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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날이 지나고 나서 레빈으로 향하는 속도를 좀 더 높였다.
하지만 포츠 백작의 무리에 비해서 우리 마차는 숫자가 훨씬 많았다.
속도 차이를 줄일 수 없으니, 당연히 따라잡는 것도 불가했다.
어디까지나 다급한 입장에서의 발버둥일 뿐이었다.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또 밤이 되었고, 알맞은 장소에 숙영을 펼쳤다.
나는 이번에도 카린에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신당부하며 부탁했다.
“부탁할게요.”
어제까지 조용하던 카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안에서 훈련이라도 하시나요?”
“비슷한 거죠. 방해받으면 곤란한 훈련이랄까나….”
“…알았어요. 그럼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카린은 평소답지 않게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텐트 밖으로 나갔다.
아마 내가 엄청난 마법 훈련이라도 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마법을 배우게 해줬으니, 더 큰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하긴 생각으로 그리는 마법진 구사가 있긴 하지.’
루나와 나만 알고 있는 비밀.
그 사실은 아마 카린에게 말하는 날이 오지 않을 듯싶었다.
애초에 루나에게도 실수로 보여준 것이고….
내가 그렇게 카린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자, 강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호가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가죠.]
‘네. 아르모니아, 워프해 줘.’
[오늘 워프는 제가 작동할 거예요. 저한테 부탁하세요.]
‘…네?’
나는 순간 내가 무슨 말을 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내 의문에 대답한 건 강한나가 아닌 아르모니아였다.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최근에 워프 사용법을 정식으로 알려줬습니다.]
워프는 에넬 사용과 더불어서 아르모니아의 고유 직권 중의 하나였다.
그런 권한 중의 하나를 강한나에게 알려줬다는 이야기였다.
[사용법을 전부 익혔다고 판단되어서 한동안 제 관찰하에 작동을 맡겨 보려고 합니다.]
‘어… 조, 좋네! 좋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강한나를 믿지만, 강한나가 작동하는 워프라….
내가 목소리를 떨며 대답하니, 강한나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설마 제가 실수하겠어요?]
‘아뇨. 절대요. 좋다니까요?’
[목소리는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너무 티가 났나?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마음속은 나만 알고 있는데.
‘불안이 아니라, 기대감이라고 하죠.’
[일단 작동할게요. 처음이라….]
‘…?’
내가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강한나의 말을 기다리자, 눈앞에 빛이 나를 감싸는 것과 동시에 강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지러울 수 있으니까. 도착하고 나서 멀미약 드릴게요.]
‘….’
나는 위장이 담긴 가슴을 한 손으로 꼭 쥔 채 워프 빛기둥을 보며 기도했다.
..
..
도착하자마자 느낀 감상평.
‘…멀미약은 에넬 얼마나 들어?’
[필요하십니까?]
아르모니아의 대사 뒤에 강한나의 걱정이 잔뜩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정말 멀미 왔어요?]
‘아뇨. 농담이에요.’
[하아… 나중에는 진담으로 만들어드릴게요.]
나는 강한나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웠지만, 눈에 익은 장소였다.
브란트루프 가문의 별채이자, 내가 객실로 지내던 곳이었다.
‘지금 별채에 지내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 시간이라면 아무도 들르지는 않겠지?’
[시호 씨가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오늘 하루 동안 아무도 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낮에도 오지 않았다면 당연히 저녁에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즉, 이곳은 내가 [유령의 시간]을 쓰기에 안성맞춤의 장소라는 의미였다.
내가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워서 [유령의 시간]을 사용하자….
(오빠! 왔구나!)
동시에 시호가 나타나면서 나를 반겨줬다.
나는 혼령 상태로 시호를 껴안으면서 말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에이, 고맙긴… 나는 오히려 신기한 거 많이 봐서 좋은데?)
이렇게 레빈에 시호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레빈 왕성의 구조를 미리 파악시키기 위해서였다.
가뜩이나 넓은 장소를 밤중에 돌아다니며 인물을 파악하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틀러 성을 돌아다니며 깨달았다.
이번에는 그런 시간 낭비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아침부터 시호를 레빈에 워프 시켜서 성의 구조를 파악하게 만든 것이었다.
내가 파닥거리는 시호의 여우 귀를 쓰다듬자, 통신으로 강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성의 구조는 일단 도면으로 전부 그렸어요.]
거기다 우리가 알아낸 사실은 그저 왕성의 일반적인 도면만이 아니었다.
바로….
[왕성이라 그런지 역시나 비밀통로가 있더군요.]
비밀통로의 존재였다.
심지어 몇 개 수준을 넘어서 꽤 많은 비밀통로가 존재했다.
[몇몇 군데는 아예 관리가 전혀 안 되어 있는 걸 보면 잊힌 장소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잠깐….’
비밀통로가 많다는 건 그만큼 내가 안에 잠입하기 쉬워진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렇게 잠입이 쉬워진다는 건….
‘굳이 영혼 상태로 갈 필요가 없겠네.’
영혼 상태로 가는 게 여러모로 안전하긴 하다.
애초에 처음 계획도 영혼으로 염탐하는 것이었고….
그런데 막상 비밀통로가 많다고 하니… 원래 몸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쁘지 않아요. 왕성 내부에 마법 트랩이 많이 깔려 있지만… 비밀통로 안에는 특별한 함정은 보이지 않았어요.]
사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왕성의 비밀통로는 왕가 인원의 피신을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이다.
그런 시설에 함정을 설치하면 자칫 마법을 모르는 왕가의 인원이 걸려서 죽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좋아. 좀 귀찮긴 하겠지만….’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며 결정했다.
‘직접 잠입하자.’
..
..
나는 주변에 이끼가 잔뜩 긴 통로를 걸어가면서 웃었다.
‘이거 웃기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비밀통로라고 하면 왕가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탈출을 위해 만들어 놓은 중요 시설이었다.
그런데 그런 중요 시설이 오히려 외부인이 쉽사리 드나들 수 있는 통로로 변해 있었다.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거에 전쟁이 있었을 때 만들어졌을 것이고, 이 장소에 대해서 아는 자가 후대에 알려주지 못하고 죽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긴… 상태를 보니까 몇 년 정도 방치된 수준이 아닌 거 같긴 해.’
참고로 지금 내가 통과하고 있는 비밀통로의 출구는 아예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그런 장소에 비밀통로가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출구는 폭삭 주저앉아버려서 고작 삽으로 파내는 건 어림도 없어 보였다.
결국 지속성 마법을 이용해서 흙을 파내야 했다.
‘흐흐흐, 기대되네요~’
내가 싱글벙글 웃으며 통로를 이동하자, 강한나의 뾰로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음흉하다니까.]
‘하하하….’
내가 음흉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바로 통로의 끝에 존재하는 방 때문이었다.
다른 통로를 이용해도 되었지만, 내가 억지로 이 통로로 들어가는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 내가 걸어가는 통로가….
‘공주 얼굴이 궁금해서 그래요. 얼굴이….’
[흥….]
이리스 공주의 처소로 향하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쯤이면 진짜 얼굴을 볼 때가 오긴 했다.
내가 이리스 공주의 면상을 본 건 포츠 백작의 꿈속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거기다 꿈에서 봤던 이리스 공주는 기질창에 나온 대로 진짜 악녀의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장면을 봤음에도 딱히 이리스를 위협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냥 자기 기분대로 화내고, 풀고, 사치 부리는 스타일이라….’
악녀는 맞지만, 정치력이나 계산 따위는 없이 공주의 인생을 즐기는 악녀에 불과했다.
그런 여자에게 위협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화가 끓어오르기도 했다.
‘그런 년 때문에….’
이리스 레빈이 슈타트펠트 멸문을 주도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책임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아니지… 그년이 입을 그렇게 놀리지 않았다면 아예 사건이 안 터졌을 수도 있지.’
내가 혼잣말로 추측하자,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어제 제대로 말 못 해줬지?’
어제 포츠 백작의 꿈에서 봤던 거지 같은 장면 덕분에 아르모니아와 강한나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떠올렸다.
거지 같은 장면을 입에 담을 필요는 없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사건까지 이야기 못 한 건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강한나가 그런 나를 보며 투덜거렸다.
[…어제 그렇게 살벌하게 표정을 지으니까 저희가 물어볼 수가 있었어야죠.]
‘하하… 미안해요. 말해줄게요.’
포츠 백작은 과거에 슈타트펠트 가문과 이어지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하지만 위르겐뿐만 아니라, 슈타트펠트 가문의 사람들 전부가 포츠 백작가와 이어지는 것에 부정적인 것을 넘어서 혐오한 것이었다.
포츠 백작은 정공법이 통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뒤, 결국 이리스와 접촉했다.
그리고 이리스 공주를 시작으로 다른 귀족들과 만나며 슈타트펠트 가문에 대한 소문을 흘렸다.
‘포츠 백작이 흘린 소문은 왕가에 대한 슈타트펠트 가문의 충성심에 대한 의심이었어요.’
[아….]
포츠 백작은 위르겐이 정치권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노리고 슈타트펠트 가문의 진정성을 훼손 시키기 시작한 것이었다.
위르겐은 레빈 왕국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
라는 소문을 내며 슈타트펠트 가문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츠 백작은 당연히 역모의 누명까지 씌울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저 슈타트펠트 가문을 궁지에 몰아넣고 도와주면서 강제로 가문을 이어버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터져버렸다.
‘이리스 공주가 1왕자에게 건넨 말이 화근이 됐어요.’
[…?]
‘포츠 백작이 말해준 말을 정확히 전달한 게 아니라, 과장한 게 문제였어요.’
[아….]
이리스 공주는 루나나 카린처럼 똑똑한 여자가 아니었다.
어렸던 이리스 공주는 포츠 백작에게 들은 이야기를 잘못 이해했고, 과장을 섞어서 1왕자에게 전달해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리스 공주 말 하나로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요?]
‘하나 더 있어요.’
[…?]
‘슈타트펠트 가문이 2왕자의 편이었다는 사실이죠.’
[…맙소사.]
포츠 백작은 슈타트펠트를 구슬리기 위해 위기감이라는 작은 눈덩이를 만들었다.
이리스 공주는 루나가 싫었던 마음에, 위기감을 눈밭에 굴렸고.
1왕자는 그런 굴러가는 작은 뭉치의 위기감을 이용해서 산사태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런 엿 같은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서 레빈의 전쟁 영웅이 세운 가문을 한순간에 몰락한 것이었다.
강한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세상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무섭네요.]
강한나의 말에 동감했다.
만약 슈타트펠트의 몰락에 대한 속사정을 몰랐다면 나는 과연 어땠을까?
그냥 루나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역모를 꾸몄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세상을 알아가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바로….
‘루나한테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루나가 모든 사실을 듣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서웠다.
루나가 상처를 입으면 치료해주고, 그녀가 원하면 언제나 옆에 있어 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무너지는 마음마저 내가 고쳐줄 수는 없었다.
내가 그렇게 걱정하고 있을 때, 마침 아르모니아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가 나를 위로하듯 목소리를 냈다.
[수호 님께서 사랑하고 계신 루나 슈타트펠트라는 여자를 믿으시면 됩니다. 그러면 충분합니다.]
‘그럴까…?’
[나약한 여자가 아니니 금세 일어설 것입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위로가 담긴 목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나를 경악시키는 말이 들려왔다.
[와… 웃으시긴 하시는군요?]
‘…저요?’
처음에는 나한테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뇨. 아르모니아 씨요. 매번 무표정이셔서… 웃는 걸 싫어하시는 줄 알았어요.]
‘뭐!!!’
[꺄악! 깜작이야! 왜 소리쳐요!]
나는 강한나의 반응을 무시하고, 아르모니아에게 목놓아 외쳤다.
‘아르모니아! 웃었어!?’
[…안 웃었습니다.]
‘아니 지금 웃었다잖아!’
[착각입니다.]
착각일 겁니다도 아니다. 착각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리고는 강한나의 기어가는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저… 혹시 실수한 건가요?]
[….]
눈에 보이지 않지만,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 아르모니아가 강한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아니, 노려보는 중인 것 같았다.
그리고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근 임무 중에 잡담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강한나 씨의 발언권을 없애겠습니다. 워프 가동할 시에만 발언하십시오.]
[네….]
그렇게 오퍼레이터 강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일단 강한나 쪽은 나중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아르모니아에게 외쳤다.
‘아르모니아! 보여줘! 내게도 미소를 보여주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착각입니다.]
‘뻥 치지 마!’
[임무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일자 통로라서 집중할 것도 없어! 빨리!!’
내 닦달에도 불구하고 아르모니아의 입에서는 똑같은 말이 나왔다.
[착각입니다.]
‘….’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함선에 돌아가면 어떻게든 웃는 모습을 보고 말겠다.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통로를 하염없이 걸었다.
그리고 걷다 보니 끝이 막힌 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여기 건너편에 그 여자가 자고 있어.)
***
출렁, 출렁….
“으브…?”
이리스는 가슴으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촉감에 뒤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척이기 위해 했던 노력은….
“으으읍!?”
결박된 사지로 인해서 허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입조차 틀어막혀서 말조차 내뱉을 수 없는 상황.
‘꾸, 꿈!? 꿈이지?’
꿈이 아니고서야 한나라의 공주인 이리스가 이런 취급을 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희망은….
“이야… 역시 공주라서 그런지 예쁘긴 예쁘네.”
자기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며 내려다보는 남자에 의해서 산산이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