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07화 (308/898)

EP.307 307화 위그드라실 (3-16)

민하연은 한여름이라는 인물이 도움이 되어서가 아니라, 같은 동료로서 도저히 놓고 가지 못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런 설득에도 쉽게 수긍하지 않았고, 결국 강경책을 내놓으며 거부감을 비추던 네 명의 여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강경책은….

“씨, 씨발… 내가 왜 이런 꼴을….”

“조용히 해. 안 그러면 놓고 온다.”

“씨발….”

양팔을 뒤로한 채 케이블 타이로 묵인 상태로 탐색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그냥 손목만 묶으면 임의로 풀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열 손가락을 다 묶는 것으로 다른 여자들을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었다.

한여름은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는 내내 나만 들리게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한여름의 뒤에서 걷던 나는 그 녀석의 등을 화살촉으로 찌르며 말했다.

콕, 콕.

“빨리 걸어라. 노예야.”

“끄아악! 아프다고 개새끼야! 풀려나면 뒤질 줄 알아라!”

“어쭈? 노예 새끼가 감히 해방 전선을 펼치려고 해?”

“이 씨발 새끼가!”

한여름은 등에 찔리는 화살촉이 정말 아픈지 욕설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욕설은 오래가지 못했다.

선두에 있던 민하연이 소리쳤다.

“다들 준비하세요! 오고 있어요!”

다들 허둥지둥 요란하게 전투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여유롭게 한여름의 뒤에서 그의 귓속에 속삭였다.

“내가 여기서 감시하는 거 알지? 괜히 여자들한테 달려들어서 추잡한 짓 하다가 걸리면 바로 다리에 화살 구멍 뚫리는 수가 있어.”

“씨발 새끼가! 내가 왜 그런 짓을!”

“시끄러워 나 엄호해야 하니까, 조용해.”

나는 그렇게 한여름의 입을 다물게 한 뒤 최후방에서 한여름을 시야에 둔 상태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전투는 끽해봐야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끝났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다들 내게 와서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와… 수호 씨, 진짜 장난 아니네요.”

“솔직히 우리끼리 하면 십분 넘게 싸울 걸 덕분에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어요.”

“거기다 감시도 잘해주셔서 저희도 안심이고요.”

“크으읏….”

박진희가 말하는 감시의 대상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한여름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한여름은 고작 해봐야 내게 칭찬하는 여자들의 모습에,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하기 시작했다.

1층에 오기 전에 저 세 여자는 한여름에게 달라붙어서 아부를 떨었던 전적이 있었다.

그것도 심하다 못해 안달이 날 정도로.

한여름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여자들은 모를 것이다.

그저 묶여 있으니까, 빡쳐서 저렇게 울그락불그락 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 또한 여자들의 칭찬이 마냥 기분 좋게 들을 수 없었다.

“….”

민하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잠시 나를 훑어보더니, 다시 선두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죠.”

..

..

우리는 첫 번째 안전지대에 도착하고 나서야 텐트를 치고 나서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한봄은 계속해서 민하연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민하연은 표정을 무겁게 내리깔면서 거절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얼간이가 있었다.

“야, 이거 풀어.”

“노예 새끼가 포승줄 풀어달라고 하면 풀어주겠냐?”

“이 씨발 새끼가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키 큰 노예가 나를 내려다보며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크며 뭐해. 케이블 타이의 노예일 뿐인데.

“아, 실수, 실수.”

“그럼 빨리….”

“범죄자 새끼라고 해야지. 범죄자 새끼가 풀어달라고 하면 풀어주겠냐?”

“이 개새끼가….”

나와 한여름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던 양지현이 와서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세요?”

“이 강간범이 풀어달라는데요? 주머니에 뭐라도 찔러주면 모를까, 그냥 맨입으로 풀어달라고 하네요.”

“씨발! 그럼 밥을 어떻게 먹으라고!”

“아하!”

이제야 한여름이 풀어달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괜히 신경 건드려서 오해하게 만드냐.”

“씨발… 그럼 빨리 풀어줘.”

“응? 풀어줄 생각은 없는데?”

“이 개새끼가!”

나는 깐죽거리며 한여름을 약 올렸고, 양지현은 입장상 내 행동에 반기를 들지 못해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약 올리고 있는 타이밍이었다.

탁, 탁, 탁.

“하, 하연아!”

“….”

민하연이 한여름의 손가락들을 묶고 있던 케이블 타이를 잘라준 뒤 말했다.

“일단 밥 먹을 때는 풀고, 잘 때는 다시 묶을 거야.”

“이, 이쯤이면 됐잖아! 나 정말 이상한 짓 안 한다고!”

“이미 약속한 거야. 다음 마을 가기 전에는 절대 안 돼.”

“씨….”

민하연은 그렇게 한여름을 풀어준 뒤 나를 힐끗 보더니,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텐트로 향하기 시작했고, 양지현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를 따라갔다.

한여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흐흐… 딱 보니까, 하연이가 니 본색을 이제 알아차렸나 보네.”

“….”

지금까지 자기 묶인 것과 주변에서 날아오는 비난에 신경 쓰느라 민하연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놈이 할 말은 아니었다.

손이 자유로워지자 시야가 살짝 넓어졌는지 민하연의 태도를 바로 알아차린 것 같았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한여름은 갑자기 내게 이것저것 추궁하기 시작했다.

“뭔데? 니 뭔 병신 짓을 했냐? 응? 말해봐.”

내가 설마 회귀자한테 그런 소소한 정보까지 줄 것 같냐?

“지랄하네. 밥이나 처먹고 다시 깜방 들어갈 준비나 해.”

“이 씨발 새끼가….”

한여름은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내 표정을 보고는 실실 웃으며 텐트를 펼치기 시작했다.

“평생 노력해봐라. 하연이가 계속 너랑 어울릴 거 같냐? 수준이 다르다고 수준이.”

“식사 시간은 30분이다. 다른 사람들 다 먹을 때까지 못 먹으면 그냥 바로 묶을 테니까. 빨리 먹기나 해라.”

“흥, 병신.”

한여름은 그렇게 내 속을 박박 긁고는 텐트를 친 다음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저기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어야겠지만, 한여름도 같이 껴서 밥을 먹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한봄과 다른 여성들이 있는 무리로 가서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도 결국 민하연은 없었다.

박선희가 나를 보면서 묻기 시작했다.

“민하연 씨, 무슨 일 있나요?”

“컨디션이 안 좋나 봐요.”

“아하, 그날이구나.”

“….”

박선희… 내가 편해지긴 했나 보네, 그날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그녀의 말에 손혜은이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진짜. 나도 그날은 너무 예민해서 힘들더라.”

“나는 격월로 달라지던데.”

“대박, 나는 평생까지 바라지도 않아. 그 정도만 돼도 행복할 거 같아.”

세 여자는 갑자기 그날에 관한 토론을 시작했고, 양지현은 대화에 끼지 않고 식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한봄은 시무룩한 상태로 밥,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않고 있었다.

‘큰일이네. 말을 걸고 싶어도 괜히 하연이한테 걸리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 같아서 말도 못 걸겠고….’

민하연이 텐트에 들어가서 혼자 있다고 해도 갑자기 나왔다가 또 이상한 오해를 사면 정말 귀찮아진다.

결국 식사 시간 내내 민하연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우리는 첫 번째 안전지대에서 밤을 보낸 다음, 다음 날 출발하기로 했다.

나는 한여름을 다시 묶고 나서 그를 텐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혹시라도 텐트 밖으로 나오다 걸리면 알지?”

“씨발 새끼가….”

한여름도 더는 나와 말싸움도 하기 싫었는지 손이 뒤로 묶인 채로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뒤에는 나도 주위를 둘러보며 민하연과 한봄의 텐트를 한 번씩 확인한 뒤 내 텐트로 들어가서 누웠다.

그렇게 눕자마자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아… 그냥 회귀나 한방 시원하게 하고 싶네.’

사실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붉은 초승달은 이미 내 수중에 들어온 상태였었고, 던전을 들어오기 전에 한여름을 죽일 타이밍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한여름을 죽이지 않은 건 이 행위가 언젠가 거쳐 가야 하는 난관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여름이 내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서 이런 굴욕과 수치를 감당하며 회귀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두 사람이 잘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인내하고 있는 것이었다.

억지로 연결시키는 게 아닌, 두 사람이 완벽하게 내 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일단 답답하시더라도 참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다시 회귀하면 변수가 발생하겠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그 회귀도 사실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 말이 맞쥐~’

시원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시원한 건 아니었다.

결국 민하연에게 종속을 걸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종속 같은 능력을 게임 속 히로인에게 거는 경우는 무수히 많았다.

무지성 야겜부터 시작해서 빌드업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임까지 셀 수 없이 많았다.

종속이라는 건 초기에 최면의 하위 장르 취급을 받았지만, 능욕이나 조교라는 장르가 섞여 들어가면서 서브 장르로 입지를 탄탄히 잡아갈 수 있었다.

그때는 전혀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데에 무슨 죄책감을 느끼겠는가.

라고 생각했다.

내가 눈을 감고 뒤척이자 아르모니아가 말을 걸어왔다.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십니까?]

‘아… 아냐.’

애써 부정하며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시도하는 순간이었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봐.’

아르모니아가 사적인 말을 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하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저는 인생을 살면서 딱 한 번의 후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언제? 무슨 일인데?’

[…그 일은 언젠가 제가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르모니아가 미약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인생의 회한을 담아내며 내게 말해줬다.

[그 한 번의 후회를 향해 가는 길목에 있던 과정들이 엄청 행복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비록 과정에서 답답함과 불편함이 깃들어 있었지만, 결국 그런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의 순간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그 당시에는 행복했다고 확신합니다.]

절제하고 버텨가며 얻었던 행복이 사실은 불행으로 다가가는 심지였다는 말처럼 들려왔다.

[하지만… 결국 수동적이고 배려의 중심에 있던 답답함과 불편함으로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잃으며 후회했습니다.]

‘흐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과정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다가는 언젠가 결과에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해준 이야기에 어떠한 거짓이나 꾸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르모니아의 진실된 말을 듣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미안.’

[…? 죄송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쓸데없는 기억 생각나게 했잖아. 미안해.’

[….]

평소의 아르모니아라면 괜찮다는 말로 넘겼겠지만, 그녀는 침묵으로 내 사과를 받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과를 했으면 거기서 끝내야 한다.

내가 아는 아르모니아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럼 나도 후회하지 않게 일하러 가보실까.’

[…? 지금은 취침 시간입니다. 가실 곳이….’

나는 텐트 안에서 내 자리에 누운 뒤에 눈을 감고 평안한 표정을 지었다.

‘꿈속에서 일해야지.’

..

..

‘한 번에 들어온 걸 보면 자고 있었나?’

나는 아리송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민하연이 주도하는 자각몽이든, 그녀의 무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평범한 꿈이든 어느 쪽이든 괜찮았다.

민하연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마침 저 멀리서 민하연과 한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 다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다.

한봄이 그네를 타고, 그 뒤에서 민하연이 천천히 밀어주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보자마자 바로 흐뭇하게 웃기 시작했다.

‘흐흐… 나중에 애 낳으면 둘 다 저렇게 생겼겠지?’

미래에 두 아이를 갖기 위해서라도 민하연과 한봄의 마음을 둘 다 사로잡아야겠다는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은신 상태로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어, 언니! 무, 무서워!”

“천천히 밀게 꽉 잡고 있어.”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지만, 민하연은 막 성장기에 돌입한 듯 보였고, 한봄은 아직 초등학생 저학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갔다.

한봄은 우물쭈물하면 민하연이 그녀의 뒤에서 잘 받쳐주며 이끌어 갔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점차 나이를 먹어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위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민하연이 앞장서거나 뒤를 봐줄 때, 어느 쪽이든 한봄을 잘 이끌어가고 있었다.

‘하긴… 한봄은 부모님도 안 계셨지? 그래서 더 잘 돌봐주는 것도 있었나 보네.’

돌봄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귀찮기 마련인데 민하연은 전혀 귀찮은 티를 내지 않고 한봄을 보살펴줬다.

그리고 어느덧 두 사람은 교복을 입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고,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점차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연이는 고등학생 때도 장난 아니었네.’

아니, 고등학생 때 거의 절정에 다다른 뒤에 그 상태를 완벽하게 유지했다고 보는 게 정확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한봄….

‘저 때는 가슴이 커질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겠지? 결국 마음만 부풀어 올랐지만….’

지금과 비슷하게 마른 몸이었지만, 확실히 아직 여자아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충 민하연은 고등학생, 한봄은 중학생같이 보였다.

두 사람은 나를 인식하지 못한 채 핑크빛이 감도는 방에서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아… 한여름! 한대 쥐어팰까!”

“언니… 미안.”

“아니, 봄아 니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하아… 그 새끼 진짜….”

“내가 집에 가면 직접 패줄게.”

민하연은 그 말에 분이 풀린 듯 활짝 웃기 시작했다.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한여름이 또 뭔 짓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민하연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한여름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런데 신기하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관찰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민하연은 심란한 마음 상태로 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고작 테이블 밑에서 나온 한봄을 보고….

‘이상하단 말이지… 그야 테이블 밑에서 그렇게 나오면 의심을 할 수는 있지만, 왜 그렇게 과민반응으로 대하는 거지?’

그 장면만 보고 확신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민하연은 한봄이 먼저 이상한 행동을 보여올 수 있다고 신신당부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테이블 밑에서 한봄이 나오자마자 오해를 넘어서서, 나와 한봄의 관계를 확신하는 눈치를 보여왔다.

거기다 그런 심란한 상태를 보여주면서 정작 꿈속에서는 한봄과 오손도손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 동안 대화는 계속 이어졌고, 내 고막을 건드리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봄아, 너는 관심 있는 애 없어?”

..

..

눈을 뜨자마자 아르모니아의 통신이 들려왔다.

[뭔가 알아내신 게 있으십니까?]

‘응… 있긴 한데.’

민하연과 한봄의 과거, 두 사람의 관계.

‘하연이가 지금 저렇게 된 게 나 때문이 아닌 거 같아.’

[그 말씀은?]

민하연이 단번에 나와 한봄의 관계를 확신할 수 있었던 건 그 당시 상황이나 내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평생에 가깝게 지켜봐 오던 한봄의 표정을 보고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었다.

‘…한봄 때문인가 봐.’

한봄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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