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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08화 (409/898)

〈 408화 〉 408화 마법 학교 슈트라 (3­19)

* * *

한 남자의 목소리가 포츠 백작성을 무너뜨릴 정도로 크게 울려퍼졌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느냔 말이야!!!!!!”

“아으… 소리 좀 그만 질러….”

“지금 내가 소리를 안 지르게 생겼어!!!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어!!!”

튀어나온 배가 과일의 배를 연상 시킬 정도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포츠 백작은 몸까지 크게 부풀리며 고함을 질렀다.

이 백작성의 주인인 포츠 백작이 이렇게 고함을 지르며 질타를 하고 있음에도 삐쩍 마른 남자는 그저 철없이 투덜거릴 뿐이었다.

“정말 기억 안 난다니까….”

“기억이 안 나면 기억이 날 수 있게 생각을 하란 말이야!!”

“아이씨….”

그리고 그의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를 쥐어짜며 두통을 호소하는 키가 작고 삐쩍 마른 남자.

호통치는 포츠 백작의 앞에서 이렇게 철없이 구는 남자는 포츠 백작가의 장남이자, 포츠 백작의 외동아들인 제프 포츠였다.

그의 나이는 지금 25살이었지만,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탓에 서른 중반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전날 마신 술로 인해서 마흔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삭아 있었다.

그는 숙취로 인한 두통을 느끼면서 어제 일을 최대한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다.

제프는 전날, 술이 잔뜩 펼쳐져 있는 연회장을 포기하고, 연회장에 참석하지 않은 카린을 찾아갔다.

그동안 철벽처럼 자신을 거절하던 카린은 그날따라 유독 친절하게 굴며 그를 테라스로 데리고 가서 와인을 같이 마시게 되었다.

‘아씨… 분명 어제 카린 영애와 분위기 좋게 와인을 마신 건 좋았는데…. 중간이 기억이 안 나!’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장면은 한창 분위기에 무르익어서 자신의 위용을 보여주겠답시고 테라스 문을 박차고 나간 것뿐이었다.

(카린 영애! 히끅! 내, 내가! 얼마나 용기가 있는지! 크어억! 보, 보여주겠소! 따라오시오!)

(저는 너무 무서워요.)

(그럼… 히끅! 여기서 기다리시오! 끄억…. 내, 내가 학장을 물리치고! 오, 오겠소! 히끅!)

제프는 자신이 했던 행동과 말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당장 쥐구멍으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씨발! 어제가 기회였다고! 카린 영애에게 잘 보일 기회가! 그런데 왜 일이 이 모양이 되냐고!’

제프는 카린을 처음 보자마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여느 때처럼 떼를 쓰며 매달렸다.

그렇게 제프의 투정을 받은 포츠 백작은 아들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물밑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왕가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재력으로 그들을 살살 유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브란트루프는 그 재력으로도 역부족이었다.

카린 브란트루프는 왕권에 몸을 담은 공작의 장녀였고, 심지어 레빈 전역에서 알아줄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브란트루프 공작가의 후계자로 카린을 지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설로 돌아다니기까지 했었다.

불가능했다.

포츠 백작도 결혼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백기를 들어 버린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떼를 써도 갖지 못하는 존재.

다른 사람에게는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웃어주는 카린도 제프에게는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무시하기 일쑤였다.

제프는 백작이 포기한 이후 하루하루 우울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술 없이는 못 사는 몸이 된 것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이었다.

갑자기 마법에 재능을 피운 루이스에게 후계자 자리가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해왔던 밑 작업이 제프와 포츠 백작에게 기회를 안겨준 것이었다.

루이스가 슈트라에 입학하는 것과 동시에 공작가에서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공작가의 정식 후계자가 되지 못한다면 카린도 결국 다른 집안에 시집을 가야 하는 여식에 불과했고, 그 기회는 그동안 모든 준비를 마친 포츠 백작가로 넘어간 것이었다.

제프뿐만 아니라, 포츠 백작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왔다고 해도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카린은 그 이후에도 그동안 제프에게 보여줬던 태도처럼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고, 인사조차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무표정으로 지나칠 뿐….

그런 그녀가…

(좋아요. 날씨도 좋은데, 테라스에서 이야기라도 나눠볼까요? 당신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어요.)

(!?)

처음으로 자신과의 대화를 허락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이 꼴이 난 것이었다.

‘씨발… 너무 들떠서 나도 모르게 너무 마셔버렸어!’

그동안 철없이 굴었던 제프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묻기 시작했다.

“아, 아빠…. 나, 나는 실수한 거라고…. 가서 용서해달라고 하면 분명 용서해주실 거야. 아빠는 백작이잖아! 아무리 슈트라라고 해도 아빠한테 함부로 할 수는…!”

“정신 차려! 내가 아무리 백작이고, 돈이 많아도 급이라는 게 있어! 급(?)이!”

“그, 그럼 어떻게 해! 나, 이대로 끝나는 거야!? 응?”

“아이고… 너 같은 녀석을 아들이라고….”

제프가 사건을 저지르고, 연회장은 발칵 뒤집혔다.

소냐 조교수는 바로 이 사건을 슈트라에 보고한 뒤, 레빈 왕국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들의 목숨은 물론 자칫 가문이 몰락하고, 최악의 상황에는 포츠 백작의 목숨도 날아갈 판이었다.

그동안 쌓아놓은 재산만 남긴 채….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포츠 백작은 다리에 힘이 풀리듯 의자에 풀썩 앉으면서 말했다.

“…일단 학장님께서 용서해주셨다.”

“지, 진짜!? 거봐! 아빠가 말하니까…!”

“제발 닥쳐! 어디 가서 그딴 머저리 같은 말 좀 하지 말거라! 너 혼자 죽기 싫어서 우리 가문 전체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냐!”

“나, 나는 그냥….”

우물쭈물하는 제프를 보면서 포츠는 다시 온몸의 살을 축 늘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학장님께서 좋은 잠자리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 일을 용서해주셨다.”

“휴… 그럼 이제 끝난 거지?”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하셨다.”

“무, 무슨 조건?”

제프가 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마음으로 포츠 백작의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이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이번에 학장님께서 여행하시는 동안 네가 옆에서 보좌해줘야 한다.”

“뭐? 내, 내가 왜 그런 짓을!”

제프는 평생을 귀족으로 살아온 존재였다.

아무리 상대가 학장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거부감이 든 것이었다.

포츠 백작은 제프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건 기회다.”

“기회?”

“다들 학장이랑 단 한마디를 나누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어. 그런데 너는 여행 내내 말 상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지.”

“오….”

오히려 모든 사람이 학장의 곁에서 그의 시종을 들고 싶어 하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정작 학장에게 실수를 한 제프에게 넘어온 것이었다.

“어쩌면 학장님께서는 돌발행동을 한 너를 더 신경 쓰는 것일 수도 있어.”

“나 할래!”

“멍청아! 그건 당연한 거야! 문제는 네가 말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중요하지!”

포츠는 그 이후에 제프를 붙들고 속성 강의를 가르치는 것처럼 그에게 수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제발 입 조심해. 절대 먼저 입 열지 말고! 무조건 말을 걸면 그때 대답을 해!”

“아, 알았어.”

“하기 싫어도 시키는 건 그냥 다 따라! 특히 슈트라의 교수라고 온 여자의 말은 학장의 말이라고 생각하고 떠받들고!”

“아… 알았어.”

“그리고 제발! 그놈의 술 좀 작작 처먹어!! 이번 여행 동안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리기라도 하면 내가 직접 쫓아내 버릴 거다! 알았어!?”

“아… 알았다니까….”

그 순간이었다.

똑, 똑, 똑.

흠칫!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제프가 흠칫 놀라며 포츠 백작의 뒤에 숨어 버렸다.

포츠 백작은 제프의 행동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 누구십니까?”

“저입니다. 루이스.”

“아! 드, 들어오시죠!”

루이스의 등장과 함께 포츠 백작과 제프는 표정을 풀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웃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오랜만입니다. 제프 경.”

“오, 오랜만… 입니다. 루이스 경.”

제프는 루이스를 보면서 속으로 안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이 녀석이 속이 시꺼먼 녀석이라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루이스는 제프에게 굉장히 잘 대해준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한 명이었다.

심지어 카린과 이어질 수 있게 수많은 조언을 건네주기도 했던 존재가 루이스였다.

제프 입장에서 루이스는 은인이자, 구세주와 같았다.

“어제 연회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후우… 죄송합니다. 제 아들 녀석이 불찰을….”

“아뇨. 제프 경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네?”

포츠 백작의 의문을 무시하고, 루이스는 제프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굉장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레빈 왕국에서 제프 경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하! 그,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크흠!”

“읏….”

제프는 포츠 백작의 노기가 담긴 헛기침을 듣고 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루이스 경, 저 때문에 불편함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어떻게 보상을 해드려야 할지….”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루이스는 평소에 보여주던 가식적인 얼굴을 하면서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사절단이 레빈 왕국에 도착하면 분명히 이 일이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 귀에 들어갈 겁니다.”

“허읏….”

루이스의 말에 제프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제프는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카린만큼은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마라톤을 달렸는데, 1킬로를 남기고 발목을 접질린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제프가 안절부절못하며 루이스를 바라보자, 루이스가 그런 제프를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두 분께 잘 설명하겠습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럼요. 저는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지 않습니다. 제프 경의 사랑에 금이 가지 않게 물심양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루이스 경!”

제프는 루이스의 성은과 같은 배려에 감격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버지가 보는 눈이 없는 거야. 이런 분이 어떻게 속이….’

제프를 안심시킨 루이스는 제프에게 나긋한 미소와 함께 부탁하기 시작했다.

“제프 경, 실례가 안 된다면 포츠 백작님과 따로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아! 그럼요!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그럼!”

제프는 아버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존경하는 상관의 명령에 따르듯이 방문을 열고 후다닥 나가버렸다.

그렇게 제프의 모습을 본 포츠 백작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루이스 경, 저에게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어제 일 때문에 굉장히 힘드셨을 것 같아서 이렇게 뵈러 왔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포츠 백작은 어제 술에 취한 뒤, 루이스를 치켜세우면서 성수호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그 행위는 처참한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성수호는 학장의 관심을 받는 인물로 인식되면서 위세가 급상승했고, 아들은 학장과 성수호에게 어마어마한 결례를 저지르는 초대형 사고를 친 것이었다.

‘젠장… 어제는 나도 취기가 돌아서 너무 생각 없이 말했어.’

하지만 포츠 백작은 결과를 보며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제프 녀석은 해결됐고, 브란트루프 가문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부하는 쪽이 훨씬 도움이 됐겠지.’

포츠 백작은 그렇게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루이스가 방문한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 분명 뭔가 얻으려고 왔을 텐데…. 괜히 말 돌리지 말고 차라리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지.’

포츠 백작은 결심한 뒤, 루이스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묻기 시작했다.

“저의 아들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혹시 루이스 경께서 원하시는 게 있으면 제가 가진 건 뭐든….”

“그러고 보니 연회 때 우연히 들은 이야기인데….”

“…?”

“로얄 크리스탈을 가지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로얄 크리스탈.

아침에는 푸른 하늘의 모습을 딴 사파이어가 되고, 낮에는 태양 빛을 받아 황색의 토파즈로 변하고, 저녁에는 노을빛을 받으며 붉은색의 루비가 되며, 밤이 되면 달의 기운을 받아서 투명한 다이아몬드로 변한다는 대륙에 몇 개 존재하지 않는 고가의 보석 중의 하나였다.

루이스의 말을 듣자마자 포츠 백작은 얼굴을 씰룩이면서 속으로 울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가 설마 그걸 달라고 온 건가!’

재력으로 구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로얄 크리스탈을 포츠 백작은 두 개를 구할 수 있었다.

원래는 하나를 구하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운이 좋게 두 개를 구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나는 예물 용이고, 하나는 내가 소지하려고 했던 건데….’

포츠 백작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젠장… 일단 브란트루프 가문과의 연줄이 훨씬 중요해!’

그는 최대한 굳은 얼굴을 펴면서 루이스에게 말했다.

“루, 루이스 경께는 저희가 뭔가 보상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참이었는데… 원하시면 로얄 크리스탈을….”

“하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포츠 백작님이시군요. 배포가 정말 크십니다.”

“하…하…하….”

“아, 그리고 더 드릴 말씀이….”

루이스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포츠 백작은 속으로 증오가 담긴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또 뭔데!!! 이 새끼가 이번 계기로 다 털어먹으려는 건가!’

그렇게 속으로 울분을 토해냈지만,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그저 루이스가 하는 말을 웃으며 들어주고, 그의 협박이 담긴 부탁도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루이스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둘러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요새 소문을 들었습니다. 모라민이라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꽃이 있다고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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