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 8화 - 혼원기공
8화 - 동굴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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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을 건네받은 그대에게..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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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기억을 살핀 시우가 당황해 소리쳤다.
“무, 뭐-뭔! 시발? 뭔..얼스?”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억지로 눈을 감고 기억을 갈무리했다.
먼저 뒷골목에서 어린아이로 죽은 이후 10년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우가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죽음에 대한 리스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10년이 흘렀다고···’
그 후엔 별거 없었다.
시체가 준비해 뒀던 벽곡단은 썩어서 가루가 된 지 오래였고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책에서는 이 무공을 익힌다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며 열심히 수련하라는 헛소리만 해댔다.
절망한 문지홍은 동굴에서 굶어 죽어 갔다.
그리고 굶어 죽기 직전.
최시우가 빙의됐다.
*
꼬르륵-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다.
‘시발.. 도대체 얼마나 굶은 거야, 배고파 뒤지겠네.’
힘없이 중얼거렸다.
“죽! 죽..! 어딨어..”
[인벤토리]를 뒤져 죽을 꺼내들었다.
천천히 죽을 꼭꼭 씹어먹었다. 당장에라도 고개를 처박고 죽을 마시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뒤질지도 몰랐다.
다행히 이성이 시키는 대로 천천히 죽을 씹어 먹을 수 있었다.
“하- 시발.. 진짜 개 맛있네..”
대충 집 앞에서 산 죽인데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먹어 본 음식중에 가장 맛있었다.
한입 한입이 천상의 음식이었다.
천천히 씹어 먹었는 데도 어느새 그릇은 바닥을 보였다.
온몸이 더달라고 아우성댔지만 참았다.
그리고 5 카르마 주고 샀던 최하급 포션을 한 모금 마셨다.
“음···”
포션의 기운이 온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굶주림으로 죽음 직전에 놓였던 사막에 생명수가 뿌려진 기분이었다.
“하아···”
한 병을 전부 마시자 피골이 상접했던 시우가 조금 사람 꼴로 변했다. 여전히 해골이었지만 약간 근육이 생겼다.
시우는 조심스럽게 스트레칭하며 굳은 몸을 풀고 버려진 책을 조심스레 주워들었다.
문지홍의 기억에서 마지막에 읽었던 문장이 신경 쓰였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함부로 다뤘다간 부서질 것만 같았기에 조심해서 읽었다.
——
연자여. 그대는 참 운이 좋다.
본좌는 하오문주 목이도다. 그대에게 기연을 선물하노라.
···
대대로 하오문주는 일월신공(日月神功)을 익혔으나 본좌는 그게 불만이었다.
초대 문주께선 만가지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뤘다던데 어째서 일월신공인가? 일월신공은 겨우 음기와 양기를 다룰 뿐이지 않은가.
만가지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니 수많은 자들이 헛된 소리라며 비웃었다. 두 가지 기운도 어지간히 재능이 없으면 다룰 수 없다. 하물며 세 가지 이상의 기운이라니. 받아들이는 순간 단전이 터져 죽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당금 무림의 상식이었다. 얼마나 시시하고 하찮은가.
그리고 그들은 초대 문주의 경지가 과장된 것이라는 헛소리를 해댔다. 안타까운 것은 하오문도들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좌는 초대 문주께서 제자의 재능이 부족함에 한탄하고 일월신공만 남겼다는 말을 믿는다.
본좌는 수많은 무공을 섭렵하고 연구한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감히 초대문주와 가까워졌다고 말하노라.
천변만화하는 혼원기를 다루는 무공.
그 깨달음을 이 혼원기공(混元氣功)에 담았다.
혼원기공을 익히면 능히 만가지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리라.
···
이 혼원기공(混元氣功)을 익히면 능히 천하제일에 이를 수 있으리라.
···
벽곡단은 충분히 준비했으니 이것을 먹으며 수련하라. 게으름 부리지 않고 정진한다면, 이 동굴을 빠져나갈 정도는 익힐 수 있으리라.
끝으로..
글자에 담긴 본좌의 환영결을 뚫고 이 글을 읽은 연자에게.
그대의 재능을 축복한다.
연자가 혼원기공에 대한 재능이 있음을 나 하오문주 목이도가 보증한다.
—
대충 다 읽은 시우가 침음했다.
문지홍이 읽을 때와 글자가 달라졌다.
“허.. 허풍쟁이 양반인 줄 알았는데..”
중간 까지만 해도 믿음이 가질 않았다. 무슨 천하제일이 이런 동굴에 부실한 기연을 남기나?
벽곡단은 가루가 된 지 오래였기에 신용은 쭉쭉 떨어졌다.
그런데 마지막 한 문장에 뽕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벽곡단과 의복이 가루가 될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데 겨우 글자에 남긴 내공이 남아 있다니.
경이적인 무공이었다.
시우가 자세를 다잡고 다시금 책을 정독했다.
중간중간에 몇글자가 유실된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었다.
“음.. 어쩌지?”
시우는 고민하다가 상점에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월신공, 혼원기공 있어?’
시우의 생각에 따라 양피지가 펼쳐지며 무언가 떠올랐다.
[일월신공(日月神功)] : 3500 카르마
- 음과 양의 기운을 다루는 무공.
[혼원기공(混元氣功)] : 4,468(-532) 카르마
- 원형이 되는 무공을 조금 익혔습니다. 일부 금액이 할인됩니다.
- 천변만화 하는 혼원기를 다루는 기공술. 대성하면 만가지 성질의 기운을 다룰 수 있다.
시우가 작게 감탄했다. 3,500 카르마짜리인 일월신공보다 비싼 5,000 카르마 짜리 무공이었다.
하오문주 목이도의 깨달음은 틀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무공도 있었다.
[혼원일기공(混元一氣功)] : 9,632(-368) 카르마
- 원형이 되는 하위 무공을 조금 익혔습니다. 일부 금액이 할인됩니다.
- 혼원기공의 위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개선한 무공이다.
상점에서 가격을 확인하자 더 확신이 들었다.
익힐만한 가치가 있는 무공이라고.
시우는 상점을 빠져나와서 하오문주 목이도가 남긴 혼원기공을 익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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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기공의 시작은 다양한 기운을 느끼는 것이다. 차갑고, 뜨겁고, 가볍고, 무거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운을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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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가 되면서 마력을 느꼈기 때문에 기운을 느끼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게다가 [헌터지구]는 마력에 대해 연구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혼원기공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아무 기운이나 마구잡이로 쌓는 것.
가장 원시적인 마력축적법이 혼원기공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발전된 형태의 무공은 결국 하나의 기운을 극으로 갈고닦는 것으로 발전했는데 다시 기초적인 마력 축적법으로 돌아오다니 아이러니 했다.
***
“확실히 입문했다.”
시우가 확신했다. 근 한 달간 죽어라 수련했다. 먹고 자고 남는 시간 동안 혼원기공을 수련했다.
중간중간에 ‘이게 아닌데..?’ 싶긴 했지만 처음 겪어보는 무공이란 것을 익히는 것은 나름 재밌었다.
어느새 단전에 자리 잡은 혼원기가 느껴졌다.
언뜻 보면 혼탁한 기운이지만 아니다. 몇백 년이 지나도 힘을 잃지 않은 초고수의 깨달음이 담긴 기운이다.
“이제 슬슬 나가자.”
바닥에 앉아서 집중했다.
‘가벼움, 가벼움, 가벼움···’
시우는 작게 중얼거리며 상상했다. 하늘을 나는 새, 하늘 거리는 부채, 살랑이는 깃털, 흩날리는 벚꽃까지.
최대한 '가벼움'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려 노력했다.
혼원기의 특성이 조금씩 변했다. 혼탁하던 기운이 '가벼움'이라는 속성을 띄기 시작했다.
10분가량 집중하자 온몸의 혼원기가 가벼움이라는 속성을 띄었다.
살짝만 힘줘도 통통 튀는 것이 중력이 약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이야 가만히 앉아서 집중해야만 속성을 바꿀 수 있었지만. 혼원기공의 경지가 올라갈수록 찰나만에 다양한 속성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좋은데?’
동굴 천장에 난 구멍을 쳐다봤다. 그곳에 출구가 있었다.
기역자로 난 구멍으로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오문주는 가벼움과 흡(吸), 빨아들이는 속성을 빠르게 전환하는 경지에 올라 이 동굴을 탈출하길 바랬지만 관심 없었다.
- [혼원기공(混元氣功)] : 1,218(-3,782) 카르마
혼원기공을 익히면 익힐 수록 상점에서 혼원기공의 가격이 줄어들었다.
최대한 수련을 통해 할인율을 높이겠지만, 저것을 구매할 카르마가 모이면 곧장 구매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했다.
타인의 운명에 개입할수록 카르마의 획득량이 많아 진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했다.
그래서 혼원기공에 입문 했다는 생각이 들자 수련을 멈췄다.
시우가 [인벤토리]에서 아이젠을 신고 등반 장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천장에 난 구멍으로 뛰었다.
콰직-!
매끄러운 돌벽에 피켈이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온몸에 가벼움 속성을 띈 혼원기를 두르자. 전신이 가벼워졌다.
시우가 천천히 동굴을 올랐다.
어느새 기역자로 난 통로를 빠져나와 동굴밖으로 나왔다.
‘크.. 피켈 성능 쥑이는 구만.. 너무 쉬운데?’
시우가 어깨를 주무르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런 그의 눈앞에 거대한 협곡이 나타났다. 기억으로 보는 것과 실제 두 눈으로 보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휘이이잉-!
만장곡에서 칼바람이 몰아쳤다.
“어··· 음···.”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높이에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꿀꺽-
시우는 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려 위를 봤다.
까마득한 절벽이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