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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66화 (767/898)

Chapter 766 - 766.위그드라실 (6)

 “니 이름은 이제부터 춘식이여.” 

 내 속삭임에 길드온의 얼굴은 일본 가부키 배우처럼 새하얗게 변하면서 외쳤다.

 “우, 웃기지 마! 무효다! 이건 무효야!!”

 아까는 백옥 같은 피부였다면 지금은 그냥 하얀 분으로 떡칠을 해놓은 듯했다.

 뭐, 그렇게 하얀 분으로 떡칠한 듯한 얼굴도 잘생기긴 잘생겼지만….

 하지만 그런 잘생긴 얼굴도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감흥이 없는 이유는 단순했다.

 ‘와씨… 한여름이 존나 잘 생기긴 했구나. 이런 얼굴을 봐도 그저 그런 외모처럼 느껴지는 걸 보니까….’

 한여름의 얼굴을 주구장창 봐왔던 덕분이었다.

 심지어 지금 한여름의 얼굴은 나름 망가진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 엘프들에 비하면 천상의 외모라는 표현을 써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도 엘프들 외모가 뛰어나다는 사실은 주변에 있는 VIP 고객들의 말로 체감할 수 있었다.

 “어머… 저런 엘프들을 다섯이나 소유하다니….”

 “하루만 빌려달라고 할까…?”

 특히 여자 VIP 고객들은 진지하게 눈치를 보며 엘프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에서 구경하는 듯한 VIP 고객들의 모습에 다른 엘프들이 정신 차리고는 내게 애원했다.

 “우, 우리는 풀어줘라!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맞아! 우리는 그저 근위대장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

 “나, 나만 풀어주면…!”

 부하들의 다급한 외침에 길드온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 자식들이!!”

 그 뒤에 길드온과 부하들이 서로 대치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감히 내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려고 해!?”

 “떠넘기다뇨! 길드온 님께서 저희를 이곳에 데리고 와서 이 꼴이 난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길드온 님 단독 소행입니다!”

 “너, 너희들 전부 본국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어!”

 다들 서로 책임 회피하며 싸우기 바빴다.

 나는 엘프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즐기며 이번 승리로 얻어낸 수확을 확인했다.

 ‘검이랑 갑옷은 살짝 급이 다르네.’

 부하 엘프들이 가지고 있던 검과 갑옷은 길드온이 쓰던 무구보다는 급이 살짝 낮았다.

 하지만 길드온의 것과 같이 아르보스 왕궁에서 생산되는 무구였고, 3층 기준으로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수준의 무기와 갑옷이었다.

 ‘그리고 빼앗은 포인트가 전부 16억….’

 이로써 내 전 재산은 총 22억 8천만 포인트가 되었다.

 억 단위의 포인트에 익숙해진 나조차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수치의 포인트였다.

 심지어 손기술 덕분에 도박에 큰 흥미가 없던 나조차 도박 중독증을 살살 일으킬 것 같은 그런 수치였다.

 ‘참자, 참자.’

 어차피 한여름이 많이 벌어다 주고 있는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다.

 한여름이 더 이상 VIP 카지노에서 포인트를 못 벌게 되면 그때는 내가 나서겠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엘프들에게 빼앗은 물건들을 전부 확인한 뒤,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엘프들에게 명령했다.

 “야, 일단 다들 입 다물어.”

 “흐으읍!”

 내 명령에 엘프들의 입은 지퍼라도 채워진 것처럼 꽉 닫혔다.

 나는 그렇게 엘프들을 조용하게 만든 뒤에 루드윅에게 따로 인사를 건넸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히히히! 도움이라뇨? 오히려 이런 재미난 장면을 공짜로 봐서 민망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루드윅의 시원한 웃음을 본 뒤, 나는 엘프들을 끌고 그들의 숙소로 향했다.

 그들이 지금 지내는 숙소는 호텔 측에서 제공한 럭셔리 룸으로만 이루어진 층이었다.

 가운데 방에 스텔라가 지내고, 양옆은 빈방, 그리고 그 빈방 옆쪽에서 근위병들이 지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길드온의 방으로 향하며 물었다.

 “야, 굳이 저기를 빈방으로 놓을 필요 있어? 어차피 안전지대라서 차음은 완벽하잖아?”

 “그, 그건 그냥 공주 전하께서 심신의 안정을 원하시기 때문이다.”

 “허… 거참….”

 너무 의미 없는 까탈스러운 짓이라 어처구니가 없었다.

 ‘까탈스러운 것도 정도껏 해야지….’

 일단 스텔라는 나중에 상대하기로 했다.

 나는 길드온의 방으로 모두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방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길드온에게 명령했다.

 “자, 춘식아. 너부터 일렬로 차례대로 서봐.”

 “내, 내 이름은 그런 이름이….”

 “됐어. 이제부터 너는 춘식이야. 3층에서는 말이지.”

 “크으으윽!”

 길드온은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더 이상 반항하지 못했다.

 엘프들은 길드온 옆에 차례대로 서면서 불만의 표정과 목소리를 계속 흘렸다.

 “내, 내가 왜 이런 취급을….”

 “인간에게….”

 “치욕이다….”

 그렇게 나는 길드온과 엘프들을 세워놓고 거만하게 앉아서 입을 열었다.

 “일단 중요한 것부터 묻고 시작하자.”

 “주… 중요한 것?”

 “너희들 여기 왜 온 거야?”

 “그, 그건….”

 길드온은 당황했지만, 나머지 엘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길드온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하긴… 근위대장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겠지.’

 그리고 근위대 병사들 수준에서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도 그렇고….

 내가 길드온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길드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게 애원하듯 말했다.

 “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아니다. 몰라도 큰 문제는….”

 “그건 내가 판단할 거야. 빨리 말해봐.”

 “크으윽…. 하, 하지만….”

 길드온은 부하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명령 때문에 말해야 한다면 최소한 부하들의 귓속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좋아. 야, 너희들은 전부 방에 들어가서 귀 틀어막고 있어.”

 “이… 이런 굴욕을….”

 엘프들은 내 말에 얼굴을 울그락불그락하며 객실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이 거실에는 나와 길드온만 남았다.

 “자, 말해 봐. 무슨 일로 방문한 거야.”

 “크으윽… 우, 우리가 방문한 이유는… 아르보스의 지배력 문제 때문이다.”

 “…지배력?”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길드온은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간절하게 애원했다.

 “저, 정말 이건 너랑은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다! 제, 제발 부탁이다. 이 명령을 철회해줘라!”

 “응, 싫어. 일단 지배력에 관한 것부터 설명해봐.”

 “크으으윽!”

 길드온은 내 야속한 명령에 울먹거리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지배력이란… 5층의 지배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르보스 왕국이 존재하는 5층은 지배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지배력을 많이 가진 자는 그만큼의 왕국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왕국에서 생산되는 물자, 병사, 심지어 백성인 일반 엘프들의 소유권까지….

 심지어 반란도 못 일으킨다.

 5층에서 태어난 존재들은 태생적으로 지배력의 영향에서 평생 못 벗어난다는 것이 길드온의 이야기였다.

 5층의 지배권은… 왕권(王權) 수준이 아닌 신권(神權)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신의 권한.

 길드온은 울먹이며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르보스 왕국은 5층 전역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왕가는 5층의 40%의 지분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왕가가 40%의 지분, 그리고 30%를 아르보스의 한 귀족 가문이… 그리고 나머지 30%는….

 “웨드록이 가지고 있지.”

 “오호… 그럼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크으윽….”

 길드온은 자신의 혀를 꽉 깨물면서도 말을 멈추지 못했다.

 “웨드록에게… 30%의 지배력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예전부터 계속 들렀던 이유가 저런 이유 때문이었군….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사실이 떠올랐다.

 “야, 지배력은 왜 존재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지배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최소한 3층까지 오면서 그런 지배력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아까까지 무거운 쇳덩이를 삼킨 듯한 길드온은 훨씬 편한 표정으로 바꾸면서 입을 열었다.

 “아르보스 왕국… 5층 전 지역은 아주 오래전에는 아르보스 왕가의 소유였었다.”

 “뭐야? 그러면 왜 지금은 40%밖에 안 되는 건데?”

 “아주 오래전… 신들의 전쟁인 라그나로크가 일어나고 난 뒤, 아르보스 왕가는 5층의 소유권을 잃게 되었다.”

 “왜? 라그나로크 때, 누구한테 패배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 역사서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아르보스는 승리한 신의 편에 서 있었다.”

 “엥? 그러면 왜 지배력을 잃은 거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승리했는데, 지배력을 잃는 경우가 생길 수 있나 싶었다.

 하지만 길드온의 한마디에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승리… 아니, 라그나로크라는 전쟁에 참여한 것부터가 위그드라실의 분노를 사게 된 거지.”

 “아….”

 지금 채널의 존재들… 소위 신이라는 존재들은 라그나로크 때 위그드라실의 분노를 사서 채널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즉, 아르보스 왕가도 라그나로크에 참여한 것 때문에 위그드라실의 분노를 사서 지배력을 잃게 된 것이었다.

 일단 상황은 대충 이해가 됐다.

 “즉, 웨드록에게 지배권을 달라고 하기 위해 왔다는 거네?”

 “그… 그래. 이 이야기는 다른 곳에 하지 말아라!”

 “뭐… 말할 생각은 없는데….”

 그야, 나도 이런 이야기를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말투가 기분 나쁘네?”

 길드온의 단호한 말이 내 입을 근질거리게 했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길드온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크윽… 내, 내가 인간에게 이런 취급을….”

 평생 인간을 업신여겨온 탓인지 하루 만에는 성격이 고쳐지지 않는 듯싶었다.

 하긴… 20년간 다른 남자를 업신여겨온 한여름조차 변화하는 데 몇 달이 걸렸는데, 몇백 년 살아온 엘프가 하루 만에 변할 리가 없지.

 ‘일단 일정이나 알아보자.’

 길드온을 평생 놓아줄 생각은 없지만, 원래는 언제 돌아가려고 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너희 언제까지 묵다가 갈려고 했어?”

 “이… 이 주일이다.”

 “오… 그럼 공주가 너희 꼴 보면 바로 왕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네?”

 사실 제일 불안한 것이 스텔라다.

 그녀가 이 꼬라지가 난 근위대를 보고 혼자 돌아가 버리면 진짜 곤란한 건 나니까….

 하지만 의외로 스텔라 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고, 공주 전하께서도… 한동안 돌아가실 수 없다.”

 “설마 꽃마차라도 타지 않으면 기분 나빠서 움직이지 못하는 성격인가?”

 “고, 공주 전하께 그런 무례를!”

 “내 말에 대답이나 해. 왜 못 가는 거야?”

 “그… 그건….”

 길드온은 은색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대답했다.

 “오늘부터 어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둠의 시간?”

 오늘 유독 처음 듣는 단어가 자주 나오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드온에게 제대로 물었다.

 “어둠의 시간이 뭔데?”

 “어둠의 시간이란… 5층에 존재하는 특수 워프가 닫히는 시간을 의미한다.”

 5층, 아르보스 왕국에는 4층까지와 다르게 전 층을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독특한 워프가 존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워프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빛의 시간’이라는 특정한 시기만 가능하고, ‘어둠의 시간’에 돌입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스텔라는 때마침 ‘빛의 시간’이 끝나는 타이밍에 이곳에 방문한 것이고….

 “그럼 4층을 거쳐서 올라가면 되잖아?”

 “그, 그게 가당찮은 소리인가! 지금 아르보스 왕국은 4층과 전쟁 중이다! 공주 전하께서 그런 곳을 경유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하!”

 현재 4층과 5층은 전쟁 중이다.

 그런데 4층을… 그것도 5층의 왕가 인물인 스텔라가 거쳐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길드온의 말에 입가가 씰룩였다.

 “복잡한 사정이 있었구만.”

 내 말에 길드온은 애원하듯이 내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부, 부탁이다! 오늘 있었던 일은 전부 잊어줄 테니, 없던 일로 해주거라! 본국에 가면 네 녀석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보상을 주겠다!”

 “….”

 길드온의 모습에 한편으로 감탄이 나왔다.

 이렇게 모든 것을 빼앗겨 놓고 아직도 목과 허리가 꼿꼿하게 세운 것을 보면 말이다.

 심지어 눈빛에도 아직 거만함이 담겨 있었다.

 자… 이제 거만함이 담긴 눈빛과 태도를 바꿔줄 차례다.

 나는 길드온을 보며 씩 웃었다.

 “자, 오늘부터 밤에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 체력 보충해놓고 있어.”

 ***

 스텔라는 숲으로 꺼져가는 태양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저녁인가.”

 기분이 언짢았다.

 불편하고, 불쾌했다.

 온종일 낮에 봤던 인간에 관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꽉 채운 탓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묵고 있는 럭셔리 룸… 그 방이 그녀의 기분을 더욱 더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 나네.”

 간만에 로열층으로 피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산산이 무너진 탓에 모든 것이 짜증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스텔라는 로열층에서 맛보던 모든 향락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석양과 눈부신 황금 벽, 다이아몬드 대리석….

 그중에서 특히 머릿속을 맴도는 건 욕실이었다.

 위그드라실의 심장이라는 테마로 만든 숲으로 이루어진 욕조.

 “하아… 부디 길드온이 잘 해결하길 바라야지.”

 스텔라는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린 뒤, 석양을 등지며 한마디 더 흘렸다.

 “고작 50년 만에 근위대장을 바꾸고 싶지는 않으니까.”

 저녁에는 웨드록과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아 놓은 터였다.

 “고블린과의 식사라… 정말 기분 나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고고함의 상징인 왕가의 공주라고 해도 아르보스 왕국의 지배력을 30%나 가지고 있는 웨드록에게는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었다.

 “오늘은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라야지.”

 스텔라는 그렇게 말하며 객실 문을 열었다.

 원래라면 그녀를 맞이해야 하는 건 근위병이었지만….

 하지만 문을 열자, 그녀의 초록색 눈동자에 들어온 자는….

 “캬아아, 얼굴 죽이… 아니, 드디어 나오셨군요. 제가 오늘 공주님의 대리 호위인 성수호입니다. 웨드록 가문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자신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던 원흉… 인간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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