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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40화 (541/898)

〈 540화 〉 540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듯한 강한나의 표정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크으… 표정 예술이네.’

날카롭게 세워진 눈매.

망치로 두들겨도 흠칫 하나 나지 않을 것 같은 표정.

무수한 포탄 세례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것 같던 여자.

그런 여자가….

“이, 이게 무, 무슨…?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 못 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 치한을 당한 여자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온몸에 힘이 풀려서 아무것도 못 하듯 내 자지를 계속 만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정신을 차린 건 다름 아닌 한 차례 더 이루어진 내 사정 때문이었다.

뷰르릇!

“크읏!”

“흐아앗!?”

강한나는 자기 손바닥에 세차게 뿌려지는 정액을 느끼며 화들짝 놀라서 내 바지 안에서 손을 빼냈다.

그리고 빼내는 것과 동시에 침대 끝으로 기어서 달려갔다.

그 과정에서….

콰당!

“꺄아아앗!”

손을 거의 덮다시피 할 정도로 둘러싸인 정액 때문에 미끄러져서 균형을 잃고 침대 위에 쓰러져 버렸다.

‘…내 꺼지만 참 더럽네.’

[….]

강한나의 손에 묻었던 내 정액이 침대 위에 덕지덕지 묻어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내 침대 위를 내 정액 범벅으로 만든 강한나는….

“뭐, 뭐예요! 이게 뭐냐고!”

그제서야 뇌 정지가 풀려서는 내게 사정을 묻기 시작했다.

..

..

사정을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강한나의 손에 정액이 묻은 상태로 나는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설명을 전부 들은 강한나는 절망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 내가… 자, 자는 도중에 그랬다고요?”

“네….”

내 설명은 간단했다.

자고 있던 당신이 내 바지에 손을 넣고 갑자기 대딸을 했다는 것.

믿기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잠꼬대가 심하다고 해도 옆에 자는 남자의 바지에 손을 넣고 갑자기 대딸을 한다는 게….

그리고 당연하지만, 강한나의 대딸은 그녀의 잠꼬대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그녀가 대딸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슬아슬했지만, 최면이 통해서 다행이다.’

=====

최면 게이지 : 3%

=====

내가 건 최면 때문이었다.

‘그냥 간단하게 만지게 하는 최면만 걸려고 했는데, 대딸까지 가능할 줄이야….’

[자는 중이라 저항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최면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저항 의지에 따라서 소모량이 결정된다.

간단한 대답도 강제로 하게 만들 때 50%를 쓴다면 대화로 잘 유도하면 10%만 쓰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즉, 강한나에게 최면으로 대딸을 시킬 수 있었던 건 저항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라서 가능했던 것이다.

‘뭐… 사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실 강한나의 대딸은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자극 요소로 작용했지만, 고작 부드러운 손만으로 사정까지 하는 건 나도 무리였다.

결국 눈을 감은 채 시호와 섹스하는 걸 떠올리며 간신히 사정감을 올릴 수 있었다.

내가 침묵하자, 강한나는 자기 손바닥에 흥건히 묻은 내 정액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나, 나는… 내, 내가….”

“일단 씻고 오세요.”

“!?”

강한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에 묻은 액체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후다닥 화장실로 향했다.

그렇게 강한나는 방을 떠나고 나서, 10분 뒤에 다시 나타났다.

나는 그렇게 나타난 강한나를 보면서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망칠 줄 알았는데, 다시 오셨네요.”

“…도망이요?”

취기와 잠을 확실하게 깨고 온 강한나는 최대한 평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왜 도망을 가요?”

“성추행한 사실을 모른 척하고, 책임감 없이 도망칠 줄 알았죠.”

“크읏!?”

강한나는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이를 까득 갈더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책임감이라는 단어로 그녀가 도망갈 의지까지 막아뒀다.

내가 아는 강한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죄를 남자에게 뒤집어씌울 여자가 아니니까….

강한나는 일단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변명하기 시작했다.

“오해예요. 제가 진짜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잖아요? 어디까지나 잠결에….”

“여기가 치외법권이라 잠결에 성추행한 행위는 별문제 없나 봐요?”

“….”

매번 들먹인 치외법권을 이번에는 내가 들먹이며 그녀를 몰아세웠다.

강한나는 내 공격을 받으며 침대 위를 곁눈질했다.

강한나의 손은 깨끗해졌지만, 침대 위와 내 바지는 아직 정액으로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강한나는 한숨을 쉬면서 내게 말했다.

“일단 제가… 다 잘못했으니까. 씻으세요. 그다음에 이야기하면 안 되나요?”

“이제야 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네요.”

“….”

나는 침대에서 일어난 뒤 욕실로 향하면서 강한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일단 거실에 계세요.”

“네….”

강한나는 양손을 모으고 죄인처럼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등 뒤에 놓고 욕실로 향했다.

..

..

내가 욕실에서 온몸을 씻고 나왔을 때도 강한나는 죄인의 모습을 하며 서 있었다.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내게 자비로움을 바라는 여자.

강한나는 나를 힐끗 바라보자마자 바로 흠칫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흐읏….”

내가 나타난 것에 놀란 것이 아닌, 내가 입을 복장 때문인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연구원 복장이 아닌, 하얀색 샤워 가운이었다.

연구원 복장 한 벌 말고는 받은 게 없는데, 씻어 놓고 정액 범벅이 된 그 옷을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강한나는 샤워 가운을 입은 내 모습을 힐끗 보며 공손하게 서 있었다.

‘역시 사회적인 위치가 있어서 그런지 훨씬 더 겸손하게 나오네.’

스파이 짓에 비하면 훨씬 낮은 죄질인 성추행.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부분만 따졌을 때의 이야기다.

타인의 신체.

그것도 동성이 아닌, 이성의 신체를 희롱한 것을 넘어서서 추행한 죄.

그런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주변에 퍼지는 순간 강한나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스파이 짓이 들키면 강한나는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성추행 행위가 들통나면 목숨은 문제가 없겠지만, 평생 그녀의 곁에 그 행위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사회적으로 죽어가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 눈앞에 있는 게 평범한 여자이고, 이곳이 그저 평범한 호텔이었다면 오히려 역으로 당하는 건 나였을 것이다.

여자가 나를 성범죄자 취급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강한나는 그러지 않았다.

‘강한나가 책임감 하나는 쩌네.’

자기가 한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 회피하지 않는 성격.

그거 하나는 진짜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내 주위에 그렇게 책임 회피하는 여자가 없긴 하지. 내가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 봐.’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내 말에 감탄이 흘러나와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양이군….

나는 그렇게 아르모니아의 감탄을 이해하며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비스듬히 올려서 강한나를 바라봤다.

“아까 옷은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상황이라 샤워 가운 걸치고 왔어요. 괜찮죠?”

“아! 그, 그럼요! 괘, 괜찮아요….”

“그럼….”

이제 죄인처럼 서 있는 강한나를 몰아세울 시간이었다.

“한나 씨가 한 짓 기억하세요?”

“그… 저, 정말 기억이 안 나요….”

강한나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손을 씻을 때 같이 흘려보냈던 긴장이 다시 심장을 조여오는 것처럼 보였다.

“…제 바지에 손을 넣었던 것도 기억이 안 나고요?”

“그… 그건 기억나요.”

역시 거짓말을 하지는 못했다.

어차피 CCTV가 있는 마당에 거짓말까지는 할 수 없겠지.

‘거기다 CCTV 영상은 강한나도 지우는 게 불가능한 거 같으니까.’

다시 추궁을 시작했다.

“다행히 자기 잘못은 인정하시네요.”

“네….”

“아까 스킨쉽은 일체 안된다고 못 박으셨으면서, 정작 자고 있는 저를 성추행하셨네요.”

“제, 제가 그런 게 아닌…! 죄, 죄송해요…. 어떻게 사과를 드려야 할지….”

강한나는 내 추궁에 점점 몸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진짜로 잘못을 뉘우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자라는 입장과 책임자의 위치로 인해서 이 일이 바깥에 나가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기 위한 애절함을 보여주는 행위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내게 나쁠 건 없다.

‘뻔뻔하게 나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나는 그렇게 속으로 웃으며 내가 앉아 있던 소파의 옆자리에 손으로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너무 긴장하신 거 같은데, 옆에 앉아서 이야기하죠.”

“…네.”

내 옆자리에 앉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지만, 강한나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후다닥 내 옆자리에 앉았다.

취기와 잠이 확 빠져나갔음에도 강한나는 흐트러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옷은 전부 입고 있었지만, 구김이 심하게 일어나 있었고.

언제나 깔끔했던 붉은 색 머리카락은 부스스한 상태로 흐트러져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상반된 모습.

평소에 보여주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해코지당할까 두려워하는 여자만 눈앞에 있었다.

나는 그런 강한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절대 외부에 말하지 않을 거니까.”

“저, 정말인가요!?”

“그럼요.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해봤자 한나 씨가 나를 더 안 좋게 볼 뿐이니까요.”

“휴우….”

강한나는 내 말을 철석같이 믿어왔다.

애초에 전날 잠꼬대로 말한 약점도 말하지 않았으니, 내가 한 말 자체에는 믿음을 가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한나는 금세 표정을 굳히며 옆에 앉아 있는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

이틀간 나를 봐오면서 이미 내 성향을 눈치챈 것이다.

내가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넘어가 주는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혹시라도 내가 아무런 조건 없이 넘어가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 기대를 깨트려줬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강한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짧게 한숨을 쉬고는 긴장하며 물었다.

“…뭔가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강한나의 무릎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제가 당한 것을 강한나 씨한테 고스란히 돌려드리는 거죠.”

“자, 잠깐만요!”

강한나는 내 손길을 확 쳐낸 다음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다.

“아무리 제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건 안 돼요!”

“그럼 설마 치사하게 한나 씨만 즐기고 내빼시려고요?”

“즐기다뇨!? 저는 그런 걸 즐긴 적이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남자고, 저는 여자니까….”

“아하… 남자와 여자가 다르니까 형평성이 안 맞는다고요?”

“그, 그건….”

강한나는 일어선 채 우물쭈물하며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강한나를 보면서 말했다.

“혹시라도 말하겠지만, 한나 씨가 했던 행위만큼만 할 거예요. 한나 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 이상 선은 넘지 않을 거고요.”

내가 말하는 선이란 섹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강한나도 그 정도는 이해했을 것이다.

강한나는 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일단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럼 시간을 정해주세요. 10분? 20분?”

“무슨 소리세요. 당연히 제가 연구소에 있는 동안 계속이죠.”

“말도 안 돼요! 아까 일이 오래 해봤자 10분도 안 되잖아요! 그건 너무 부당해요!”

“원래 죄를 지은 만큼만 죗값을 내지는 않는 법이잖아요? 좀 더 엄중해야죠.”

“그, 그건 맞지만… 그래도 조금만 용서해주세요….”

사실 강한나의 말이 맞긴 했다.

아무리 강한나가 잘못했어도 연구소에 있는 내내 몸을 마음대로 희롱하는 건 터무니 없이 큰 죗값이니까.

하지만 강한나는 몰랐을 것이다.

‘밑밥이지, 밑밥.’

중요한 건 일단 강한나가 지금 상황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갑이라는 사실을….

이제 판은 내가 원하는 대로 짤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기하실래요?”

“…내기요?”

“네. 10분. 10분 동안 제가 애무해서 강한나 씨를 절정 시키면 하루 연장. 만약 제가 절정 시키지 못하면 오늘로 끝. 어때요?”

어처구니없는 내기.

하지만 내가 말한 내기라는 단어 때문에 강한나의 표정이 굳어졌고, 조심스럽게 고민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렇게 고민하는 강한나의 결심을 좀 더 앞당겨 주기로 했다.

“아! 그리고 만약에 제가 지면 한나 씨를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한나 씨한테 말도 안 걸고, 술자리도 그냥 빠질게요.”

“…정말인가요?”

“그럼요. 내기에 이기면요.”

“….”

아까까지 기세에 눌려서 수그리던 어깨가 자신감에 차올라서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강한나의 표정과 몸에서 승부욕이 느껴졌고, 그 승부욕이 강한나의 자신감을 불어 넣으며 그녀의 입을 열게 했다.

“알았어요. 약속… 꼭 지켜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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