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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안녕하세요. 걸그룹판독기입니다.
제가 본업이 있어서 이 작품은 가끔 생각날때마다 업데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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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M 케이콘
[디어엔젤의 백장미 솔로곡 공개]
최근 놀랍게 발전한 가창력으로 다시 한번 사랑받고 있는 그룹 디어엔젤.
그중 인기를 캐리하고 있는 만년 소녀 백장미가 지난주 솔로곡을 발매했다.
작곡가는 무려 일렉케이 프로듀서.
최근 거품 논란을 말끔히 걷어낸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중이다.
백장미의 솔로곡 ‘어린 상처’는 현재 파인애플 차트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어린 상처’는 묘하게 중독되는 사운드로 대중의 귀를 홀리고 있다.
EDM과 힙합, 그리고 아이돌 음악에 지친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어떻게 들으면 리드미컬한 아카펠라 같다.
더구나 백장미의 묘한 롤리타적 분위기와 청량감 있는 비주얼이 내면의 어떤 미묘한 감성을 건드린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중략>
“하아... 재미없군.”
강전기가 커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무실에 앉아 자신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는 중이었다.
“왜 또?”
“사는 게 너무 쉽다. 1위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미친놈...”
문서를 읽고 있던 성기호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아니... 오전에 일어나서 가볍게 만든 곡인데 이런 것까지 1위를 하면 어떡하냐고... 기호야. 무섭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뭐가 무섭냐고? 내 재능.”
“..........”
그제서야 성기호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다른 회사 가수 음원 출시한다고 너 때문에 핑크엔진 두 번째 싱글 밀린 거 모르지?”
“우리 애들은 좀 쉬어도 돼. 다른 회사처럼 많이 돌리지 말라고 내가 그랬잖아.”
“애들은 컴백하고 싶어 하거든?”
“아 그래? 그건 몰랐네.”
“네가 레몬캔디 앨범을 역대급으로 발매해서 핑크엔진 애들이 자극받은 모양이야.”
“핑크엔진도 정식데뷔 싱글 1위 했잖아?”
“그래도 레몬캔디한테 물량으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좀 밀린 게 사실이지. 걔들은 멤버 전원이 화제가 됐잖아.”
“그래서 불만이래?”
“아니... 불만이 아니라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뭐 그런 거지. 아무래도 자기들이 리부트의 적자라고 생각하잖아.”
“언제적 리부트야? 우린 이제 EK엔터라고!”
“쯧쯧... 너무 그러지 마. 걔들도 은근 경쟁심 있어.”
“핑크엔진은 해외, 특히 북미 쪽에서 반응이 좋잖아. 제2의 네임드로즈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돌던데...”
“아직 신인인데 그런 게 실감이나 나겠어? 국내 반응이 레몬캔디보다 밀리니까 초조한 거겠지.”
탁-
강전기가 고개를 흔들며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쯧...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뭘 알아서 해? 다른 회사에다 준 곡이 차트 1위를 하고 있는데... 너는 그런 곡 만들었으면 우리 애들 줄 생각을 해야지.”
“그런 곡은 금방 만들어 인마.”
“..........”
“그리고 핑크엔진 컴백곡 좋잖아. 찢을 거잖아. 그것도 내가 힘 엄청 줬다고!”
“....뭐 그건 인정.”
성기호도 강전기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핑크엔진의 컴백 타이틀곡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퀄리티였으니까.
그야말로 EDM 최신 사운드의 끝판왕.
유럽, 북미권 프로듀서나 작곡가들도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수준으로 다시금 폭발적인 반응이 기대되는 곡이었다.
“근데 핑크엔진은 개인 활동 같은 거 안 시킬 거야?”
“어. 핑크엔진은 무조건 단체로... 레몬이들은 개인 위주로 갈 거야.”
“왜?”
“그냥 총괄 프로듀서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어이구...”
성기호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전기의 최애는 역시 남성향의 귀엽고 발랄한 컨셉.
‘핑크엔진 같은 Half 걸크러쉬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었지. 사실 걸크러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수준인데...’
성기호는 이미 대학생 시절부터 강전기의 취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레몬캔디는 멤버별로 대박 나고 클로버즈는 곧 드라마도 방영되잖아. 그것도 세계적인 플랫폼에서... 그러니까 불안한가 보지.”
“블루비는 왜 빼?”
“블루비는 4세대 걸그룹이 아니잖아.”
“캬... 4세대 걸그룹 중에 세 그룹이 우리 회사 애들이라니...”
강전기는 엄지를 내밀며 성기호에게 윙크를 날렸다.
“어우 씨... 짜증 나니까 그만해.”
성기호는 조각 같은 외모의 강전기가 미소를 날리자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외모야. 남자인 나도 이런데 여자들은 오죽할까...’
한숨을 내쉰 성기호가 결재판을 넘기며 다음 안건에 대한 문서를 읽어보았다.
[연말 M 케이콘 출연 확정안]
- 블루비 (내년 초 출연)
- 핑크엔진 (확정)
- 레몬캔디 (확정)
- 클로버즈 (미정)
‘아 맞다...’
성기호는 중요한 사항이라 생각하고 강전기에게 다음 안건을 보고했다.
“연말 M 케이콘 말인데...”
“아... 그게 있었지.”
M 케이콘!
KM 미디어의 뮤직넷이 주최하는 전 세계적인 케이팝 합동 콘서트로 많은 회사의 아이돌들이 참가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각종 한국 기업들과 연결되어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태국에서 열릴 차례였다.
“블루비는 이화 영화 촬영 건 때문에 내년 초 독일에서 열리는 M 케이콘에 참석하기로 했고, 핑크엔진과 레몬캔디는 참가 확정이야.”
“클로버즈는?”
“그게 아직 결정 안 됐어. 어떻게 할까?”
“넷플릭 드라마 방영이 언제지?”
“12월 24일이야.”
“날짜 죽이네. M 케이콘은?”
“12월 15일.”
“흐음... 참가시키지 뭐.”
“그러는 게 낫겠지?”
“드라마 망하지 않게 강제로라도 홍보해야지. M 케이콘이 딱 적당하지 않아?”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곡은 프리 데뷔 싱글하고 드라마 타이틀곡 하면 되겠네.”
“오케이. 접수.”
“아씨... 그 드라마가 잘 되어야 할 텐데...”
“초조하냐?”
“초조하냐고? 당연하지! 회삿돈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아이돌 전사 클로버즈」는 드라마가 잘되면 영화판까지 찍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드라마를 제외한 추후 제작될 영화와 웹툰, 애니메이션 흥행은 순전히 KM미디어와 EK엔터의 몫!
그러니 이번 드라마의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한 실정이었다.
거기다 드라마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플랫폼에도 판매할 권리가 생기니 그것도 짭짤할 터!
“기호야. 이번에 태국 가서 4세대의 톱은 우리 EK라고 확실히 도장을 찍고 오자.”
“뭘 어떻게 하려고?”
“팀별로 할당되는 시간에 뽕을 뽑아야지. 스페셜 무대로...”
“뭐 생각해 놓은 거 있어?”
“음... 하나 있긴 한데...”
“뭔데?”
# # #
12월 14일.
날씨가 상당히 쌀쌀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장에 대포 카메라로 무장한 수십 명이 운집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연예인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리는 ‘홈마’들이었다.
오늘 M 케이콘에 출연하기 위한 아이돌들이 출국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G파워랑 딥블랙 잘 찍었어?”
“당연하지. 딥블랙은 어떻게 해서라도 찍어야지. 안 그래?”
“어우.. 요즘 사진 찍는 놈들이 왜 이렇게 늘어난 거야?”
“잘 찍으면 돈이 되니까 다들 하는 거잖아.”
이런 공항 사진은 사진집으로 발매하거나 플래카드용으로 판매되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번에 SSJ는 두 팀이 끝인가?”
“그럴걸? 이제 어디 회사 남았지?”
“거의 다 들어갔고 EK엔터가 아직인 것 같은데...”
“지금쯤 와야 시간이 맞을 텐데...”
“어? 저기 오는가 보다!”
“어디 어디?”
검은색 밴 3대와 BMW 세단이 등장하자 홈마들이 마치 물고기 떼와 같이 우르르 움직였다.
“나온다!”
“조심해!”
“비, 비켜!”
출국대기장이 아주 난리가 났다.
드디어 밴에서 문이 열리고 누가 봐도 아이돌같이 생긴 어린 소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클로버즈다!”
“우와! 귀엽다.”
“주리야! 여기 좀 봐!”
“태리야!!”
EK엔터의 클로버즈를 찍기 위해 홈마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서바이벌에만 참여하고 아직 정식데뷔를 하지 않은 클로버즈는 홈마들이 익숙하지 않은지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들은 팬들에게 인사를 한 후 성기호를 따라 공항으로 들어갔다.
다음으로 차에서 내린 것은 레몬캔디였다.
“와!!”
“레몬캔디!”
“소연아!! 여기 좀 봐!”
“초연아!!”
“보경아!”
수많은 홈마들이 여길 보라며 셔터를 눌러댔다.
레몬캔디 7인은 귀여운 차림을 하고 팬들과 홈마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최근 많은 곡을 히트쳐서 그런지 인기가 엄청났다.
클로버즈보다 확실히 많은 홈마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와! 대박! 어떻게 일곱 명이 다 저러냐. 외모 미쳤네.”
“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나 보네. 레몬캔디 실물 처음 봤어요?”
“예. 제가 얼마 안 돼서...”
홈마 둘은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레몬캔디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 때문에 공항 앞이 북새통을 이뤘다.
레몬캔디 멤버들은 같이 내린 매니저들과 함께 공항 안쪽으로 사라졌다.
“와!! 핑크엔진이다!”
세 번째 밴에서 핑크엔진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주얼 센터 레이카, 메인보컬 최시유가 팔짱을 끼고 홈마들 앞에 섰다.
“우와 레이카 얼굴 미쳤다! 완전 컴퓨터 그래픽 같네.”
“시유 졸라 귀엽다. 미소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누.”
그리고 리더 김인하가 느릿하게 사람들을 훑어보며 머리에 비니 모자를 썼다.
확실히 래퍼라 그런지 힙한 감성이 대박이었다.
“오! 힙합 갬성 오지구요.”
“아이참 졸라 시끄럽네. 사진만 찍읍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고의 이슈메이커인 이다미의 쭉 뻗은 다리 모두의 카메라에 잡혔다.
파파파팍-
그녀는 거의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쫙 붙는 핫팬츠와 블링블링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털이 달린 화이트 파카는 그냥 어깨에 두른 인상적인 모습.
홈마들의 카메라는 그녀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야말로 몸매로는 아이돌 최강이라는 이화와 쌍벽을 이룬다는 4세대 몸매 퀸의 등장이었다.
“다미야! 사랑해!”
“다미야! 여기 좀 봐줘!”
여기저기에서 난리가 났다.
확실히 이슈메이커의 사진이 잘 팔리는지라 많은 홈마들의 카메라가 이다미를 향했다.
이다미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시크한 표정으로 매니저 뒤를 따랐다.
“와... 핑크엔진 실물 쩌네요.”
“하하... 몰랐어요? 쟤네들이 실물 최강이에요. 왠지 아십니까?”
“왜 그런데요?”
“얼굴도 얼굴이지만 피지컬이 오지거든요.”
“아... 맞네.”
“키가 제일 작은 최시유가 한 165cm 정도 되는데 걔도 머리가 작고 비율이 좋아서 엄청 커 보이거든요.”
“와... 진짜 미쳤네요. G파워 애들 보고 살짝 실망했는데 EK엔터 아이돌들 진짜 장난 없네요. 와...”
초보 홈마가 상당히 놀랐는지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괜히 엔터계의 신성이라고 불리는 회사가 아니죠. 자 이제 공항 안으로 들어갈까요? M 케이콘에 출연하는 아이돌들 다 들어갔네요. 어?”
말을 하던 선배 홈마가 누군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왜 그러시는... 어?”
마지막 BMW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강전기였다.
“으헉... 과, 광채가...”
찰랑거리는 머리에 투명한 하얀 피부.
흑요석을 박아 넣은 듯 반짝이는 눈매.
조각 같은 샤프한 얼굴에 베일듯한 턱선.
학처럼 긴 목과 떡 벌어진 어깨.
올블랙으로 차려입은 명품 옷.
거기다 엄청난 다리 길이까지...
만화책을 찢고 나올 외모의 남자가 홈마들 사이를 유유히 걸었다.
다들 사진 찍을 생각도 못 한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가, 같은 사람 맞아?’
그때였다.
꿈에서 깬 누군가가 소리친 것은...
“일렉케이다!”
“우와아...”
강전기는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왜 이러는데?’
그는 흥미가 떨어진 듯 간지템인 블루투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내일 있을 M 케이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다른 회사와 완벽하게 차별화를 둔다.’
강전기의 입꼬리가 아무도 모르게 살짝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보던 초보 홈마가 사진 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중얼거렸다.
“씨발... 존나 잘생겼네. 이런 게 진짜 포식자지. 생태계 파괴자. 와... 얼척 없네.”
그의 중얼거림이 고참 홈마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되고 있었다.
“허... 생각해보니 왜 저런 미친 존잘남이 딥블랙에서 탈퇴를 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