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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38화 (439/898)

〈 438화 〉 438화 마법 학교 슈트라 (3­49)

* * *

[계약 성립되었습니다.]

‘좋아!’

계약이란 참 신기하다.

계약서를 전부 보여주지 않고, 그저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이렇게 해도 효력이 없었다면 굉장히 귀찮은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카린에게 내 정체를 밝혀야 하는데… 아직은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카린을 못 믿는 것이 아니다.

루이스가 훗날 기발한 마법을 배워서 그녀를 흔들어서 비밀을 캐내게 된다면 정말 곤란해지니까.

‘그럼 시작해볼까.’

부들부들 떨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카린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어요.”

“하… 당신… 끝까지….”

“당신이 마법을 쓰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에요. 절대 저와 연관시키지 마세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끝내줘.”

카린은 눈앞에 진짜가 나타나기 전에는 나를 절대 믿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내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그냥 꼭두각시처럼 내 말에 따르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 꼭두각시 같은 카린의 팔을 붙잡고 천천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되, 내 의지에 반하듯이 힘을 전혀 주지 않고 있었다.

“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세요.”

“….”

카린은 내 말에 흠칫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카린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진행했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침착하세요.”

“….”

“중요한 건 집착이나, 시기가 아니에요. 믿음이에요.”

“저기….”

“네?”

카린은 등 뒤에서 있는 나를 향해 고개를 살며시 돌려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 말… 다른 사람한테 한 적 있어요?”

“설마요. 카린 영애가 처음입니다.”

“…알았어요.”

카린은 의문을 품은 듯이 내 말에 다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금 하는 이야기를 카린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한 이야기라 금세 까먹었을 줄 알았는데, 다 기억하고 있었나 보네.’

지금 하는 이야기들은 내가 카린의 꿈속으로 침몽해서 그녀의 마법진을 가르쳐줄 때 했던 대사였다.

생각보다 뇌리에 잘 박혀서 잊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 제 손을 잡고 있는 당신의 손이 마법진을 그릴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

하지만 마지막이 달랐다.

꿈속에서 만난 카린은 내 의지에 영향을 미쳐서 내 말에 따랐지만, 현실의 카린은 자신의 의지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거부감을 표출할 뿐, 결국 강압이 흘러 들어간 내 말에 순순히 따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히고… 검지를 길게 뻗어 올렸다.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하지만 준비가 끝났더라도 제일 중요한 과정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 과정이 없더라도 카린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친다면 카린은 나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카린의 손끝에는….

“….”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카린의 눈동자는 허망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죽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그녀 안에 남아 있던 한 줌의 희망은 철광석의 녹처럼 바스러지면서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통신으로 말했다.

‘지금이야… 올려줘.’

[알겠습니다.]

마법력이 올라가는 느낌은 어떨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기질창으로 보고 나서야 내 능력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이 능력치의 상승이다.

즉, 카린도 자기 내면에 변화된 마력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포기하고, 죽어가는 그녀의 눈동자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차례였다.

나는 능력이 개화되는 타이밍에 맞춰서 그녀의 손을 멈추고, 조용히 속삭였다.

“믿어주세요.”

“…믿고 있었어. 믿고 있었는데. 당신은… 계속 나를….”

“잠깐이라도 좋아요. 이 이후에 당신이 저를 찔러 죽여도 좋아요. 믿어주세요.”

카린은 내 말을 듣고 눈을 감고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생기가 담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진짜… 믿을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다시 그녀의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경험은 중요하다.

섹스 이야기가 아니다.

독특한 환경에서 발현되거나, 독특한 상황 속에서 발현된 재능은 평생 그 사람의 뇌리에 새겨지듯 추억으로 저장된다.

녹가루가 날아다니는 동굴, 그 녹가루들이 랜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받으며 돌아다니는 그런 동굴에서….

하얀빛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마법진은 카린의 머릿속에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나와 같이 이루어낸 마법진이라면 더더욱이….

사아아….

“어…? 어…? 아… 아아!”

내가 조종하는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하얀색의 빛줄기가 허공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카린은 자기 동공에 들어오는 빛줄기를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반대쪽 손으로 입을 가리기 시작했다.

내가 감동한 카린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팔목을 잡고 있는 손을 멈춰 세웠다.

“아! 아… 자, 잠깐… 머, 멈추면… 아, 안돼… 제발….”

카린은 지금 자신이 만들어낸 마법진임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내게 모든 것을 기대면서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제발… 머, 멈추지 마… 제발…. 부탁이야….”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혹시라도 자신이 만든 마법진이 사라질까 봐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 순간뿐이겠지만, 카린에게 있어서 마법진이란 내게 허락을 맡아야 만들 수 있는 존재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쉬고 있는 손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리며 속삭였다.

“그럼 다시 시작하죠.”

“아… 흐윽….”

그녀는 별것도 아닌 내 말에 감동한 듯 다시 정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갓난아기가 화려한 폭죽을 처음 보는 듯이, 카린의 모습도 그런 갓난아이와 비슷해 보였다.

감동과 희망, 기대감과 환희.

지금까지 그녀 앞에 가로막혀 있던 절망이 나와 함께 만들어낸 마법진으로 전부 산산이 흩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팔을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동그란 원형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아… 이게… 이게….”

아직 속성이 부여되지 않은 그저 하얀색에, 심지어 기초 중의 기초인 원형일 뿐이었지만, 카린에게 이 마법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속성과 형태가 없는 마법진은 그저 마나를 응축해서 현상화 시킨 무의미한 에너지에 불과했다.

그렇게 완성된 원형을 감동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던 카린의 눈에는 점차 마법진이 사라져가는 것이 비치기 시작했다.

“아… 안돼! 잠깐!”

“침착해요. 또 그리면 돼요.”

“하… 하지만… 아, 안 나오면 어떡해… 이게 마지막이면 어떡해….”

카린은 내가 침착하게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럴만했다.

간절한 희망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그게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그녀의 불안함에도 결국 그녀가 만들어낸 마법진은 주변에 흩날리는 녹가루에 녹아내리듯 사라져 버렸다.

카린은 불안증세를 보이며 나를 향해 고개를 올려서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카린 혼자 마법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나라는 도우미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갓난아기와 같은 상태였다.

나는 그런 카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좀 더 해볼까요?”

“네… 좀 더… 해주세요.”

카린은 그런 내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기처럼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와 카린은 어둡고 칙칙한 동굴 안에서 서로 애틋한 감정을 품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

..

영원할 것 같은 마법진 그리기 시간은 결국 끝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내가 귀찮거나, 지쳐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아… 하아… 좀 더….”

“….”

내가 아닌 카린이 지쳐서 더는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카린이 인내심이 깊고, 정신력이 높다고 해도 마법력 레벨은 고작 1밖에 되지 않았다.

마법진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마나 소모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아직 초심자에 불과했다.

수없이 그려대는 마법진 때문에 결국 마나 탈질에 도달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해요.”

“하, 하지만….”

“이대로는 오히려 몸만 상해요. 연습은 나중에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네.”

카린은 지친 표정을 하면서도 아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놔주면서 팔찌를 풀기 시작했다.

“이 팔찌를 주고 싶지만, 슈트라에서 준 거라 함부로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양도할 수 없어요. 나중에 하나 구해줄게요.”

“….”

나는 그렇게 카린의 손목에서 팔찌를 풀어서 내 손목에 채운 후, 그녀를 천천히 의자에 앉혀줬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카린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카린과 관련된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나와 카린은 계약적으로 묶이게 되었고, 그녀는 그런 계약과 동시에 나에게 복종하기로 맹세했었다.

궁금하다.

과연 그녀가 나를 어떻게 대할까?

카린은 마나 탈진 증세를 보이면서도 크게 한숨을 쉬면서 다시 의자에서 일어섰다.

“일단 휴식을 취하세요.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나는 그런 그녀를 제지하며 다시 앉히려고 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의 말을 따를 거예요. 지금도 그저 할 말이 있어서 일어 선 것뿐이에요.”

“….”

카린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마나 탈진으로 인해서 식은땀이 나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가죽과 천과 그리고 머리카락에는 습하게 땀이 서려 있었다.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 카린은 나를 올려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제 몸을 원하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의 유예 기간을 주실 수 있나요?”

“…?”

설마 이제 와서 딴말을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카린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었다.

“처음… 처음만큼은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당신에게 바치고 싶어요.”

“좋아요. 하지만 오래 기다리지 못해요. 내가 그만큼 당신을 간절히 원하고 있으니까.”

“후후… 좋아요. 그런 모습… 마음에 들어요.”

카린은 내 간절함을 보면서 마음에 들었는지 깊이를 알 수 없는 묘연한 미소를 지으며 내 허리를 양팔로 감싸면서 껴안기 시작했다.

“그리고… 염치없지만, 한가지 다 부탁을 드릴게요.”

“…?”

“절대… 절대 나약한 모습 보이지 마세요.”

카린은 강렬한 황금빛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절대로 내가 당신의 머리 위에 올라가게 두지 마세요. 내가 반항하면 뺨을 후려치고, 내가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금하고 구타해서라도 예의를 차리게 만드세요.”

“그게 무슨….”

“나란 여자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어요. 나는 당신의 빈틈이 보이면 분명 비집고 들어가려고 할 거예요. 만약 당신이 그런 나를 막지 못할 거 같다고 판단한다면….”

카린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경고했다.

“내 손목을 잘라서라도 굴복시켜주세요. 절대… 아버지처럼 어머니에게 나약하게 굴지 마세요.”

“….”

카린의 대사를 들으며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내 소유가 됐지만, 그 소유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금까지 만난 어느 여자들보다도 값비쌀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그런 값어치는… 내 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카린 브란트루프… 당신을 그렇게 만들지 않겠어. 너는 이제 내 소유니까… 손톱 하나하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내 소유니까.”

“흐읍!?”

나는 카린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비집고 넣으며 머리를 들쳐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 안에 겁탈하듯 내 혀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츄읍… 츄릅… 하읍….”

카린의 혀는 첫키스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요염하게 내 혀를 유혹하며 자신의 입속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카린은 본능적으로 남자를 유혹한 것처럼, 남자의 혀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깨우친 듯 내 혀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기세에 눌릴 내가 아니었다.

나는 손기술을 이용해서 그녀의 목덜미를 차근차근 자극하기 시작했다.

“흐읍! 츄으읍! 흐으읏…. 하읍!”

처음에 내 혀를 지배하려던 카린은 내가 목덜미를 자극할 때마다 눈이 풀리면서 점차 침이 새어 나왔고, 그녀의 입가를 통해 목덜미를 타고 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카린의 입술과 목덜미를 동시에 자극하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혀는 내 입안을 탐하기 애원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카린의 입술과 혀를 맛보던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 혀를 내밀던 카린은 자기 모습을 깨닫고 흠칫 놀라며 고개를 뒤로 빼면서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그저 여색이 좀 짙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의 실력도 갖추고 계셨네요.”

“하하… 아틀러에 돌아가게 된다면 더 좋은 걸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후후… 기대할게요. 그리고… 저도 그만큼 당신에게 더 좋은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할 거예요. 특히 루이스와 제프….”

“…?”

갑자기 두 남자의 이름이 나오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카린은 그런 내 표정을 보면서 도발적인 미소를 띄우기 시작했다.

“두 남자가 당신의 유흥거리로 전락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게요.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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