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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케이 거품 논란
“브랜뉴 걸그룹 ‘아이돌판’ 이번에는 말이죠. 여러분들이 반가워하실 분이 직접 출연하십니다. 바로 전 진행자이셨던 성덕 님이신데요. 어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BJ 성덕입니다.”
성기호는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채널에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아니! 성덕 님! 왜 이렇게 오랜만이시죠?”
“죄송합니다. 제가 공사가 다망하여...”
“네. 바쁘신 것 같습니다. 전화하셔도 항상 받질 않으시더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항간에는 취직하셨다는 소리가 있으십니다. 맞습니까?”
“네. 사실입니다.”
“거기가 어딘가요?”
“아... 이거 말씀드려도 될는지….”
“상관없습니다. 말씀하셔도 됩니다.”
“EK엔터테인먼트에서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실상을 알고 있는 진행자는 짐짓 놀라는 척하며 텐션을 높이고 있었다.
“성덕 님은 EK엔터 설립 때부터 함께하셨다고요?”
“네. 아무래도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친구다 보니...”
“헉…. 정말입니까? 어떻게 아시는 거죠?”
“대학교 같은 과 동기입니다.”
“오오!!”
진행자는 박수를 쳐가며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그럼 낙하산입니까?”
“....네? 낙하산이라뇨. 명실상부하게 개국공신입니다만…. 오해를 살 발언은 삼가해 주십시오.”
성기호는 얼굴을 붉히며 진행자를 바라보았다.
“아…. 농담입니다. 자! 바로 다음 코너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주의 아이돌 이슈!”
둘은 최근 발생했던 아이돌 관련 이슈와 소문 등을 팩트로 조지는 코너를 진행 중이었다.
채널 ‘브랜뉴 걸그룹’은 주로 사이버렉카, 억까들의 억지 주장을 팩트로 조지는 NO. 1 채널로 커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3세대의 청순파 걸그룹인 디어엔젤의 차트 창기 집권은 참 놀라운 일이네요.”
“일단 곡이 좋잖아요. 역시 걸그룹은 곡이 좋고 대중성이 있어야죠.”
“친구가 작곡했다고 자랑하시는 겁니까?”
“저는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항상 팩트만 이야기합니다. 디어엔젤의 성공은 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듣기 편하고 대중성 있는 히트곡, 두 번째는 멤버들의 가창력 상승입니다.”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프로듀서 일렉케이가 좋은 곡을 만들고 멤버들이 피나게(?) 연습해서 그 곡을 정말 잘 불렀죠.”
“맞습니다. 그래서 SSJ의 대형 신인 ‘G파워’를 2위로 밀어내고 차트를 씹어먹고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SSJ로써는 타격이 정말 큰데요? 음반 판매와 해외 스트리밍에서는 디어엔젤을 이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꼼짝없이 밀리는 형국이죠?”
“그렇습니다. G파워는 EK소속 걸그룹을 피해서 정식 데뷔를 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발목을 잡힌 셈이죠.”
“성덕 님... 이건 그냥 추측이긴 한데요. SSJ엔터에서 G파워를 담당하고 있는 분이 바로 간지 프로듀서 아닙니까? 혹시 디어엔젤의 활약 때문에 열 받은 나머지 일렉케이 프로듀서를 저격한 게 아닐까요? 아…. 이건 그냥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흐음...”
성기호는 손을 들어 자신의 턱을 만지며 뭔가 있다는 뉘앙스의 표정을 지었다.
“뭐…. 그건 충분히 여러분들께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실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정확히 알 순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지엽적인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는 게 중요하죠.”
“아…. The way home 말씀이시군요. 요즘 난리더군요. 정말 안 나오는 데가 없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일렉케이는 언제 그런 작업을 했던 거죠? 언론에서는 전혀 언급이 안 되고 있던데요? 아시는 거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작년 미국 뉴욕에 있을 때 심심풀이로 간단하게 만든 곡이라고 하더군요.”
“네? 심심풀이요? 말도 안 돼!”
“사실입니다. 별로 신경도 안 쓰더라고요. 그냥 학교 과제 제출하듯 만든 곡이랍니다.”
“네? 글로벌 히트곡인데요?”
“네. 본인도 이렇게 인기를 얻을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혹시 이 곡이 .EXE하고 에밀리 로버츠 곡을 만들었던 그때쯤인가 보죠? 테러범도 막 때려잡고….”
“네. 맞습니다. 온전히 자신이 쓴 곡이고 실제로 작곡가로 등록된 크레딧 보셨죠? 명실상부하게 혼자 작업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 저작권료가 엄청나겠어요.”
“뭐…. 그거까진 제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굉장할 겁니다.”
“캬! 부럽네요.”
진행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채팅창도 의견들이 폭주 중이었다.
- 돈 오지게 벌 거 같은데?
- 대충 만들었는데 글로벌 히트 각이라고? 씨발...
- 현타 온다. 걔는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임? 거울 보니 자살 마렵다.
- 내가 간지 프로듀서였어도 저격하지. 도대체 언제까지 해쳐 먹냐고!
- 그래도 EK 아이돌은 인정합니다. 이대로만 쭉 가자.
- 요즘 기세를 보면 일렉케이 화려하게 꽃피고 한방에 시들 거 같음.
- 응 조까세요.
“성덕 님 제가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뭡니까?”
“프로듀서 일렉케이 님은 어떤 걸그룹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으음…. 글쎄요. 정확하게 그런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학교 다닐 적엔...”
“학교 다닐 적에요?”
“제 기억엔 키스마이걸을 좋아했던 거 같아요.”
“예? 키스마이걸이요? 일렉케이 님이 그런 취향이었어요? 아 맞다. 윤정 님하고 뮤직비디오에도 같이 출연하셨잖아요.”
“맞습니다. 소울퀸즈 곡이었죠. 크흠... 사실 제가 그 뮤비를 제작한 감독이었습니다만….”
“네에?”
둘은 서로 짜 놓은 각본에 맞춰 교묘한 홍보를 하는 중이었다.
그 덕에 키스마이걸이 일렉케이의 최애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영상을 토대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편, 일렉케이는 이기민의 청담동 집에 들러 짐을 옮기는 중이었다. 원판 물건이 별로 없어 승합차 한 대 정도의 짐만 가져온 상태였다.
“흠…. 동생. 짐이 별로 없네. 컴퓨터랑 옷이 거의 전부인데?”
“네. 아무래도 예전 집이 빌트인 가구에 공간도 좁다 보니 살림을 최소한으로 했었어요.”
“그렇구나. 짐 때문에 집이 별로 어지럽혀지진 않겠네. 네가 깨끗하게만 써준다면야….”
“그건 걱정 마시죠. 깔끔하면 또 접니다.”
“그래. 마음껏 이용하고 관리만 잘 해줘. 만약 비밀공간을 쓰고 싶다면 사용 후엔 직접 치워줘야 해. 무슨 소리인지 알지?”
“아…. 알겠습니다.”
강전기는 2층에 침실에 있는 패닉룸을 떠올렸다.
이상한 성인용품들이 가득한 그곳.
이기민은 비록 얼굴은 평범하지만, 재벌 3세라 그런지 어두운 과거가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짓을 했는지 알 게 뭐야. 사생활인데….’
자신이 누굴 나무랄 상황이 아니었기에 입을 다무는 전기였다.
이기민은 전기에게 집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확실히 인터리어 잡지에 나올 듯한 화려하고 멋진 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1층 서재에서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기민의 서재는 모던한 거실과 달리 상당히 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가구 하나하나가 다 오래된 듯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물어보니 이곳만큼은 본가의 느낌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기야. 네가 몇 번 와봤으니까 구조는 대충 알겠지만, 이곳에는 한가지 비밀이 있어.”
“네? 비밀이요?”
강전기는 이기민의 뜬금없는 발언에 눈을 크게 떴다. 비밀이라니....
“너 오다가 우리 집 뒤쪽에 있는 건물 봤지?”
전기는 이 집의 주변 환경을 떠올려보았다.
“네. 거기 청담동에서 유명한 회원제 피부관리샵이잖아요. 유명한 연예인들이 VIP라던데….”
“맞아. 잘 아네. 그 건물도 내꺼야.”
“아...”
강전기는 기민의 재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진 않았지만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면….”
기민은 잠시 말을 멈춘 후 책상 서랍에 있는 리모컨을 꺼냈다.
드르르륵-
버튼을 누르자 벽에 붙어 있는 책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책장이 왼쪽으로 쭉 밀려나며 벽과 같은 색상의 문이 나타났다.
이기민이 손을 가져다 대자 사각형의 도어록이 180도 회전하며 모습을 드러냈는데 어디론가 들어가는 문인 것 같았다.
“비밀공간인가요?”
“아니…. 옆 건물과 연결된 비밀통로야.”
“오…. 뭔가 있어 보이는데요?”
“일단 들어가 보자.”
“네.”
이기민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조명이 자동으로 들어왔다.“
“잘 따라와. 여긴 뭐 별거 없어.”
한 사람 정도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좁은 통로였다. 한 10미터쯤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저긴 뭐예요?”
“아…. 저긴 설비 같은 게 있는데 넌 신경 안 써도 돼. 잠겨 있거든.”
“아…. 예.”
기민은 뭔가 숨기는 눈치였다. 전기는 그에게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쳐 계속 따라가다 보니 다시 문이 나타났다. 그 문은 잠겨 있지 않았는데 밖에서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오는 형태였다.
‘뒷 건물하고 연결되어 있다!’
탁-
문을 당겼더니 커다란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 이기민은 커튼을 걷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그냥 일반적인 카페 분위기의 사무 공간이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기가 내 방이야. 주차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로 바로 올라올 수 있지. 물론 카드키가 있는 사람만...”
“어차피 형 건물인데 뭘 이리 복잡하게 만들어놨어요? 무슨 미로 같은데요?”
“음... 사정이 있었지.”
이기민은 소파에 앉아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재벌 3세인 그가 이십 대 후반에 여러 여자를 만났었는데 그중에 유명 연예인과 아나운서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모 연예인과 깊은 관계였는데 그녀가 편하게 집을 들락날락할 수 있도록 뒤쪽 대지를 사들여 건물을 지었다고 했다.
피부관리실을 차려놓고 VIP 손님으로 위장해 이기민의 사무실로 찾아오면 앞집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아니…. 얼마나 대단한 연예인이었길래….”
“최나은하고 만났었다.”
“예? 최나은이요?”
강전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최나은이라면 삼십 대 배우 중 톱클래스 여배우였으니까.
지금은 IT 재벌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고 드라마에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톱클래스 배우답게 염문설도 없었고 이미지도 최상급이었다.
“그래. 그때 걔한테 홀딱 빠져있을 때라 좀 무리해서 이런 건물까지 사들였지. 공사도 그때 한 거고...”
“이런 식이면 파파라치가 따라다녀도 절대 들통나지 않겠는데요?”
“그렇지. 그러니까 걔가 스캔들이 없었잖아.”
“....최나은이면 이미지도 좋고 참하고 예쁜데 왜 헤어지셨어요?”
이기민 정도의 배경과 재력이면 최상급 연예인과 만나며 잘 살 수 있을 텐데 왜 걸그룹 같은 걸 만들며 독신으로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거였다.
“참하긴…. 돈만 밝히는 쌍년이야.”
이기민의 입에서 험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같은 선비과인 전기는 그의 욕설을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
“욕해서 미안하다. 그년만 생각하면 이가 갈려.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돈을 좋아했었지. 최악의 속물이었어. 물론 그 뒤로 만난 애들도 대부분 그랬지만….”
강전기는 이기민의 평범한 얼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기민은 재벌 3세지만 어릴 적 형들에게 눌려 살았고 순 돈만 밝히고 뒤통수치는 여자들을 만나서 그런지 남의 감정을 읽는데 탁월했다.
‘그런 게 이 형이 레몬캔디 스타일의 걸그룹을 제작한 이유일지도….’
하지만 아이돌 판은 기민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전혀 아니었다.
동물의 왕국.
잘생기고 예쁜 청춘들이 모여 은밀한 연애를 하는 곳이다. 그런 인재들을 구속한다 한들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해 지저분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강전기도 프로듀서이면서 소속 연예인인 블루비와 양다리 만남을 가져오고 있었으니 말을 다 한 셈.
“2층에 패닉룸에 있던 것들 있지? 그게 다 최나은 때문이야.”
전기는 SM 플레이에 쓰이는 복장과 장비들을 떠올렸다.
그게 다 정숙함의 대명사 ‘최나은’이 사용하는 거였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 형도 은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그런데 배우 최나은이 그런 취향이라니 하여간 이 바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뭐 어쨌든 이건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였다. 안 그래도 스캔들이 날까 봐 조마조마하던 차였는데 이런 감쪽같은 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고 있었다.
‘애들한테 피부관리샵 등록하라고 하고 출입 카드를 줘야겠는데? 큭큭...’
그는 누구한테 카드를 줄 건지 머릿속으로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자유!!
집도 대궐 같아서 굳이 외부에서 데이트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전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완벽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