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7화 〉 427화 마법 학교 슈트라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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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혼자 이동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우측으로 향하시길 바랍니다.”
학장의 말과 동시에 카린은 허리를 꼿꼿하게 편 상태로 학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학장님, 그 명령을 재고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흐음… 제가 미덥지 않으신 겁니까?”
학장은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이 곤란하게 만드는 대사를 내뱉고 있었다.
저 양반 저거에 재미가 들렸나?
아니면 원래 습관처럼 내뱉는 대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계속 귀찮게 할 테니까.
하지만 그런 필살의 대사에도 불구하고 카린은 잠깐의 침묵 후에 바로 부정의 의사를 표현하며 설득을 시도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란트루프 가문의 대표자로 학장님을 모시고 온 처지입니다. 부디, 제 무례를 이해해주시길 간절히 빌겠습니다.”
“흐음… 그럼 합당한 이유를 대주시죠.”
“이유… 말씀이십니까?”
“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그저 제가 혼자 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학장의 논리는 이러했다.
두 갈래 길 중에 하나만을 통해서 이동하는 건 수색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전투와 마찬가지로 수색도 효율적으로 병력을 배치해야 하고, 좌측과 우측의 상황에 따라 학장이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험준하고, 이동이 힘든 곳은 학장 혼자 가고, 대규모 이동이 원활한 곳은 나머지 병력이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장은 진짜배기 실력을 지닌 인물이다. 혼자 가는 쪽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이번 수색은 그저 사람이 실종된 것이 아닌, 전투로 인해 납치당한 동료를 구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금 외부에 보이는 형식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효율만 따져야 합니다.”
카린은 외부의 보이는 눈에 신경 쓰려는 반면에 학장은 오로지 효율만 중시하고 있었다.
시대상과 위치가 다르니 당연한 생각의 차이였다.
“….”
“그럼에도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들어드리겠습니다. 말해보시죠.”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카린은 학장의 기세에도 한 치의 눌림도 없이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의 일정이 하루 만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도적에게 납치된 귀족을 구하는 임무가 고작 하루 만에 끝날 리가 없었다.
학장이 마음먹고 활개를 치더라도 구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이 장소는 도적들의 은거지.
이런 장소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없는 노릇이고, 주변에 있는 적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잘 것이다.
그런 장소를 혼자 가게 둘 수 없다는 말이었다.
“최소한의 짐을 나르는 병사가 없다면 식사와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치실 겁니다. 그러니….”
“그건 걱정이 없습니다.”
“…?”
“저는 두 달 정도는 굶고, 잠을 자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
학장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카린도 잠시 벙찐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애초에 학교에 있을 때도 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식사와 잠을 취하지 않습니다.”
“….”
그건 나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이 양반… 죽고 싶어서 별의별 짓을 다 하다가 식욕이랑 수면욕까지 전부 날려버린 모양이었다.
“이… 일단 두 번째 이유도 있습니다.”
카린은 잠시 당황했던 정신을 되돌린 뒤, 차분하게 두 번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로… 성수호 씨 때문입니다.”
“성수호 학생이요?”
카린은 나를 힐끗 바라봤고, 학장은 내 이름이 거론되자 나를 바라보며 의문이 섞인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이 여자가 갑자기 왜 내 이름을 거론하는 걸까?
나를 핑계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학장님의 실력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동행하는 성수호 씨는 학생의 신분입니다. 아직 1학년생이라면 아직 전투가 미흡할 것입니다.”
“오호… 그러니까, 나와 떨어지면 성수호 학생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의미이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단한 담력이었다.
지금 카린의 말은 세밀하게 뜯어보면 학장에게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제자가 다칠 수도 있으니 동행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면서 한편으로 합리적인 이유를 거론한 것이었다.
학장이 이 정도로는 심기가 불편해지지 않으리라는 계산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카린의 의도대로 학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딱히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대답이 나와버렸다.
“그것도 걱정이 없겠군요. 성수호 학생은 실력이 뛰어납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1학년이라면 전투적인 면이….”
“그의 실력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저를 뛰어넘을 인재가 있다면 성수호 학생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요.”
“!?”
지금까지 무표정과 가식적인 미소로 무장하던 카린이 경악한 눈으로 고개를 획 돌려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카린의 놀란 표정을 보면서 통신으로 기쁨의 세레머니를 외쳤다.
‘오… 희열이 느껴져!! 쩔어!!’
[학장의 표정에 담겨 있던 진심을 포착한 것 같습니다.]
학장이 한 저 말은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미지의 존재이고, 미지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
비로 그를 이길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그리고 희망 사항도 들어 있었다.
학장은 내가 자신을 뛰어넘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할 테니까.
학장은 진심과 기대를 담아서 저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진심을 어설프게 이해한 카린은 나를 보면서 메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시며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으로 정신을 차린 카린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백기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제 이유가 전부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저는 학장님의 말씀을 이행해서 여기 있는… 성수호 씨와 같이 우측 계곡으로 수색을 진행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출발하도록 하죠.”
그렇게 수색 방식을 결정한 다음 나는 막사로 가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크… 학장 덕분이지만, 재미있는 장면 봤다.’
카린의 놀라는 표정…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비록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복장도 그녀의 품격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런 카린이 나를 보며 그런 표정을 짓다니….
카린의 놀라는 표정… 과연 그 표정을 본 인물이 있을까 싶었다.
안나의 꿈속에서 나온 카린조차도 그런 표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침몽은 하지 않으십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평소에 조심성으로 무장하던 카린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외부라면 그녀의 숙소에 몰래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방비가 삼엄하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브란트루프 가문 사람이라 그런지 경비가 만만치 않더라, 이런 상황에서 수면을 함부로 쓰는 것도 그렇고, 좀 더 지켜보자.’
지금 우리는 도적의 은거지를 앞둔 상황.
경계 근무를 서는 녀석들에게 수면을 거는 행위는 미친 짓이었다.
무엇보다 카린이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와 카린의 텐트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침몽을 걸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도박보다는 확실한 상황을 만들자. 기회는 많아.’
여차하면 계곡 안에서 레나와 베아트리체를 소환한 뒤, 몰래 흉계를 꾸며도 된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도적들에게 이렇게 도움을 받았으니, 좀 더 도움을 받아도 나쁘지 않겠지.’
도적들 덕분에 이렇게 카린의 재미있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해줄 보상도 정해야 할 것 같았다.
..
..
학장은 짐 하나 없이 맨몸으로 우리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네, 다음 교차 지점까지 부디 다치지 않으시길 빌겠습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시면 신호탄을 사용해주세요.”
“허허, 알겠습니다.”
학장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그는 말을 타지 않고 천천히 좌측 계곡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 학장은 알아서 잘하겠지.’
[그만한 실력이 지닌 자입니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학장이 다칠 정도의 상황이 생긴다면 오히려 나한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나마 죽일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셈이니까.
카린은 내 눈치를 보더니, 병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출발.”
그렇게 우리도 학장과 마찬가지로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출발하기 시작했다.
바위와 돌덩이로 이루어진 토림 계곡 특성상 말을 타고 가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도적들의 주둔지로 활용이 되었던 것 같았다.
나무가 무성한 편은 아니었지만, 즐비한 바위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게릴라전에 유용해 보였다.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언제 쯤 습격할까?’
도적들이 브란트루프 가문에 첩자가 있지 않은 한 지금 우리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나마 먼저 습격한다면 학장 쪽일 것이다. 학장의 얼굴도 정체도 모를 가능성이 크니까….
그나마 알고 있다면 우리가 아틀러에서 온 병사들이라는 것 정도일 것이다.
내 물음에 레나가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적어서 예측이 힘듭니다. 초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도적들의 홈그라운드에 들어온 입장이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협을 느낀다면 내쫓기 위해서 계곡 진입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우리를 포획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분명 포획하려고 들 거야. 내 옆에 있는 여자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겠지.’
카린의 외모를 보고 도적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토림석까지 쓰면서 강도질하는 녀석들이 이런 미녀를 보고도 그냥 내쫓으려고 할 리가 없으니까.
[주인님의 말씀대로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전투 환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도 한몫을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살벌한 냉기를 담고 있는 수증기가 바람과 함께 얼굴을 찢을 듯이 달려드는 곳이다.
이런 환경에서 익숙해진 녀석들이라면 자신감도 꽤 불어 있을 것이다.
‘뭐… 그런 건 일반 병사들이 걱정해야 할 처지지.’
지금 뒤에 따라오는 병사들은 저마다 갑옷을 입고 있는데, 그 갑옷이 냉기까지 흡수하는 바람에 벌써 추위에 기세가 눌린 듯 보였다.
심지어 그건 카린도 마찬가지였다.
‘…잘 버티네.’
하지만 카린은 가끔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모습을 제외하고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방한에 대비하긴 했지만, 갑자기 환경이 바뀌는 건 쉽게 적응하기 힘든 법이었다.
나는 추위에 기세가 누그러진 카린과 병사들을 보면서 평소처럼 추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흐흐흐… 정복 진짜 최곤데?’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슈트라의 정복이었다.
전투가 있을 상황이라 웬 교복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슈트라의 정복은 군복이라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복장이었다.
정복은 물리적인 흠집도 잘 나지 않는 데다가 불과 얼음에도 옷이 잘 손상되지 않게 튼튼하게 제작되어 있었다.
심지어 이렇게 추운 곳이나 사막처럼 더운 곳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특수 제작된 복장이었다.
마법이 실린 건 아니지만, 마법과 같은 복장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추위를 마냥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혹한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복장일 뿐이었다.
‘흠… 좀 춥군. 능력을 활용해야 할 때인가….’
[…? 배운 마법 중에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법을 배우셨습니까? 저는 기억이…]
‘아르모니아.’
[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핫팩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흐어… 영혼이 날아갈 거 같아….’
내 주머니에 들어온 핫팩은…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서 여신의 따뜻한 가슴에 손을 얹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기 시작했다.
핫팩에서 흘러나오는 쾌락의 열기를 느끼며 다짐했다.
‘카린, 너의 가슴… 언젠가 이 양손으로 잡으리….’
[….]
그렇게 나는 추위 때문에 기세가 누그러진 카린을 기분 좋게 본 뒤, 그녀의 옆에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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