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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4화 (14/241)

Chapter 14 - 14화 - 철무방

14화 - 철무방

***

철무방.

온몸이 근육으로 가득 찬 중년 남자가 검을 쓰다듬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와 구릿빛 피부는 주변에 위압감을 줬다.

그가 검을 쓰다듬으니. 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주입된 내공이 검을 진동시키는 것!

어지간한 이류라면 불가능한 재주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에서 미약한 아지랑이가 흐르기 시작했다.

검기(劍氣)!

일류만의 전유물인 검기였다.

똑- 똑-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쓰다듬던 그에게 누군가 찾아왔다.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부하가 말했다.

“대주님 놈들이 성밖으로 나갔답니다.”

“···나갔다고?”

거한이 인상을 찡그리자 볼에 난 흉터가 꿈틀거렸다. 그런 그에게 부하가 조심스레 말했다.

“네. 그런데···.”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두꺼비를 닮은 철광오가 당당하게 들어왔다.

그가 희번뜩하게 눈을 뜨며 대주에게 소리쳤다.

“대주! 지금 놈들이 나갔다던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쫓아가야지!!”

“쯧.. 도련님, 진정하십시오. 어이, 뭐타고 나갔더냐?”

부하가 조금 당황하며 대답했다.

“예..? 그냥 걸어 나갔습니다.”

대주가 거 보라는 듯 철광오에게 말했다.

“들었지요? 말을 타면 금방이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하지만 철광오는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이이..! 그래도 놓치면 어떡해!”

“하하! 겨우 삼류 나부랭이를 저희가 놓칠 것 같습니까? 저희는 철무방의 이름높은 검대(劍袋)입니다!

대주의 자신감에 철광오가 조금 진정했다.

“칫..! 그래도 빨리 가자.”

“기다려 보십시오. 도련님.”

철광오를 진정시킨 대주가 부하에게 거만하게 고개를 까닥였다.

“계속 말해 보거라.”

고개를 숙인 부하가 보고를 올렸다.

“예! 오늘 정오에 둘이서 성문을 나섰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저··· 한 명이 여자라는데요?”

“여자···?”

대주가 철광오를 쳐다 봤다. 말이 다르지 않은가.

시선을 받은 철광오가 인상을 찡그리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설마··· 진짜 여자였다고? 계집처럼 말하긴 했는데···. 그놈들 맞는 것 같다.”

“···진짜 삼류 맞습니까?”

자기 말을 의심하는 대주에게 철광오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 맞다니까! 대회에서 봤어.”

“대회···? 설마 또 도박을···.”

한심스레 철광오를 쳐다본 대주가 속으로 혀를 찼다. 정말 쓰레기 같은 놈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아랫도리를 놀릴 듯했다.

조금 시시하던 임무가 흥미로워졌다.

약해빠진 삼류 무사를 괴롭히는 것도 재밌긴했다.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짜릿한 쾌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여자 무사라니. 흔치 않은 기회였다. 여자무사들은 기가 세서 누르는 맛이 각별했다.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기분이었다.

“확실하겠지요. 도련님?”

“그렇다니까. 생각해 보니까 곱상한 것이 여자라 해도 믿겠더군. 아무래도 남장을 했던 것 같아.”

대주가 침을 삼키며 부하에게 물었다.

“예쁘더냐?”

“예? 아··· 그건 잘···. 당장 알아 오겠습니다!”

서둘러 물러나려는 부하를 말렸다.

“쯧. 됐다. 그건 가서 까보는 거로 하지. 모르는 것은 나름 재미가 있으니 말이야···. 흐흐. 오랜만에 재미 좀 보겠구나.”

그런 대주에게 철광오가 툭 말했다.

“어이 대주. 설마 나보다 먼저 할 생각은 아니겠지?”

순간 고개를 돌린 대주의 표정이 팍 일그러뜨렸다.

그는 가문에서 이름 높은 일류 무사다. 그에게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자는 이 쓰레기 뿐이었다.

‘주제파악도 못 하는 놈. 어미를 잘 만난 것밖에 없는 쓰레기 주제에···!’

어느새 표정을 관리한 대주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

“그럴 리가요. 도련님. 도련님이 먼저 하셔야죠. 하하하!”

“흠.. 그래도 대주가 예의가 있군. 흐흐흐.”

멀뚱히 서 있던 부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한테 까지 오려나···.’

***

청봉밀사로 가는 산길.

시우와 화무린이 모닥불 앞에 앉았다.

화무린은 기분이 좋은지 콧소리를 내고 있었다.

“으음···! 이번엔 뭐야?”

절로 웃음이 났다. 그녀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기대하고 있었다.

“불고기.”

“불고기?”

어느새 새하얀 밥과 불고기가 나타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더 이상 화무린도 묻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였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우물우물.

“흐응..! 마, 마싰어!”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달짝지근하고 짭짤한 것이 그녀의 입맛에 딱이었다.

화무린이 행복한 표정으로 불고기를 집어먹었다.

맛있게 먹던 그녀가 시우를 빤히 쳐다 봤다.

“···?”

무엇을 원하는지 알것 같았다.

그녀의 입가를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화무린은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지만 목덜미가 조금 붉어 졌다. 입꼬리도 미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흠흠..! 이것도 맛있네! 달짝지근해서 좋아.”

“그래 많이먹어.”

시우는 화무린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먹는 것을 보며 웃었다.

그녀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불고기를 먹던 화무린의 표정이 굳었다.

“응?”

꿀꺽.

화무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잠깐만···”

시우도 안색을 굳히고 감각을 세웠다.

두두두두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으하하하하! 이 년놈들!!! 드디어 찾았다!!”

십여명의 무사들이 말을 타며 달려오고 있었다.

히히힝!

다그닥다그닥!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들!

철무방의 무사들이었다.

***

시우가 다가오는 철무방 무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예상은 했지만···. 한심한 놈들이군.’

어느새 다가온 두꺼비, 철광오가 비릿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으하하하! 개 같은 년놈들! 내 이날만 기다렸다!”

그들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겨우 그깟 일로 여기까지 쫓아왔냐?”

철광오가 이쪽을 노려봤다.

“그깟일?! 난 네놈들에게 당한 뒤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대주! 저놈들이야!”

대주가 화무린을 훑어보며 품평했다.

“후··· 아쉽게도 시골아낙 수준이군. 그래도 몸매는 좋으니 다행이다. 너, 남자. 네놈은 무릎부터 꿇어라. 그리고 계집년은 스스로 기어와 다리를 벌려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시우가 대주를 보며 말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두꺼비나 너나 수준이 똑같구나.”

그 말에 대주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뭐..! 후우···. 예의를 모르는구나 그러다 곱게 죽지 못할 것-“

대주의 말을 철광오가 가로챘다.

그는 지금처럼 약자를 비웃고 짓밟기 전이 가장 좋았다.

“흐흐흐···! 지금이라도 팔 한 짝 자르면 봐줄지도? 아! 저년은 넘겨라. 내 너앞에서 저년을 깔아뭉개고 말겠다. 흐흐흐!”

순간 대주의 안색이 조금 굳었지만 곧 표정을 풀었다.

그것을 보니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하하! 병신 같은 놈들이구나. 도대체 우두머리가 누구냐?”

“이..!”

발끈하는 대주를 옆에 있던 부대주가 말렸다.

“대주님.”

그것도 모르는 철광오가 비열하게 웃었다.

“당연히 나지! 멍청한 자식. 어이 대주! 일단 내공부터 폐하고 팔다리를 묶어 놓아라. 내 놈들에게 예의가 뭔지 알려줄 것이다.”

그들의 행태에 시우는 웃음이 났다.

“어이 대주. 저 두꺼비새끼가 널 병신취급하는데? 이거 맞아?”

철광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개 같은 놈이 아직도 나를 무시해! 대주 빨리 저놈을 내 앞에 꿇려라!”

시우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쯧쯧.”

철광오가 시우를 노려봤다. 아직도 여유 넘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설마. 누가 도와줄 것이라 기대하는 거냐? 여긴 아무도 없다!”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알지. 그래서 다행이고.”

*

화무린이 안색을 굳혔다.

‘이류가 둘···! 더군다나 한 명은··· 일류?!’

그녀가 봉인을 풀면 이류 끝자락이다.

하지만 적들은 이류가 둘에 일류 하나.

삼류 무사도 여섯이나 됐다.

절대적인 열세였다.

봉인을 푼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자신은 몰라도 시우는 크게 다칠 것 같았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곧바로 봉인을 풀었다.

환체비공술(換體秘功術).

가문에서 전해지는 비전 역용술이다. 몸의 형체를 바꾸고 내공을 숨기는 비전.

그녀가 봉인을 풀고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뚜두둑.

화무린의 몸에서 뼈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사방의 시선이 화무린에게 쏠렸다.

다소 평범하던 얼굴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얼굴의 균형이 완벽해지며 찬란한 미모를 뽐내기 시작했다.

눈동자는 별무리가 담긴 듯 반짝였고, 붉은 입술에 혼이 빨려들 것만 같았다.

어지간한 사내는 말도 못 붙일 만큼의 압도적 미(美).

뿐만 아니라 안 그래도 잘록 하던 허리가 더 얇아졌다. 그 살이 어디로 가나 했더니 가슴과 엉덩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몸매!

다소 헐렁하던 그녀의 무복이 빳빳해졌다. 채 숨기지 못한 윗가슴이 조금 드러나며 하얀 골짜기가 생겨났다.

그녀의 내공이 폭증하며 환영의 힘이 서린 팔찌가 먹통이 됐다.

모두에게 그녀의 외모가 그대로 드러났다.

“헉···!”

철무방 무사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비현실적인 외모에 모두가 홀린 듯 바라봤다.

대주의 두 눈이 충혈되며 입에서 침이 흘렀다. 당장에라도 저년을 눕히고 범하고 싶었다.

그때 철광오의 비명 같은 명령이 이어졌다.

“대, 대주!!! 빠, 빨리 나한테 데려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대주가 눈을 부릅떴다.

‘저런 미녀를 양보해야 한다고..? 시발!’

화무린은 그들의 눈빛이 불쾌했다. 저 벌레 같은 놈들이 감히 자신을 탐내다니!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우의 반응이 궁금해진 그녀가 시선을 돌렸다.

그는 두 눈이 커진 상태로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 삼단가슴···! 더 커졌어···!”

“으읏..!”

천박한 말에 화무린의 얼굴에 약간 홍조가 생겼다. 당장에라도 그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사, 삼단가슴이라니 천박하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몸 안쪽 어딘가에서 열기가 피어오르는 기분!

화무린이 정신을 차리고 철무방 무사들을 노려봤다. 지금이 가장 기습하기 좋은 때였다.

‘아..!’

늦었다.

모든 철무방 무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 되어 있었다.

시우의 말에 귀를 기울이느라 기습의 때를 놓쳤다.

아쉬움을 삼킨 그녀가 비도를 손에 쥐었다.

기습이 물 건너 갔으니 정면대결 뿐이었다. 시우의 실력도 대단하니 운이 좋다면 이길지도 몰랐다.

다만, 그가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화무린이 숨을 고르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녀가 날뛸수록 그가 더 안전해질 테니까.

그때!

탕! 탕!!

두두두두-!!

천둥소리와 동시에 적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이류 무사도 있었다.

화무린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던 그는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털썩-!

다른 무사들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당황하고 있었다.

민감해진 귀에 충격이 올 정도의 굉음!

화무린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천둥소리는 시우에게서 시작됐다.

그는 괴상한 지팡이를 손에 쥐고 웃고 있었다.

지팡이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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