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59화 (25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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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끝부분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디어엔젤

‘디어엔젤이라….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무심했네.’

강전기는 외모로는 절대 까일 수 없는 노답 3인방과 친구(?)인 주아라를 떠올렸다.

특히 노답 3인방은 곡을 받기 위해서 육탄 돌격까지 감행하지 않았는가!

“아무래도 약속은 지켜야겠지?”

전기는 휴대전화를 들어 주아라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강전기 : 이제 작업 같이해야지?]

그러자 30초도 안 돼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응. 오랜만이네.”

만난 지 꽤 지나서 그런지 살짝 어색함이 느껴졌다.

[유명하신 프로듀서님께서 이제야 시간이 나신 거야?]

“은근히 돌려 까는 거 같다?”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뒷방 늙은이 취급받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일렉케이 프로듀서님을 돌려 까나요?]

“또 괜한 소리 한다.”

솔직히 말하면 전기는 주아라가 살짝 불편했다. 대충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녀는 과거 원판이 저지른 흑역사의 산증인 아니겠는가.

원판은 SSJ의 차기 연습생 풀을 박살 나게 만든 장본인으로 자신이 했던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괜한 소리가 아니야. 내가 요 몇 달간 EK에서 나온 애들 덕질 좀 했징.]

“응? 덕질이라니?”

[스타일이 예전에 내가 하고 싶어했던 그런 이상형이였어.]

“세 팀 중 누구? 클로버즈는 아닐 거고...”

[레몬캔디. 요즘 내가 걔들 영상 보는 맛에 살 거든. 솔직히 핑크엔진은 실력으로 엄두가 안 나더라고….]

“레몬이들이 맘에 들었나 보네.”

[레몬이? 큭큭…. 곡이 워낙 좋긴 했는데 재벌 상속녀 컨셉 너무 좋더라. 솔직히 우리가 하는 청순가련 컨셉은 이제 한물갔잖아.]

“무슨 소리야. 만들기 나름이지.”

[오!! 강전기! 역시 일류 프로듀서라 이건가?]

“그냥 최선을 다하는 거지 뭐.”

[자신감 좋다. 아무튼, 우리 언제 가면 되는 거야? 우리가 EK로 갈까? 아니면 우리 회사로 올래?]

“흠…. 내친김에 대원기획 구경이나 좀 해볼까?”

[그러던가. 뭐 볼 건 별로 없지만….]

“그냥 기분 전환이지. 일단 샘플로 몇 곡 들고 갈게.”

[그래 주면 고맙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요즘 우리한테 오는 곡들이 죄다 형편없어. 작곡가들도 아는 거지. 까딱하면 탑 100에 못 들고 쫄딱 망할 수도 있으니까.]

“자신을 좀 가져봐.”

[일렉케이 프로듀서님이 곡을 주신다는데 소녀가 힘을 내봐야죠.]

“후후... 아무튼, 내일 오후쯤 가면 되나?”

[아무 때나 괜찮아. 회사에는 내가 말해놓을게.]

“그래. 그럼 내일 보자.”

통화를 종료한 전기는 컴퓨터를 켜고 적당한 곡을 골라보기 시작했다.

‘이걸로 할까?’

레몬캔디 정식 데뷔 앨범에서 탈락한 곡이었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곡이었다.

‘괜찮을 거 같은데? 세련됐지만 살짝 레트로 감성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레몬캔디 타이틀곡과 비슷한 풍이었지만 두 그룹의 결이 그다지 다르지 않은 터라 그냥 무난할 것 같았다.

‘그래. 재활용 곡이지만 내가 키우는 그룹도 아니고 이 정도면 됐지 뭐.’

강전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온전히 하루를 더 쉬었다.

* * *

띵-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훤칠한 사내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이고…. 프로듀서님. 안녕하세요. 김성원 실장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일렉케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실장님.”

“귀하신 분이 이렇게 누추한 곳에 오시다니…. 이쪽으로 가시죠. 애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전기는 디어엔젤 컴백과 관련해 대원기획을 방문했다.

[대원기획]

나름대로 히트 그룹을 배출하며 아이돌 명가라는 명성을 쌓았지만 2세 경영 체제로 바뀐 후 내놓는 그룹마다 죽을 쓰고 있는 회사.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제작에 참여한 디어엔젤 이후로 명성이 급격히 추락 중이었다.

2년 전.

소속사 내 성 추문 사건이 발생해 이미지까지 떡락한 상태로 괜찮은 연습생들은 이 회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소문이었다.

‘음…. 그래도 부자는 3대는 간다더니 아직 상황은 괜찮은 모양이네. 슈퍼리치 지원희의 영향인가?’

대원기획의 사무실을 슬쩍 둘러본 강전기는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부정적이던 이미지가 다소 개선되는 것 같았다.

“프로듀서님. 여깁니다.”

평범한 인상의 김 실장이 회의실 문을 열어 전기를 안내했다.

“감사합니다.”

강전기가 회의실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멤버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잘 있었어?”

강전기는 가벼운 미소로 디어엔젤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그, 그럼...”

그룹의 실질적 리더인 지원희가 대표로 인사하며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존일보의 손녀인 지원희는 오늘도 아주 고급스러운 명품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패션이었다.

‘유두가 까맸었지.’

가라오케에서 봤던 지원희의 가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라? 우리 애들하고 안면이 있으신가 보네요.”

아무래도 김 실장은 강전기와 디어엔젤의 관계를 모르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예전 소속사에 있을 때 아라하고 친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하고도 안면이 있고요.”

“아…. 그러시구나.”

김 실장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손뼉을 쳤다.

“실장님. 죄송한데요. 지금부터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워, 원희야. 그래도 회사 일인데 내가 좀 알아야….”

“괜찮아요. 어차피 프로듀서님이 곡을 주러 오셨으니 확정적이라고 봐도 되잖아요.”

“그, 그래도 컨셉이나 음악 장르나 그런 상의를 좀...”

“김 실장님. 최근에 차트 안보세요? 지금 상위권에 피디님 곡이 몇 곡인데... 지금 피디님 실력을 의심하시는 거예요?”

“아니 아니... 그럴 리가...”

“그러면 저희 편하게 이야기하게 자리 좀 비켜주세요.”

지원희의 말에 김 실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갔으나 옆에 있던 주아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그, 그래요. 편하게 말씀 나누세요.”

김 실장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회의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흠... 역시 사람은 바뀌질 않는 건가?’

소속사 실장도 개무시하는 지원희에게 살짝 짜증이 났지만, 전기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야. 지원희.”

“으, 응?”

“넌 어째 이전하고 바뀐 게 하나도 없냐?”

강전기가 차가운 말투로 지원희를 째려보았다.

“아니 난 그냥 주인... 아니 너 편하게 해주려고….”

“쉿! 변명은 그만...”

강전기가 지원희의 말을 냉정하게 잘라버렸다.

“오, 오랜만이네. 여기 앉아.”

주아라가 적절하게 분위기를 전환했다.

연노랑 셔츠에 타이트한 흰색 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에게 청순한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그래. 고마워. 드라마 잘 봤어. 재밌던데?”

“그래? 걱정했는데 잘 돼서 다행이야.”

주아라가 최근 출연한 드라마가 꽤 괜찮은 시청률을 올리며 방영되는 중이었다.

“촬영은 다 끝났으니 마지막까지 기세가 이어지면 원이 없겠다.”

“잘 되겠지 뭐.”

그래도 소속사 동기라 그런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전기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장미는 그동안 잘 있었어?”

전기는 대각선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백장미를 바라보았다.

“네. 잘 있었습니다.”

대답하는 백장미의 눈동자에 기쁨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강전기가 재미있는지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얘는 여전하네. 진짜 내 신도라도 된 것 같은 표정이야.’

백장미는 아직도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외모였다. 아무래도 체구가 작다 보니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하얀색 빵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귀여운 인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전기는 그녀가 훈육, 지배 혹은 가학을 즐기는 변태적 성향이었다는 게 떠올랐다.

‘어라? 혹시 아직도 구속된 상태? 설마...’

[띠링- 도파민 100/100, 아드레날린 100/100, 해당 개체의 호감도 및 흥분도가 완벽한 상태입니다.]

예전에 백장미에게 옮겨갔던 나노봇이 정보를 전해왔다.

‘헉....’

수정처럼 반짝이는 눈빛을 자세히 보니 뭔가 진짜 광신도 같기도 했다.

“크흠... 요즘은 노래할 때 좀 수월해졌지?”

“네. 엄청 좋아졌어요.”

백장미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진짜 흥분이라도 한 듯 콧잔등을 씰룩거리며 귀 옆으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잠깐…. 너희 동갑이잖아. 장미야. 넌 왜 얘한테 존댓말 하는 거야? 저번에 같이 술도 마셨잖아.”

주아라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괜찮아. 난 존댓말이 편해.”

백장미는 그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아. 그래?”

주아라도 백장미의 눈빛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느꼈는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우리 프로듀서님인데 존댓말 좀 하면 어때? 하하하….”

블랙앤화이트로 섹시하게 차려입은 정미래가 자신도 여기 있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

강전기는 정미래를 흘깃 쳐다보며 다시 주아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왜! 나만!!’

꽈악-

가볍게 무시당한 정미래는 분함에 자신의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

강전기는 주아라와 다른 멤버들의 외모를 살피는 중이었다.

‘음……. 이제는 인기로 봐선 거의 2티어로 떨어졌지만, 확실히 외모로는 1티어긴 해.’

포 센터즈!!

센터가 4명이라는 뜻의 별칭으로 아직도 청순가련형 그룹이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룹이긴 했다.

“어라? 그런데 한 명은 어디 갔지?”

디어엔젤은 분명 5인조 그룹이었다. 전기는 이제야 메인보컬이 빠져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였다.

덜컹-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손에 테이크 아웃 커피를 잔뜩 쥐고 있는 여자가 정신없이 소리쳤다.

“다, 다녀왔어. 헉헉...”

얼굴을 보니 디어엔젤의 메인보컬 한소진이었다.

지원희가 커피 심부름이라도 시켰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수고했어. 소진아.”

주아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소진이 가져온 커피를 건네받더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안녕하세요?”

“으앗! 아, 안녕하세요.”

한소진은 일렉케이 프로듀서를 보고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넌 왜 이렇게 늦었어?”

지원희가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한소진을 타박했다.

“죄송해요. 언니. 가게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소진은 쭈글이 모드로 말을 얼버무리며 고개를 숙였다. 팀의 막내였지만 서열도 역시 최하위인 듯했다.

‘얼굴에 그늘이 짙구나.’

구멍 난 포 센터즈의 가창력을 훌륭하게 커버해주고 있는 고음 셔틀 한소진.

외모로 따지면 포 센터즈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그리 빠지는 편은 아니었다.

‘이것들이…. 팀내 왕따 뭐 그런 건가?’

분노한 강전기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어맛!”

디어엔젤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강전기의 행동에 몸을 움찔했다.

삽시간에 회의실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후...”

“왜, 왜 그러시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듯 지원희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번에 내가 팀워크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던 거 같은데…. 벌써 잊어먹었어?”

지원희는 전기의 차가운 시선이 못내 견디기 힘든 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아... 그건...”

“왜 너희가 하락세인지 이제 알겠어. 이건 곡 문제가 아냐.”

“..........”

멤버들은 강전기의 기세에 눌려 입을 꾹 닫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커피 심부름은 배달을 시키든지 아니면 매니저한테 부탁하면 되지. 왜 소진 씨가 직접 다녀온 거예요?”

“그, 그게...”

한소진이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지원희가 끼어들었다.

“막내가 요즘 살이 올라서 우, 운동 삼아 다녀온....”

적절한 변명이었지만 전기가 보기엔 한소진의 피지컬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포 센터즈가 다들 말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었다.

“지원희 입 다물어.”

“죄, 죄송...”

일렉케이가 화가 많이 난 듯 하자 회의실에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띠링… 간편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레포트를 송출합니다.]

한소진에게 미리 침투시켜놓았던 나노 로봇이 정보를 전해왔다.

수신 받은 한소진의 레포트가 망막으로 주르륵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응? 가창력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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