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화 〉 425화 마법 학교 슈트라 (336)
* * *
아틀러.
과거에는 슈타트펠트 가문을 떠받들며 품어주던 영지였지만, 현재는 척박한 북부 영지들을 위한 상업 도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교역 도시인 포츠 백작령과 다른 점이라면 포츠 백작령은 대형 상단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라면 아틀러는 중, 소형 상단이 주로 활동하는 도시라는 점이었다.
아틀러는 북부에 사는 사람들이 수확한 작물을 사고, 팔고 하는 북부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시였다.
나는 객실에 들어오자마자 습관처럼 행해오던 객실 체크를 시작했다.
벌러덩.
“아이고, 편하다!”
아무리 공작가와 왕가가 신경을 써서 이동식 침대를 마련해줬다고 해도, 튼튼하게 제작된 침대에 비할 바는 못됐다.
나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여행하는 동안 있었던 일을 쭉 떠올렸다.
내가 종속을 건 날을 제외하고는 안나가 나를 직접적으로 부르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방음 마법이 펼쳐져 있고, 내 마법으로 내부를 정리할 수 있다고 해도 넋이 나간 안나의 표정을 매일 보게 되면 의심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섹스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그 외에 행동은 거리낌 없이 행했다.
대표적으로 펠라와 파이즈리.
안나는 그 두 행위를 평생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내 명령을 듣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은 뒤에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 자지에 키스를 날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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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브란트루프(종속 1단계)*
성벽 : 자신을 포함한 브란트루프 가문 사람들이 종속의 주인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볼 때, 쾌감과 행복감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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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굴복하는 행위에도 쾌감을 얻게 된 것이었다.
안나는 내 소유가 되었다.
문제는 남은 두 여자였다.
‘루나는 괜찮겠지?’
루나는 여행 내내 내가 공작부인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 전혀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루나 슈타트펠트가 관계를 눈치챈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수호 님께서 공작부인과 친분이 생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루나는 브란트루프 저택에서 내가 공작부인과 차를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의외로 기뻐했었다.
그녀는 내가 좀 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서 레빈의 고위직과 연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루나가 아틀러로 향하는 내내 내게 했던 말이 있었다.
(미안해요. 그냥… 잠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멸문한 가문으로 향하는 루나는 침울한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이었다.
한동안은 혼자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마음이 진정되면 먼저 말을 걸겠지.’
같이 오자고 말했으니, 분명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루나는 기다려주기로 했다.
이제 진짜 문제를 다룰 차례였다.
‘거참… 진짜 말을 안거네.’
카린 브란트루프는 5일이라는 기간 동안 나와 같이 마차를 타면서도 나를 보면서 상큼한 입술을 움직여주지 않았다.
안나는 내 앞에서 다리 벌리고, 입술 안에 있는 혀를 내게 바쳤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카린의 몸은 솜털 하나 내 소유로 만들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카린의 행동을 보면 특별한 특이점이 생기지 않는 한 이 상태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
그녀는 그런 여자니까.
자존심 따진다면 나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다.
슬슬 계획을 세워야할 차례였다.
‘그 전에….’
[…?]
‘…일단 안나한테 가자.’
[….]
한 발 빼면 좋은 계획이 떠오를지도 모르잖아.
..
..
나는 안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도적이요?”
“도시를 관리하던 자작은 통행로에 나타난 도적 때문에 자리를 비웠어요.”
현재 도시를 관리하던 관리자는 로베로 자작으로, 북부에 있는 척박한 도시 출신의 귀족이었다.
안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젊은 시절에 가면 연회에서 우연히 브란트루프 공작의 눈에 띄어서 공자가의 주요 직책을 도맡고 있다고 했다.
마법에는 재능이 없지만, 검술 실력이 뛰어난 터라 앞장서서 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었다.
하필 그 타이밍에 학장이 온 것이고….
“아마 내일쯤에 도착할 거 같아요.”
“흐음….”
“그… 오늘도 안될까요?”
안나는 내 고간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굴욕적인 포즈임에도 안나의 얼굴에는 희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희열이 담겨 있음에도 그녀의 표정에는 부족함 또한 담겨 있었다.
그녀가 부족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첫날을 제외하고 나는 일부러 안나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
안나도 내 자지를 입으로 빨고, 가슴에 끼우면서 만족감을 느끼곤 있지만, 욕구 불만은 결국 섹스로 풀어내야 하는 부분이었다.
“….”
내가 침묵하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자 흠칫 놀란 안나가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괜한 말을…. 흐읏!?”
나는 사과하는 안나의 팔을 끌고 가서 침대로 던지듯이 눕힌 다음, 그녀의 양팔을 붙잡고 내려다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성실히 봉사했으니… 보상을 줘야겠군요.”
“하아… 드디어….”
나는 침대에 누워 있는 안나의 치마를 서서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들어 올린 안나의 치마 속은 이미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 시켜주듯 애액의 향을 확 풍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속옷은 이미 젖은 상태로 음모와 보지에 달라붙어서 속의 내용물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지금 당장 박고 싶었다.
그렇게 안나의 젖은 속옷을 벗기려는 순간이었다.
스르르륵….
“!?”
방 어딘가에서 물체가 물기에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나는 흠칫 놀라서 방을 둘러봤다.
‘아르모니아, 소리 들렸지?’
[…? 어떤 소리 말씀이십니까?]
‘…내가 잘 못 들었나?’
그렇게 착각인가 싶어서 다시 안나의 속옷을 벗기려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이번에는 내 몸짓에 반응하듯 빠르게 숨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들렸지!?’
[…무슨 말씀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뭐지? 나 고막에 손상이 와서 이명이 들리는 건가?’
[기질창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이명 증상은 없으십니다.]
욜…. 기질창, 역시 모든 것을 다 알려주는구만.
나는 나를 보며 의문을 가지는 안나를 보면서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착각인가?’
소리가 중간중간 들려오곤 있었지만, 아르모니아가 캐치못했다면 내가 잘 못 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나는 안나의 속옷을 전부 벗겨낸 뒤, 아르모니아에게 한가지 명령을 했다.
‘레나 좀 불러줘.’
..
..
나는 안나와 관계를 가진 뒤, 개운한 마음으로 복도로 나와서 성 내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내가 성을 돌아다니는 건 그저 구경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나를 쫓아오는 소리의 정체를 간파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목적을 품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레나를 시켜 확인한 결과….
[따로 제 감각에 잡히는 존재는 없습니다.]
‘흐음….’
레나가 못 찾는 것이라면 내가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렇게 착각하고 싶어도 귓속에 들려오는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는 내가 착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 인지시켜줬다.
스르륵….
[아니면, 마법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감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레나 말대로 마법이었다면 그녀가 감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내 귀에 또렷하게 들려오는데, 통신으로 소리를 캐치 못 한다는 건 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마법으로 은신을 한 것이라면 내 귀에 들리지 않아야 정상일 텐데….
‘마법이라…. 아!’
[…?]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만약 누군가가 마법을 이용해서 나를 염탐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렵지 않게 발견하는 방법이 있었다.
나는 내 상황을 해결해줄 존재를 만나기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학장은 내 얼굴을 보면서 만연한 미소를 보여주며 반겨줬다.
“허허허, 드디어 방문해주셨군요. 오래 기다렸습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보는 눈이 많아서요.”
나는 민망함에 쓰게 웃으며 변명을 했다.
포츠 백작령에서 제프의 방해를 받은 뒤, 결국 학장과의 술자리를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근래에 안나와 루나, 카린까지 신경 쓰다 보니 학장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민망하게 웃으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따라왔네….’
스르륵….
학장과 같이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중에도 미끄러지는 소리는 계속 내 귓바퀴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오늘은 부디 방해꾼이 없길 빌어야겠습니다. 허허허.”
학장도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이 소리의 원인은 마법도, 은신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학장과 레나, 두 사람에게 감지가 되지 않는다면 그저 내 몸에 이상징후일 가능성이 컸다.
[일단 제가 모든 기질을 펼쳐서 훑어보겠습니다.]
‘아냐, 하지 마.’
아르모니아가 말하는 행위는 그냥 몇 시간으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한 사람에게 달린 기질은 평생을 축적해 온 그 사람의 역사와 같았다.
그걸 전부 펼쳐서 보는 건 몇 시간으로도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어차피 그것도 저의 업무입니다. 가볍게 넘기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훑어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현상을 보고, 원인을 파악하는 건 검색 형식으로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원인 불명의 현상을 확인하는 건 쭉 훑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미리 대비하는 것도 좋지만, 적정선이라는 게 있잖아.’
만약 그렇게 해서 원인 찾으면 다행이기라도 하지… 원인을 못 찾으면 헛고생을 하는 셈이다.
‘일단 며칠 동안 두고 보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정체불명의 소리에 대한 대처를 결정할 때쯤 학장이 테이블에 위스키 한 병을 올려두면서 미소를 지었다.
“힘들게 풀었는데, 관심이 줄어 든 거 같아서 걱정했습니다. 그럼 차차 하나씩 알려드리겠습니다.”
“학장님, 잠시만요.”
“…? 왜 그러시죠?”
학장은 내 제지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학장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자신에게서 제일 원하는 것이 바로 마법진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당장 마법진을 전수 하기에는 저 정체불명의 소리가 심히 내 귀를 거슬렸다.
아무리 슈트라에서 사용할 수 없는 의미 없는 마법진이라고 해도 외부에 알려지는 상황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단 학장에게 마법을 전수받는 건 나중으로 미루자.’
나는 그렇게 결단을 내린 뒤에 학장에게 말했다.
“그건 나중에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이유가 있습니까? 열심히 풀었는데, 막상 관심이 없으니 아쉽군요.”
학장의 섭섭해하는 표정을 보며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변명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어차피 저는 한동안 여기에 있을 예정입니다. 또 학장님을 만날 변명거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허허허!”
학장은 환하게 웃더니, 잔에 위스키를 시원하게 따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으니, 예전 친구가 떠오르는군요.”
학장이 하나의 잔을 들어 올려서 내 쪽으로 팔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드시죠.”
“네.”
스르륵….
그렇게 나는 의문의 소리를 무시하며 학장과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
의문의 소리는 학장과 술잔을 기울이는 중간에 사라졌었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서 그런가 싶었고, 잠을 잘 때도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내 착각으로 판명이 나는 건가 싶었지만….
‘거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스르륵….
아침 일찍 모든 사람과 같이 식사할 때쯤에 또 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안나와 관계를 맺은 바람에 루나의 바람기 감지 신호에 걸린 건 아닐까?
그로 인해서 나에게 경고음이 들리는 거지.
[그런 기질은 들어본 적이 없고, 가지고 계시지도 않습니다.]
‘….’
다행히 그런 능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뭐… 일단 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으니 넘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학장님, 음식은 마음에 드시는지요?”
“허허… 저는 마음에 듭니다.”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그 소리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 때문에, 괜히 이상한 행동을 해봤자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것 같아서 나는 모르는 척 평소대로 행동했다.
그렇게 다들 식사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끼익!
식당 문이 크게 열리면서 시종 한 명이 헐레벌떡 안나에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안나는 중요한 인물이 참석한 만큼 식사를 방해받는 것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종의 귓속말을 듣고는 바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조용히 물었다.
“정말이냐?”
“네….”
“알았다. 식사가 끝나는 즉시 가겠다.”
다들 안나와 시종의 모습을 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두 사람의 대화가 무거운 주제라는 것을 깨닫고, 쉽사리 안나에게 이유를 묻지 못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자마자 나는 안나를 몰래 불러서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그게….”
“곤란한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궁금함일 뿐이었습니다.”
“후우….”
안나는 내 배려에도 불구하고, 내가 걸어놓은 종속으로 인해 이야기를 술술 불기 시작했다.
“오늘 도착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던 로베로 자작이 도적의 습격을 받아서 실종되었다고 하는군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