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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4화 (4/241)

Chapter 4 - 4화 - 균열

4화 - 균열

*

[상점]에 대해 알아보기 전.

시우는 홀린 듯 [인벤토리]에 이것저것 집어넣다가 정신을 차렸다.

[인벤토리]에 넣은 물건들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집안의 물건을 대부분 넣어 버렸다.

어느새 집안이 휑해졌다.

좁아터진 원룸이지만 조금이나마 넓어진 기분에 흡족했다.

[인벤토리]에 대한 실험이 끝나고 다음에 확인할 것을 떠올렸다.

분명히 어제 [만물 상점]이 개방됐다는 메시지가 떴었다.

‘상점!’

구궁-!

좁은 원룸이 한순간에 팽창했다. 주변이 끝없이 늘어나는 광경에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떴다.

파앗-!

“허..!”

눈앞에 광활한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띠링-!

[만물 상점에 최초로 입장하였습니다.]

- 최초 구매시 비용이 90% 저렴해집니다. 이번 입장에만 유효합니다.

시우가 입을 벌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우주 공간에 온듯했다. 사방에 수많은 별빛이 반짝거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모든 별빛이 물건이었다.

천지를 가득 채운 무수히 많은 물건들이 사방에 둥둥 떠다니며 빛을 내뿜었다.

아름다웠다.

유리병에 담긴 빨간 액체, 정체불명의 알 등등.

시우는 입을 떡벌리며 눈앞의 광경에 압도됐다.

무한한 우주속에 수많은 물건들··· 자기 초능력에 대한 잠재력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나저나 이번 입장에만 90% 할인이라고? 씁···”

보유 카르마를 확인했다. [만물 상점]의 화폐는 카르마였다.

- 보유 카르마 : 1,526

‘1,526···’

시우는 허공에 떠다니는 물건을 무심코 집어 들었다.

[엘릭서] : 5,000 카르마

- 모든 부상과 저주를 회복한다. 회복과정에서 체질이 개선된다. 부작용은 없다.

"허..!"

시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순한 설명이었지만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보물이었다.

시장에 가져다 팔면 수십, 수백억 이상을 받을 수 있는 보물.

주인만 잘 만나면 천억원 이상도 받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럴 생각은 없지만.’

이런 보물은 힘이 없는 자가 지니면 재앙이 될 뿐이다.

시우는 엘릭서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런 물건이 5,000 카르마···’

아무래도 1,500 카르마를 한 번에 얻은 것은 매우 운이 좋았던듯싶었다.

시우는 어떤 것을 살지 고민했다. 90%할인의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고 싶었다.

‘스킬도 있나?’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물건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기 힘이 강해졌으면 싶었다.

눈앞에 양피지가 촤르르 펼쳐졌다.

[상급 무골] : 10,000 카르마

[중급 육체 강화] : 1,000 카르마

[점멸] : 1,000 카르마

.

.

.

당장에라도 구매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선택지.

“후···”

1,526 카르마로 구매 가능한 것은 최대 15,000 카르마짜리.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눈앞에 아른 거리는 [상급 무골]을 뒤로하고 고민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

‘정신저항 관련 스킬 15,000 카르마 이하로.’

10년도 못산 어린아이의 삶에 접속하며 순간적이지만 성격이 바뀌었다. 앞으로 그럴 일이 없다고 보장할 수 없으니 정신보호 관련 스킬이 급선무였다.

어차피 다른 전생에선 죽어도 큰 리스크가 없으니··· 다시 생각해 봐도 정신저항 관련 스킬이었다.

[정신 보호] : [특별가격]15,000 카르마

- 정신 오염에 면역된다. 모든 전생체에 적용된다.

단순한 설명이지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특별가격’이라니 [만물 상점]도 이 기술을 권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 얼마짜리란 거야.'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스킬을 15,000 카르마에 팔고 있었다.

“워우··· 대박이네.”

절로 휘파람이 나올지경이었다.

운 좋게 시작부터 구매할 수 있었다. 그 검봉인지 뭔지 하는 꼬맹이가 고마워졌다.

곧바로 구매했다.

- 90%할인이 이루어집니다.

- 1,500 카르마를 지불하여 [정신 보호]를 구매하였습니다.

- 패시브 스킬입니다. 곧바로 적용됩니다.

머리가 상쾌해졌다. 주변의 수많은 물건들에 의해 기가 죽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것도 사라졌다.

집 안에 있는것처럼 편안 해졌다.

‘좋네.’

남은 25포인트로 철검과 물약을 하나씩 샀다.

[철검] : 20 카르마

- 자동수복 마법이 부여된 철검.

[최하급 포션] : 5 카르마

- 외상에 특화된 포션.

시우가 상점에서 빠져나오며 주변의 광경을 구경했다.

끝없이 늘어난 우주가 한순간에 수축하는 광경을 홀린 듯 쳐다 봤다.

스스슥-!

물건들로 가득 찬 우주가 한순간에 점으로 수렴했다. 시우는 어느 순간 자신의 집안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파앗-!

“휘유~”

눈앞에서 그런 장엄한 광경을 봤는데도 어지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이 멀쩡한 것을 보니 [정신 보호]의 효과가 제법이었다.

꼬르륵-

아침을 걸렀더니 배가 고팠다.

시우는 3분 카레를 밥에다 대충 끼얹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중얼거렸다.

‘스킬.’

[스킬 목록]

[인벤토리(Lv.1)], [하급무골], [정신 보호]

시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각성한지 하루 만에 이 정도라니··· 앞으로의 일상이 기대되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띵-!

전자레인지 소리가 울렸다.

‘일단 밥부터 먹자.’

카레를 먹고 오늘은 뭐 할지 고민해볼 작정이었다.

***

- 72만원

시우가 통장 잔고를 보며 고민했다.

이거라면 월세 내고나면 거의 한 푼도 남지 않을 수준이었다.

‘일단 돈을 좀 벌어야겠는데···.’

전 재산을 장비에 꼬라박아서 당장에 생활비가 걱정이었다.

그리고 각성자가 돈을 벌려면 균열에 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었다.

- 유지 시간 : 20:23

삼류 헌터 박진수의 유지 시간이 20시간가량 남아 있었다.

박진수는 삼류라는 수식어와 다르게 꽤 뛰어난 몬스터 사냥꾼이었다. 무언가 그냥 흘려보내긴 아까웠다.

‘갑작스럽긴 한데 오늘 가 보자.’

시우가 스마트폰을 열어 어플을 켰다.

오늘 당장 균열에 갈 작정이었다.

헌터 협회에서 제공한 어플로 균열을 검색했다.

그러다가 딱 마음에 드는 균열을 발견했다.

‘F급 균열··· 여기 좋네.’

택시 타고 30분 정도의 거리. 초소형이라 혼자서도 클리어가 가능한 균열.

초소형 F급 균열.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도 훈련받고 장비만 제대로 착용하면 클리어가 가능한 최하급 균열이다.

마력으로 육체가 강화된 자신은 당연히 가능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출발했다.

*

허공이 깨진 유리창처럼 금이 가 있었다.

금 가운데에는 어딘가로 통하는 포탈까지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균열’, 들어가면 인간에 적대적인 몬스터가 즐비하다.

균열코어를 깨부수거나 보스 몬스터를 죽이면 균열이 제거된다.

그러한 몬스터들을 잡아 죽여 부산물을 얻는 각성자가 바로 ‘헌터’다.

균열을 방치하면 현실에 몬스터가 쏟아지기 때문에 제거해야만 한다.

당연히 정부는 헌터를 우상화 했고, 헌터는 최고의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

F급 균열에 다가가니 협회 직원이 다가왔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다.

그가 허리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최시우 헌터님 맞으십니까?”

“네, 맞습니다.”

시우도 마주 인사하며 각성자 등록증을 내밀었다.

협회 직원은 스캐너로 등록증을 찍곤 돌려 줬다.

“그런데··· 혼자 들어가시려구요? 처음이시면 파티원 매칭해드릴까요?”

직원은 최시우의 장비를 보곤 살짝 망설이다가 말했다. 헌터들은 성질 더러운 놈들이 많으므로 조심스러운 어투였다.

하지만 스캐너로 확인한 정보는 며칠 전에 각성자가 된 초짜.

게다가 장비도 빛이 나는 것이. 산지 얼마 안 돼 보였다.

이처럼 막 각성한 초보 헌터들이 겁도 없이 균열에 들어갔다가 시체가 되곤 했기에 걱정되어 말했다.

차라리 짐꾼시절 장비를 착용하고 왔으면 이런 반응을 보이진 않았으리라.

시우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괜찮습니다. 저 짐꾼만 3년 했어요. 균열에 처음 들어가는 거 아닙니다.”

짐꾼이라도 3년했다면 이런 균열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도망 나올 순 있었다.

오늘 시체 치우나 싶던 직원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군요. 그럼 무운을 빕니다.”

“아닙니다. 수고하십쇼.”

시우는 마주 인사하며 균열에 들어갔다.

장비를 점검하곤 균열에 들어갈 준비했다.

시우는 상점에서 산 검을 뽑아 들고 균열에 진입하려다가 멈칫했다.

‘이 검도 균열에 들어갈 수 있으려나?’

균열 내부에서 난 재료가 아니라면 균열에 들어갈 수 없다. 균열 밖에 떨어진다. 그래서 균열에서 사용 가능한 장비는 하나 같이 비싸다. 단순한 천옷도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 한다.

‘실험할 필요가 있네.’

인벤토리에 짐꾼 때 쓰던 철검도 있으니 그냥 들어갔다.

파앗-!

자세를 낮추고 전방에 검을 겨눴다. 다행히 검은 그대로 손에 들려 있었다. [상점]에서 산 물건도 균열에서 사용 가능하다.

‘숲지형’

시우가 주변을 살폈지만 위협적인 것을 찾을 순 없었다.

스릉.

조심스럽게 검을 집어넣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지식을 떠올렸다.

‘F급 균열에서 숲지형이면··· 늑대형 마수나 고블린정도려나.’

시우는 나무에 표식을 남기고 남쪽으로 향했다.

주변을 탐색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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