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43화 (743/898)

위그드라실 (6)

위그드라실.

소위 우주수라고 불리는 초대형 나무로, 내부 공간은 자연 자체를 담아낸 세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살던 규칙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이 모든 것이 통용되지 않는다.

모든 법과 죄는 위그드라실이 정하고, 위그드라실의 문제가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런 자연의 의지가 깃든 이곳에서 도덕적 가치관이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상실되는 것이 바로 윤리적 가치관이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니는 행위는 현대에서 꽤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죄악시하는 행위가 문제없는 곳이 바로 이 위그드라실이었다.

그리고 이런 세상과 어울리는 존재가 있었다.

한여름.

여색을 참지 않고, 당연시하는 존재.

그리고 그런 한여름의 행동과 존재를 증오하는 것이 다름 아닌 그의 곁을 오랜 세월 같이 있어 준 여자들이었다.

특히 제일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민하연이었다.

소꿉친구이자 첫사랑.

그런 관계가 한여름의 여색에 완전히 짓밟힌 것이었다.

결국 한여름의 여색으로 인해 민하연뿐만 아니라, 그의 여동생들도 그를 혐오하며 멸시하기 시작했다.

민하연 다음으로 피해를 본 건 한봄이었다.

그녀는 한여름 덕분에 남자 혐오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덜 피해를 본 사람은 한가을이었다.

한가을은 한여름의 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아무리 잘나고, 뛰어나더라도 여색에 취한 남자만큼은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그래.

성수호 같은 남자 말이다.

..

..

민하연이 희미한 미소를 담아서 한가을에게 말했다.

“수호랑은 어제 재미있게 즐겼어?”

“….”

민하연의 말에 한가을은 머리가 하얘지면서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어? 설마 들킨 거?’

언젠가 말할 생각이었다.

특히 한봄에게는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한가을은 한봄의 폭력적인 행동을 싫어했지만, 그때만큼은 참아줄 용의가 있었다.

그만큼 한가을도 성수호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니… 뭔가 오해를….”

한가을은 어떻게든 변명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맞네.”

“!?”

민하연의 실룩이는 입가를 보며 한가을은 아차 싶었다.

한가을은 알 수 있었다.

민하연은 확신하고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떠본 것이었다.

한가을은 미끼가 걸려 있는 낚싯바늘을 목구멍까지 삼켜 버린 것이었다.

한가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한가을은 한봄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무수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설마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나? 아무리 언니가 화났어도 그렇게까지 때린 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미친 듯이 맞는 것만 상상하던 한가을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머릿속에 최악의 시뮬레이션이 떠올랐다.

‘…설마 때리지 않는 건 아니겠지?’

한가을은 이상성욕에 깃든 M 기질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한봄의 분노한 표정이 아닌 경멸과 혐오가 깃든 표정을 보는 게 무서웠다.

그리고는 의절까지….

‘아냐… 언니가… 그, 그렇게까지 하지는….’

차라리 자신을 죽을 때까지 팼으면 했다.

그렇게 맞더라도 한봄과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한가을은 한봄을 가장으로 인정하며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다.

‘뭐지? 왜 아무 일도 없지? 설마 진짜….’

한가을은 두려움을 안고 눈을 살며시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진 한가을의 눈동자에 들어온 장면은….

“…?”

민하연과 한봄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속닥거리는 모습이었다.

한 방에 같이 있지만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소리로 귓속말을 건네는 두 사람.

한가을은 당황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 언니? 무슨 이야기 중이야?”

“아, 잠깐만….”

한봄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살살 휘젓고는 다시 민하연과 속닥거렸다.

한가을은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으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이미 예지랑 너무 크게 빗나갔어….’

이미 모든 것이 한가을이 본 예지(사실은 회귀)에서 크게 벗어나는 중이었다.

성수호와 섹스를 했고, 민하연과 한봄에게 그 관계까지 들켰다.

애초에 예지에는 없던 일들이었다.

예지의 제일 큰 문제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한번 보여주긴 하지만, 변경되면 그것을 되돌릴 방법까지는 없다는 것.

‘이미 지난 일까지 어쩔 수 없어. 그런데….’

한가을은 식은땀을 흘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기만 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지?’

화를 내거나, 경멸하거나… 어느 정도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줄 알았던 한가을이었다.

그런데 예언자인 그녀의 입장에서도 한봄의 침착한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민하연과 한봄은 사각거리는 듯한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후우… 맞는 거 같지?”

“하아… 언니 말 들어보니까 맞는 거 같네.”

그렇게 귓속말 상태를 해제하며 한가을을 동시에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한가을은 불안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하는 거야?”

“다 이야기해줄게. 가을아,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민하연이 상황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거실로 나와서 원형 테이블에서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건 민하연이었다.

“가을아, 이제부터 거짓말 없이 솔직하게 대답해줘.”

“…어.”

한가을은 남자에게 홀린 것에 대한 죗값을 받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죗값을 물기 위한 질타가 아니었다.

바로….

“너 회귀한 거 맞지?”

“…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단어의 등장이었다.

“회, 회귀? 그게 뭔 소리야…?”

회귀.

한가을은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연기력이 단 1도 들어가지 않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민하연은 그런 한가을의 모습에 전혀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내용은 간단히 말해서 한가을의 이상한 태도였다.

한가을이 아무리 이곳에서 반년 넘게 지났다고 해도 갑자기 성격이 기상천외하게 바뀔 이유가 없었다.

특히 남성 가치관에 관해서….

그랬던 그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처음 만난 성수호에게 호감을 보였다.

그리고 더불어서….

“네가 수호랑 잠자리를 가진 시점에서 이미 아웃이지.”

“어, 언니! 나 지금 언니 이야기 전혀 이해를 못 하겠어! 회귀가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 그건 오해가….”

“야, 한가을.”

“!?”

한가을은 한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한봄은 진짜 화가 나면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가을은 죄를 지은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한봄의 말에 움찔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렇게 움찔거리는 한가을을 보며 한봄이 팔짱을 끼며 피식 웃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

“….”

한가을은 한봄의 진심 어린 눈빛에 몸의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아아아….”

한가을은 온몸에 남아 있던 불안감과 죄책감을 모조리 응축시켜서 시원하게 숨으로 내뱉었다.

마치 하늘로 승천할 것만 같은 그런 홀가분함이 한가을을 뒤덮었다.

‘그래… 회귀는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일단 솔직하게 말하자.’

한가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맞아. 내가… 그분을 유혹했어. 그런데 이유가 있어….”

한가을은 성수호 일행을 만나기 전에 봤던 예지를 전부 말해줬다.

예지에서도 끝자락에 가서야 호감이 생겼던 한가을.

하지만 그 예지 때문에 오히려 성수호를 보자마자 빠져들어 버려서 결국 그를 유혹했다는 한가을.

그녀는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들은 민하연과 한봄은….

“거봐. 내 말 맞지?”

“와… 언니 진짜 눈썰미 좋다.”

“나는 너까지 포함해서 여러 번 봤잖아.”

“아아! 왠지 진 거 같아!”

서로 웃으며 한가을이 모르는 소리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한가을은 두 사람만의 대화에 끼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봤다.

뭔가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한가을은 억지로 끼어들었다.

“저기…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언니, 화나지 않아? 내가 언니 남자 친구를 꼬신 건데….”

“화나긴 무슨….”

한봄은 팔짱을 낀 채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하연이 언니한테 똑같이 해서… 화낼 자격이 없지.”

“뭘 똑같이 해. 그냥 같이 좋아하면 되지.”

“….”

같이 좋아하면 되지.

민하연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평생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살 때는 한여름과 사귀면서 민하연은 분노 장애 증세도 일으킬 정도였다.

그런데 한 남자를 같이 좋아해?

거기다 또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있었다.

“똑같이 하다니? 뭘?”

한가을의 질문에 한봄이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나도… 하연이 언니도… 너랑 똑같아.”

“똑같다니…. 서, 설마 두 사람도…?”

한가을의 놀란 눈에 대답한 건 민하연이었다.

“응. 나랑 봄이도… 너처럼 회귀해서 수호를 좋아하게 된 거야.”

***

나는 양지현의 침대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통신으로 하나의 보고를 들었다.

[민하연이 수호 님과 한가을의 사이를 알아차렸습니다.]

‘헐….’

그리고 연이어 들려온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회귀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음….’

충격적이긴 하지만,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알려주긴 해야 하니까.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가을은 지금까지 회귀를 예지로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확정 예언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겠네.’

나는 예지 능력이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가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쪽이 당연했을 것이다.

민하연이나 한봄과 다르게 그쪽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일단 분위기는 좋습니다. 민하연과 한봄은 동료가 생긴 것처럼 좋아하고 있습니다.]

‘오호… 다행이네.’

일단 그쪽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이제 내 문제를 해결할 차례….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양지현은 내 안부가 담긴 친절한 질문에 몸을 잔뜩 웅크리며 간신해 대답했다.

“그… 네….”

당혹과 두려움이 서려 있는 대답이었다.

사실 내가 친절하게 질문해도 상황은 전혀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자위하는 도중에 갑자기 남자 난입.

거기다 그 남자는 자신의 자위 장면을 영상을 보듯 즐겁게 관람하고 있었다.

불쾌감을 넘어선 공포심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양지현도 결국 여자니까.

심지어 남자를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당황하는 양지현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그녀의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

“….”

만약 평범한 여자가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바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양지현은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잔뜩 쌓여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

눈을 감고 내 입술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양지현은 자위로 인해 달아오른 몸의 본능 때문에 눈을 감은 것일까? 아니면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인 걸까?

그건 지금부터 알아보면 그만이다.

나는 눈을 감은 양지현의 입에 내 입술을 맞췄다.

“츄으읍, 츄릅, 츄르릅….”

양지현은 내 입술이 닿는 것과 동시에 입술을 열고, 혀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양지현의 혀를 맛보며 그녀가 얼마나 나를 기다려오고 참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와 키스하는 중에 갑자기 손을 자기 다리 사이로 가져가는 양지현.

그녀를 다시 보지 안에 손가락을 넣으며 자위하기 시작했다.

“츄으읍! 흐으읍! 흐으응!”

내 키스를 반찬 삼아 그녀는 욕구를 해소하려고 했다.

이해는 갔다.

원래 자위를 원치 않을 때 중단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

거기다 나는 자위 받을 때 방해받는 게 싫어서 누가 방에 들어와도 자위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자위를 계속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키스를 하면서 양지현의 양팔을 잡고 그녀가 자위하지 못하도록 들어 올렸다.

바로 반응이 왔다.

“흐으읍! 후으읍! 츄르르으읍!”

키스를 멈추지 않은 채 하체를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자위를 멈춘 게 진짜 괴롭긴 괴로운 모양이었다.

발버둥 치는 양지현의 모습.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키스하던 입술을 떼어 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양손이 내게 잡혀서 들린 상체와 양쪽 허벅지를 미친 듯이 비비며 무언가 들어오길 갈망하는 하체.

그리고….

“제, 제발… 팔을….”

혀를 내밀며 내게 애원하는 미모의 얼굴까지….

“좋아.”

나는 양지현의 양팔을 한 손으로 잡고, 나는 손을 그녀의 허벅지 안으로 살며시 넣었다.

내 검지가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스쳤다.

“흐으응!?”

흠칫 놀라며 나를 올려다보는 양지현.

그녀의 눈에는 이미 자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내가 자신의 쌓인 모든 것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뿐이었다.

나는 기대하는 양지현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기대해서 미안하지만, 오늘의 테마는 만족이 아니거든.’

나는 양지현을 얻기 위해… 그녀를 잠시 지옥으로 이끌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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