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2화 〉 352화 위그드라실 (360)
* * *
콰당!
크게 젖혀진 문과 함께 방이 크게 울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열린 방문을 통해 휘청거리는 몸짓과 함께 통과했다.
침묵 사이에 이어지는 거친 숨소리.
“크하… 하아, 하아, 하아.”
남자는 방 안으로 떨리는 눈으로 방 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아, 하아… 씨발….”
주변을 둘러보는 건 한여름이었고, 그가 둘러보는 방은 그가 아까까지 기절해있던 한봄의 객실이었다.
한여름은 성수호의 거친 행위와 두 여자의 요염한 자태에 분노와 성적 흥분을 동시에 느끼며 몰래 세 사람의 행위를 지켜봤다.
그저 지켜보는 것만이 아닌, 그가 가지고 있는 보석 하나를 꺼내서 그 장면을 과감하게 찍기 시작했다.
분명 그가 하는 행위는 현대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 있는 쓰레기 짓이었지만,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며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바로 회귀.
그리고 이어지는 세 사람의 행위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장면을 봤을 때, 한여름은 모든 분노를 완전히 녹여버릴 정도의 쾌락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성수호의 멘트.
(최고로 맛있었어.)
한여름은 성수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줄인 채 허겁지겁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들켰지? 안 들켰을 거야. 그 새끼가 봤으면 그렇게 얌전히 있을 놈이 아니잖아.”
한여름은 여타 범죄자들이 느끼는 들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며 아까 사용한 보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민하연과 한봄이 외간 남자 앞에서 아양을 떨며 따먹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들….
“부,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그래… 일단 찍어 놓고 나중에 협박하든….”
그는 그렇게 합리화하며 보석을 계속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여름이 보석을 지긋이 바라보는 이유는 이성적인 합리화만은 아니었다.
‘하아… 하아… 씨발….’
한여름의 머릿속에는 민하연과 한봄의 균열이 떠나가지 않고 있었다.
분출되지 못한 욕구 때문에 그의 내면에서는 계속 보석을 보자는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존재들도 속삭이기 시작했다.
└빨리 열어 봐!! 나 하다가 중간에 끊겼어!!
└나 미칠 거 같아 빨리!!
└멍청아! 왜 쫄아서 도망을 치는 건데!
한여름도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 시작했다.
“웃기지 마… 내가 너희들처럼 더러운 생각으로 이걸 찍은 줄 알아? 이건 분명 다른 곳에 쓸 날이 올 거야.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사용하고 버릴 수는 없어.”
한여름의 말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지만, 한여름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욕구가 풀리는 건 또 아니었다.
채팅창에는 그의 욕구를 자극하는 글귀들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럼 다른 거라고 틀어!! 그건 어차피 별거 없는 내용이잖아!
└그래! 그거라도 일단 틀어서 보자!
└민하연!!
└아냐! 한봄 나와라!!
다들 그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채팅을 보고 한여름은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루시엔 있는 거 아냐?
└그 엘프? 갑자기 생뚱맞게?
└ㅋㅋㅋㅋㅋㅋ세상 일 모르잖아. 진짜 있을 수도 있음
└와, 그럼 성수호 그 새끼 인정해야지.
└그럼 미션 실패임?
한여름은 욕구가 계속 쌓이면서도 동시에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들어오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루시엔… 씨발, 미션도 있었지.’
1층에서 별생각 없이 받았던 미션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실패 시에 엄청난 벌칙을 받게 되는 미션.
전 재산 몰수 따위는 별것 아니었다.
그는 다른 벌칙을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설마 진짜 그 엘프 년이랑 한 게 있는 거 아냐?’
한여름은 이제 인정하고 있었다.
속으로 성수호를 원숭이라고 비꼬기는 했지만, 그가 가진 여자를 유혹하는 능력과 절륜함은 한여름의 본능이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채팅창을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실패는 아니지. 성수호가 따먹는 거랑 한여름이 따먹는 건 별개로 칠걸?
└그리고 만약에 실패했다면 진작에 미션 실패라고 떴겠지.
‘그래… 성수호가 따먹는 거랑 내가 하는 건 별개지. 그 새끼가 따먹으면 오히려 좀 빌붙어서 달라고 한 뒤에 미션이라도 성공시켜야 해.’
한여름이 자기가 생각해도 굴욕적인 행동이었지만, 미션에 걸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할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그의 마음을 흔드는 채팅이 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성수호가 따먹으면 사실상 가망 없는 거지?
└그럴걸? 엘프는 자기가 인정한 한 명이랑만 하지 않나?
└아, 맞아. 그래서 배우자 생길 때까지 뻐기잖아.
└ㅇㅇ 거기다 배우자가 중간에 죽어도 웬만하면 재혼도 안 하는 애들이잖아.
한여름은 채팅창을 보면서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새끼들이 그런 여자를 꼬시라고 부추겼다고? 개 같은 새끼들. 왠지 보상이 많다 싶더라니….’
애초에 성공이나 실패 따위는 전혀 계산하지 않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덜컥 받았던 미션이었다.
지금까지 엘프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예쁘다는 것 말고는 없었던 한여름은 짜증과 함께 앞날에 대한 걱정이 들며 스트레스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웃기지 마… 내가 미쳤다고 하연이랑 한봄 앞에서 자위할 거 같아?’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잠깐.’
한여름은 지금까지 자기가 왜 이런 꼴이 됐는지 잠시 생각할 수 있었다.
단순했다.
성수호 때문이었다.
그리고 왜 성수호 때문이냐고 하면 그가 너무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즉….
‘일단 강해져야 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루시엔이라는 엘프가 누군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다시 대면했을 때를 대비해야 했다.
‘일단… 포인트야.’
한여름은 그렇게 다짐하며 채널을 향해 말했다.
“영상… 보고 싶어요?”
└응? 진짜 틀어주려고!?
└ㅋㅋㅋㅋ 지도 자위하고 싶은가 봐.
└빨리 틀어!!
한여름은 그들의 채팅을 보며 짜증 때문에 미간이 살짝 꿈틀렸지만, 어떻게든 버티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결심했다.
‘포인트… 일단 강해지면… 강해지면 어떻게든 승산이 있어! 그리고….’
한여름은 자신의 욕구를 풀면서 포인트를 벌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솟아오른 자신의 물건을 보며 말했다.
“포인트… 주면 보여줄게요.”
***
흙바닥에 쓰러진 몬스터 한 마리가 홀로그램처럼 사라지면서 아이템을 하나 떨어뜨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아이템은 전부 제가 챙기고, 처분한 뒤 나중에 분배해드리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양지현의 목소리와 함께 모여있던 소환사들이 다들 웃으며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
“크아~ 빨리 가서 한잔하자!”
“헐, 대낮부터 술 먹게? 나도!”
“소민 씨, 오늘 시간 되세요?”
“후후, 오늘 시간 돼요.”
많은 인원의 소환사들이 서로의 친분을 유지하며 머리 위에 떠 있는 태양을 보면서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소환사들은 불과 1주일 만에 방탕하고, 나태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는커녕 늦잠 자는 바람에 사냥을 나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고, 나와서 2시간 이상 사냥을 하는 파티는 거의 눈뜨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가끔 한봄처럼 열정적으로 나서려는 인간이 나오면 양지현이 바로 나서서 악마의 속삭임을 날렸다.
하지만 또 그 10명 중의 1명은 그녀의 속삭임이 통하지 않기도 했다.
(옆 마을에 가는 거 전혀 어렵지 않아요. 이제 제가 다 알고 있으니까 좀 느긋하셔도 돼요.)
(하지만 저는 좀 더 나아가고 싶어요. 이런 세계에 왔는데, 그저 놀기만 하기는 그렇잖아요.)
(그렇군요. 그런 마음가짐도 좋은 거 같아요. 그럼 길을 알려드릴게요. 던전은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따로 불러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두세 명이 함께 파티한다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마지막 갈림길이 나올 거예요. 거기서….)
양지현은 사람을 녹아내릴 듯이 화사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가운데 길로 가시면 다른 마을에 도착하게 돼요.)
(양지현 씨!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도착하고 다시 돌아올게요!)
(행운… 아니, 너무 쉬워서 행운을 비는 것도 실례겠네요. 잘 다녀오세요.)
그렇게 간간이 통제가 쉽지 않은 소환사들을 배웅해줬다.
죽음의 통로로….
양지현은 저 멀리 깔깔 웃어대는 소환사들을 보면서 무표정으로 바라봤다.
‘한봄… 중요 타겟은 놓쳤지만, 금방 복구되겠어.’
한봄을 놓친 것을 아쉬워하긴 했지만, 양지현에게 그 일은 당연한 과정일 뿐이었다.
전 수장이라고 나타난 성수호는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양지현을 몰아세웠다.
이미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눈빛을 가진 성수호의 말을 양지현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역시 그만한 실력을 갖춘 분이라서 그런가? 말 한마디에도 내 몸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느낌이었어….’
난생처음 경험해본 강제력이었다.
하물며 현 수장이 강하게 명령해도 기세에 눌릴지언정 자기 의지대로 명령을 이행하는 양지현이었다.
하지만 성수호의 명령을 들은 양지현은 뇌와 심장이 모두 그의 소유인 것처럼 머리와 가슴이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 느낌 처음이야.’
붉은 초승달에 소속한 채 별의별 일을 맡으며 암약해온 양지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와도 침착하게 대처하던 그녀를 당황하게 하고, 굴복시킨 인간은 성수호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복종 당하는 것을 원하는 그런 기분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양지현은 금세 그 생각을 떨치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마 한 달도 안 돼서 원상복구 할 수 있겠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용해진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말했다.
“무슨 일이냐?”
양지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무섭게 풀숲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나와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무슨… 흐읅!”
“!? 어디 다치셨습니까?”
복면을 쓴 남자는 다급하게 일어나서 양지현을 부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지현은 오히려 그의 눈을 보고는 더 당황해서는 손을 휘적이며 말했다.
“아, 아니다. 일단 빨리 보고부터… 해라.”
양지현은 머릿속에 강제로 자리 잡은 장면을 최대한 옆으로 치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 안돼… 이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냐!’’
보리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양지현을 봤지만, 양지현의 단호한 말에 결국 다시 자세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른쪽… 빛의 주민이 사는 마을에 수상한 자가 포착되었습니다.”
“…수상한 자?”
설마 또 성수호가 무슨 일을 벌이나 싶었지만, 뒷이야기를 듣고 그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엘프입니다. 여기서 거주하는 낮의 주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 인원이 습격지만, 실패했습니다. 보통 실력이 아닙니다.”
“…슬슬 꼬리가 잡히는 시기인가.”
붉은 초승달의 계획은 1층 시작 지점을 점령한 뒤 위층으로 올라가는 소환사를 막는 것과 동시에 특수한 직업을 자기 조직으로 포획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결국 새로운 소환사들이 위층으로 못 가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을 인지한 4~5층에서 슬슬 사람을 보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누군가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타이밍이 안 좋아. 보리스가 이렇게 말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보통이 아니겠군. 일단… 하으윽!’
그렇게 양지현이 보리스의 말을 듣고 현재 상황을 머리로 정리하려는 순간이었다.
(하앙! 하으읏! 하아앙!)
(처음 치고는 너무 좋아하는데?)
(아, 아냐! 아냐! 하아앙! 보지 마! 보지 맛!)
그녀의 머릿속에는 성수호의 얼굴이 뇌에 새겨진 듯이 또렷하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흐으읏!”
“저, 정말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다…. 일단 그 엘프를 예의주시하고, 피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방해하도록.”
“…알겠습니다.”
보리스는 최근 양지현을 만날 때마다 그녀의 반응을 보며 걱정과 동시에 섭섭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 그 남자를 만나고 나서 뭔가 변하셨어.’
보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나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부디 몸조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흐으… 아, 알았다. 너도… 조심해라.”
“…감사합니다.”
보리스는 마지막 걱정을 위안으로 삼으며 미소를 짓고 자리를 떠났다.
양지현은 보리스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바로 마을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도착한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신속하게 자신의 숙소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콰당!
“하아, 하아, 하아… 흐으읏!”
양지현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워서는 바지 안으로 손을 넣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야… 흐으읏!”
평생 섹스는커녕 자위도 해본 적이 없던 양지현이었다.
하지만 양지현은 성수호와의 첫경험을 한 뒤에 이렇게 그가 떠오르며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상황이 찾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건 언제나….
“왜… 왜 보리스만 만나면… 하으읏!”
보리스를 만나는 날이었다.
도저히 그의 앞에서 성수호와의 섹스 장면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양지현은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양지현은 보리스를 만나는 날이면 언제나….
“더는… 못 참겠어. 하으으응!”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웃고 있는 성수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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