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27화 (328/898)

EP.327 327화 위그드라실 (3-36)

우리는 충분한 숙면을 취한 뒤 일어나서 다시 던전 탐색을 진행했다.

분명 멤버도 어제와 같았고, 진행도 다른 점이 없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단 한명의 상태가 비정상처럼 보였다.

‘…좀비네 좀비.’

한여름은 눈가리개로 가려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진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저렇게 초췌한 얼굴이라고 해도 아마 처음 보는 여자들이 달려들 정도로 아직도 잘 생겼다.

‘좀비 새끼가 잘생긴 건 너무 양심 없지 않나?’

분명히 하는 행동이나 분위기는 좀비인데, 짜증 나게 잘생겼어.

저 녀석 얼굴이 내 NTL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여기야!”

저 멀리서 민하연이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민하연 일행을 만난 후에도 별 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다들 이왕이면 다 뭉쳐서 진행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갈림길은 좁은 편에 속해서 어쩔 수 없이 중간에 한 번 더 나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민하연의 배려로 한봄, 한여름과 같이 던전을 진행하게 되었다.

가는 길에 일어나는 일은 그 이후로 비슷했다.

던전 진행 중에 펠라 받고, 또 내가 모유 수유해주고.

“….”

그리고 한여름은 그 소리를 적나라하게 듣고.

확실한 건 한여름의 입을 막아 놓은 게 신의 한 수였다는 사실이었다.

‘조용하니까, 분위기 좋네.’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날이 지나기 전에 마지막 갈림길을 만날 수 있었다.

민하연은 모두를 모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오른쪽 통로로 가보죠.”

세 갈림길.

저번에 나와 민하연, 한봄과 한여름은 가운데 통로로 진행했었다.

그 결과는 외딴 숲에 떨어져서 마을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한봄은 회귀에서 얻은 정보를 나와 민하연에게 최대한 설명해줬고, 그 정보 중의 하나가 바로 언제나 가운데 통로가 함정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확신하며 시원하게 발을 뻗어서 나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진짜 양지현의 말대로 던전 구조가 바뀌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민하연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앞장섰다.

“자… 다들 가죠.”

“네.”

다들 대답과 함께 그녀의 뒤를 따르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얀빛이 우리를 감싼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세 빛이 거둬졌다.

그리고 빛을 넘어서서 나타난 곳은.

“휴우… 마을이다.”

새로운 마을이었다.

..

..

우리는 여관 식당에 앉아서 주위를 밝히는 촛불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진행했다.

“진짜 조용하네.”

“조용한 걸 넘어서서 소환사들이 아예 보이지 않았어.”

우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막 석양이 지는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애매한 시간 덕분에 다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민하연이 리더쉽을 발휘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단 여관 잡은 다음에 흩어져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알아내죠.)

다들 그녀의 말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인방도 예전 성격이었으면 투덜대면서 좀 쉬자고 의견을 낼 수 있었겠지만, 다들 위그드라실이라는 곳에 적응한 탓인지 필요 이상의 나태함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들 흩어져서 마을 주민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며 정보를 알아내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오래간만에 도착한 소환사를 보며 흥미로운 시선과 함께 호의적인 말로 대화를 받아줬다.

그들은 우리들의 말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줬고, 덕분에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로부터 2층으로 오르는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 허탈해서 웃음이 나오더라….”

“그러게.”

0층이 초심자들을 위한 튜토리얼이었다면 1층은 더 넓은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지역 같은 느낌이었다.

2층으로 오르는 방법은….

“처음 마을을 제외한 각 마을에 있는 증표를 얻은 다음에 그걸 가지고 던전 마지막 갈림길에 있는 중앙으로 가는 것.”

던전 마지막 갈림길 양옆은 마을로 통하는 길이고, 가운데는 외딴 숲으로 이동하는 함정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양옆에 있는 마을에 존재하는 증표를 구한 뒤에 그 두 개를 들고 가운데 통로로 향하면 2층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증표가… 잘 나오려나 모르겠네.”

일단 지금 있는 마을의 증표를 구하는 방법은 사냥이었다.

증표를 가진 몹이 나타나는 것도 운이요, 아이템을 드랍하는 것도 운이라고 했다.

어디까지나 나온다는 것을 알려줬지만, 어떤 몬스터한테 나오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들어보니까, 운이 좋으면 하루만에 구하고, 진짜 운이 나빠도 일주일 안에는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

민하연의 말에 다들 화색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얼굴빛이 제일 좋아 보이는 건 한봄이었다.

그녀는 1층에서 지긋지긋한 생활 덕분에 2층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리고 반대로….

‘이야… 쟨 얼굴에서 저렇게 티가 나냐.’

한여름의 표정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딱 봐도 회귀 세이브 장소가 변경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한 눈치를 보여주고 있엇다.

만약 지금 상태로 2층에 가서 회귀 장소가 바뀐다면 진짜 더 깊은 지옥으로 빠지는 길이 될 테니까.

그런데 막상 문제는 나도 있었다.

‘…슬슬 올라가고 싶은데.’

회귀 타파는 이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민하연과 한봄의 마음을 제대로 잡은 상태에서 올라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아르모니아는 한여름과의 계약 날짜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남은 계약 기간은 오늘을 제외하면 5일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네.’

나도 이 이후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그건 민하연도, 한봄도, 심지어 한여름도 모르는 곳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 그리고 민하연과 한봄을 위한 길이었다.

‘일단 내일 그 증표라는 걸 손에 넣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나는 다음 날을 위해 허튼짓하지 않고 바로 객실로 들어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

..

“저기야!”

민하연의 외침에 나는 바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풀었다.

쏴아아악!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바람을 뚫으며 거센소리와 동시에 목표물에 명중했다.

파악! 꾸에엑!

목표물은 날아가는 도중에 내 화살을 맞고는 곡선을 타더니,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나와 같이 있던 파티원들은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표적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들 표적물을 둘러싼 채 고개를 떨구고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기를 대략 5초.

스으으윽….

새 모양의 몬스터가 홀로그램 형태로 사라진 뒤, 그 자리에 반원 모양의 조각이 남겨져 있었다.

나는 바로 반원 모양의 아이템을 들어서 감정을 시작했다.

=====

*통과의 증표(右)

2층으로 향하는 하나의 열쇠.

=====

“나왔다!”

“이거 금방이겠는데?”

우리는 마을 주변 필드를 나오자마자, 주변을 싹 쓸면서 모든 몬스터를 잡았다.

하지만 좀체 증표라는 게 나오지 않아서 다들 의기소침해 있던 찰나에 요상한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주위를 활강하며 돌아다니는 새 형태의 몬스터.

특이점이라면 소환사들을 전혀 공격하지 않았고, 되려 우리를 발견하면 도망을 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다가 점심쯤 되어서야 그 몬스터가 힌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찾아서 잡아본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표식의 생김새를 이리저리 보고 있을 때, 한여름이 다가와서 인상을 찡그리며 내가 들고 있는 표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희귀성이 있어서 그런지 하루 만에는 다 모으기는 힘들겠지만, 한여름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공략이 진행될 때마다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한여름은 본인 포함 우리가 2층에 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을 것이다.

민하연은 한여름의 심각한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점심 먹고 다시 찾아보죠.”

그 후에 우리는 점심을 먹고 빠르게 다시 사냥을 개시했다.

하지만 증표를 가지고 있는 새는 희귀한 편에 속했고, 무엇보다 근거리 소환사들은 그 새를 잡기는커녕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안돼! 너무 빨라!”

“수호 씨!”

“저, 저기 있는데 좀 잡아주세요!”

미녀 삼인방… 그녀들에게 증표를 얻는 것은 던전 하나를 뚫는 것보다 더 큰 난이도를 체험시켜주고 있었다.

가뜩이나 빠른 녀석이 눈치도 좋아서 근처에 누군가가 나타나면 바로 날개를 펼치며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발견하는 것도 직접 눈으로 하기보다는 우연히 근처에 갔다가 귀로 듣고 알아차리는 쪽에 가까웠다.

세 여자는 이미 날아가고 사라진 새를 보며 한탄하기 시작했다.

“저걸 어떻게 잡아!”

“그러게… 그런데 원거리도 쉽지 않겠는데?”

“그런 것 보면 두 분은 정말 대단하네요.”

“하하….”

지금 여기서 저 새를 그나마 잡을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민하연과 나뿐이었다.

민하연은 한번 포착하면 나무나 바위 같은 방해가 없다면 신중하게 조준해서 잡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눈대중으로 대충 보고 쏘면 그만이었고….

하지만 정작 문제는 잡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민하연은 한 마리를 잡고 나서 몬스터가 사라지는 것을 봤지만, 증표는 나오지 않았다.

“무조건 나오는 게 아니구나….”

“괜찮아. 일단 너랑 나는 잡을 수 있으니까. 최대한 잡다 보면 다른 분들 것도 나올 거야.”

삼인방은 내 말을 듣고 안도하는 목소리로 서로 속닥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나쁜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여름을 두고 민하연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멤버들이었지만, 지금은 서로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 미남, 한여름.

도대체 뭐가 불만인지 여자들의 말을 몰래 엿들으면서 아니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듣고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진짜 궁금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뒤였다.

“저기요… 왜 엿들어요?”

“뭐? 누가 엿들었다고….”

“…야, 그냥 우리가 피하자.”

“이런 씨발….”

0층에서 대하던 그녀들의 모습 따위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저 정도 외모라면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아양을 떨 줄 알았는데, 이런 생존이 중요한 곳에서는 바로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았다.

‘뭐… 그래도 위층 올라가다 보면 또 여자들이 수두룩하니 끌려오겠지.’

생존이 중요한 곳인만큼 생존에 유리한 여자들은 바로 한여름의 외모에 끌려서 그에게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나중에 쉬헐크 같은 여자한테 안겨서 기나 쪽쪽 빨렸으면 좋겠네.’

[….]

나는 속으로 킥킥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렇게 한여름이 비루한 취급을 받는 것과 동시에 우리들의 눈치를 보는 존재가 있었다.

“….”

한봄이 불안한 눈으로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한봄은 0층에서도 성격 탓에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고, 1층에서는 힐러로서 능력을 발휘할 상황이 생기지 않아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평범한 전투라면 상처가 어느 정도 날 법하지만, 삼인방들조차도 지금 새를 찾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사냥을 뒷전으로 밀어 놓은 상태였다.

거기다 한봄은 힐러라는 직업을 처음부터 내켜 하지 않는 눈치였었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데, 회복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점점 더 힘이 빠지는 듯 보였다.

[위로해주지 않으십니까?]

‘그냥 두자.’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분명 이런 세계에 살다 보면 언젠가 더 큰 좌절을 맛보는 날도 올 것이다.

괜히 어설프게 위로해줘봤자 오히려 독만 될 뿐이다.

‘그리고 어차피 회복 능력자들이 위층 올라가면 대우가 엄청나다잖아. 이럴 때 약자의 기분도 느껴보는 거지 뭐.’

한봄이 잘난척하며 으스대는 성격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의 대우가 좋아질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도 좋을 건 없었다.

나는 한봄을 놓고 다시 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우리가 저녁이 되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새에게서….

“나왔다!”

“와, 진짜 다행이다.”

파티원 전원이 사용할 만큼의 표식을 얻을 수 있었다.

총 7개의 표식.

다 똑같은 반달 모양의 표식이었다.

나는 아이템을 주운 뒤에 한여름에게 반달 모양의 표식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자, 받아라.”

“…흥.”

얼씨구 이것 보소? 감히 도와준 사람에게 콧방귀를 뀌어?

“야, 고맙지? 그렇지?”

“….”

“짜식 쑥스러워하기는….”

“씨….”

한여름은 고맙다는 말 대신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며 혼자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쪽 마을 반대편인데.”

나는 한여름의 행동에 절로 웃음이 나왔고, 다른 파티원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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