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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케이 거품 논란
인터넷이 일렉케이 거품 논란으로 한창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강전기의 마음은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왜냐하면 ‘The way home’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마음껏 비웃고 씹어라. 헤이터(Hater)들아.’
그의 눈에는 자신을 씹어대던 기사, 인터뷰, 동영상 등이 모조리 다 흑역사가 되는 미래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르륵….
쌀쌀해져서 그런지 뜨거운 라떼가 잘 어울리는 날씨. 전기는 창가에 서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기본 아이템으로 평범하게 차려입었지만 누가 봐도 연예인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피지컬.
그는 휴대전화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중이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피디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셨어요!”
“우와! 피디님. 옷 너무 잘 어울리세요!”
문이 열리며 클로버즈의 성다솜, 이태리, 김주리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어서들 와. 드라마는 잘 찍었고?”
“네! 너무 재미있었어요. 헤헤….”
클로버즈의 자이언트 베이비 김주리가 강전기의 팔짱을 끼며 킥킥거리고 있었다.
“크흠...”
전기는 뭔가 부드러운 게 느껴지는 것 같아 헛기침을 했다.
“야! 김주리. 피디님 귀찮게 좀 하지 마. 도대체 넌 몇 살이니?”
주리의 천적 클로버즈의 메인댄서 이태리가 앞으로 나서며 김주리를 타박했다.
“저요? 중3인데요? 저는 아직 이래도 되는데요? 언니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안 돼. 킥킥킥….”
주리가 혀를 내밀며 이태리를 놀려댔다.
“너랑 두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무, 무슨 소리야!”
“고2면 이제 처녀지! 난 아직도 애잖아. 피디니임... 전 이렇게 장난쳐도 되죠?”
“응?”
“어휴…. 저 돌아이가….”
이태리가 화를 내려고 하는 찰나 강전기가 김주리의 팔을 풀고 입을 열었다.
“우리 막내. 활기 넘치는 건 여전하구나?”
“헤헤…. 저는 피디님만 보면 이렇답니다.”
김주리가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으웩...”
“하하...”
태리가 토하는 시늉을 했지만, 전기는 손을 들어 주리의 머리를 헝클어놓았다.
“저게 무슨 막내라고... 아줌마 같은 게...”
“뭐라고요!”
물론 피지컬만 보면 막내가 가장 어른다운 멤버긴 했지만...
뭐 어쨌든...
“성 실장아. 왜 3명뿐이야? 영주량 지우는 어디 가고?”
“어. 둘은 어제 감기에 걸렸나 봐. 매니저가 그러는데 어제부터 약 먹고 숙소에 누워있대.”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숙소에서 푹 쉬라고 해.”
“안 그래도 매니저한테 더 아프면 병원 가보라고 했어.”
“잘했네. 그런데 너희들은 괜찮고?”
“네! 저희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피디님이 영화 보여주신다고 하셨는데 죽을 것 같더라도 나와야죠.”
“.........”
셋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참새마냥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다솜이는 보컬 연습 계속하고 있지?”
“네. 피디님. 드라마를 찍느라 음방은 없었지만,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오케이. 좋았어. 역시 참 리더야.”
메인보컬 성다솜은 연습을 열심히 한 모양이었는지 포텐과 동일한 가창력 어빌 A를 유지 중이었다.
‘얘는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니 나중에 솔로를 하더라도 잘하겠지.’
강전기는 야무지게 생긴 성다솜의 하얀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피디님.”
“에이. 뭘…. 다들 너희가 잘해서 그런 거지.”
“아니에요. 길바닥에서 구르던 저희를 거둬두신 게 누구신데요.”
“에이…. 길바닥이 뭐야.”
“그럼 사채업자 사무실이라고 할까요?”
“그것도 좀 이상하고 진흙 속에 있던 진주를 캐냈다고 해야 맞지.”
까르르….
셋은 재미도 없는 농담에 자지러지게 웃고 있었다.
“.........”
성기호는 그 모습을 보며 정색을 하고 있었다.
“크흠...”
강전기는 기호의 시선을 느끼고 게슴츠레 눈을 떴다.
‘인마. 여자들은 남자가 잘생기면 노잼이라도 신나게 웃어주는 거란다.’
그는 냉혹한 세상의 진리를 읊으며 입가를 씰룩였다.
“성 실장. 클로버즈 시즌1은 어때? 잘 나온 거 같아?”
“글쎄다. 아직 모르겠네. 드래곤플라이 스튜디오에서 돈을 들여서 빵빵하게 만든다고 하던데….”
“그거 넷플릭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니까 잘 나와야 하는데….”
“넷플릭이 반, KM 미디어랑 우리 회사가 25%씩 냈던가?”
“맞아. 제작비는 그쪽에서 많이 대주니까 잘하면 손해는 안 볼 것 같은데…. 전 세계적으로 나가는 거니까 홍보 효과도 좋을 테고 말이지.”
“성공하면 그렇겠지.”
“인마! 당연히 성공해야지. 가뜩이나 회사에 돈도 별로 없는데!”
“그래서 네가 심혈을 기울여서 OST 곡을 넣었잖아.”
“....그렇긴 하지.”
강전기는 안 그래도 거금을 투자한 시리즈가 망할까 봐 걱정이 컸다.
그래서 그런지 전기는 몸을 갈아 넣어 좋은 곡을 완성시켰다.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수준의 노래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
아이돌 전문가 성기호와 EK엔터의 고학력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스타일링을 완성시킨 역작이었다.
‘역시 인생은 한방 아니겠어?’
전생에 SSJ와 JB엔터 주식으로 몇 배를 벌어 건물을 샀던 강전기.
이번에도 촉이 강하게 오는지라 회사 곳간을 과감히 털어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그는 경연장에서 관중들이 클로버즈 영상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일단 점심부터 먹을까? ”
강전기는 클로버즈 3인방을 쳐다보며 먹고 싶은 메뉴를 물었다.
“저흰 피디님이 사주시는 거면 아무거나 다 먹을 수 있어요.”
대답을 들은 강전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났다.
‘후후…. 녀석들.’
* * *
꾸욱-
강전기가 자신의 BMW를 주차한 뒤, 차에서 내려 모자를 눌러썼다.
“와! 영화관이다.”
“진짜 오랜만에 와요.”
같이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클로버즈 3인방도 차에서 내려 연신 재잘거리고 있었다.
“우리 무슨 영화 봐요? 야한 거예요?”
“야! 김주리. 너 마귀 들렸어?”
“아 왜! 키쮸같은거 나오는지 물어보는 거야! 언니가 음란마귀네.”
“이 돼지가!”
“다들 조용히 안 해?”
결국, 리더 성다솜의 호통으로 상황이 종료됐다.
“흠…. 오늘 같이 볼 영화는 The way home이라는 애니메이션이야.”
“와! 저 애니메이션 영화 좋아해요.”
“저 그거 보구 싶었는데….”
“그럼 다행이네. 보니까 오늘부터 개봉이더라구. 이제 영화관으로 올라갈까? 다들 팝콘이랑 버터구이 오징어 먹을 거지?”
“네에!”
한창 성장할 나이답게 대답이 우렁찼다.
일행은 셀프 티켓팅으로 미리 예매를 마친 성기호를 만나 살짝 늦게 상영관으로 입장하기로 했다.
클로버즈 멤버들은 신이 나는지 성기호가 사 들고 온 팝콘, 콜라 세트를 들고 연신 까르르 웃고 있었다.
영화관에는 꽤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지만, 변장한 그녀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만….
이상적인 피지컬의 강전기가 지나가면 여자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흘깃흘깃 쳐다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영화관의 조도가 전체적으로 낮은지라 그를 봤더라도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전기는 앞장서서 어두운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광고한다. 피디님. 곧 시작하나 봐요.”
“쉿!”
강전기는 검지를 손에 대고 말을 조심하라는 시늉을 했다.
클로버즈 멤버들은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고 눈웃음을 지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입도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광고가 끝나고 드디어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는 전형적인 디즈니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었다.
멤버들은 영화에 꽤 몰입하고 있었는데 음악이 나올 때는 모두 어깨를 들썩거리며 즐거워했고, 천신만고 끝에 어린 주인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강전기는 살짝 하품을 하고 깜빡 졸 뻔했지만, 눈을 부릅뜨고 영화를 시청했다.
‘으... 이런 건 진짜 못 보겠다.’
전기는 고아로 어렵게 자라 이런 해피엔딩 스토리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오로지 걸그룹에 대한 애정으로 버틴 고난의 인생.
이제는 직접 소속 연예인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어서 뿌듯할 뿐이었다.
파파박-
드디어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에 조명이 들어왔다.
“와…. 좋았다.”
“뭔가 가슴이 따뜻해지는 거 같아.”
“진짜 오랜만에 울었어요.”
다들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을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에 나온 노래가 너무 좋지 않았어요?”
리더 성다솜이 불쑥 OST 이야기를 꺼냈다. 확실히 듣는 귀가 뛰어난 편이었다.
“맞아. 써머캐슬 이후로 제일 좋았던 거…. 어라? 피디님?”
이태리는 말을 하다말고 일렉케이 프로듀서를 쳐다보며 놀라고 있었다.
그는 마스크와 모자를 벗은 채 엔팅 크레딧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계단으로 내려가며 일렉케이를 힐끔거리기 시작하더니 그를 알아보고 휴대전화를 꺼내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 야! 너 뭐해?
- 가만히 있어 봐.
성기호가 불안한 눈빛으로 전기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는 화면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원래 영화를 보고 나선 엔딩크레딧도 봐주는 게 예의야.”
“아……. 그렇구나. 몰랐어요.”
솔직히 전기도 맘에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막내 김주리는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Music by Elec.K Producer]
드디어 엔딩크레딧에 작곡가의 이름이 떴다.
작사만 한 휴이는 양심이 있는지 일렉케이의 이름을 제일 먼저 넣은 모양.
제작사가 돈이 많은 유명한 회사가 아니다 보니 곡도 거의 강전기가 작곡한 원본 수준이 들어가 있었다.
‘후후후…. 굿!’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린 그는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박수를 쳤다.
- 뭐 하는 거야. 너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 안 보여?
성기호가 지적한 대로 주위에 여러 명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 중이었다.
- 쓰읍…. 가만히 좀 있어 봐. 다 끝났으니까….
‘일단 밑밥은 다 깔아놨고 이제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겠군.’
강전기는 멤버들을 챙겨 영화관을 빠져나갔다. 연신 셔터 소리가 들려왔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후 강전기는 클로버즈를 숙소에 데려다주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SNS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 벌써 올라왔네.’
핫스타그램에 일렉케이 프로듀서를 영화관에서 봤다는 포스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심지어 엔딩크레딧을 보며 박수를 치는 일렉케이를 뒤에서 잡은 사진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역시 무시무시한 세상이구만. 비밀이 없어.‘
자기가 다 설계해 놓고 남 탓을 하는 강전기였다.
다음날.
인터넷 포탈 연예면에 그에 관한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영화관에 간 일렉케이 프로듀서
- 프로듀서 일렉케이와 클로버즈의 즐거운 영화 관람
- 일렉케이가 본 영화는?
단순한 포토 기사가 올라오는 것 같더니 이내 특종이라는 기사로 제목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종! 영화 ’The way home‘의 OST는 프로듀서 일렉케이가 작곡했다!]
북미에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The way home’.
OST까지 덩달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작곡가가 국내에서 활동 중인 프로듀서 일렉케이로 밝혀졌다.
어디에도 나온 적 없는 소식이라 본지는 여러 가지 루트를 거쳐 해당 영화의 작곡가가 일렉케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The way home은 천재 강아지가 잃어버린 주인을 찾아가는 스토리로.... (중략)
최근 머니코드, 자기복제로 큰 이슈가 됐던 일렉케이.
그는 해당 영화 OST에 대한 인기와 함께 일류 프로듀서로서의 명성을 되찾을지…. (중략)
탁-
전기는 휴대전화를 탁자에 올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으... 너무 유치했나? 민망하구만.’
비판받고 화가 나서 벌인 짓이었지만 나이 먹고 이게 무슨 짓인지….
살짝 현타가 오는 강전기였다.
하지만 그의 후회와 달리 ‘The way home’의 흥행 돌풍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