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2화 - 전생체험
2화 - 전생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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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겨우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보니 왠 어두침침한 뒷골목이었고 세놈의 양아치가 껄렁거리며 서 있었다.
짜악!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뺨에서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악!”
연약한 육체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놈이 어린아이가 된 시우를 후려쳤다.
“어이, 꼬맹아. 니 친구 어디 갔어?”
어이가 없었다.
방에서 눈을 감았다 뜨니 다른 공간이다.
더군다가 눈을 뜨자마자 처맞기까지.
‘시발, 이게 무슨...?’
게다가 저 양아치들이 하는 말은 중국어인데···? 어떻게 알아먹은 거지?
의아함도 잠시 순식간에 현재 전생체의 일생이 모조리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강렬한 두통에 비틀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끅..!”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현재 몸의 기억이 모조리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기억 주입에 이를 악물었다.
“하! 씨발 한대 처맞고 엄살은? 그런다고 안 때릴 줄아냐? 새끼야 맞기 싫으면 당장 불어!”
퍼억-!
‘씨발..!’
개 같은 양아치 새끼가 발을 내질렀다.
당연히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얻어맞았다.
배에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다행인 것은 고통과 함께 두통이 사라지고 기억이 정리가 됐다는 점이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열 살쯤 되는 어린 남자아이.
이 앞의 세놈은 어린아이들을 잡아다 팔아먹는 쓰레기 새끼들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친구를 숨긴 곳을 말하라며 겁박하고 있었다.
더 괴상한 것은 이 세상은 무림 맹이 존재하는 무림인들의 세상이라는 것.
어린 나이에도 알만한 상식이었다.
머릿속에 파고든 기억을 정리하며 양아치놈을 노려봤다.
‘좆같네.’
얼굴에 칼자국 난 양아치가 낄낄거리며 시우에게 다가왔다.
“새끼, 눈깔 안 깔아?!”
놈이 비웃는 표정으로 발로 밟으려 했다.
이런 병신 같은 놈들에게 처맞고 싶지 않았다. 땅바닥을 뒹굴며 공격을 피했다.
곧바로 허리춤을 더듬었지만 천옷만 만져졌다.
어느샌가 장비는 사라지고 없었다. 총은커녕 검도 없었다.
‘개같은..!’
분명히 방에서 풀장비를 착용한 상태였는데 사라지고 없었다. 몸이 달라졌는데 장비가 남아 있을리 없었다.
얼굴에 칼자국이 난 놈이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오! 피해? 새끼 제법인데? 야, 이놈도 팔자. 사지 멀쩡하고 팔팔한 게 제법 비싸겠다.”
뒤에서 지켜보던 털북숭이가 그를 말리더니 역겨운 미소를 지었다.
“에헤이 비켜봐. 애를 때리면 쓰나. 애야 우린 나쁜 사람 아니예요. 니 친구 어디 갔는지 말해주면 넌 풀어 줄게. 너도 아픈거 싫잖아? 그 은발에 예쁘장한 계집애 어디 갔는지만 말해 줘. 응?”
털복숭이 뒤에서 칼자국난 놈이 박도를 만지작거리며 으르렁 거렸다.
“씨발 됐어. 그냥 팔다리 자르다 보면 말하겠지. 손가락부터 시작하자.”
“잠깐만 기다려 봐! 애야 이놈 엄청 잔인한 놈이야. 나도 말리기 힘들다. 친구 어디 갔어? 응?”
양아치새끼들이 어설픈 굿캅 배드캅질을 해댔다.
어이가 없었지만 평범한 어린아이라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어설픈 연기와 다르게 폭력은 진짜 였으니까.
몸은 어려졌지만 정신은 성인이었다. 그리고 짐꾼이라지만 균열에서 수많은 죽음을 봤다.
딱 봐도 약해빠진 양아치들에게 겁이 나진 않았다.
이딴 놈들보다 약한 자신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시우가 양아치놈들에게 조용히 물었다.
“···진짜 풀어 줄거예요?”
털북숭이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새끼, 너 마음에 든다.”
고개를 약간 숙이며 천천히 다가갔다.
‘두 걸음, 한걸음··· 지금!’
“내가 너는- 끄으으읍!”
촤악!
털북숭이의 목에서 피가 쏟아지고 뒤에서 지켜보던 칼자국이 화들짝 놀랐다.
“씨바알! 뭐야!!!”
대놓고 방심하는 털북숭이의 목을 검으로 베어 버렸다.
[인벤토리(임시)]에 잠자고 있던 이천만원짜리 검을 소환해 휘둘렀다. 비싼 검 답게 매우 날카로웠다.
착용하고 있던 장비는 사라졌지만, 다행히 [인벤토리(임시)]에 있는 물건들은 멀쩡했다.
운 좋게 기습이 성공했지만 힘없는 어린아이의 몸에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
정신 못 차리는 놈들에게 연이어 달려들려 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시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시발 개무겁네.’
첫 살인이었지만 이놈들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털썩.
목이 베인 털북숭이가 쓰러지며 목을 부여잡고 컥컥 댔다.
“씨발! 뭐야!”
“시, 시발··· 보물아냐..?”
잠시 주춤거리던 두 양아치가 정신을 차렸다. 시우는 안타까웠다. 몸을 가누느라 가장 기습하기 좋은 시간을 날려 버렸다.
정신 차린 두 양아치가 탐욕에 젖었다. 허공에서 검이 튀어나오다니..! 어떤 보물일지 상상이 안 갔다.
놈들이 두 눈을 희번뜩하게 뜨며 서로를 바라봤다. 곧바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진해 왔다.
눈앞에서 동료가 피를 뿜어대는데도 곧바로 달려들다니··· 생각보다 싸움에 익숙한 놈들이었다.
무거운 검을 억지로 놈에게 겨눴다. 손목이 삐었는지 찡한 고통이 올라왔다.
이를 악물고 앞선 놈을 노려봤다. 이놈에게 검을 찔러넣고 굴러서 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무언가 히끗 하고 날라왔다.
검은색 모래였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는데 몇알이 눈에 들어갔다.
“끄윽···!”
갑작스러운 고통에 절로 비명이 치밀어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보통 모래가 아닌지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고통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눈을 뜨려 했다.
퍼억!
그 순간 배에 충격이 느껴졌다.
“커억-!”
단련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손은 검을 놓쳐 버렸다.
챙!
검은 허공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허, 독한 새끼.. 독모래를 처맞고도 안 울어?”
“크흐흐..! 건방진 애새끼가 그래 봤자지...”
‘시발 존나 아프네.’
희미하게 보이는 세상이 시뻘겠다. 숨 쉬기도 힘들었다.
어딘가 부러진 건지 숨쉴때마다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때 한 놈이 박도를 뽑아 들고 가차 없이 심장을 찍어왔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죽는다고..?’
시우가 멍하니 다가오는 박도를 바라봤다.
허망한 죽음이었다.
.
.
.
*
어떤 남자아이가 심장을 꿰뚫려 죽은 그 시각.
목이 베인 양아치 한놈은 이미 죽었고 남은 두 놈은 서로를 노려보며 각자의 무기를 만지작거렸다.
허공에서 튀어나온 이 검을 암상에 가져다 팔면 그야말로 팔자 피는 것이었다.
놈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불편한 침묵에 휩싸였다.
박도를 빼 들며 달려들기 직전.
골목 구석 쓰레기 더미에서 계집아이가 튀어나왔다.
“아, 안 돼에!!”
제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고 시체가 된 남자아이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미 죽은 시체는 반응이 없었다.
그녀의 등장에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서로를 노려보던 양아치 중 하나가 한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어이, 욕심부리지 말고 반반 나눠갖자. 이 꼬맹이도 데려다 팔고.”
“··· 좋다.”
대충 합의된 그들이 여자아이를 바라봤다.
“크흠··· 은발에 붉은 눈! 캬! 고년 참 커서 사내여럿 울리겠구나.”
“꿀꺽..! 시발, 듣던 것보다 더 예쁘잖아. 이 년도 제법 비싸겠는데? 오늘 우리 대박났다.”
양아치들이 환희에 젖어 들었다.
소녀가 두 양아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바닥에 나뒹구는 검을 집어 들었지만 힘이 부족해 제대로 겨눌 수는 없었다.
“크흐 앙칼진 년- 교육을···”
“쓰레기 같은 놈들.”
싸늘한 목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누, 누구.. 커헉..!”
두 놈의 양아치가 한순간에 목이 베이고 심장에 구멍이 뚫려 죽었다.
소녀에게 의문의 여인이 다가섰다.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말했다.
“딱한지고··· 아이야. 나와 같이 가지 않겠니..?”
양아치들의 시체를 내려다본 아이의 눈에 약간의 불꽃이 튀었다.
“···네.”
“그래. 아이야 이름이 뭐니?”
“소향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소중한 친구.
하지만 그도 부모님 처럼 죽어 버렸다.
그녀는 잠시 참았던 눈물을 다시 훌쩍였다.
***
원룸.
시우는 심장이 있는 부위를 쓰다듬었다.
고통은 없었지만 찝찝함은 남아 있었다.
출발 전에 착용하고 있던 장비는 그대로 몸에 남아 있었다.
“씨발, 좆 같은 놈들.”
혹시 몰라서 설정해 놓은 스탑워치를 살폈다.
7초.
양아치 놈들과 드잡이질 한 것이 적어도 5분은 넘게 흘렀었는데 10초도 흐르지 않다니.
7초만 해도 본래 몸으로 돌아온 뒤 찝찝함에 가슴을 쓰다듬던 시간이었다.
거의 1초도 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건··· 좋네.’
그나저나 [21지구]에 접속하자 마자 개 같은 놈들에게 죽을 줄이야.
다행히 원래 몸으로 돌아왔지만 짜증이 치밀었다.
‘소향이는 괜찮으려나?’
짜증도 잠시 순간적으로 전생의 기억 속 여자아이가 걱정됐지만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비록 주입된 기억이라 현재의 몸에 큰 영향은 끼치지 못했지만 전생체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 아이가 조금 걱정되었다.
-[21지구] : 전생체 사망, 재선정 대기시간(23:58···)
다시 접속 해 보려 해도 대기 시간 때문에 불가능했다.
아마도 이미 죽은 전생체에 다시 빙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만 떠올랐다.
시우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내가 그리 착한놈은 아닌데..?’
덕구란 놈의 기억을 이어받은 것 뿐인데, 어째서 처음보는 여자아이를 걱정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찝찝한 마음을 털어 버렸다. 이미 지난 일이었다.
‘21지구는··· 무협지 같은 세상이군.’
[21지구]를 [무협지구]로 이름지었다.
그리고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려다가 멈칫 했다.
뭔가 까먹은 것 같아 찝찝했다.
‘뭐지···?’
무언가 깨달은 그의 입이 점점 벌어지고 펄떡 일어나 외쳤다.
“시발, 내 이천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