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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케이 거품 논란
영화 「The way home」 은 북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써머 캐슬」의 뒤를 잇는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극장가를 폭격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극장에 나들이하는 풍경을 연출했고 영화에 나왔던 일렉케이의 곡은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니 그동안 앞다퉈 일렉케이를 까던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프로듀서 일렉케이 논란 나오자마자 실력 입증 오지구요.
- 지금까지 자기복제 어쩌고 하면서 입에 거품 물었던 사이버 렉카들, 억까들 모조리 버로우 중...
- 이슈가 며칠을 못 가네. 이래서 사람은 신중해야 한다니까?
- 쪽팔린 줄 알면 기사도 싹 다 지워야지. 그런데 다 어디 어디 출처 언급하면서 돌려 까기 한 거라 모르쇠로 일관할 듯? 인정?
- 솔직히 최근 곡 말고 예전에 작곡한 노래를 들어보면 확실히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임.
- 논란을 일으켰던 SSJ의 간지 프로듀서는 지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듯.
“아…. 이런 거 좀 있으면 나 좀 먼저 알려주지.”
성기호는 자신의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있는 강전기를 째려보았다.
전기는 의자에 앉아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연신 ‘크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야 그 영화가 이렇게 터질 줄 몰랐지.”
“헛소리! 그런 놈이 영화관에서 그런 연출을 해?”
“북미에서는 통했지만, 한국에서는 망할 수도 있잖아. 물론 그건 기우였지만…. 하하….”
“뭐 어쨌든 논란은 잠재웠으니 해피엔딩이긴 한데...”
“일렉케이 걱정은 뭐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다. 이 말씀이야.”
“.........”
왠지 모르겠지만 성기호랑 있을 때는 한없이 가벼워지는 강전기였다.
“지금 직원들이 그러는데 인터뷰 요청이 진짜 많이 들어온다더라.”
“됐다고 전해라.”
“그래도 한 군데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간지 프로듀서에게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그래 봐야 나만 구차해질 뿐이야. 프로라면 그냥 성적과 실력으로 승부하면 그뿐…. 나까지 똑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순 없지.”
전기는 멋진 대사를 쳤지만 눈은 게슴츠레 뜨고 비틀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늘 아예 날 잡으셨네. 기분이 그냥 하늘을 날고 계셔.”
“저작권료를 생각해봐. 너라면 기분 안 좋겠냐? 네 채널 동영상이 한 1,000만 회 정도 조회수 나온 거랑 비슷하지.”
“크…. 비유 보소. 말 나온 김에 ‘브랜뉴 걸그룹’ 채널 단독 인터뷰 어때?”
성기호는 이때다 싶어서 인터뷰 섭외 요청을 해왔다.
“야 내가 거길 왜 나가.”
“거기가 어때서? 든든한 수십만 명의 아군들인데….”
“EK엔터 소속 그룹의 아군이지 나한테는 아닐걸?”
“에이... 그건 아니다.”
“아니긴?”
지금은 아군이지만 소속 연예인과 스캔들이라도 났다간 등에 비수를 꽂고 난도질할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는 강전기였다.
“그나저나 영화 음악 작업은 언제 한 거야? 왜 숨겼어?”
“아…. 그거? 일부러 숨긴 건 아니고 최근에 했던 작업도 아냐.”
“그럼?”
“작년에 뉴욕에 갔을 때 있지? 그때 리만 스쿨에서 프로젝트로 만든 곡이야. 그게 영화 제작사에 소개된 모양이더라고...”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러게나 말이다. 그때 프로젝트로 그냥 대충 만들었던 건데...”
“헐... 어이없네. 대충 만든 곡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터진다고?”
강전기는 놀라는 성기호를 쳐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뭐 작곡도 하다 보니 힘 빼고 쓴 게 더 잘 나올 때가 많더라.”
“....그런 건가? 나 보려고 무명 아이돌 직캠을 찍었는데 그게 역주행을 해버리는?”
“쯧…. 하여간 넌 생각하는 게 왜 그렇게 저렴하니.”
“그게 내 정체성이라 어쩔 수 없어.”
“대단한 놈. 너의 덕후력에 경의를 표한다.”
“..........”
”처음 만들 때 주인을 찾아온 진돗개 이야기를 하며 만들었는데 마침 비슷한 스토리의 애니메이션이 제작 중이었나 봐. 휴이 아저씨가 적당한 때 잘 판매한 듯….”
“형님. 이거 제 채널에서 썰좀 풀어도 됩니까?”
기호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눈빛으로 전기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강전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에 정나미가 떨어져 인터뷰는 하기 싫고 사실은 알려야겠으니 친구 놈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호의 채널은 나름 아이돌 판에서 신뢰성 있는 매체로 틀을 잡아가고 있었으니까.
“앗싸! 이거 조회수 보장이다. 큭큭….”
“하여간 넌 참 단순한 놈인 거 같아.”
“단순해서 미안한데 뉴욕 썰 좀 더 풀어봐. 그래야 내가 정확하게 설명하지.”
“그게….”
강전기는 사적인 이야기는 쏙 빼고 아주 드라이하게 음악 이야기만 해줬다.
“썩 재미있는 스토리는 아니네?”
“네가 잘 각색해야지.”
“흐음... 오케이. 알았어.”
기호는 그렇게 한참을 다이어리에 뭔가를 끄적이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식어버린 커피를 입에 가져다 댔다.
“너 앞으론 뭐 할 거야? 방송은커녕 인터뷰도 안 하고 계속 일만 할 거야? 할 것도 없을 거 같은데….”
강전기는 아직 활동도 안 끝난 소속 아이돌의 컴백곡까지 미리 다 써놓은 상태였다.
거기다 일본에서 열리는 서바이벌 아이돌 오디션은 내년이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글쎄. 집이나 새로 장만할까? 지금 집은 너무 좁아서….”
“그래. 집부터 사야겠더라. 명색이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데 홍대 투룸이 뭐냐. 투룸이….”
기호의 지적에 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지금은 돈이 별로 없긴 한데….”
“저작권료는 다 어쨌는데?”
“이전에 벌었던 건 회사 지분에 투자됐고 지금 곡들은 아직 정산이 안 된 것도 많아. 바로바로 안 해주거든. 아…. 그런데 오해하지 말고 들어. 돈이 있긴 있는데 좋은 곳에 집을 살 돈은 없다는 이야기야.”
통장에 몇억쯤은 있었지만, 서울 좋은 곳에 거처를 마련하려면 수십억쯤은 있어야 한다.
그 정도 돈을 벌지 못한 강전기는 아직 시기적으로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월세나 임대…. 아! 맞다. 기민이 형한테 한번 물어봐. 청담동 집에 좀 들어가서 살면 안 되냐고….”
“기민이 형네 집? 거길 내가 왜 들어가? 형은 어쩌고?”
“너 아직 못 들었어? 기민이 형 곧 본가로 들어가야 한다던데?”
“응? 본가? 왜? 그 형 3남이라 KM 미디어 그룹만 물려받았다며?”
“넌 뉴스도 안 보냐? KM 그룹 첫째는 젊은 아나운서하고 다른 집 살림 차려서 이혼 소송 중이고, 둘째는 마약 하다가 잡혀 들어갔잖아.”
“정말? 그럼 기민이 형이 KM 그룹 정식 후계자라도 되는 건가?”
“그건 모르겠는데 높이 올라가는 건 맞나 보더라. 기민이 형의 KM 미디어 그룹이 요즘 실적도 좋고 이미지도 많이 개선됐잖아.”
“그래도 그 형이 본가로 들어가서 귀찮은 일까지 할지 모르겠네. 투자 성공해서 돈도 엄청나게 많잖아. 친형들보다 몇 배로 많다며?”
강전기는 가끔 얼굴 생각이 잘 안 나는 슈퍼 평범남 이기민 대표를 떠올렸다. 자기가 아는 투자 천재 중 한 명 아니던가!
‘솔직히 말해서 KM 그룹의 후계자는 그런 쓰레기 자식들보다 기민이 형이 딱이긴 한데….’
“기민이 형 입장도 있겠지. 이 기회에 KM 그룹 꿀꺽하고 진정한 재벌로 등극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 우리나라는 돈이 다가 아니잖아.”
“흐음…. 그럼 청담동 그 럭셔리 하우스는 빈집이란 말이지?”
“아마 그 멋진 집을 팔진 않을 거니까 당분간 빈집이지 않을까?”
“흐음….”
솔깃한 이야기였다.
청담동의 요지에 자리한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럭셔리 하우스.
현실적으로 아무리 저작권으로 돈을 벌어도 회사 상장 전까지는 절대 살 수 없는 수준의 부동산이었다.
“한번 이야기라도 해볼까?”
“해 봐. 기민이 형이 너 엄청 좋아하잖아. 남한테 관리 맡기는 것보단 누구라도 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오케이. 알았어. 지금 한번 전화해보자.”
강전기는 내친김에 휴대전화를 들어 이기민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잠깐 흘러나오더니 이내 기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동생.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 안 하던 전화도 다 하고?]
“에이…. 형. 나 바쁜 거 알면서….”
[하하…. 농담이야. 동생이 알아서 우리 애들도 단번에 1위 시켜주고 요즘은 영화 OST로 시끄럽던데?]
“세간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냥 제 할 일만 하고 있습니다.”
[역시!! 최고의 프로듀서는 다르구나. 내 동생이지만 존경스럽다.]
“아닙니다. 존경은 제가 하고 있는데요?”
강전기는 청담동 럭셔리 하우스가 눈앞에 어른거려 자기도 모르게 과한 예를 차리고 있었다.
돈이 있더라도 절대 살 수 없는 핫스팟! 금싸라기 부동산!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구만.]
“형님. 최근에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본가로 다시 들어가신다고요?”
[....좋은 소식은 무슨... 별로 내키진 않은데 아버지가 들어오라고 하시니 어쩔 수 있나. 살날도 얼마 안 남으셨는데 나라도 말을 들어야지.]
“그러다 그룹을 물려받으시는 건 아니시고요?”
[귀찮은데….]
이기민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귀찮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지금 떡상한 KM 미디어 그룹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모 그룹인 KM 그룹과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은 뭐 하고 있어? 급한 건 끝난 거 같은데 쉬고 있나?]
“아…. 맞아요. 쉬는 김에 집을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데 만만치 않네요. 쓸만한 곳은 다들 너무 비싸고 돈도 부족하고….”
[맞다. 아직도 홍대 근방에서 산다고 했었나?]
“예. 맞습니다.”
[음…. 그럴 게 아니라 너 청담동에서 살아볼래?]
“예? 청담동이요?”
강전기의 코 평수가 슬쩍 커지고 있었다.
[어차피 팔 집은 아니니까 그냥 아주머니한테 맡겨놓는 것보단 네가 살면 좋을 것 같은데….]
역시 이기민은 돈이 많아서 그런지 멋지게 꾸며 놓은 자기 집을 남에게 월세나 전세로 내놓는 짓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음…. 좀 부담스러운데요?”
[부담스럽긴? 명색이 내 의동생이자 사업 파트너가 홍대 투룸에서 사는 게 말이 돼? 잔말 말고 청담동으로 들어와. 서로 윈윈이야. 네가 집 관리해주면 나도 좋거든.]
“정말이에요? 억지로 그러실 필요 없는데….”
[아니야. 거긴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곳이니까 유지하긴 해야 해. 그렇다고 누굴 살게 하긴 싫고…. 동생이라면 가능하지. 우린 서로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잖아. 안 그래?]
“그, 그렇죠. 비밀….”
이기민은 강전기가 연습생 때 저지른 일을 알고 있었고 서로의 은밀한 성적 취향과 한여름의 일을 공유 중이었다.
[그럼 청담동으로 들어오는 거로 해. 언제부터 들어올 거야? 난 다음 주에 본가로 들어갈 예정이야.]
“아…. 그럼 저도 일정 맞춰서 이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날 한번 보자. 따로 설명해 줄 것도 있고….]
“따로요?”
[응. 그런 게 있어.]
강전기는 2층에 있던 패닉룸(이라고 쓰고 SM 박물관이라고 읽는)을 떠올렸다.
“저번에 다 본 거 같은데요.”
[아니... 그거 말고...]
청담동 집에 뭔가 더 비밀이 있는 모양인지 말꼬리를 흐리는 이기민이었다.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그래. 다음 주에 보자고...]
둘은 날짜를 정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다음 주.
강전기가 청담동으로 이사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