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42화 (742/898)

위그드라실 (6)

나는 멤버들과 헤어지자마자 바로 소우타를 소환해서 그와 같이 미궁으로 향했다.

미궁에 들어가자마자 그가 죽기 전에 숨겨 놓은 아이템을 챙긴 뒤에 바로 붉은 초승달 은거지로 향했다.

그렇게 모든 일은 십 분 만에 끝낸 나는 붉은 초승달 은거지를 앞두고, [비겁자의 술법]을 쓸 준비를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소우타가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며 한마디 건넸다.

“너 혹시 여기 알고 왔냐?”

그런 의문이 들만했다.

나는 분명 소우타의 안내를 받았지만, 안내받고 움직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야 회귀를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모르는 척했다.

그렇다고 2회차마저 답답하게 그 길을 천천히 돌파하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다 상대가 소우타인 것도 한몫했다.

‘어차피 죽은 영혼이니까 회귀만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충 변명했다.

“네 시선을 보니까 대충 감이 잡혀서 빨리 움직인 것뿐이야.”

“…진짜 대단한 놈일세.”

다행히 내 실력을 알아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길 안내해주는 입장에서도 답답하게 구는 것보다 눈치 빠른 녀석이 훨씬 낫겠지.

나는 [비겁자의 술법]을 쓰기 전에 소우타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다닐게. 어차피 너도 내 모습 안 보이니까 답답할 거 아냐?”

“알았어. 필요한 일 있으면 바로 부르고.”

“그래.”

소우타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오 니플헤임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소우타의 최종 목적은 현 수장에 대한 복수다.

괜히 내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잠시 자리를 비워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자, 그럼 가볼까.”

나는 소우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비겁자의 술법]을 사용했다.

나는 붉은 초승달의 은신처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베르덴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는 과정에서 모든 조직원의 기질을 확인하며 최면 게이지를 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는군.”

혼자 실실 웃는 베르덴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간부실에서 혼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상대 팀은 전설 직업에 힐러까지… 풀리그전도 바뀌겠군.”

베르덴은 한봄 팀의 승리를 예견하며 지배자 자리에서 내려올 두 사람에게 접근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녀석들이라면 지금도 그 술집에서 모임을 하겠지. 내일 풀리그전에서 지면… 분명 만남을 갖겠고….”

그가 말하는 계획은 전부 내가 아는 사실과 같았다.

전(前) 지배자들에게 접근해서 계약하고, 우리 파티를 습격한다.

그리고 동시에 한가을과 한여름을 납치한다.

‘이미 우리에 대해서 조사를 다 해놨네.’

사실 정보만 알아내는 거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미행할 필요도 없지, 그냥 소문으로만 들어도 충분할 테니까.

특히 나랑 민하연은 콜로세움에서 아는 체하는 녀석들이 수두룩할 정도로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갔으니까.

‘그런데 그런 정보는 정확히 어디서 수집하는 걸까?’

내가 그렇게 의문을 품자, 베르덴은 자백하듯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일 도시에 잠입해 있는 녀석들을 전부 소집해야겠군.”

베르덴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붉은 초승달에는 양지현 같은 존재하는 것 같았다.

즉, 내일이 되면 베르덴이 도시에 숨겨둔 일반 소환사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고….

‘좋아. 미리 숨어들어오길 잘했네.’

나는 실실 웃으며 베르덴의 계획을 전부 들었다.

그의 계획은 기본적으로 한봄 팀이 우승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전설 직업이 대단한가 보네요.]

‘씁….’

[왜 그러십니까?]

나는 아르모니아의 물음에 쓰게 웃으며 통신으로 말했다.

‘막상 대단한 걸 아니까 다른 멤버들도 빨리 챙겨주고 싶어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 우리 파티에는 네 명의 전설 직업이 존재한다.

그나마 한봄은 힐러라는 특수 직업이지만, 박선희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검사였다.

만약 두 사람도 지금 능력에 맞는 전설 직업을 갖게 된다면 우리 파티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네요.’

[글쎄요. 그걸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

[파티원이 능력이 좋아지면 좋겠지만, 결국 당신은 주변 사람들의 능력을 그만큼 끌어올리려고 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선의에 가까운 행위죠.]

선의라… 막상 그렇게 칭찬을 들으니 쑥스러웠다.

[그러니까 당신의 그 욕심, 아득바득 챙겨서 저한테도 베풀어 주세요.]

‘하하하… 그러죠.’

나는 그렇게 강한나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베르덴의 모든 계획을 들었다.

“자… 내일부터 바빠질 거 같으니, 오늘은 일찍 자둘까?”

베르덴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일단 베르덴의 계획도 전부 알아냈고, 붉은 초승달 조직원들의 기질창도 대부분 입력해 놨다.

간부실에 남아 있던 나는….

“자… 내일부터 바빠질 거 같으니, 양지현을 먹어둘까?’

…라고 대답하며 양지현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양지현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기질창도 이미 띄워진 상태고, 그녀의 방도 어딘지 알고 있으니까.

나는 일단 양지현의 방으로 갔다.

하지만….

‘뭐야? 설마 자리를 비웠나?’

방 안에 양지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단 방에 들어가서 몰래 숨은 뒤, 양지현이 오기를 기다렸다.

‘설마 내일이나 모래에 오는 건 아니겠지?’

저번에 베르덴이 양지현과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가 오랜만에 방문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었다.

내가 그렇게 불안하게 숨어 있자, 게꼬수가 내 기분을 거슬리게 할 채팅을 쳤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딸딸이 타임?

“….”

저놈의 딸딸이 소리는 시도 때도 없이 나오네.

하긴 여기서 자위하면 다른 의미에서 흥분될 것 같긴 하네.

나는 게꼬수의 채팅을 애써 무시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내 불안감이 가득 담긴 인내의 시간은….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씻겨져 나갔다.

그리고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한숨.

“후우… 오랜만이네.”

양지현의 목소리였다.

‘오, 왔다! 그런데… 뭐 하는 거지?’

양지현은 방에 들어와서는 주변을 살피며 내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행동은 누가 봐도 숨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자기 방인데, 저렇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 있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들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양지현은 이제 막 복귀를 마친 모습이었다.

양지현은 그렇게 얼마 없는 가구들을 훑어보며 돌아다니다가….

“….”

“….”

나와 눈이 마주쳤다.

대놓고 나와 눈이 마주친 양지현은….

“…내가 너무 과민반응 하는 걸까?”

허탈하게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렇게 침대에 걸터앉은 양지현은 몇 차례 한숨을 쉬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초기 계획이 어그러진 건 그렇다 치지만, 갑자기 엘프가 나타날 줄이야….”

1층에서 내가 만났던 루시엔이라는 엘프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강하긴 진짜 강한 모양이네. 레벨이 다운된 상태에서 여러 명을 동시에 상대한 걸 보면….’

레벨이 다운되었어도 경험까지 사라진 건 아닌 모양이었다.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고, 보리스도 다치고… 흐으응….”

그렇게 1층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하듯 혼잣말하던 양지현은….

“하아, 하아… 또….”

“…?”

갑자기 바지와 속옷을 벗더니, 자위하기 시작했다.

‘오오, 갑자기?’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라 나도 놀랐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가 왜 자위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흐응… 하으읏… 또 시작이야… 하끄흥….”

양지현이 갑자기 자위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보리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웃기게도 양지현의 입에는 보리스가 담겼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하흐으응… 지금쯤… 흐으응! 이 도시에 있으려나…? 하아앙….”

내가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클리토리스와 소음순만 만지던 그녀의 손가락은 점차 보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아앙… 왜… 왜 나만 두고….”

그 후에는 손가락을 보지 안으로 넣었다 뺐다 하며 나를 향한 불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불만은 나라는 존재보다 떠나간 나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하으응! 하앙! 끄으읏! 나도…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흐으응!”

양지현은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붉은 초승달의 간부라고 볼 수 없는 언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으응! 그런 여자들만 데리고 가고… 하아앙!”

불만과 질투.

그녀가 그런 불만과 질투를 가슴속에 담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보리스를 보면 무조건 나와의 섹스를 떠올리게 했던 성벽.

그리고 그 성벽을 작성하게 만들어준 종속.

종속이 얼마나 무서운 능력인지 양지현의 모습을 보며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레드 소환사가 아니면서도 레드 소환사 집단에 몸을 담아 간부까지 올라간 그녀였다.

그런데 매일 나를 떠올리며 자위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조직을 향한 충성심을 박살 내 버린 것이다.

‘아냐… 그냥 좀 더 흥분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어떻게 보면 그냥 조금 더 흥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구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자위하면서 현실성을 따질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강한나는 내 말에 바로 반박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양지현이 내뱉은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강한나가 직접 설명해줬다.

[목숨이 오고 가는 조직에 들어온 여자예요. 이런 조직에 있는 여자라면 저 말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고민태의 연구소와 붉은 초승달.

존재 의의부터가 완전 다른 두 집단이지만, 딱 하나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고의로 조직에 해가 되는 일을 하는 순간,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인생이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저런 말을 하는 것부터가 마음속 깊은 곳에 저 생각이 박혀 있다는 의미예요.]

‘그렇게 위험한 발언까지 내뱉을 정도로 저를 좋아한다는 거네요?’

[…결론은 이상하지만, 맞아요.]

나는 강한나의 설명을 들으며 앞에서 자위하는 양지현의 모습을 바라봤다.

“하아앙… 흐으응! 하으읏! 왜 나만 버리고!”

양지현은 자위하면서도 만족하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불만족에 가까웠다.

나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자위가 불만족스러운 건지, 자위만으로 만족하지 못해서 내게 화났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만과 별개로 한 가지 의지가 생겼다.

‘양지현… 이번에는 제대로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네.’

그녀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였다.

양지현이 마음에 드는 것도 있지만, 소우타의 복수를 하려면 이 여자의 힘도 그만큼 중요할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양지현의 앞에서 [비겁자의 술법]을 해제했다.

“하으응! 어!? 꺄아아아악!”

양지현은 붉은 초승달의 간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연약한 여성의 비명을 지르며 침대 구석으로 바둥거리며 도망쳤다.

그녀는 나를 보며 입술을 달달 떨며 외쳤다.

“여, 여긴 어떻게!?”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가 누워서 자위하던 곳을 내려다봤다.

침대 위에 떨어진 점액질의 액체가 침대에 흡수되지 못한 채 몇 방울 남아 있었다.

섹스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양이었다.

아니, 그냥 내 침을 몇 방을 뱉은 수준이었다.

내가 침대 위에 있는 애액을 손으로 훑으니, 양지현은 새빨간 얼굴을 푹 숙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마디 건넸다.

“계속 나를 찾는 거 같아서 왔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

한봄이 민하연과 같이 누운 채 중얼거렸다.

“아저씨가 늦네.”

한여름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늦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른다.

심지어 이곳은 위그드라실.

아까까지 하하 호호 웃으며 사냥하던 동료가 유언도 못 남기고 죽는 경우가 허다한 세상이었다.

아무리 안전한 도시라고 해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정작 민하연은….

“괜찮아. 수호잖아.”

전혀 걱정하지 않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한봄은 민하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하긴… 아저씨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위그드라실의 문제지.”

한봄의 말에 민하연이 웃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던 한가을은….

“하하… 언니가 남자한테 그렇게 말하는 날이 올 줄이야.”

킥킥 웃었다.

기분 나쁜 웃음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한봄의 행동이 귀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봄은 관자놀이를 살살 긁으며 쓰게 미소를 지었다.

“세상일 정말 모르겠더라.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길 줄은….”

한봄의 말에 한가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사람을 어떻게 싫어하겠어. 나 같았어도 그렇게 목숨 걸고 뛰어오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반했을걸?”

한가을은 자신의 예지라고 착각한 회귀 전 일을 떠올리며 실실 웃었다.

저번 회차에서 성수호를 계속 경계했던 한가을이었지만, 어느새 한봄의 마음이 전염된 듯 성수호를 떠올리면 실실 웃게 되었다.

그렇게 한가을이 웃을 때였다.

“가을아.”

“응?”

민하연이 한가을을 바라본 채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수호랑은 어제 재미있게 즐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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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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