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48화 (84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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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워프 빛이 거둬진 뒤에 내 눈에 들어온 장면은 어둡고 음침한 방이었다.

“여긴 조명이라도 달아야겠다. 한나 씨랑 레나가 자주 지내는 곳인데, 너무 어두워.”

내가 워프로 이동한 곳은 서가 저택에 지하에 있는 기철호의 비밀 기지였다.

이곳은 현재 기철호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강한나와 레나가 지내는 중인데… 여자가 지내기에는 너무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주황색의 얕은 조명 몇 개만 비치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괴생물체들이 유리관에 갇힌 채 잠들어 있어서 기괴함을 한껏 풍기고 있었다.

내 혼잣말에 반응한 건 다름 아닌 아르모니아였다.

[두 사람은 신경 쓰는 거 같지 않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긴… 조명을 달면 더 기괴해질 거 같긴 하네.’

조명이 밟아지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갇혀 있는 괴생물체들의 모습이 훨씬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분위기가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뭐… 나중에 천막으로 가린 뒤에 조명을 설치해도 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밀 기지 내부로 천천히 진입했다.

내가 두 사람이 있는 방을 앞두자, 때마침 방에서 두 사람이 나와서 나를 반겨줬다.

“왔네요.”

“오셨습니까. 주인님.”

강한나와 레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방을 나오자마자 문을 닫으려고 했다.

잠깐이지만, 열려 있던 문틈 사이로 소리가 들려왔다.

“사… 사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강한나와 레나는 소리를 캐치하고는 둘 다 동시에 문을 세게 닫아 버렸다.

쾅!

“….”

“….”

“….”

갑작스러운 상황에 셋 다 침묵을 유지했고, 강한나와 레나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의를 시켜도 말을 듣지 않네요. 나중에 들어가서 또 교육해야지.”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마 나는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어색한 상황이 펼쳐진 뒤에 강한나와 레나는 나를 데리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강한나는 그동안 알아낸 정보를 내게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기철호는 교단과 내통하는 중이었어요.”

“목적은요?”

내 물음에 강한나는 검지를 위로 쭉 뻗어 올리며 대답했다.

“서가.”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서지은을 노렸을 리가 없으니까.

“기철호는 서가의 집사 권한으로 교단에 막대한 지원금을 내는 중이에요. 그리고 그 대가로… 밖에 있는 괴물들을 만들 수 있는 약을 받은 거죠.”

“그게 전부인가요?”

“더 있어요.”

강한나는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뭔가를 올려놨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큐빅이었다.

“이게 뭐예요?”

“마나의 흐름을 방해하는 기계예요.”

“아….”

강한나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지은이가 마법을 못 쓴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요?”

강한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이걸 서지은의 생도복에 몰래 붙여 놓은 모양이에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것도 교단에게 받은 모양이에요.”

“….”

나는 큐빅을 만져보며 외형을 살펴봤다.

투명한 형태의 큐빅은 대략 2mm 정도 되는 크기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구분하기 힘들었다.

“고작 이런 작은 걸로 마나의 흐름을 교란한다라….”

“회복 마법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 때문에 아직 시험 단계라고 했어요. 하지만 대충 느껴지시죠? 만약 교단이 이 물건을 완성한다면….”

“마법사의 시대는 끝나겠죠.”

마법사가 죽어 나간다는 건 탑이 무너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탑의 수장인 예리엘이었다.

탑의 수장인 예리엘조차 서지은의 교복에 붙어 있던 이 큐빅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만약 교단이 큐빅을 완성하고 정식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자칫 이쪽 세계 마법사는 전부 사라질 것이다.

그것도 천천히 소멸하는 게 아닌 한순간에 죽어 나갈 가능성이 컸다.

“이런 걸 만드는 교단이 얌전하게 기다려줄 리가 없지.”

괴생물체와 마나 교란 큐빅.

이런 걸 만드는 녀석들이 좋은 의도로 만들었을 리가 없으니까.

강한나는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탑을 무너뜨리는 게 목적일 거예요. 탑이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대형 길드들도 쓰러지겠죠.”

“후우… 일단 고생하셨어요.”

나는 그렇게 강한나와 레나에게 격려를 해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서든 교단에 대해서 최대한 알아내야겠네요.”

내 말을 들은 강한나와 레나가 난처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떻게 들어가시려고요? 영혼 상태로 못 들어가시는 건 아시죠?”

“그리고 보안도 뛰어나서 은신으로도 쉽게 돌파할 수 없을 겁니다.”

강한나와 레나의 말대로 순수 내 실력으로 몰래 잠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내게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미소를 지으며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불러줘.’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대답과 동시에 무지갯빛 기둥이 방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빛이 거둬진 뒤에….

“수호 씨~ 저 왔어요~”

비올라가 등장했다.

..

..

내가 교단에 몰래 잠입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영혼, 하나는 은신이었다.

영혼 상태는 주변 시선에 들키지 않지만, 교단 안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참고로 기철호의 비밀 기지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괴생물체를 만드는 약이 영혼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 부분은 현재 강한나가 계속 연구 중이었다.

그다음 방법은 은신이다.

하지만 은신도 결국 시도하지 못했다.

은신은 상대방의 인식에 잘 걸리지 않는 것뿐이지, 투명 인간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교단 정도의 거대한 단체라면 은신 감지에 뛰어난 경비도 넘쳐날 것이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그런 경비들의 눈까지는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교단에 온전히 잠입할 수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야… 역시 에테르가 좋긴 좋네. 클로킹처럼 완전히 감춰주고.’

비올라가 가지고 있는 에테르였다.

비올라의 에테르는 내가 가진 은신과 다르게 투명 인간처럼 숨겨주고, 심지어 인기척도 완벽하게 지워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초강현이나 학장 같은 괴물이 아니라면 아마 걸릴 일은 없으리라 판단했다.

참고로 우리가 먼저 워프한 곳은 예전에 내가 교단에 견학 갔을 당시에 지냈던 숙소였었다.

‘예전에 방문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올라와 같이 교단으로 워프한 뒤에 같이 잠입하기 시작했다.

‘좋아. 역시 이건 눈치채지 못하네.’

내 예상대로 에테르의 투명 보호막은 경비병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비올라의 도움을 받아서 잠입한 교단에서 또 다른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철저하게 지키고 있네.’

외부인이 함부로 들락날락할 수 없도록 보안 시스템이 가동되어 있었다.

사실 잠입하기 전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에 영사관의 경비를 담당하는 내가 그런 사실을 간과했을 리도 없고….

알고 있음에도 오늘 들른 이유는 내부까지 한 번에 파고들어 가기 위함이 아니었다.

‘일단 경비실부터 차근차근 뒤져보자. 비올라, 이쪽으로 와줘.’

[네~]

외부부터 차근차근 확인하며 내부로 들어갈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일단 내부로 한 걸음만 들어갈 수 있다면 다음에는 워프로 손쉽게 들어갈 수 있어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는 비올라를 데리고 교단 외부에 있는 경비실로 향했다.

교단 경비실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밤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경비실 자체에도 보안이 있긴 했지만, 몇몇 경비원들이 들락날락하는 틈을 타서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경비실을 뒤지다 보니 기본적인 보안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문이나 안구 인식이 아니라, 카드 인식이라….’

각자 보안 카드를 지니고 있고, 그걸로만 중요 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원증이 보안 카드인 셈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있었다.

카드만 훔치면 만사 해결될 것 같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출입 기록이 완벽하게 남네…. 이러면 훔쳐서 들어가도 문제가 되겠는데.’

만약 경비원들의 카드를 훔쳐서 들어간다고 해도 그 뒤가 문제였다.

이렇게 외부에서 경비하는 경비원들이 내부 중요 시설까지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약 도난당한 카드로 누군가 들락날락한 흔적이 남으면 CCTV를 돌려볼 것이고,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하며 보안 방식을 바꾸고 경계를 강화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의심하지 않게 만들면서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좀 귀찮지만 다른 녀석이 들어갈 때, 같이 몰래 들어가는 수밖에 없으려나.’

내가 그렇게 귀찮은 방식을 채택하려는 순간이었다.

“야, 빨리 움직여!”

“!?”

갑자기 들려온 외침에 나도 모르게 몸을 홱 돌려서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소리친 인물은 내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오늘 진호연 대주교님께서 자택으로 돌아가시는 날이라는 거 몰라!? 저번처럼 배웅하지 않아서 또 혼나고 싶어!?”

“지,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빨리 움직여!!”

다행히 비올라와 내가 들킨 건 아니었다.

경비원들은 오밤중에도 불구하고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진호연 대주교?’

[교단의 고위직 인사 중의 한 명입니다.]

교단은 총대주교인 신석권이라는 녀석을 필두로 그 밑에 네 명의 대주교가 존재했다.

그리고 진호연 대주교는 그중의 한 명이었다.

‘그럼 내부 사정을 웬만큼 잘 아는 녀석이라는 소리잖아?’

[그럴 겁니다.]

‘좋아! 비올라, 가자!’

나는 비올라와 같이 허둥지둥 움직이는 경비원들의 뒤를 쫓으며 미소를 지었다.

‘몰래 들어가는 것보다 그 대주교라는 녀석의 뒤를 캐는 게 훨씬 낫겠어.’

..

..

진호연 대주교는 위치답게 고급 차량에 탑승한 채 교단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나와 비올라는 그런 진호연이 탄 차를 빠르게 뒤쫓기 시작했다.

차가 아무리 빨라도 에테르의 속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진호연이 탄 차를 한 시간 정도 쫓을 때쯤….

‘와… 집 존나 크네.’

종교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저택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기 본인 집 맞나?’

[총대주교뿐만 아니라, 대주교들의 거주지는 알려진 정보에 없습니다.]

하긴… 이런 중요 인물의 거주지 정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이상한 거지.

‘일단 맞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올라와 같이 몰래 잠입했다.

진호연의 저택은 교단이나 서가의 저택만큼 경비가 삼엄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보안 수준은 교단보다 허술한 덕분에 내부로 잠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잠입해서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크으으으… 이 맛이지!”

진호연의 방이었다.

“크하아아… 여기가 천국이군.”

그는 이미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술을 마시고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요새 총대주교님 눈치가 보여서 뭘 마실 수도 없으니…. 꿀꺽, 꿀꺽… 크흐으으으~”

진호연은 5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이었다.

체형은 술을 좋아하는 것처럼 풍채가 있는 편이었다.

길거리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중년 남성의 모습,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흠… 내가 남자 새끼 술 먹는 것까지 구경할 이유는 없는데. 지금 당장 재워서 침몽이라도 해볼까?’

그렇게 진호연을 어떻게 구워삶아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진호연의 말을 듣고 침몽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지하의 독사… 기껏 키워놨더니, 멍청하게 임무를 실패한 것도 모자라서 전부 도망쳐? 다른 녀석들을 시켜서 빨리 처리해야겠어.”

지하의 독사…?

나는 진호연이 내뱉은 단어를 속으로 곱씹다가 문뜩 한 사람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하의 독사… 에브리카… 문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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