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1화 - 각성
1화 - 각성
- 미안하다. 파티에서 나가라.
단순한 통보문자 그것이 끝이었다.
짐꾼인데 파티에서 쫓겨났다. 이유는 더 어이가 없었다.
밤늦게 불린 대리운전 요청을 무시한 것.
정식 헌터도 아니고 짐꾼이니 그렇게 다뤄도 된다고 생각했겠지.
빌어먹을 일이다.
습관처럼 일찍 일어났으나 할 일이 없었기에 TV를 켰다.
멍하니 TV를 보다가 부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최연소 B급 헌터, 박찬성!]
화면에선 배우처럼 잘생긴 청년이 당당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예쁘장한 아나운서가 박찬성 헌터의 B급 달성을 축하하고 패널 연예인들도 박수치며 웃고 떠든다.
그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개 부럽네··· 시발, 나도 인생 날로먹고 싶다.”
박찬성이란 놈이 부러웠다. 19살에 C급 헌터로 각성. 승승장구하며 어느새 B급까지.
소설 속 주인공같은 놈이었다.
그에 반해···
시우는 26살.
30살을 기점으로 각성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
4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점점 초조해졌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지금도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냥 아무 길드나 들어갈껄···’
과거의 선택이 조금 후회됐다.
20살 때 각성 가능성 검사를 했다. 운 좋게 각성 확률과 포텐셜이 제법 높았다.
거의 역대급이었다.
각성 확률이 높을수록 좋은 능력을 얻는다는 속설이 있는 만큼 유망주로 떠올랐다.
온갖 길드에서 다가와 달콤한 말을 쏟아 냈다.
각성하기 전부터 계약을 하려는 길드도 많았다.
조건없이 연봉을 1억이상 부르는 미친 놈들도 있었다.
그때 최시우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다. 혼자서도 더 크게 될 자신이 있었기에 거부했다.
‘지금도 이렇게 조건이 좋은데 각성 후에는 얼마나 좋아질까?’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매일 알바와 운동을 하며 각성을 대비했지만 각성은 낌새도 없었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쯤 해서 대부분의 길드는 연락이 끊겼다.
겨우 연결이 되는 곳도 각성하면 연락달라는 말뿐이었다.
알바하면서 모은 돈으로 1년 동안 헌터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그러부터 3년··· 거의 매일 같이 짐꾼으로 균열에 들어갔다.
균열에 자주 접촉할수록 각성할 확률이 높다는 미신을 믿고서.
이제 6년이 흘렀다. 이제는 어떤 길드도 연락하지 않는다. 어느새 시우는 잊힌 사람이 되었다.
매몰된 시간이 아까워 관성적으로 짐꾼일을 하지만 이제는 점점 지쳐갔다.
-지이잉
진동 소리에 스마트폰을 보니 문자 메시지가 보였다.
-[한소영] : 야, 오늘 땜방하나 났는데 콜?
같이 짐꾼 생활을 하던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갈등이 어렸다.
더 해야 하는 것인가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남은 인생을 헌터에 올인한 만큼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 가야지.’
아직 포기하긴 이르지
1년만 더, 1년만 더 해 보자.
결심하고 답장을 하려 할 때 왠 어플이 눈에 띄었다.
[전생 관리 어플]
‘뭐야 이게?’
처음 보는 어플이었다. 이딴 어플 깐적도 본적도 없었다.
삭제하려고 꾹 눌렀는데 지 멋대로 실행된다.
“어어? 뭐야 이게.”
순간 해킹인가 싶었을 때 스마트폰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채 피할 겨를도 없이 모조리 흡수됐다.
강렬한 빛에 절로 두 눈이 감겼다.
시우가 주춤거리며 한걸음 물러났다.
‘시발 뭐야.’
당황도 잠시.
띠링-!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만물전생(萬物全生)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어어?!”
각성한다고 홀로그램 따위가 눈앞에 나타나진 않는다.
대부분 하나의 초능력을 각성하고 본능적으로 사용법을 알게 되고 끝이다.
홀로그램은 이질적이었으나 초능력에 대한 사용법은 시우 역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관리창.’
파앗!
[전생 목록]
- 접속 중인 전생 : [26지구]
- 접속 가능한 전생 : [21지구], [31지구]
- 카르마 : 0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26지구]라는 건 알겠는데···’
다른 두 세상에 대해 알아보려 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21지구]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아니.’
“후우..”
심호흡을 하니 조금 진정됐다.
일단 [26지구]라는 이름부터 바꿨다.
이름을 뭐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현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로 이름지었다.
‘지구는 헌터들의 세상이지.’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듯해서 시도해 본 것인데,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26지구] → [헌터지구]
‘이제 좀 구별이 가네.’
일단 홀로그램을 치워두고 눈을 감았다.
눈앞에 떠오른 알람에 정신이 팔렸지만 그보다 반가운 것이 있었다.
마력.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대기 중의 마나와.
몸 안에서 고고히 휘돌고 있는 신비한 기운.
마력이 느껴졌다.
각성의 증거인 마력이 눈물나도록 반가웠다.
방구석에 놓여 있는 아령을 집어 들었다.
‘가볍다.’
깃털처럼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어제에 비해 확실히 가벼워졌다.
눈을 감고 마력을 만끽하다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띠링-!
[New!]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
[퀘스트]
- 전생 체험
>> 다른 전생에 접속하기
수락 보상 : [인벤토리(임시)]
성공 보상 : 스타터 팩
실패 시 : 퀘스트 삭제
[수락][거부]
- 제한 시간 : [02:59]
‘전생 체험..? 다른 전생에 접속하라는 건가?’
수락 만 해도 보상이 있다니 도저히 안 할 수가 없었다.
-[인벤토리(임시)] : 스타터 팩의 일부. 최하급 아공간
아무 생각 없이 [수락]을 누르려다가 멈칫했다.
수락을 누르자 마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니까···’
***
일단 장비부터 맞추자.
그전에 친구, 한소영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 미안 오늘은 안 되겠다. 다음에 술이나 한잔 하자.
대충 옷을 주워 입고 헌터 협회로 향했다.
각성자 전용 장비는 아무나 살 수 없었다.
단순한 천옷이나 철검따위가 아니라면 등록증이 필요했다.
*
헌터 협회에 도착해서 주변을 구경했다.
각성하면 육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아져 미남 미녀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헌터들은 평균 외모가 높았다.
그들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누군가 시우를 불렀다.
“최시우님? 계신가요?”
“아! 네 여깄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마력을 측정했다.
“측정 완료됐습니다. F급 각성자시네요. 아카데미는 이미 수료하셨네요?”
“네, 3년 전에 수료했죠.”
F급이라니 약간 아쉬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 평범한 각성자와 다르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등록증 나왔습니다.”
균열에서 출토된 특수 금속으로 만든 각성자 등록증.
“측정하신 마력패턴이 등록되어 전 세계 어디서든 신분증과 카드로 이용 가능합니다. 다시 한번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가벼운 자격증이 왠지 모르게 묵직했다.
*
각성자 등록증을 얻었으니 이제 헌터 장비를 구매할 차례.
3,500만원.
3년 동안 짐꾼생활을 하며 모은 돈이다. 각성하면 헌터 장비를 맞추기 위해 모아 놓은 돈인데 정말로 그날이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헌터백화점에 들어섰다.
시우가 검붉은 검앞에 서자 눈치보던 직원이 다가왔다.
“어머,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 검은 드레이크 뼈로 만든···”
직원이 다가와 뭐라 뭐라 설명했다.
시우는 검을 집어 들었다. 각성만 하면 꼭 살 거라고 다짐했던 검이었기에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스릉-
매끄럽게 뽑히며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검붉은 검신과 잘 잡힌 무게중심.
“···자가 수복 기능에 단단한 내구도까지 성화 그룹의 스테디 셀러답게 딱 필요한 기능만 담긴 검이죠!”
가격표를 내려다봤다. 1,990만원.
상상 이상의 거금이지만 이 장비는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마법이 부여된 헌터 장비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장비는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장비라 그나마 싼것이다.
“살게요.”
시우가 홀린 듯 검만 바라보자 무안해 하던 직원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탁월한 선택이세요!”
*
시우가 원룸에 돌아와 긴장된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다.
구매한 장비는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후우···”
심호흡과 함께 ‘퀘스트 수락’을 눌렀다.
동시에 [인벤토리(임시)]에 대한 사용법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인벤토리처럼 간편하게 물건을 넣고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그 외에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약간 머쓱해진 시우가 조금 긴장을 풀었다.
뭐 넣을 만한 것 없나 방을 둘러보다가 짐꾼 할 때 사용하던 장비가 눈에 띄었다.
“음..”
혹시나 해서 예전에 쓰던 장비들을 모두 [인벤토리(임시)]에 집어넣었다.
‘긴장 되네.’
짐꾼 때 쓰던 검과 조금 전에 산 검을 내려다보다가 짐꾼때 쓰던 검을 허리춤에 메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손에 익은 철검을 선택했다.
2천만 원짜리 검은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허리춤의 검과 가슴팍에 매단 비상용 권총까지.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했다.
‘퀘스트창.’
[퀘스트]
- 전생 체험
>> 다른 전생에 접속하기
성공 보상 : 스타터 팩
실패 시 : 퀘스트 삭제
- 제한 시간 : [00:21]
최대한 바쁘게 일을 처리했는데도 불구하고 20여분밖에 남지 않았다.
전생체험이라고 하니 의자에 앉아 최면에 빠지는 그림이 연상됐지만 혹시 몰라서 풀장비를 착용했다.
‘전생관리.’
[전생 목록]
- 접속 중인 전생 : [헌터지구]
- 접속 가능한 전생 : [21지구], [31지구]
- 카르마 : 0
긴장되는 마음을 다잡고 [21지구]를 골랐다. 둘 다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그냥 아무거나 하나 찍었다.
‘[21지구]에 접속한다.’
- [21지구]에 접속합니다.
구궁-!
강렬한 빛과 함께 정신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