강전기였다.

"그래 그러면 너는 곡 완성해서 녹음 좀 해줘. 나는 스탭들하고 추후 스케줄 좀 짜볼게."

"오케이. 수고해라. 기획실장아."

강전기는 잡다한 일은 성기호에게 맡기고 레몬캔디 멤버들을 불러서 앨범 제작에 착수했다.

# # #

그 후로 약 이 주 후.

드디어 차미의 작은정원 채널에 프로듀서 일렉케이와 콜라보한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시청자들은 뜬금없는 조합에 의아해했지만 콜라보한 곡을 듣고 영상을 여기저기로 퍼 나르기 시작했다.

[천재 싱어송라이터 차미, 프로듀서 일렉케이와 환상의 콜라보를 선보여..]

[차미, 일렉케이! 원곡을 뛰어넘는 미친 라이브!]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새로운 썸? 네임드로즈의 신디는 어쩌나...]

[차미, 드디어 모태솔로 탈출하나?]

미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서 그런지 각종 언론에서 차미와 콜라보에 대한 내용이 마구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딸깍-

기사를 읽던 강전기는 브라우저를 끄고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흐음..."

기사도 그렇고 댓글 반응도 그렇고 최근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레몬캔디 정식 데뷔는 앞으로 3주 후...

그는 섭외가 들어온 프로그램의 목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레몬이들은 살짝 불안한데 이 기회를 살려서 홍보 좀 해볼까….'

강전기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래. 뭐 까짓거 이미 버린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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