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속으로 들어간다-7화 (7/241)

Chapter 7 - 7화 - 전전대 하오문주 목이도

7화 - 전전대 하오문주 목이도

띠링! 띠링!

“으.. 뭐야..?”

시우가 잠결에 미간을 찡그렸다. 허공에 반투명한 글자가 아른거렸다. 반쯤 감긴 눈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 전생 박진수의 유지 시간이 끝났습니다.

- 영혼의 격 차이가 미미합니다. 온전한 전승이 이루어집니다.

- 스킬 [중급 몬스터 추적술]을 획득합니다.

잠이 확 깼다.

뜻밖의 선물이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하하.”

“으응? 오빠..?”

“아냐, 더 자.”

지쳐 쓰러진 거유녀를 내버려 둔 시우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살폈다.

‘중급 몬스터 추적술?’

[상점]에서 찾아보니 500 카르마 짜리 스킬이었다. 예상치 못한 쏠쏠한 수확에 유쾌했다.

‘앞으로도 몬스터 찾을 걱정은 덜었네.’

박진수의 추적 솜씨가 사라진다니 아쉬웠는데 걱정을 덜었다.

‘그나저나 영혼의 격이라···’

영혼의 격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의문이었다.

메시지에 따르면 격 차이가 미미했기 때문에 온전한 전승을 이뤘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검강을 휘둘러대는 소드 마스터의 기억을 각성해도 그 능력을 온전히 이어받긴 힘들다는 것이다.

***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매일 같이 균열을 다녔다. 피곤이 쌓여 하품이 절로 나왔다.

슬리퍼를 찍찍 끌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예쁘장한 편의점 알바생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시우는 곁눈질로 그녀를 훔쳐봤다. 이제 막 여체에 눈을 뜬 상태라 모든 여자가 무슨 맛일지 궁금했다.

‘가슴이 아쉽네.’

알바생의 가슴은 평평했다. 아쉬움에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거유가 취향이었다. 알바생이 알았다면 기가 찰 생각을 하며, 바나나 우유를 집어 들었다.

편의점 앞 파라솔에 털썩 주저앉았다.

쪼오옥-

달콤한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머리를 굴렸다.

일주일 동안 균열을 다닌 수확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도 세워야 했다.

먼저 획득한 수입은 총 500만원. 각종 소모품을 구매하고 남은 순수익이 500이었다.

짐꾼 시절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입이었다. 하지만 약간 불만족스러웠다. 수입을 늘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E급 균열은 약간 불안한데. 일행을 구하긴 귀찮고···’

E급 균열만 돼도 수입이 두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F급 균열에 비하면 확실히 위험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그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쾌감을 즐기는 미친놈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은 편하고 쉽게 사는 게 목표였다.

‘전생목록.’

[전생 목록]

- 접속중인 전생 : [헌터지구]

- 접속 가능한 전생 : [무협지구], [31지구], [멸망한 세상]

- 카르마 : 116

박진수의 [ㅁㅁ지구]는 그냥 [멸망한 세상]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 막장 세상에 들어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깨진 글자보단 나으니 이름은 바꿔놨다.

‘카르마가 벌써 116!’

일주일간 부지런히 사냥했다. 카르마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이거면 100짜리 스킬도 구매할 수 있었다.

절로 웃음이 맺혔다. 이대로 성실히 카르마를 모으···

‘아니··· 이게 아닌데?’

인상을 팍 찡그렸다. 일주일 동안 빡세게 사냥해서 카르마를 모은 것은 좋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한 삶은 이게 아니었다.

날로 먹는 것.

이런 성실하고 보람찬 삶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일단.. 쓰자.’

[전생상점]에서 [하급 육체 강화]를 100카르마에 구매했다.

[하급 육체 강화]

- 육체의 모든 능력을 미약하게 강화한다. 모든 전생체에 적용된다.

구매와 동시에.

끄드득.

전신에서 미약한 뼈소리가 들렸다. 한순간에 육체가 변했다. 마치 중력이 약해진 것처럼 몸이 가뿐했다.

‘어디..’

손이 근질거렸다. 동전을 쥐고 힘을 주니 약하게 우그러들었다. 희미하던 복근에 식스팩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이게 미약하다고?’

미약하게 강화된다는 설명과 전혀 달랐다. 실제로 체감될 정도로 확 강화됐다.

슬쩍 바지들 들어 올려 중요 부위를 살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흡족했다.

“크흠···”

모든 육체 능력이 강화된다더니 아랫도리까지 커졌다. 대물이라 불릴 정도였다. 여체에 눈을 뜬 그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었다.

각성자라고 정력이 강해진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왠지 정력도 강해진 것 같았다.

‘스킬 효과 끝내주네.’

카르마를 어떻게 모을지 고민했다.

카르마. 업보, 어렵게 생각하면 복잡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간단했다.

그냥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면 된다.

하지만 일주일간 몇 명의 여성과 관계를 가졌지만 카르마는 거의 얻지 못했다.

그녀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 나와 만날 일이 없던 여자를 따먹는 것은 어떨까?’

자신과 연이 없을 여자들을 꼬셔서 따먹을 생각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고고하고 아름다운 여고수!

다음 일정이 지금 이 순간 정해졌다.

‘무협지구로 가자.’

여고수뿐만 아니라 무공도 욕심났다.

산을 가르고 하늘을 나는 무공.

무협지에서 보던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검을 휘두르는면 검기가 꽃잎처럼 피어오르고 벼락을 부르는 무림인들.

무협지의 무림인들을 상상하니 뽕이 차올랐다.

- [무협지구]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아니 잠깐.’

생각해 보니까 또 나약한 어린아이의 몸으로 빙의할지도 몰랐다.

권총.

문명의 힘이 필요했다.

당장 총포상으로 달려갔다.

돌격소총과 권총, 총알을 한아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해주세요. 여기 헌터 등록증이요.”

“어.. 각성자신데 정말 이거로 사시게요?”

마력 각성자가 일반 소재로 만든 총을 사자, 직원이 어색하게 웃었다.

“···이거 균열 소재로 만든 총 아닌 거 아시죠? 균열엔 못 들고 갑니다. 균열 밖으로 튀어나온 놈들한테나 사용 가능해요. 환불해 달라고 하시면 곤란해요.”

“괜찮으니까 주세요.”

“으음··· 다 해서 232만원이요.”

준비를 마친 시우가 원룸 한가운데 섰다.

- [무협지구]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응.”

다시금 시우의 정신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

정신이 들자마자 권총을 겨누며 방패로 상체를 가렸다.

이 전생체는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는데 권총을 겨누는 것도 힘들었다.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겨우 참고 주변을 경계했다.

조금 기다리니 [하급 육체 강화]가 적용되어 조금 나아졌다.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니 어두운 공동이 보였다.

‘동굴··· 인가?’

희미한 불빛 만이 존재하는 동굴은 어두침침했다.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사방을 훑어 봤다.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요한 동굴 속.

위험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안전··· 한가?’

시우는 긴장된 몸을 조금 풀었다.

의식적으로 막아 뒀던 기억전송을 받아들였다. [정신 보호]덕에 이런 것도 가능했다.

이제는 별다른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억주입이 완료된 시우는 경계자세를 풀었다.

인벤토리에 무장들을 넣어 버렸다.

이곳에 위험한 것은 없었다.

시우가 전승된 기억을 천천히 되새겼다.

*

문지홍.

20세, 부유한 상인가문에서 태어난 금수저였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가진 부잣집 도련님.

운 하나는 더럽게 좋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행운의 대가인 것처럼, 큰 불행이 찾아왔다.

몇 년 전부터 집안 상황이 점점 어려워졌다.

어딘가에서 습격을 받고, 납품하기로 한 물건을 잃어 버리고··· 결국 그의 가문은 망해버렸다.

빚쟁이를 피해서 뿔뿔이 흩어진 문지홍 가문. 그도 호위무사를 따라 멀리 멀리 떠났다.

도피 생활 도중 그의 부모는 죽었고, 그도 쫓기다가 절벽까지 몰렸다.

만장곡이라 불리는 까마득한 절벽. 밑에는 거친 물살이 있었다.

문지홍은 뛰어내렸다. 자살할 생각은 아니었다.

밑에 있는 물을 믿고 뛰어내렸으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이 정도 높이에서라면 물이나 흙이나 차이가 없었다. 부딪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며 즉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운 하나는 타고났다. 강력한 바람에 의해 절벽에 부딪쳐 이리저리 부딪쳤다.

정신없이 구르며 어딘가에 부딪쳐 튕겼고 어떤 동굴로 떨어졌다.

풍덩-!

“으으..”

동굴 속 물웅덩이 덕에 목숨을 구한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거기엔 왠 해골 한구와 책 한 권이 있었다. 이야기 책 속에서나 나오던 기연이었다.

문지홍이 책을 집어 들고 읽었다.

——

연자여. 그대는 참 운이 좋다.

본좌는 하오문주 목이도다. 그대에게 기연을 선물하노라.

···

대대로 하오문주는 일월신공(日月神功)을 익혔으나 본좌는 그게 불만이었다.

초대 문주께선 만가지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뤘다던데 어째서 일월신공인가? 일월신공은 겨우 음기와 양기를 다룰 뿐이지 않은가.

···

이 혼원기공(混元氣功)을 익히면 능히 천하제일에 이를 수 있으리라.

···

벽곡단은 충분히 준비했으니 이것을 먹으며 수련하라. 게으름 부리지 않고 정진한다면, 이 동굴을 빠져나갈 정도는 익힐 수 있으리라.

끝으로...

기연을 건네 받은 그대에게.. 치얼스!

——

여기까지 기억을 살핀 시우가 당황해 소리쳤다.

“무, 뭐-뭔! 시발? 뭔..얼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