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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23화 (824/898)

Chapter 823 - 823.마법 학교 슈트라 (6)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드레스를 만들겠다는 직원의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청금색으로 뒤덮인 드레스는 옷에서 주변의 빛을 흡수한 뒤, 주변을 밝히듯 아름다움을 퍼트렸다.

그저 드레스를 본 것만으로도 돈값을 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그저 고결한 드레스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진짜 같은 사람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옷을 갈아입은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까지 힘을 주면 똑하고 부러질 것 같은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지금은 호숫가의 물결을 담은 듯이 아름답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침울함이 담겨 있던 얼굴은 화장을 통해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까는 미인의 느낌만 살짝 풍기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여신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멍하니 바라보는 내 모습에 만족한 직원이 옆에서 귓속말을 건네왔다.

“저희가 드레스에 어울리는 헤어 코디와 화장을 해드렸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진짜 마음에 드네요.”

그냥 괜찮다는 말로 넘기기에는 너무 잘 꾸며놔서 도저히 속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바로 홀린 듯이 밀레나에게 다가갔다.

밀레나는 내가 다가가자, 오히려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해?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닐까?”

“비싸긴 하겠네요.”

“으으으… 지, 지금이라도 사과드리고….”

나는 죄책감으로 뒤덮인 밀레나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비싸긴 하겠는데, 선배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사길 잘했네요.”

“어…?”

밀레나는 내 말에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괜한 허세를 부리거나,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비쌀 것 같은 것도 진심이었고, 사길 잘했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었다.

나는 멍하니 바라보는 밀레나를 보며 말했다.

“자, 가죠.”

..

..

드레스를 정식으로 구입한 뒤에 나와 밀레나는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했다.

당연히 우리가 들른 레스토랑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이 아니었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고가의 레스토랑이었다.

밀레나는 내가 이런 레스토랑을 예약해놨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말대꾸 한마디 하지 않고 순순히 따라왔다.

사실 부담이 제로라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내가 아무리 카린과 레빈 왕가에서 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고 해도 무한한 건 아니었다.

카린은 뢰베 상단을 지속해서 키울 자본이 필요했고, 레빈 왕가는 현재 엉망진창이 된 시국을 안전화 시키느라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하지만….

‘옷 사고, 밥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니까.’

밀레나의 드레스 구입 비용과 레스토랑 식사 비용을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매일 이런 사치를 부린다면 모를까…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정작 돈을 지불하는 나는 평온했고….

“이… 이렇게 비싼 곳을… 내가….”

밀레나는 돌을 씹어 먹는 듯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다만 그런 괴로움과 별개로 거대한 식당을 둘러보며 환상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와, 정말 멋지다… 슈트라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밀레나는 간단하게 시내를 돌아다니는 마차조차 타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었다.

입학시험을 위해 슈트라로 올 때도 고향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상단 마차를 얻어 타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고 했었다.

나는 밀레나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심성이 얼마나 착한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성격이 나쁘면 가족에게도 미움을 받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밀레나를 가족뿐만 아니라, 고향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고 있었다.

‘비록 거지 같은 드레스를 주면서 엿을 먹였지만….’

나는 아까 그 끔찍한 드레스를 탈피하고, 고귀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밀레나를 바라봤다.

‘와… 역시 내 생각대로였어. 하넬로네보다 훨씬 예쁘네.’

옷만 갈아 있었어도 하넬로네보다 예쁘리라 생각했는데, 화장까지 한 덕분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밀레나는 음식을 먹다 말고 내가 뚫어지게 쳐다보니 당황하며 내게 물었다.

“왜, 왜? 호, 혹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뇨. 그냥 부러워서요.”

“부, 부럽다니…?”

나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에드가 선배가 부러워서요.”

“어….”

밀레나는 내 말에 갑자기 얼굴빛을 싹 바꾸며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밀레나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내 말뜻 정도는 대충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고, 밀레나가 당황해하며 입을 열었다.

“서, 선배 이야기는… 여기서 하지 말자.”

처음에는 아직 에드가를 잊지 못해서 저런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 없는 선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 너랑 즐겁게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

밀레나는 마치 마음을 정리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심성이 착한 그녀가 저렇게 대놓고 말했다는 건 어느 정도 마음이 떠났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만족하며 쓰게 미소를 지었다.

“괜한 말을 해서 분위기 깼네요. 죄송해요.”

“아, 아니야! 오히려 내가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해!”

“자, 음식 식겠네요. 먹죠.”

“으, 응!”

잠시 침울했던 분위기를 다시 데이트 분위기로 되돌릴 수 있었다.

나와 밀레나는 그렇게 식사하고 레스토랑을 나온 뒤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진짜 데이트를 즐겼다.

그리고 나는 밀레나와 같이 데이트를 즐기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자들은 진짜 쇼핑 좋아하네.’

그동안 쇼핑과 거리가 있어 보이던 밀레나도 한번 쇼핑을 시작하니, 정신을 못 차리고 구경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거리를 돌아다니며 쇼핑했다.

그리고 해가 저물어갈 때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부 한 명이 내게 와서 귓속말을 건넨 것이었다.

귓속말 내용은 단순했다.

“선배. 하넬로네 선배가 슬슬 부장들과 만날 것 같다고 하네요.”

“어? 하, 하넬로네!? 맞다! 우, 우리 하넬로네 뒤를 따라다니려고 나온 거였지!”

나는 당황해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밀레나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밀레나는 고급 드레스를 입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나와 데이트하느라 하넬로네를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린 것이었다.

사실 그녀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하넬로네의 행방은 굳이 귀찮게 쫓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나도 그때까지는 데이트를 즐길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밀레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액세서리 구경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하넬로네 선배한테 가죠.”

..

..

나와 밀레나가 도착한 장소는 칠흑으로 뒤덮인 공원이었다.

공원을 비추는 건 은은한 달빛뿐이었다.

나는 밀레나와 같이 어두운 공원 내부를 돌아다니며 말했다.

“선배, 넘어지지 않게 저 꼭 잡으세요.”

“으… 응.”

아까 살포시 내 팔짱을 끼던 밀레나는 내 말에 황급히 내 팔을 꽉 끌어안았다.

덕분에 그녀의 말랑한 가슴이 내 팔뚝으로 느껴졌다.

‘아… 빨리 쥐어보고 싶다.’

나는 속으로 밀레나의 가슴을 쥐는 상상을 하며 하넬로네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배… 찾았어요.”

하넬로네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밀레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이렇게 어두운데, 하넬로네가 보여?”

밀레나와 마찬가지로 내 눈에 보이는 건 어둠 속에 살짝 밝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의 실루엣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여자가 하넬로네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제가 눈썰미가 좋아요. 아까 하넬로네 선배가 입고 있던 드레스랑 머리 스타일이 똑같아요.”

눈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기 옆에 있는 거 시호 맞죠?’

[네, 맞아요.]

나만 보이는 시호가 하넬로네의 옆에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시호의 모습을 본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으응…? 뭐야? 저기에 웬 이상한 여자가 있는 거 같은데?)

클라우디아가 눈매를 좁히며 시호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클라우디아의 목소리를 들은 나는 바로 통신으로 말했다.

‘시호한테 당분간 떨어져 있어 달라고 해주세요.’

딱히 시호가 방해돼서 그런 게 아니었다.

괜히 클라우디아랑 만나게 되면 귀찮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으응…? 갔네. 엉덩이에 꼬리가 달린 거 같던데… 내 착각인가? 300년이나 살다 보니 눈이 침침해진 거 같기도 하고….)

“….”

세상 살다 보니 유령이 노안 탓을 하는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여자가….

나는 그런 클라우디아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옆에 있는 밀레나에게 말했다.

“선배. 마침 여기 벤치가 있네요. 여기 앉아서 대기하죠.”

“으, 응.”

나와 밀레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하넬로네를 관찰했다.

하넬로네 쪽도 우리를 인지한 듯이 고개를 슬며시 돌리는 게 느껴졌다.

“드, 들킨 거 아닐까? 우리 쪽을 보고 이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내 말처럼 이 공원은 어둡더라도 사람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남녀로 구성된 커플이 자주 지나다녔고, 꽁냥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금 하넬로네 선배 눈에 우리는 공원에서 데이트하는 평범한 커플처럼 보일 거예요.”

“커… 커플.”

밀레나는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는 그런 밀레나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들키지 않으려면 커플처럼 보여야 해요. 알았죠?”

“으… 응.”

밀레나는 입가를 실룩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렇게 밀레나를 끌어안은 채 하넬로네를 계속 염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온 거 같아요.”

신분이 불분명한 사람이 하넬로네에게 접근했다.

어두운 탓에 신분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사람의 시야 기준이었다.

나는….

“원소 기류 분석 동아리 부장이네요.”

기질창으로 바로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말을 들은 밀레나는 내 품에 안긴 채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여, 여기서 그게 보여…?”

“네. 아까 말했다시피 제가 눈썰미가 좋다니까요.”

“와… 대단하다.”

밀레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나와 같이 뇌물 현장을 확인했다.

동아리 부장이 하넬로네에게 건네준 건 돈뭉치가 든 가방이 아니었다.

바로….

“그냥… 종이를 건네주는 거 같은데?”

종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저 종이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회 어음일 거예요.”

“어음…?”

“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그 많은 뇌물을 돈으로 받을 수는 없겠죠. 어음으로 받으면 관리도 쉽고, 필요할 때 돈으로 환전하면 그만이잖아요.”

“하넬로네… 철저하게 계획한 거네.”

밀레나는 혀를 차며 나와 같이 뇌물 수수 현장을 구경했다.

하넬로네를 찾아온 동아리 부장은 종이 한 장만 주고 급하게 떠나버렸다.

그런 식으로 다른 동아리 부장이 계속 나타나서 어음을 넘겨주고 떠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넬로네의 손에는 여러 장의 종이 뭉치가 쥐어져 있었다.

하넬로네는 종이 뭉치를 보며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런 하넬로네의 모습을 본 밀레나가 내게 속삭였다.

“이제 다 받은 모양인데? 지금 잡을까?”

나는 그런 밀레나의 말에 바로 고개를 절레거렸다.

“오늘은 안 돼요.”

“왜?”

“지금 나타난 동아리 부장들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거기다 예산을 적게 받은 동아리 부장들 위주로 나타났죠.”

만약 여기서 잡게 된다면 내일 있을 뇌물 수수 현장은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죄의 무게도 덩달아 가벼워질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럼 내일 잡자.”

“자, 이제 하넬로네 선배의 뒤를 따라가서 묵고 있는 숙소를 확인… 어…?”

나는 밀레나의 귓속에 조용히 말하는 도중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내가 말문이 막힌 이유는….

“이… 이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

당황한 밀레나의 말처럼 하넬로네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밀레나는 점점 다가오는 하넬로네의 모습에 덜덜 떨며 내게 말했다.

“서, 설마 들킨 거 아닐까? 어, 어떻게 해?”

“선배. 일단 잠시 실례할게요.”

“응? 으읏!?”

나는 바로 밀레나를 꼭 끌어안고 그녀의 얼굴이 하넬로네의 시선이 닿지 않게 내 얼굴로 덮어버렸다.

마치 키스하듯이 밀레나를 꼭 끌어안았다.

당연히 키스할 것처럼 입술을 다가갔을 뿐, 키스하지는 않았다.

나는 밀레나의 입술을 1센티 정도 앞에 둔 채 조용히 속삭였다.

“선배, 잠깐만 이렇게 있을게요.”

“하아아….”

밀레나는 내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눈에 초점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불안하게 숨을 쉬었다.

“선배?”

내가 그렇게 걱정하듯 묻는 순간 뒤쪽에서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또각.

그리고 구두 굽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멈췄다.

“….”

마치 수십 시간 같던 5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 하넬로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드레스 진짜 예쁘네.”

하넬로네는 혼잣말을 남기고 다시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점점 저점 멀어져갔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구두 굽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츄으읍….”

밀레나의 입술은 내 입술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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