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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엔젤
===[간편 분석]===
1. 기본 사항 (중요)
―키 : 164cm / 몸무게 : 48kg / 시력 1.0(좌우) / 체력 C / 근력 C / 민첩 D / 지력 C
2. 사용자의 요구로 상대 개체와 교감을 나눌 시 유용한 분석 내용은 생략됩니다.
3. 사용자 요구 반영 분석 사항 (마이너 사항)
―가창력 : B+ (S+) / 댄스 : C+ (B) / 언어능력 C (B) / 연기력 C (C+) / 예능감 D+ (C)
#지수는 어빌(포텐)로 표시됩니다.#
(요약) 해당 개체는 다른 능력은 평범하나 가창력에 특화되어 있음. 하지만 성대 혹사와 스트레스성 거식증으로 성대 결절 초기 상태로 진단됨.
빠른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대의 섬유화가 진행되어 가창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음.
제대로 된 보컬 트레이닝이 급선무이며 자신감 회복과 체력 훈련이 추가된다면 포텐을 만개할 수 있을 것임.
참고로 5분 간편 분석은 통계학적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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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미친... 가창력 포텐이 S+도 있었나? 와....’
강전기는 한소진의 황당한 특수 능력치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 이런 인재가 여기에 이렇게 숨어 있었다니... 참 세상은 넓고도 좁구나.’
걸그룹 매니아였던 전기도 한소진의 보컬 실력을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제대로 된 보컬 트레이닝도 시키지 않고 그냥 냅다 메인보컬을 시켰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본래 한소진은 연습생으로 합류한 지 2개월도 안 돼 데뷔했는데 그녀가 받은 교육은 거의 댄스 위주였다는 기사를 기억해냈다.
‘와.... 그럼 이 아이는 지금까지 그냥 본신의 재능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건가? 이놈의 회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막장 아냐?’
한소진은 1세 경영인이었던 대표가 다른 회사에 데뷔조 메보를 빼앗기자 급하게 노래방에서 캐스팅한 멤버였다.
외부로 공표는 안 됐지만, 기존 멤버들에게는 그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했고 그녀의 집안도 상황이 좋지 않아 무시당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그래서 한소진은 곡이 나올수록, 년차가 쌓여갈수록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이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거기다 멤버들이 하필이면 학교에서 놀던 지원희 일당들. 일진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기가 센 아이들이었다.
물론 SSJ 출신의 주아라가 조금은 커버해주었지만, 그녀조차 연기 활동으로 바빠지자 한소진을 챙길 기 힘들었다.
더구나 지원희의 히스테리가 점점 심해지고 음원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을 한소진의 탓으로 은근히 까는 경우가 많아 멘탈도 서서히 망가져 가는 중이었다.
강전기는 자신이 처음으로 했던 프로듀싱을 떠올렸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여름의 재능을 강제로 일깨워버렸던 그 기적의 순간.
그로 인해 관짝으로 들어가려던 소울퀸즈를 스테디셀러로 탈바꿈시켜놓을 수 있었다.
‘음... 이번엔 한소진이 부활의 키(Key)인가? 갑자기 텐션이 확 오르네 이거...’
이전까지 주아라 때문에 억지로 프로듀싱을 하려 했지만, 이제부터는 고인물 갱생 프로젝트를 시작할 동기가 생긴 강전기였다.
“크흠... 정신 개조는 차차 해가면 되고 일단 가져온 노래 한번 들어보자.”
“오! 신곡!”
“드, 드디어!!”
일렉케이의 박력에 주눅 든 멤버들이었지만, 신곡을 들려준다고 하자 기대가 큰지 눈에 띄게 표정이 좋아졌다.
심지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하며 적응 못 하던 주아라조차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흥분하고 있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휴대전화를 연결을 한 뒤 음원을 플레이시키자 가이드 보컬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련된 레트로 감성의 듣기 편한 하우스 풍 댄스곡이었다.
곡을 유심히 듣는 멤버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인트로를 거쳐 벌스, 브릿지, 코러스로 이어지자 디어엔젤 멤버들의 표정이 환해지고 있었다.
[....사랑해줘요.]
회의실에 설치된 스피커가 꽤 고급인 모양인지 좋은 음질로 음원을 감상한 멤버들은 곡이 끝나자 다양한 표현을 쏟아냈다.
“우와! 진짜 이게 우리 곡이야? 미쳤어!”
“너무너무 좋다. 멜로디가 너무 좋은데 듣기도 편해! 후렴구도 좋고...”
“곡이 세련됐어. 뭔가 아련하기도 하고...”
지원희 일당이 그냥 일반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입을 틀어막고 사슴 같은 눈망울로 강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주아라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복잡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그냥 연습생 동기로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그가 만든 결과물을 들어보니 그제야 최고의 작곡가라는 게 실감 난 것이다.
“아아....”
그녀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에 반해 구석에서 조용히 곡을 듣고 있던 한소진은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최근까지 별로인 노래만 불러왔던 메인보컬이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았다.
“너무 좋아요. 피디님.”
그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두 줄기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흥분도 잠시.
“....근데 이거 레몬캔디 곡 같은데...”
“어?”
“생각해보니까 가이드 보컬의 목소리가...”
주아라의 날카로운 지적에 멤버들이 동요했다.
“자. 조용!! 너희들 잘 들어. 이게 누구 곡인지 그게 뭐가 중요해? 소화는 할 수 있고?”
강전기는 그 곡이 레몬캔디가 먹다가 뱉은 사탕이라는 것을 깨달을까 봐 급히 공격적으로 말을 돌렸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 곡은 너희들이 예전에 불렀던 단순한 스타일의 곡이 아냐. 리듬감이 엄청 중요하고 창법도 트랜디하게 따라가야 해. 지원희! 정미래!!”
“으, 응?”
둘은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자 어깨를 움츠리며 서로 눈치를 봤다.
“그래! 너희들! 가창력이 거의 음치만 벗어난 수준이잖아!”
“헉...”
강전기는 가창력이 평타 정도 치는 주아라, 포텐을 찍은 일렉케이 광신도 백장미를 빼고 나머지 두 명을 강하게 질책했다.
한소진이야 다운 그레이드가 돼었다곤 하나 가창력으로는 크게 깔 게 없는 수준.
“너희들 저번에 나한테 특훈 받고 따로 연습한 적 있어? 없어? 솔직히 말해.”
추상같은 표정의 강전기가 눈을 부라리며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있어요.”
“보컬 트레이너 불러서 연습을 좀 하긴 했는데...”
“했는데?”
“....그, 그게”
“똑바로 말 안 해?”
“....잘 안됐습니다!”
“어이구... 자랑이다. 자랑이야.”
강전기는 손으로 뒷목을 잡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반면, 프로듀서 일렉케이를 보고 있는 한소진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해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 가라오케에서 있었던 하드 트레이닝(?)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장미는 연습 많이 했어?”
“넵! 많이 했어요. 이제 플랫도 안 나고 소속사 직원분들이 칭찬도 많이 해줍니다.”
“오! 그래. 역시 우등생 백장미. 칭찬한다.”
“헤헤헤...”
백장미는 IQ 90 답게 단순하기 그지없었지만, 가라오케에서 강전기를 통해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갈고닦고 있었다.
‘음... 어디 보자. 그때 백장미 가창력이 B였던가?’
강전기는 그녀의 상태를 점검했다.
- 가창력 : B+ (B → A)
‘헉! 뭐야. 미친...’
능력창에 왼쪽은 어빌 그러니까 현재 능력, 괄호는 포텐을 나타낸다.
기존 백장미의 포텐은 분명 B! 시스템조차 그렇게 표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포텐 B가 A로 증가했고 어빌 조차 B+를 찍다니...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강전기는 AI를 소환했다.
‘야! AI.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이냐? 포텐을 뚫는 경우도 있는 거야?’
[....드문 경우긴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으로 포텐의 한계를 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후…. 미치겠네. 야! 넌 왜 이런 걸 안 알려주냐? 진짜 너 너무 불친절한 거 아냐? 혹시 내가 가진 능력들도 숨겨 놓은 거 아냐?’
[숨겨 놓진 않았지만, 일정 포인트 이상 점수가 누적되면 추가 능력이 개방됩니다. 해당 스킬은 1성부터 3성까지 전부 포함됩니다.]
‘젠장!! 가만 보면 넌 나를 제한하려고 있는 거 같다?’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저는 게임 시스템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한정판으로....]
‘아. 됐고! 일단 알겠으니까 조용히 해.’
강전기는 엿 같은 AI에게 강한 불만이 생겼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사람도 아닌데 싸워봐야 나만 피곤하지. 그래도 이건 진짜 너무하네.’
솔직히 말하면 시스템이 불친절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물어보고 자세히 탐색하지 않은 자신의 실수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그래. 장미는 어떻게 연습했지?”
“네! 피디님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하루에 4시간씩 꾸준히 했습니다. 더 하려고 했는데 목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그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강전기는 백장미에게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의 의지라는 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였다.
백장미는 강전기의 칭찬을 듣고 감격했는지 가슴이 먹먹해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테이블에 누워서 괄약근에 힘을 주고...”
“쉿!”
강전기는 번개처럼 몸을 움직여 백장미의 입을 틀어막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연습을 몇 달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했다고??
그야말로 강전기의 말씀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광신도 그 자체였다.
“그, 그게 무슨 소리죠?”
백장미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란 한소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크흠... 오해하지 말고... 내가 예전에 가수 강군성 선배한테 들은 고음 내는 법을 알려준 적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강전기는 백장미가 홀딱 벗고 테이블에 엎어져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설마 거시기에 담배를 꼽고 부른 건 아니겠지?’
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백장미를 바라보자 티 없이 맑은 표정으로 눈웃음을 치는 백장미였다.
“콜록콜록….”
갑자기 사레들린 강전가가 마른기침을 해댔다.
“여기 물이요.”
백장미가 옆에 있던 물병을 냉큼 대령했다.
“고, 고맙다. 일단 너희들 상태가 어떤지 보고 싶으니까 노래하는 것 좀 들어보자. 그 뭐였더라. 아 맞다. 「내 남사친을 사랑했네」였나? 그거 한번 불러봐.”
강전기는 물 한 모금을 들이키며 입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힐끔...
멤버들이 그 장면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좁은 장소에서 패왕 색기가 발현된 모양.
“뭐해?”
“예? 여기서요?”
“어. 아니면 혹시 너희 회사에 녹음실 같은 거 있어?”
“아니요. 없습니다.”
“아이씨…. 뭐야 회사에 간이 녹음실도 없어?”
“있었는데 지금은 오래돼서 안 씁니다.”
“쩝... 뭐 어쩔 수 없네. 그냥 여기서 생목으로 불러보자.”
“새, 생목으로요?”
“못할 게 뭐 있어?”
“저희가 벌써 4년 차인데…. 회의실에서 어떻게...”
“그래. 아무리 우리 처지가 안 좋긴 하지만 이건 좀...”
지원희와 정미래 그리고 심지어 주아라까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너희들 진짜 할 생각이 있긴 한 거야?”
디어엔젤 멤버들은 강전기가 불쾌한 표정을 보이자 입을 꽉 다물었다.
장내가 조용한 가운데 빵모자를 쓴 백장미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프로듀서님!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마치 유치원생이 선생님에게 아는 걸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역시 백장미! 그래 한번 불러봐.”
“넵! 아! 아! 아!”
백장미는 잠시 목청을 고르더니 테이블에 있던 볼펜을 쥐고 천천히 허밍을 시작했다.
잠시 후 깜짝 놀랄 정도로 안정된 음색이 회의실에 깔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