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83 283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19)
주말 동안 모든 학생이 실기시험이 뭐가 나올지 궁금해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특히 1학년 들은 더욱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실기시험, 거기다가 1학년 봄학기 수업은 대부분 실습 형태보다 이론을 배우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실기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다른 학년에 비해서 세게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뭐, 그건 또 1학년 입장이고, 3학년들은 생각이 다르겠지.’
거기다 그 3학년들의 생각은 나한테도 필요 없다.
문제는… 문제다.
‘아르모니아, 아직 연락 없지?’
[없습니다. 학장이 요지부동이라고 합니다.]
‘….’
학장은 분명 실기시험 문제를 만들어놨다.
그런데 그걸 머릿속에 담아놓고 실기시험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전혀 꺼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장이 해답을 알려준다고 해도 바로 우리가 알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었다.
조디악은 우리처럼 한 곳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장이 만든 문제를 조디악에게 알려준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에게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나마 해답을 알려주면 좀 늦긴 하겠지만, 무난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예 종료 시각까지 해답을 안 알려주면 진짜 좆되는 거네.’
[백만 에넬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될 것입니다.]
시험 문제는 실기시험이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답을 모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루이스라면 주속성 필기시험 완벽하게 봤을 거 같은데….’
만약 실기시험에서 말도 안 되는 격차가 벌어지면 필기시험을 이겨도 하등 쓸모없다.
그나마 필기를 이긴 덕분에 점수가 발표되면 살짝 기분을 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결국 루이스와 나와의 대결은 필기와 실기를 합쳐서 낸 점수의 전체 등수로 승부를 가르는 것이다.
내가 5등 안에 들어가면 내 승리, 하지만 내가 5위 안에 들어가도 루이스가 1등을 한다면 루이스의 승리.
루이스 녀석도 혹시 모르니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다.
자기가 무조건 1등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인 듯싶었다.
‘1등에 매달리는 것 보면 승부욕이 엄청난 거 같지?’
[시험 중에도 벌떡 일어나서 수호 님의 옷소매를 잡은 것을 보면 확실합니다.]
‘옷소매 이야기는 왜 해….’
…게이 새끼.
덕분에 시험 보기도 전에 기분이 잡치기 시작했다.
나는 월요일, 아침 일찍 강의실에 와서 실기시험을 치르기 전에 대기하고 있었다.
주말 동안 루나와 큰 마주침 없이 지내다 보니 좀 허전하긴 했지만, 어차피 시험 기간 끝나면 밖에 나가서 마음껏 놀면 그만이다.
루나에게는 이럴 때 친구들과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교우관계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한창때에는 혼자가 최고라고 여겼지만, 아르모니아의 소환에 끌려오고 사람과 부대끼다 보니 한가지 느낄 수 있었다.
인간관계는 중요하다.
‘루나는 시험 끝나고 실컷 놀 수 있으니까.’
실컷 노는 김에 믿음에 씨앗에 양분도….
그렇게 속으로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의실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많은 학생 사이에 빛이 찬란하게 비추는….
‘응? 쪽팔려서 시험 바로 전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용케 들어왔네.’
루이스가 눈치를 보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눈치를 보는 루이스에게 눈치 없는 추종자 여학생들이 달라붙었다.
“루이스!? 괜찮아요?”
“걱정했어요!”
“하하… 거, 걱정해줘서 고마워.”
루이스는 내 쪽… 아니, 루나 쪽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나를 보며 악귀 같은 표정을 잠시 내비쳤다.
예전에 조교수가 루나 성추행하는 모습을 봤을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내가 루나 성추행이라도 했냐?
‘…나중에 사귀는 거 들키면 앞에서 엉덩이 만지는 거 보여줘야지.’
[….]
루이스 앞에서 토실토실한 루나의 엉덩이는 내 것이라고 공표를 하는 거다.
뜬금없는 목표가 생긴 덕분에 열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의는 열의이고… 혹시 모르니까, 지금 좀 더 도발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나는 시끌벅적한 루이스의 주변에 다가간 뒤 루이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말 잘 보냈냐?”
“….”
루이스는 이를 드러내며 나를 노려볼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응? 주말 못 보냈어?”
“…아주 잘 보냈다. 몸 상태도 완벽하지.”
루이스는 내 말주변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눈치였다.
나는 앉아 있는 루이스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래, 실기는 열심히 봐라. 필기는 망한 거 같은데, 실기라도 잘 보면 또 이길지 모르잖아?”
“뭐?”
루이스는 내 말에 발끈하면서 일어서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누가 망해?”
“응? 필기 망한 거 아니었어?”
“이 개새….”
루이스는 순간 입 밖으로 욕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주위를 둘러봤다.
여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고, 그는 간신히 진정한 뒤에 입을 열었다.
“…분명 한 과목을 삐끗한 건 맞지. 그렇다고 망한 건 아냐.”
“그게 망한 거 아냐?”
“…너 도대체 뭘 믿고 이런 식으로 나오냐?”
루이스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학생들도 이해 못 할 것이다.
아무리 슈트라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신분 차이가 전혀 없다고 해도 루이스 정도 되는 가문과 원수지간이 되는 건 절대 좋을 게 없을 테니까.
“날 믿고?”
“….”
루이스는 내 태평한 반응에 어처구니없어하는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루이스는 화가 난 것과 별개로 내 도발을 허세라고 착각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흥… 평생 그런 식으로 살아라. 그렇게 도발해도 결국 필기, 실기 둘 다 너는 나한테 안돼.”
이 녀석은 내가 필기시험을 자기보다 못 봤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아직 점수가 공개된 건 아니니까.
하지만 굳이 저 말에 휘둘리려고 루이스를 찾아온 게 아니다.
내가 해야 할 건 계속 도발하는 것뿐.
“너야말로 필기를 이미 망쳤으면서 실기는 잘 볼 자신 있어?”
“이 새끼가….”
루이스는 슬슬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새하얗고 잘생긴 녀석이 빨간색으로 물들어서 귀신처럼 바라보니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지.
“뭐, 시험 잘 봐라. 그리고 부디 이번 실기시험에서는 난동 피우지는 말고.”
나는 마지막 도발과 함께 웃으며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야, 기다려.”
갑자기 루이스가 내 팔목을 잡고는 다니기 시작했다.
‘아오, 게이 새끼가….’
[….]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입 밖으로 저 생각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고 나를 꽉 잡아서 몸을 돌렸다.
“왜?”
“만약….”
“…?”
루이스는 이를 한껏 갈면서 고민하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만약 실기시험에서도 내가 너보다 늦게 풀어내면 내 가문에 해가 되지 않는 한 네 부탁 하나를 들어주지.”
“오….”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왜냐고?
솔직히 질 거 같거든….
필기야 그냥 베껴 쓰면 그만이지만, 실기는 진짜 질 거 같았다.
거기다 여기서 덥석 물었다가 괜히 이상한 역조건을 걸어버리면 훨씬 위험해진다.
‘역시 패스하는 게 좋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분명 꿍꿍이가 있을 것입니다.]
루이스라면 그냥 자존심에서 내뱉은 말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정말 꿍꿍이속이 있다면 위험하다.
가령 내가 제안을 받고 나서 ‘설마 이대로 너는 아무 조건 없이 가려고? 겁쟁이인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 나도 물러설 수 없게 되니까.
무조건 이번 실기에서 최대한 점수를 끌어내서 등수로 이기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됐어.”
“…뭐?”
“지금 내기도 이미 있는데, 그런 귀찮은 짓도 하고 싶지는 않아. 나는 애초에 그저 내 실력 닿는 대로 노력해서 필기시험을 본 거고, 너랑 그런 시간 싸움으로 장난치려고 시험을 보는 게 아냐.”
“뭐… 뭐라고!?”
루이스의 외침에 강의실 학생들이 전부 우리를 보기 시작했고, 나는 더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그 자리를 바로 떠났다.
***
“루, 루이스… 그래요. 서둘러서 푸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마, 맞아요!”
여학생들은 어떻게든 루이스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위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여학생들의 위로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제안을 받지 않은 것보다 충격적인 건 성수호가 자기 행동을 애들 장난처럼 유치하게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슈트라가 아무리 평민과 귀족의 계급이 없는 곳이라고 해도 이런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루이스는 이를 아득아득 갈면서 간신히 여학생들의 말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만약….”
“…?’
“만약 내가 저 녀석보다 늦게 나오면 너희들 전부를 우리 가문에 초대해줄게.”
“어, 어머….”
다들 놀란 표정으로 기뻐해야 하나 마나 고민하고 있었지만, 루이스에게 그런 여자들의 표정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루나….’
막 강의실에 들어온 루나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성수호를 보며 툴툴거리는 미소로 맞이하는 루나.
루이스는 자신 앞에서 언제나 미소를 지어주던 루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새침데기처럼 구는 루나의 모습에 증오심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새침데기 얼굴의 주인인 것처럼 바라보는 성수호.
성수호가 루나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 뭐야? 귓속말하는 건가?’
순간 성수호의 행동에 열이 바싹 오른 루이스는 달려갈까 하다가 결국 멈출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루이스는 학생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계속 받고 있었다.
고작 귓속말에 난동을 피워서 생기는 학생들의 동정이 담긴 시선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굴욕이 담긴 인내심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참고 있을 때였다.
성수호가 루나의 시선에 닿지 않은 상태로 루이스를 보면서 갑자기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
루이스가 성수호의 미소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루나가 화들짝 놀라더니 볼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던 루나는….
‘…뭐야? 왜 저래?’
루이스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성수호의 등을 계속 손바닥으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분명 뭐라고 한소리를 하는 것 같았지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루이스의 내면에는 증오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루나와 성수호의 행동이 연인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박살 내는 걸로 안 끝나. 졸업하고 나서 너는 내가 어떻게든 진짜 죽일 거다.’
루이스는 이를 갈면서 다시 여학생들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
“미, 미쳤어요!?”
루나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근처에 학생들이 들리지 않게 나를 혼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루나를 보면서 실실 웃으며 말했다.
“에이, 아무도 안 봤어.”
“지금 루이스가 봤어요!”
“아냐, 아냐. 그냥 귓속말하는 줄 알았을걸?”
“….”
루나는 다시 루이스를 바라봤고, 루이스는 그와 동시에 다시 의자에 앉아서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쪽을 의식하는 건 그대로였지만, 내가 루나의 볼에 입을 맞춘 건 못 본 게 확실해 보였다.
“휴… 정말이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했더니….”
나는 루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하면서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댔고, 루이스에게 가려진 내 입술로 루나의 볼에 살짝 뽀뽀를 감행했었다.
그 행동에 루나는 놀라고….
나는 툴툴거리는 루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장난으로 받아쳤다.
“왜? 나랑 뽀뽀한 거 싫어?”
“으잇!”
“아얏!”
루나는 내 장난을 못 참고, 실기시험 전까지 내 옆구리를 꼬집으며 분풀이를 했다.
..
..
시간이 지나서 드디어 실기시험을 앞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내게 실기 문제와 해답은 전혀 도착하고 있지 않았다.
[일단 혹시 모르니 워프도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소용 있으면 좋겠네.’
그렇게 강당에서 허망하게 서서 오늘 실기시험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단상에는 학장이 아닌, 전에 봤던 노파 교수가 서서 실기시험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실기시험은 오늘부터 총 5일간 이루어질 것입니다.”
학교 지부에 라후의 탑이라는 건물에 들어가면 각자의 방을 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 방 안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흐름을 캐치해서 해석한 뒤, 방에 마련된 하얀색 칠판에 해석한 마법진을 그리는 시험이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들 것이다.
다만 고작 마나의 흐름을 캐치하는 실기에 5일이라는 시간이 걸리는지 의아할 것이다.
마나의 흐름은 총 다섯 번 등장하고, 마나의 흐름이 등장하면 해석할 제한 시간이 주어진다.
개당 24시간.
그리고 만약 24시간 동안 해석을 못 하면 실패로 간주하고 다음 차례의 마나의 흐름으로 교체된다.
방에는 씻을 수 있는 공간, 화장실, 침구류, 간이 음식 모두 마련되어 있었다.
평소에 호화롭게 지내던 학생들은 좀 불편할 수 있었지만, 5일간 지내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5일을 전부 시험을 보는 데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
나를 제외한 학생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노파 교수를 바라봤고, 바로 답을 내주었다.
“문제를 정확히 풀어내면 한 시간 후 자동으로 다음 마나의 흐름이 출현하게 될 것입니다. 즉….”
“….”
“빨리 풀게 된다면 오늘 안에 전부 풀이를 마치고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5일을 최대치로 놓고 만들어놓은 문제인데, 그렇게 쉽게 풀고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몇몇을 제외하고….
‘루이스 녀석은 무조건 1등이겠네….’
이 시험의 점수는 잘 풀었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정확한 답을 칠판에 적어야지 마나의 흐름이 없어지고, 한 시간 후에 다른 마나의 흐름이 출현하는 형식이었다.
즉… 빨리 풀고, 나온 사람 순서대로 점수가 매겨지는 형식이었다.
‘…지금 설명 들어보니까, 학장이 일일이 마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건 아닌가 보네.’
분명 지금쯤이면 정교수들에게는 시험 문제를 알려줬을 것이다.
안 그러면 진행이 안 될 테니까.
[아마 시험을 보다 보면 문제가 도착할 것 같습니다.]
‘…도착하면 뭐 하나 결국 답안지가 안 오면 무쓸모인걸….’
그렇게 힘겹게 고민하고 있을 때 단상에 있던 교수가 마무리를 지었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
..
“자, 다들 각자 자신에게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들어가고 시험은 총 5일, 방에 들어가면 문제를 전부 풀기 전에는 방 밖으로 나오실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몇 명이 모여서 방을 앞두고, 나름대로 직책이 있어 보이는 교수에게 마지막 부연 설명을 들었다.
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 문제를 풀거나, 위급상황일 때뿐.
만약 위급상황일 경우에는 칠판에 마법진이 아닌 도와달라는 글귀를 적어넣으면 자동으로 실격되면서 감독하는 조교들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서 구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입장하시고 나면 대략 30분 후쯤에 마나의 흐름이 감지 될 것입니다. 자, 들어가세요.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옆방에 들어가는 루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들어가는 루이스도 바라봤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와 루나, 루이스는 연달아 붙어 있는 방에 배정되어 있었다.
어차피 타인의 방은 함부로 볼 수 없는 구조라 큰 의미는 없지만….
나는 루이스를 흘겨보다가 루나에게 시선을 주며 조용히 속삭였다.
“시험 열심히 봐.”
“수호 씨도 최선을 다하세요.”
나한테 격려를 한 루나는 고개를 돌려서 반대편에 있던 루이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루이스…. 시험 잘 봐.”
“…응, 알았어.”
루이스는 루나의 격려에 살짝 경직이 풀리는 순간 나는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미소를 머금고 있는 루이스가 보이게 입을 뻐끔거렸다.
-느.림.보.-
“이 개….”
나는 루이스의 말을 전부 듣지 않고 바로 방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아… 한여름 수준은 아니지만, 저 녀석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네.’
어차피 이왕 적이 된 거 계속 골리면서 엉망으로 만들어줘야지 하는 심산이었다.
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은 자동으로 잠겼고, 나는 그걸 보고 루이스가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며 방을 둘러봤다.
“오… 기숙사에 있는 방에 비하면 천국이네, 천국.”
그렇게 방에 대해서 감탄사를 내뱉는 중이었다.
퓨아앙!
‘응? 뭐지? 벌써 시험 시작인가?’
하지만 이상했다.
분명 시험은 30분 뒤라고 했는데….
그렇게 의구심이 생기고 있을 때, 방구석에 있던 의자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기숙사 내부를 좀 손을 봐야겠군요.”
“….”
“가르침을 받는 학생이라면 편안함도 중요하니까요.”
학장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당황하면서 아르모니아를 불렀다.
‘아르모니아. 저 새끼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같아. 혹시 모르니까, 워프 준비해줘.’
하지만…
‘아르모니아? 함장님? CEO 대표님? 직원이 위험합니다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 당황하는 모습을 확인한 학장은 지금까지 보여주던 자애로운 미소를 싹 지우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르며 무겁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