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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화 〉144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12) (145/898)



〈 145화 〉144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12)

내가 송아라와 식당으로 향하는 중에 아르모니아에게서 통신이 들려왔다.

[설마 초서현이  장소에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거기다 우리 둘만 있었으면 못 봤을 텐데. 레나, 고마워.’
[칭찬 감사합니다.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주인님.]

내가 한창 송아라에게 활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있느라 정신이 팔린 상태였을 때, 마침 레나가 교대를 위해 미리 워프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레나는 나와 아르모니아가 감지 못했던 작은 소리와 미세하게 보이는 초서현의 존재를 화면으로 보고 우리한테 알려준 것이었다.

거기다 초서현의 은신이 낮은 것도 발견하는데 한몫한 듯했다.

나는 초서현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송아라와의 분위기를 깨면서까지 초서현의 칭찬을 했다.

비록 송아라에게 답답한 교관처럼 보일  있었겠지만, 당장에 중요한  초서현이었다.

그리고 송아라도 다행히 내 답답함을 이해해줬고.

[하지만 초서현이 보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과하게 칭찬을 하실 줄 몰랐습니다.]
‘마음속에 없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

학창 시절 그런 고통을 당하고도 이곳에 와서 꿋꿋하게 생도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여자다.

…비록 성격이 고양이처럼 날뛰어서 문제지만

나는 그렇게 통신하면서 송아라와 식당에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덧 8시.

‘흐흐… 빨리 밥 먹고 성수아의 등짝을… 응?’

식당에 도착해서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한 사람이 우리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어? 쌤?”
“초서현 교관님?”
“….”

초서현은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낀 채 우리를 힐끗 보고 있었다.

그런데 포즈나 표정에서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고 있었다.

평소에도 나름 무게를 잡는 여자였지만, 지금은 유독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우리를 보던 초서현은 허리를 튕기며 올곧게 서서는 송아라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아~ 성수호 쌤이 훈련 도와줬어요. 이제  먹으려고요.”
“…그래.”

초서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잠시 보더니, 식판을 들면서 입을 열었다.

“먹을 거면 같이 먹자.”

***




어두운 방에 불이 들어오며 초서현을 반겨주었다.

하지만 자신을 반기는 불빛에 따로 반응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조용히 걸어가서는 침대 위에 엎어져 쓰러졌다.

초서현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다.

“…주책이네.”

중얼거리는 순간 사격장에서 엿들었던 성수호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초서현 교관님을 그런 식으로 말하면  돼. 그분은 온종일 너희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있을까 생각하는 분이다. 그런 분을 귀엽다는 식으로 말하면 실례겠지?)

(내가  때는 여기 있는 교관 분 중에 그분만큼 책임감 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너희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헌신을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력하고 계신 분이야.)

초서현은 평생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었다.

첫 번째 노력으로 그녀에게 돌아온 건 학창 시절의 지속된 폭력과 멸시였다.

그 후 중소형 길드에 들어간 초서현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어떻게든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초강현의 인지도라는 그림자와 자신이 없는 곳에서 자신을 애 취급하는 동료들 뿐이었다.

분명 그들에게 악의는 없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그런 대우와 취급은 결국 그녀의 내면에 있던 동료애를 점차 증발시켰고, 결국 그녀 곁에 있던 동료들은 모두 점차 사라져갔다.

그렇게 가족과 동료, 친구가 사라지면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뭔가 시도해보려는 차에 영사관 교관 복무 통지를 받게 된 것이었다.

교관 복무 통보를 받았던 초서현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이 꼬인 곳에서 그 매듭을  기회라고….

생도들에게 절대 손찌검하지 않았다. 그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했다.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바로 보조 교관이었다.

부임한 보조 교관들 족족 책임감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았었다.

어찌어찌 데리고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으면 그만두기 일쑤였다.

최고의 직장이라고 해도 업무의 난도와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거기다 정식 교관과의 차별 대우를 직접 경험한 보조 교관들은 박탈감에 의욕이 사라지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보조 교관들을 이해하더라도 결국 정을 붙이지 못하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달랐다.

“바보같이… 나는 거기서 우냐.”

초서현은 성수호의 말을 듣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인정해주는 존재를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었다.

예고도 없이 튀어나온 성수호의 대사가 초서현의 속마음을 자극했고, 그녀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람에게 들킨 후 바로 기숙사로 와서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초서현은 처음으로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식당 앞에서 성수호를 기다린 다음 같이 밥을 먹었다.

“…내일도 같이 먹을  있으려나.”

초서현은 그렇게 중얼거린 뒤, 미소를 지으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




나는 VR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나서 바로 초서현의 접속 상태를 확인해봤다.

‘…음? 오늘은 게임 하지 않네.’
[아까 반응을 봐서는 오늘은 일찍 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도망쳤던 초서현은 아까 식당에서 나와 송아라를 기다린 뒤 같이 밥을 먹었다.

아까 점심을 같이 먹었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식사하는 내내 어떠한 말도 걸지 않았다.

조용히 먹으며 계속 흘깃 쳐다보는  전부였다.

나는 초서현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진짜 웃기네.’
[어떤 부분 말씀이십니까?]
‘아니, 생각해보니까 웃겨서. 우리는 아직 초강현도 보지 못했잖아. 그놈의 정보를 알아내기는커녕 아직 말도 섞어 본 적이 없는데, 정작 초서현이랑 성수아랑은 꽤 친해진 게 웃기네.’

그야, 목표가 초서현과 성수아이기에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쯤 되니까, 슬슬 초강현이라는 녀석의 낯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영사관에 온  2주 차에 접어들었고, 성수아와 초서현이랑 평일마다 매일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초강현의 머리카락 한 올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그렇게 초강현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이에 아르모니아가 갑자기 다른 주제로 대화를 변경했다.

[수호님. 이번 기회에 시간 배분을 변경해보는 것도 고려해보는 게 좋을  같습니다.]
‘응?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렸었다.

갑자기?

하지만 아르모니아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전에 이야기하던 초강현과 연관이 있었다.

[지금 초강현이 등장하지 않는 다는  수호님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확실히 아르모니아의 말대로였다.

초강현이 지금 두 여자를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잠시 사정이 있어서 만나지 못하다가 한 달 후에 갑자기 만남이 잦아지게 되면 나로서 굉장히 곤란해진다.

[위그드라실은 어차피 안정되었으니, 이참에 성수아와 초서현에게깊게 집중하는 것이 어떤가 싶어서 말씀드렸습니다.]
‘하긴, 그렇겠네. 그럼 위그드라실에서 최소 하루 이상은 빠질 방법을 만들어봐야겠네.’

영사관에서 2주일(14일)가량을 보내려면 위그드라실에서 최소 34시간을 비울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 놔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면 대놓고 이틀 이상 비워서 3주 동안 영사관에서 활동하던지.

‘생각해보니까. 영사관 주말을 날리는 건 좀 효율이 별로였던 거 같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몰라도 슬슬 개인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게끔 시간을 조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칫국 마시는 느낌일 수 있겠지만, 만약 데이트를 하게 된다면 무조건 주말을 이용해야 한다.

평일의 영사관 업무는 바쁘기 그지없으니까.

하물며 데이트가 아니더라도 이런 VR 게임도 주말에 오랜 시간같이 있을수록 도움이 될 테니까.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성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셨나요?)

..
..

“아… 그럼 이번 주말에도 안 되시는 거군요.”
“매일 같이 해주시는 건데 괜히 저 때문에 중간에 끊기는 기분 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에이! 그냥 천천히 즐기는 거죠.”

성수아는 그렇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쯤 되니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VR 내에서 섹스 되나?’

정말 생뚱맞은 소리긴 했지만, 또 궁금하긴 했다.

그야 하려고 하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게임 소프트웨어에 그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면 과연 성행위를 하더라도 질의 촉감을 느낄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 답을 아르모니아가 알려줬다.

[이 동물의 마을이라는 게임의 경우 가능하게 프로그래밍 되어있지만, 기본적인 스킨쉽보다는 낮은 감도로 설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원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들도 타겟을 잡고 만들 게임이다 보니 성행위가 가능하다고 설명해줬다.

다만 게임의 본 목적이 건전한 슬로우라이프이다 보니 성행위의 감도가 낮고, 웃기게도 성기 부분에 모자이크 처리도 된다고 한다.

VR 모자이크라니 한번 경험해보고 싶긴 했다.

‘…아냐, 처음에나 신기하겠지, 하다 보면 또 거지 같다고 욕하고 있는 미래의 내가 떠오른다.’
[….]

NTL 게임은 100에 99개는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가 기본이었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야겜인데, 도대체 왜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쓸데없는 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성수아가 웃으면서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제 첫 번째 대출금 다 갚는  얼마 남지 않았네요.”
“잘하면 내일쯤이면 다 갚겠네요.”

지금 성수아와 내가 지내고 있는 집은 작은 오두막이었다.

원래 1인용으로 만들어진 집으로 규모가작아서 인테리어도 쉽지 않은 기본 거주지이다.

첫 번째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NPC들도 이사를 오지 않고, 기본적인 게임 진행이 되지 않는 편이었다.

사실 대부분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첫 번째 대출금을 갚고 이미 마을 꾸미기를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성수아와 나는, 같이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다보니 진행이 느렸다.

지금도 낚시를 하고 있지만, 앞에 물고기 실루엣이 없어도 그냥  자리에서 가만히 대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조용히 수다를 떨다 보니 오늘도 늦은 시간이 되었다.

“물고기, 제가 팔고 올게요.”
“아, 매번 귀찮으실 텐데. 이번에는 제가….”
“아니에요. 집에 먼저 가세요.”
“…네.”

나는 성수아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성수아가 사라진 순간…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이동했다.

분명히 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 이 마을에 거주하는 NPC는 특수 NPC 두 명밖에 없었지만, 나는 아무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히 어디론가 향했다.

도착한 곳은 성수아와 내가 지내는 오두막이 아닌, 다른 건물이었다.

외관상 그렇게 깔끔하다고   없었지만, 오두막에 비하면 나름 주요 건물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는 건물….

나는 이 밝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외쳤다.

“방울아!! 니가 보고 싶었다!!”
[….]

..
..

나는 방울이의 손등의 복슬복슬한 털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하아… 하아… 진짜 귀여워….”
“감사합니닷!”

비록 인공지능은 후달려서 내가 하는 말에 간단한 대답만 해주고 있었지만, 귀여운 건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만약 성수아처럼 여자였으면 껴안고 난리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로 태어난 나는 도저히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방울이의 커다란 손등을 만지며 학학거렸다.

‘와, 진짜 강아지 털 같아. 정말 좋아….’
[가까이에서 보면 나름 귀여움에 혹한 느낌이 들지만, 멀리서 보면 위험한 느낌이 풍기고 있습니다. 주의하시는  좋을  같습니다.]
‘….’

가까이에서 보면 애정, 멀리서 보면 성추행이냐!? 어!?

내가 그렇게 계속 방울이의 복슬복슬한 손등을 만지는 중에 아르모니아가 나에게 경고하기 시작했다.

[수호님. 이미 5분이 지났습니다. 슬슬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악… 하악… 1분만….’
[만약 성수아가 이곳에 오기라도 하면….]

콰당!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큰 소리가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다급하게 들어온 여성이 있었으니….

“하아… 하아….”
“….”

나는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온 성수아가 나를 내려다보는 상태로 눈썹을 꿈틀거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성수호 교관님… 여기서 뭐 하세요?”
“그게….”

성수아에게 압도된 나는 도저히 그녀에게 변명하지 못한 채 통신으로 소리쳤다.

‘이게  아르모니아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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