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70화 (87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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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나는 던전 내부를 조심스럽게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던전 같지 않네.”

지금 우리가 들어온 던전은 전에 들어갔던 동굴형 던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조형이 잘 된 벽돌과 그 벽돌들이 깔끔하게 쌓여서 만들어진 벽, 그렇게 깔끔한 벽으로 만들어진 통로들, 그리고 통로마다 그려진 벽화들….

그래, 이곳은 마치….

“피라미드 내부 같네.”

고대 건축물인 피라미드 같은 분위기였다.

진짜 피라미드인지는 외부에서 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현재 내 감상평은 그랬다.

내 감상평을 들은 문주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감상평을 흘렸다.

“나도 던전 몇 번 들어와 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네.”

문주아의 감상평대로 이런 정교한 구조물 형태의 던전은 흔하지 않았다.

대부분 불규칙한 동굴 형태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30분 만에 공략이 끝나는 짧은 던전도 존재한다.

“탑이 왜 자존심을 걸면서 이곳을 공략하려고 했는지 알겠네.”

30분짜리 던전조차 새로 생긴 던전일 경우에는 괜찮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이 업계의 현주소였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의 던전이 새로 발견된 것이다.

예리엘이 언론에 욕을 먹으면서도 다른 길드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런 곳은 마지막에 뭐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네.”

문주아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나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나오는 아티팩트도 수십, 수백억을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이런 던전 마지막 보상이라면 거래라는 개념이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나오면 뭐가 나올지 궁금하네.’

처음에는 그저 성수아와 예리엘을 돕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들어왔지만, 막상 던전을 탐색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대하기 시작했다.

[케르베로스의 안구]만큼의 대단한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치치칙…. 오늘의 반찬.)

갑자기 들려온 마이크 음으로 인해서 사그라들어 버렸다.

나는 손에 들린 무전기를 들어 올린 뒤에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젤리.”

솔직히 내 입으로 말해 놓고 내키지 않았다.

뜻을 몰랐다면 그냥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암구호의 뜻을 알아버려서 그런지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내 짜증을 간파하지 못한 무전기 너머의 존재는 딱딱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치치칙… 그쪽은 별일 없나?)

“없어.”

(치치칙… 뭐야? 너 오태민 아니야? 치치칙….)

내가 죽인 녀석 중에 오태민이라는 녀석이 있긴 했다.

무전기 소리를 듣자마자 내 옆에 있던 문주아가 다급하게 내게 말했다.

“딱 봐도 상급자인가 보네.”

“아….”

침몽으로 암구호만 알아낸 탓에 내가 실수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사과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었다.

“맞습니다.”

내가 무전기로 대답하자, 건너편에서 의아한 목소리로 대답이 들려왔다.

(치치칙… 신호가 잘 안 잡혀서 그런가? 하여튼….)

다행히 무전기 너머의 녀석은 내 실수나 나를 의심하는 게 아닌 통신 불량으로 인해 잘못 들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위기 상황을 넘기자,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치칙… 이제 조간만 젤리들과 격돌할 거 같으니까. 그쪽도 긴장해.)

“알겠습니다.”

(긴급한 상황에 물자 보급할 준비 언제나 해놓고… 그럼… 치치칙….)

나는 무전기가 끊기자마자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달리자, 옆에서 나란히 걷던 문주아와 레나도 내 속도에 맞춰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던 우리는 거대한 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홀은… 두 갈림길로 나뉘어 있었다.

문주아가 나를 보며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갈 거야?”

“….”

던전을 들어오기 전에 문주아가 입구를 수색한 덕분에 내부로 침입한 조직원들의 루트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루트가 중간에 갈라진다는 것.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두 개로 나눠진 조직의 목적지에 정확히 누가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예리엘도 도와주고 싶지만, 결정적으로 성수아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

만약 선택을 잘못해서 예리엘에게 도착하고, 성수아에게 큰일이 생긴다면….

“잠깐 기다려.”

나는 대기를 명령한 상태로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비올라랑 베아트리체 좀 보내줘.’

[알겠습니다.]

두 사람을 문주아 앞에서 소환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결정했다는 듯이 왼쪽 통로로 발걸음을 향하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자.”

“오케이!”

문주아는 내 결정에 재빠르게 반응하며 내 옆을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올라와 베아트리체는 오른쪽 통로로 보내겠습니다.]

‘응, 이제부터 나보다는 그쪽에 신경 써줘.’

[알겠습니다.]

비올라와 베아트리체라면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비올라는 에테르의 보호를 받고 있었고, 베아트리체는 전투 능력은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기동력은 뛰어나니까.

무엇보다 두 사람을 부른 이유는 안전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 지금까지 몬스터나 괴수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내 의문은 옆에 달리던 문주아도 느끼고 있었다.

“뭐지? 생각보다 조용한 던전이네. 이제 막 발견된 던전이라면 몬스터랑 괴수들이 쏟아지듯 몰려드는 게 정상인데….”

문주아의 말처럼 이제 막 발견된 신생 던전치고 내부가 너무 조용했다.

그야 조용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던전이긴 했지만, 너무 조용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5시간가량을 이동했지만, 몬스터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거참… 분위기만 따지면 미이라나 라미아 같은 녀석들이 득실거릴 것 같은데….”

몬스터가 없더라도 전갈이나 뱀 정도는 기어 다닐 것 같은 장소였다.

그런데 몬스터나 괴수는커녕 생물체 자체를 보지 못했다.

마치….

“뭐랄까… 던전이 죽은 것 같은 분위기네.”

던전의 생명력이 다 해서 죽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또 마기는 강하게 발산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나는 레나와 문주아를 이끌고 가며 아르모니아에게 물었다.

‘비올라랑 베아트리체는 어때?’

솔직히 걱정됐다.

베아트리체는 저번에 마기를 경험해봤지만, 비올라는 마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혹시라도 힘들어하면 그냥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풍 온 것처럼 좋아하고 있습니다.]

‘….’

오히려 내 걱정을 바보 취급해 버렸다.

비올라는 에테르 덕분에 마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며 좋아한다는 것이 아르모니아의 설명이었다.

‘베아트리체는?’

[…베아트리체도 분위기가 좋다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괜히 친구는 아니겠지….’

뭐… 일단 둘 다 좋아하고 있다니 다행이네.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하지만 그 둘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넓은 거야.”

5시간을 달렸음에도 예리엘이나 성수아는커녕 조직원들도 마주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는 그들의 기질창을 전부 띄워놓은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면 기질창이 자동으로 뜨면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질창이 뜨지 않은 것이다.

거기다 이 던전은 미로처럼 길이 사방으로 퍼져 있었다.

그나마 문주아가 조직원들의 흔적을 금세 찾아서 정확히 뒤를 쫓을 수 있는 것이었다.

또 다른 갈림길이 등장하자 문주아가 나를 멈춰 세운 뒤에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 흔적이 미세해서 자세히 살펴봐야겠어.”

문주아는 갈림길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조직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을 구분해줬다.

그리고 의외로 비올라와 베아트리체 쪽도 문제는 없었다.

[에테르가 사람의 흔적을 잘 파악해서 두 사람을 잘 이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에테르 덕분에 큰 문제 없이 계속 조직원들의 뒤를 쫓을 수 있었다.

우리 쪽은 문주아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미로 같은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문주아의 도움과 별개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녀석들이 덮치기 전에 제압하고 싶은데….’

예리엘과 성수아가 그들과 싸우게 되면 자칫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리엘과 성수아의 실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예리엘과 성수아는 던전을 공략하러 온 것이 아니다.

전에 들어왔던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들어온 것이었다.

심지어 방해하는 녀석들은 마법사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물건까지 가지고 있는 상황.

작은 피해 하나가 산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지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었다.

나는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안도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나마 몬스터가 없어서 다행인가.’

우리 쪽과 더불어서 비올라와 베아트리체 쪽도 몬스터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지금 이 던전에 들어온 예리엘과 성수아 일행도 몬스터를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안도 아닌 안도를 하는 사이에 문주아가 벽을 손으로 한번 쓱 훑으며 입을 열었다.

“저쪽으로 갔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주아가 가리킨 방향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더 달리자….

“…찾았다!”

무수한 기질창들이 저 멀리서 나를 반겨주기 시작했다.

문주아는 달리면서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와… 나는 아직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어느 쪽이야?”

“저쪽이야.”

“캬… 진짜 대단하네.”

나는 그런 문주아의 신기해하는 표정에 반응해주지 않았다.

아니… 반응하기 힘들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싸우고 있어!’

저 멀리서 무수히 많은 기질창들이 격돌하듯 한데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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