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73화 (27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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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M 케이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피디님!”

“둘셋! 에리아입니다!”

공연 당일 임팩 아레나.

신인 아이돌 한 무리가 강전기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아는 체를 했다.

“반갑습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꺄아...”

“정말이요?”

평균 연령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걸그룹. 작년에 데뷔해 나름 팬을 확보한 세븐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이었다.

걸크러쉬와 섹시가 묘하게 곁들어진 컨셉으로 국내보단 해외에서 나름 먹어주는 그룹.

‘대표가 나랑 같은 작곡가 출신이었지 아마?’

걸그룹 마니아인 강전기도 익히 알고 있는 아이돌이었다. 멤버들이 전원 피지컬도 좋아 날카로운 눈으로 유심히 지켜보던 그룹이었다.

‘흠... 케이팝에서 걸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지긴 해. 중소기획사에서 나온 애들도 만만치 않아. 뭐 이번 기회에 우리 애들의 클래스를 확실하게 보여줘야겠지만... 후후...’

인사 후 대기실로 사라지는 아이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다음은 스페셜 무대 차례입니다. 최시유, 정우리, 성다솜 씨. 그리고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자신이 게스트로 참여하기로 된 곡을 부를 차례였다.

이번에 준비한 것은 EK 소속 그룹이 나오기 전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특별 무대였다.

이른바 EK 천상계 보컬 특집!

핑크엔진 최시유, 레몬캔디 정우리, 클로버즈 성다솜!

그룹에서 대표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멤버로 이번 글로벌하게 히트한 애니메이션 영화 ‘The way home’의 주제가를 부를 예정이었다.

‘후후... EK가 왜 걸그룹 제국인지를 보여주겠어.’

그의 양쪽 입꼬리가 위쪽으로 슬쩍 올라갔다.

# # #

태국에 사는 신비로운 외모의 마린은 19세로 SSJ엔터테인먼트의 ‘딥블랙’ 팬이었다.

친구인 따완이 같이 가자고 졸라 M 케이콘을 보러오긴 했는데 그녀는 이런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은 따완에 비해 라이트한 팬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태국 리얼리티쇼에 나왔던 자신에게 사인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피곤하기도 했고...

그녀는 딥블랙이 나왔을 때 살짝 소리 지른 것을 빼곤 다른 가수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K-POP은 딥블랙 빼곤 그다지...’

다른 그룹이 나올 때마다 열성적으로 소리 지르는 따완과는 다르게 팔짱을 끼고 어깨만 들썩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대 불이 꺼지고 하얀 피아노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쳤다.

타악-

핀포인트로 비춘 자리에는 새하얀 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어붙인 조각 미남자가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허억... 콜록콜록...”

그녀는 갑자기 사레가 들린 사람처럼 기침하기 시작했다.

“야. 마린. 너 괜찮아?”

“응, 괘, 괜찮아. 별거 아냐.”

저 멀리서 사회자가 곡을 소개하며 가수들과 작곡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자, 다음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곡이죠? 이 곡은 영화 ‘The way home’의 주제가로 쓰였는데요. 바로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작곡한 ‘강아지 왈츠’입니다. 노래를 불러주실 분은 같은...”

사회자의 소개 멘트가 끝나자 자신도 많이 들었던 익숙한 곡이 피아노로 연주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곡이 들어오질 않았다.

오직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만 시선이 갈 뿐이었다.

‘미, 미쳤어.’

그는 피아노 앞에서 살며시 눈을 감고 있었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그의 얼빡샷이 나오자 관객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따완. 호, 혹시 누구?”

“아, 저 남자? 한국에서 잘나가는 작곡가야. 일렉케이 프로듀서라고 히트곡 제조기래.”

“그, 그래...”

“너 이 노래 좋아하잖아. 저 사람이 만든 노래야. 라이브로 하는 거 같은데 잘 들어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대 위를 응시했다.

메인 스테이지의 화면에는 ‘The way home’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띠리리링- 띠링-

강전기가 우수에 찬 눈으로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무대에서는 처음 연주하는 곡이었는데 콘서트홀의 수많은 카메라가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마치 화보에 나오는 듯한 미친 포스.

“와아아아!!!”

팬들은 그 모습을 보며 콘서트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일렉케이!!!”

“꺄아아아!!”

현지 팬들도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어우... 깜짝이야.’

마린은 엄청난 함성에 놀라 어깨를 움츠리고 말았다.

피아노 간주가 흐르는 동안 무대 위에는 살짝 긴장한 표정의 보컬 3인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드디어 간주가 끝나고...

인트로를 시작하는 사람은 안정되고 깔끔한 보컬의 정석 ‘정우리’였다.

‘와... 역시 좋다.’

말 그대로 가슴을 적시는 도입부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중간 벌스 부분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클로버즈의 성다솜의 보컬이 이어졌다.

다솜을 보는 강전기의 눈빛이 살짝 아련해졌다.

‘역시 다솜이 보컬은 탄탄해. 꽉 찬 느낌이야.’

곡이 점차 고조되며 최시유가 부르는 프리코러스에 접어들자 현지 팬들이 노래를 슬슬 따라부르고 있었다.

섬머캐슬 이후 워낙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OST라 그런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 같았다. 태국에서도 거의 떼창 분위기였다.

마린도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와! 여기 사람들도 이 노래를 다 아네. 신기하다.’

강전기는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어 따뜻한 눈으로 팬들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본 TV 중계화면에는 영화 ‘The way home’의 주제곡 ‘강아지 왈츠’의 작곡가라는 타이틀이 달려있었다.

이는 강전기가 특별히 뮤직넷 측에 요청한 사항이었다.

‘고맙다. 영화야. 크... 내 든든한 저작권! 너무 꿀맛이고….’

노래는 후반부로 이어졌다.

코러스 절정 부분에서 절묘한 화음으로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메인 보컬조.

그들의 가창력은 임팩 아레나의 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거기에 깔끔하게 편집된 영화 화면에 슬쩍슬쩍 카메라에 비추는 존잘남 일렉케이 프로듀서까지...

최적으로 연구한 그의 가식적인 표정었지만 말이다.

“우와아아아!”

“미쳤다!!”

“노래 진짜 잘 부른다.”

“심지어 원곡 가수보다 더 잘 불러!”

객석은 노래가 끝나고도 난리도 아니었다.

“하아하아...”

마린은 뛰는 가슴을 손으로 부여잡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방금 자신의 이상형이 4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일렉케이...’

마린의 앙증맞게 생긴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무대가 끝나자 사회자가 다른 그룹을 소개했다.

[자! 엄청난 떼창이었습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태국도 이런 문화가 있었군요. 다음은 이 분위기를 이어 가줄 분들입니다. 이번에는 밴드로 변신을 했다고 하네요. 레몬캔디가 부릅니다. ‘너를 정복하러 왔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드럼 스틱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탁탁탁탁!

지이잉-

이보경의 일렉기타 사운드가 콘서트홀을 강타했다.

남민지, 차은성 엽기 듀오의 ‘너를 정복하러 왔다!’라는 곡으로 이번 M 케이콘을 위해 강전기가 특별히 밴드 풍으로 편곡한 곡이었다.

“와! 얘네들 뭐야? 밴드였어?”

“아니! 그게 아니고 가끔 밴드도 하는 아이돌이야. 레몬캔디라고... 아까 노래 부른 사람들이 다 같은 소속사야.”

“허...”

엄청 신나게 노래를 듣고 있던 마린이 친구인 따완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몬캔디의 밴드 라이브는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곡도 신났는데 라이브 연주가 가능한 아이돌이라니...

물론 이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강전기의 하드 트레이닝이 있었지만 말이다.

레몬캔디의 재벌 상속녀 컨셉의 걸리쉬한 정식 데뷔곡이 펼쳐지자 장내 분위기가 엄청나게 뜨거워지고 있었다.

‘뭐야? 얘들이 이렇게 인기였어?’

마린의 눈에 당혹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사실 레몬캔디는 걸리쉬한 스타일로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서구권의 반응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노래는 나름 듣기 좋다는 평가가 대다수.

레몬캔디의 무대가 끝나고 바로 새로운 걸그룹이 무대를 시작했다.

“허... 케이팝 뭐야?”

마린은 점점 기가 차기 시작했다.

무대 위의 걸그룹은 보이그룹도 하기 힘든 수준의 퍼포먼스와 아크로바틱한 동작들을 보여주며 장내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죽이지? 쟤네 핑크엔진이라고 세계적으로 반응 오는 애들이야. 내 생각에 ‘네임드로즈’를 잇는 차세대 걸그룹이 될 거 같아. 물론 엄청난 수준의 안무가 제일 이슈긴 하지. 래퍼 인하가 내 최애야.”

친구 따완은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마린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핑크엔진?”

그들은 프리데뷔 싱글곡을 살짝 보여준 뒤 정식 데뷔곡을 선보였다.

장내는 핑크엔진의 화려한 안무와 파워풀한 곡으로 인해 환호성이 가득했다.

다들 어깨를 들썩이며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다.

“와... 비트가 그냥...”

“미쳤지? 내 말이 맞지? 카리스마 엄청나. 쟤네들이 리얼리티쇼 ‘걸그룹 4차대전’에서 우승한 애들이야. 일렉케이 프로듀서랑 같이...”

“우승?”

“그래. 너는 진짜 딥블랙밖에 안보는 구나? 다른 것도 좀 봐. 지금 EK 소속 그룹들 때문에 케이팝이 얼마나 핫한데?”

“끙...”

마린은 안 그래도 심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EK의 수장이라는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으니까.

‘걸그룹 4차대전? 집에 가서 빨리 한번 봐야겠어.’

태국 리얼리티쇼 우승자인 마린의 머릿속에 이미 딥블랙은 지워진 상태였다.

그때였다.

묘한 엘릭트릭 사운드가 그녀의 뇌를 벅벅 긁고 있었다.

듣고 있으면 뭔가 미묘하게 이상한데 중독적이며 헤비한 느낌.

거기에 묘하게 이어지는 그루브한 베이스와 드럼.

그야말로 최신 EDM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운드였다.

핑크엔진이 선보인 컴백곡이었다.

강전기가 최신 트렌드를 다 때려 넣어서 만든 곡으로 걸크러쉬 노선으로 가고 있는 핑크엔진을 위해 만든 곡이었다.

무대를 찢는다는 표현이 맞는 사운드.

4명 전부 메인보컬 급 가창력으로 절묘한 하모니까지!!

신선하면서 중독적인 사운드가 일품인 곡이었다.

‘헉... 곡 미쳤어!’

솔로 아티스트로 데뷔하기로 마음먹었던 마린은 핑크엔진의 컴백곡을 들으며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밀려드는 자괴감.

과연 자신이 이런 곡들을 써낼 수 있냐 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저 입을 벌리고 무대를 볼 수밖에 없는 심정.

‘이, 이게 바로 4세대 케이팝?’

글로벌한 최고, 최신의 사운드.

극도로 뛰어난 가창력.

멋지고 화려한 퍼포먼스.

최고의 무대 의상과 소품 그리고 화장.

거기에 미친 비주얼까지...

자신도 세계에 우뚝 서고 싶었는데 이런 황당한 수준의 무대를 보니 자신감이 싹 달아났다.

“마린. 왜 그래?”

“아, 아니야.”

그녀는 자기도 몰래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그렇게 핑크엔진의 열광적인 무대가 끝나고 갑자기 무대에 불이 꺼지며 거대한 무대 스크린에 영상이 켜졌다.

우와아아아!!!

장내에 엄청난 함성이 휘몰아쳤다.

다섯 소녀의 실루엣이 어두운 화면을 밝히더니 그들의 몸에 형형색색의 갑옷이 날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면 밑에 넷플릭이라는 단어와 정중앙으로 클로버즈(Clovers)란 단어가 떠올랐다.

“뭐! 뭐야?”

“아하하하! 나온다. 나온다!”

“뭐가 나온다는 거야?”

마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친구인 따완을 쳐다보았다.

“아이돌 전사 클로버즈!”

“??”

“걸그룹 4차대전에서 나왔어. 정식 버전으로 곧 나오나 봐. 넷플릭에서... 미치겠다. 퀄리티가 더 좋아졌어.”

“뭐?”

마린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통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리고 스크린으로 엄청난 영상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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