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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11화 (812/898)

Chapter 811 - 811.마법 학교 슈트라 (6)

(어? 어젯밤에 네 동아리방 앞에 지나가던 여자인데?)

나는 클라우디아의 말을 들으며 내 앞에 서 있는 아리엘이라는 여자를 관찰했다.

어깨 위를 살랑거리는 금색의 단발머리, 170 초반 정도 되는 키, 그리고….

‘A…? B…?’

살짝 작은 듯한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고,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었다.

‘예쁘네.’

얼핏 보면 머리카락을 자른 카린 같았다.

하지만 표정부터 분위기까지 카린과 완전히 달라 보였다.

다만, 카린이 페르시안 고양이 같은 느낌이 드는 반면에 아리엘은 골든 리트리버의 느낌이 물씬 풍겨졌다.

일단 1초 만에 외형 스캔을 마친 나는 클라우디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잠깐… 어제 동아리방을 지나갔던 여자라고?’

나는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뭐야? 설마 어제 동아리방 안에 있던 걸 알아차린 건가?’

만약 그녀가 어제 있었던 일을 알았다면 진짜 골치 아파진다.

이 여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심지어 학생회장 신분이라면 어제 일을 꼬투리 잡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야 학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꼬투리 자체는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퍼져나가는 소문까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혼자 고민에 빠지자, 아리엘이 시원한 미소와 함께 환한 목소리로 내게 사과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너무 오래 붙잡지 않을 테니, 이 자리에서 잠깐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아리엘의 얼굴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미소가 내 불안감을 슬슬 지워내기 시작했다.

아리엘의 당당한 미소가 그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작정 거절하면 모양새가 이상하겠지.’

학생회장이 직접 와서 대화를 요청했는데, 그저 귀찮다는 식으로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합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통신으로 바로 물었다.

‘아르모니아, 기질창 보여줘.’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대답과 동시에 아리엘의 머리 위에 기질창이 띄워졌다.

=====

아리엘

[마법], [열정적], [외향적], [적극적], [성실함], [행동적]….

=====

일단 대충 보이는 성격만 놓고 보자면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열정적인 학생회장.

그렇게 성격을 정의하자, 나는 남아 있던 불안감을 깔끔하게 지워버릴 수 있었다.

“고마워요. 학생회장 신분으로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다들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일단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용무 때문에 저를 찾아오셨나요?”

아리엘은 내 말에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수업을 앞두고 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혹시 학생회에 입부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학생회 입부요?”

일단 아리엘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어제 있었던 일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학생회장이 직접 와서 입부 제의를 해올 줄이야….

아리엘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네. 성수호 학생은 저희 학생회에 입부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제가 직접 찾아온 거예요.”

“제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요? 조건이 정확히 뭔가요?”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학생회에 입부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은 성적이 우수하거나 교수님의 추천을 받는 거예요.”

내가 바로 떠올린 건 성적 우수였다.

일단 공동이지만, 봄학기 시험에서 1위를 하긴 했으니까.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쓰게 미소를 지었다.

“제가 운이 좋아서 성적이 잘 나오긴 했죠.”

“운이 좋아서 1등 한 거라면 그것도 대단하네요. 하지만 성적 좋지 않았어도 제가 찾아왔을 거예요.”

“네? 성적이 나쁘면 아예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거 아닌가요?”

누가 봐도 성적 때문에 찾아온 거 같은데….

아리엘은 시원한 미소를 꿋꿋이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교수님의 추천도 있었어요. 성수호 학생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제가 직접 찾아온 거죠.”

“그… 교수님 성함을 따로 알 수 있을까요?”

설마 학장은 아니겠지?

만약 진짜 학장이 직접 추천했다면 내 입장이 곤란해진다.

가뜩이나 남의 눈치 받지 않으려고 그 양반 저택에 몰래 가야 하는 판국인데….

나는 속으로 내심 불안해하며 아리엘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아리엘의 대답은 다행히 내 불안감을 싹 씻어내 줬다.

“소냐 교수님께서 추천하셨어요.”

“아하….”

그래, 학장과 다르게 소냐가 추천했다면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

슈트라에서 교수의 직권은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교수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추천하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정당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바로 이곳 슈트라다.

‘휴우… 그 양반이라면 진짜 했을 것 같아서 쫄렸네.’

나는 그렇게 안도하며 아리엘에게 대답했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에요. 만약 생각이 있으시면 방과 후라도 좋으니, 학생회실로 와주세요.”

그렇게 아리엘과의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럼 긍정적인 답변 기다릴게요.”

아리엘은 인사와 함께 시원한 미소를 자랑한 뒤에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다.

나도 오전 수업받기 위해 강의실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강의실로 향하면서 방과 후에 일정을 하나 추가했다.

‘수업 끝나면 소냐한테 가봐야겠다.’

..

..

나는 오후 강의를 마치자마자 바로 소냐를 찾아갔다.

그리고 바로 나를 학생회에 추천한 이유를 물었다.

내 질문에 소냐는 피식 웃더니, 머뭇거리지 않고 내 질문에 대답해줬다.

“수호 학생이 잘됐으면 해서 추천했어요.”

소냐는 단순히 내가 잘됐으면 해서 학생회에 추천했다는 것이었다.

“슈트라의 학생회는 큰 힘을 가진 부서는 아니에요. 아시겠지만, 슈트라에서 학생과 교수의 직권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죠.”

설마 교수인 본인이 저렇게 말할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교수이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소냐도 처음에는 학생의 신분으로 슈트라에 발을 들였을 테니까.

학생에서 교수가 된 여자.

두 신분을 직접 몸으로 체험했으니, 얼마나 차이가 심한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학생회의 힘은 약해요. 대신 학생회는 한편으로 교수님들의 인정을 받는 집단이에요.”

“어째서인가요?”

내 질문에 소냐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야, 대부분 교수님께서 학생회장을 맡으셨으니까요. 그리고 그중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고요.”

“어? 소냐 교수님도 학생회장을 맡으셨어요?”

소냐가 수석 졸업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회장까지 맡았다는 사실을 금시초문이었다.

“네, 저도 3학년 때 맡았었죠. 원해서라기보다는 분위기가 그랬어요. 슈트라에 남고 싶으면 뭔가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다는 강박이라고 해야 하나…?”

소냐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학생 시절의 소냐는 아직 칼을 만나기 전이었고, 한창 열정적으로 마법을 배우던 시절이었다.

거기다 소냐는 귀족이 아닌 평민 출신이었다.

당시의 소냐에게 슈트라의 교수가 되는 것은 평민을 탈피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단 한 번만 존재하는 기회였을 것이다.

슈트라의 교수는 한 나라의 왕도 무례하게 대할 수 없는 존재니까.

‘진짜 나 잘되라고 추천한 거였구나.’

소냐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소냐의 입장에서 나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마법에 재능이 있는 평민처럼 보일 것이다.

거기다 덩달아 학장의 신임까지 얻고 있는 학생.

소냐는 자신이 겪었던 일생일대의 기회를 내게도 쥐여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소냐 교수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교수님의 추천으로 들어갔다가 실수할까 봐 걱정이네요.”

“후후후, 그런 걱정은 마세요. 아까 말했다시피 학생회는 큰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미래의 선후배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소냐가 나를 추천한 이유를 점점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학생회는 언제나 우등생 위주로 포진되어 있었고, 학생회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우등생들과 친분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학생회 상급생들과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과거에 치러졌던 시험 족보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즉, 우수한 학생들이 학생회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우수함을 유지하는 비결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나는 필요 없는데….’

솔직히 내게 그런 인맥은 필요 없었다.

다음 시험도 학장에게 부탁해서 해결하면 그만이다.

내게 중요한 건 루이스와 그 루이스의 주변에 있던 루나와 카린뿐이었다.

‘잠깐, 그럼 이렇게 된 거 루나랑 같이 들어갈까?’

나는 루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며 소냐에게 물었다.

“그럼 루나도 학생회에 입부할 수 있을까요?”

소냐는 아쉬움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내게 힘없이 대답해줬다.

“아아… 아쉽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어? 루나는 저랑 같은 등수인데요?”

루나는 이번 시험에서 나와 같이 공동 1등을 했었다.

아까 학생회장의 말에 따르면 루나도 학생회 입부할 수 있는 조건에 충족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왜 안 된다고 하는 걸까?

소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학생회에 입부할 수 있는 조건이 몇 가지 더 있어요.”

“어? 뭔가요?”

“일단 첫 번째… 평민이어야 해요.”

“네…?”

너무 얼토당토않은 조건이었다.

슈트라는 학생들의 계급을 따지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런 곳에서 오히려 역차별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하지만 그런 비밀스러운 역차별에는 이유가 있었다.

“슈트라는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 기관이에요. 만약 한 나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귀족의 자제가 교수가 되면 골치 아파지지 않겠어요?”

“아….”

한두 명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의 자제들이 교수가 된다면 자칫 파벌이 생겨서 슈트라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생겨도 학장의 선에서 모든 게 마무리되겠지만, 이왕이면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기도 하니까.

결국 루나는 학생회에 입부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루나의 입부 자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또다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었다.

“소냐 교수님… 그런 저도 빠지면 안 될까요?”

마침 귀찮았는데, 루나를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있었다.

“…루나 학생 때문인가요?”

“네. 동아리에 저랑 루나만 있는데, 루나만 혼자 두기 미안해서요.”

표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아주 훌륭한 변명이었다.

추천한 소냐에게 미안하게 되었지만, 소냐도 나와 루나의 사이를 잘 알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다.

그렇게 잘 빠져나가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까 조건 말고 다른 조건이 하나 더 있어요.”

“어? 그건 뭔가요?”

안도한 풀밭 위에 불안감이라는 검은 꽃이 다시 피어났다.

하지만 소냐가 말해준 조건을 들으니, 그 검은 꽃이 피었다가 다시 시들어서 썩어가기 시작했다.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귀족은 입부가 가능해요.”

간단히 말해서 나라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몰락 귀족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예전의 루나였다면 입부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을 것이다.

가문도 몰락했고, 개인적인 재산도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루나는 가문도 일으켜 세우고, 영지까지 얻은 상황이었다.

다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결국 루나는 힘들겠네요.”

“네, 맞아요. 루나 학생은 힘들죠.”

그런데 나는 소냐의 시원한 대답에 의아함을 느꼈다.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면 마지막 조건은 굳이 내게 말해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소냐를 보자, 소냐는 그런 나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수호 학생의 다른 친구는 그 조건에 충족하는 거 같더라고요.”

“네…? 제 친구요?”

학교 내부에서 내 친구라면 루나… 말고는 없다.

카린은 아직 입학시험을 준비 중이고, 소냐는… 친구라고 말할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머리를 쥐어짜듯 존재하지 않는 친구의 존재를 떠올리려고 하자, 소냐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뭐… 친하지 않다는 건 진작에 알았으니, 친구라고 보기에는 애매하긴 하겠네요.”

“어…? 설마…?”

소냐의 말에 나는 머릿속에 한 명이 떡 하니 그려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인물과 소냐가 말한 인물은….

“맞아요. 루이스 학생이 학생회에 입부할 자격이 되고, 이번에 학생회에서 입부를 제의했다네요.”

정확히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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