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 - 23화 - 재벌녀
23화 - 재벌녀
그녀를 노려보던 갈기늑대가 뛰어들었다.
파앗
한소영은 갈기늑대가 뛰어드는 데도 가만히 서 있었다.
깨앵!
허공에 뛰어오르던 갈기늑대가 투명한 벽에 부딪쳐 튕겨 나갔다.
배리어.
그녀는 배리어 능력을 각성한 탱커였다.
‘마조 탱커라니.’
시우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틀 내내 몸을 섞어대서 그녀의 엉덩이만 봐도 발기할 지경이었다. 각성하며 하루가 다르게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C컵이던 가슴이 조금씩 커져서 이제는 D컵을 돌파했다. 검은색이던 머리카락도 연한 푸른빛을 띄었다.
“시우! 봤어?”
해맑게 뒤돌아보는 한소영에게 시우가 웃어줬다. 방어와 연관된 능력은 대부분 평가가 좋았다.
그가 보기에도 좋은 능력이었다.
“그래. 쓰기에 따라 공격에도 쓸 수 있는 좋은 능력이네. 축하해.”
적의 공격이나 회피경로에 배리어를 설치하면 공방일체가 되는 좋은 능력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시우가 물었다.
“혹시 허공에 발판도 만들 수 있어?”
“우웅··· 잠깐만. 해볼게.”
그녀가 발판을 만들고 거기에 올라섰다. 그러다가 머리를 부여잡고 곧바로 떨어졌다.
“으··· 머리야. 잠깐은 되는데 마력소모가 너무 커.”
“마력?”
마력충전할 땐 혼원기공이 직빵이었다.
시우가 다가가자 한소영이 화들짝 놀랐다.
“자, 잠깐만! 그건 너무 위험해. 이, 이제 균열에선 안 할 거야. 저리 가.”
“쩝..”
“으.. 넌 너무 야해. 이 변태야.”
시우가 저도 모르게 웃었다. 마조탱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여서 더 웃겼다.
***
시우가 한소영에게 말했다.
“우리 클랜원이 될 인재를 찾아줘.”
“간절한 사람이랬지?”
“응. 빚이 좀 있거나···. 꼭 각성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영입하기 쉽지.”
“웅··· 알았어. 한번 알아볼게.”
고개를 끄덕이는 한소영한테 시우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예뻐야 돼.”
“뭐?”
한소영이 제 귀가 정상인지 의심했다. 하지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늦으면 돌이킬 수 없었다.
시우는 이미 한 명으론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한소영이 부들부들 떨었다. 눈빛에 분노가 조금 맺혀 있었다.
“서, 설마..! 너, 너···!”
시우가 그녀의 눈길을 조금 피하며 말했다.
“흠흠.. 소영이 네가 각성한 것도 내 능력이야. 그 여성하고 성관계-”
“미, 미친놈아!”
한소영이 소리를 빽 질렀다.
***
삐진 그녀를 달래주느라 하루를 투자했다.
분위기 좋은 호텔에서 맛있는 것을 사주고 하루 종일 박아줬다.
찰싹
“흐읏!”
시우가 허리를 놀리며 말했다.
“부탁해. 내 능력을 활용하려면 어쩔 수 없잖아?”
“흐앗, 나, 나쁜노옴···!”
시우가 손가락에 혼원기를 둘렀다. 쾌감으로 혼내줄 필요가 있었다.
한소영이 기겁했다. 그녀도 각성하며 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닿자마자 아무생각도 못 하게 만드는 무서운 기운이었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흣! 왜, 아앙!!”
시우가 그녀의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고마워. 이건 선물.”
그러면서 혼원기의 속성을 쾌감으로 전환시켰다.
“하아앙!”
***
그녀가 조금 토라졌다. 아직도 화가 조금 덜 풀린 느낌이었다. 시우를 새침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나쁜 놈.”
시우가 그녀의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었다. 못 이기는 척 받아주는걸 보니 조만간 화가 풀릴 것 같았다.
그녀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클랜을 만들려면 클랜하우스가 있어야 돼. 사무실은 어떻게 할 거야?”
그녀는 별 불만 없이 클랜 설립에 관한 일을 처리했지만, 그녀의 능력으로 안 되는 일도 있었다.
클랜하우스가 그중 하나였다.
잠시 고민하던 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 벌러 갔다 올게.”
“응? 균열 가게?”
“아니. 뭐 좀 팔려고.”
클랜을 굴리려면 초기자본이 필요했다.
팔만한 것이 있는지 고민했다. 카르마로 구매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효율좋은 것을 고민하다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왕 얻는 사무실 크게 얻고 싶었다.
***
시우는 거대한 빌딩 앞에 서서 조금 감탄했다.
적당한 사람을 고르다가 중견기업 사장을 고른 건데 생각보다 건물이 컸다.
‘성화그룹 자회사에 장씨··· 역시 재벌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이정도 리스크는 괜찮았다. 계산 범위 안이었으니까.
성화그룹의 자회사인 SH스미스.
무기를 만들어 파는 곳이다. 가성비 좋기로 소문나서 하위 헌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곳 사장과 어렵사리 약속을 잡았다.
일주일 만에 F에서 C등급으로 오른 것을 미끼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똑. 똑.
시우가 응접실에서 5분쯤 기다리니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문을 열고 한 켠에 비켜섰다.
또각 또각
타이트한 정장이 잘 어울리는 여인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가왔다.
허벅지를 절반 넘게 드러내는 짧은 치마를 입었는데도 전혀 천박하지 않았다.
단정한 자세 덕분인지 세련된 커리어 우먼으로 보였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시우씨, 전 장예화예요.”
그녀와 악수를 하던 시우가 조금 감탄했다.
‘부드럽네.’
부드러운 손바닥과 악수하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반갑습니다. 최시우입니다.”
“그럼 앉으실까요?”
시우가 앉자 그녀도 따라 앉았다.
장예화가 천천히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가 스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른 다리 위로 올라갔다.
스타킹에 감싸인 허벅지가 드러나며 절로 눈길을 끌었다.
대놓고 보지 못한 게 안타까울 정도로 불끈거리는 장면이었다.
장예화의 붉은 입술이 열렸다.
“그럼 정말 C급이신지 확인부터 할까요?”
시우가 손바닥에서 가볍게 바람을 일으켰다. 그것을 본 장예화의 눈에 흥미가 담겼다.
“흐응··· 일주일 만에 F에서 C··· 대단하시네요. 아예 높은 등급으로 각성한 것도 아니고···. 그 비결에 대해 알려주신다구요?”
시우가 뻔뻔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에 앞서. 비밀보장이 필요합니다.”
“좋아요. 김실장?”
한 켠에 서 있던 잘생긴 비서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그가 조금 주저하며 말했다.
“아가씨···.”
“왜요? 시우씨가 저를 해치기라도 할까 봐요?”
시우는 그녀의 목덜미에 달린 목걸이를 눈여겨 봤다. 딱 봐도 평범한 목걸이가 아니었다.
‘아티팩트인가.’
작게 한숨 쉰 비서가 자리를 떴다.
시우가 마나 계약서를 펼쳤다. 그것을 알아본 장예화가 인상을 조금 찡그렸다.
“마나계약서? 절 못 믿으시나요?”
순간적으로 도도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애절해졌지만 시우가 덤덤히 말했다.
“처음 본 사이인데 어떻게 믿습니까. 당연히 계약서를 써야죠.”
그녀가 짐짓 조금 슬프다는 시늉을 했다.
“어머나···. 시우씨가 저를 못 믿으신다니 조금 슬프네요···?”
시우가 담담히 미소 짓고만 있자 장예화가 작게 웃었다.
“흐응... 제가 그렇게까지 시우씨 말을 들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요?”
시우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들어서 손해 볼것도 없지 않습니까? 비밀보장이 안 된다면 전 잡담이나 하다가 갈수밖에 없습니다. 뭐, 예화씨같은 미인이라면 저야 좋지만요.”
장예화는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에게 싫음 말고라는 태도로 말하는 이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까닥이자 시우가 마나 계약서를 발동시켰다.
“지금 이어질 대화와 앞으로 할 계약에 대해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하십니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제 말씀해 보시겠어요?”
시우가 뻔뻔하게 말했다.
“사실 성장에 대한 비결은 제 재능입니다.”
“···.”
그녀는 변함없이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조금씩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시우가 말을 이었다.
“그건 됐고, 각성권 하나 사실래요?”
“각성권...이요?”
장예화의 눈썹이 아주 살짝 찡그려졌다.
“말 그대로 비 각성자 한 명을 각성시켜 드리겠습니다. 아, 성별이 여성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35세 이하여야 되고.”
시우가 거리를 다니며 관찰한 결과 35세가 넘어가면 각성이 많이 힘들었다.
각성보조제를 여러 병 사용해야 할지도 몰랐다.
사실 35세란 조건은 상관없었다. 장예화의 나이는 서른이니까. 애초에 이 계약의 타겟은 그녀였다.
그녀처럼 모든 것을 다가진 여자가 젊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왜 여성이어야 되는 거죠?”
“그건 제 비전이니 묻지 마십시오.”
얼굴을 찡그리던 그녀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그녀는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막 나가는 사람을 보니 신선한 감정까지 들었다.
“흐응···. 흥미롭긴 한데 제가 그걸 어떻게 믿을까요?”
그녀에게 각성시켜 준다며 다가온 사기꾼이 한둘이 아니었다.
“흠···.”
시우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전에 조건부터 말씀드리죠.”
“···좋아요. 말씀하세요.”
그녀가 팔짱을 끼자 뭉클 거리는 윗가슴이 계곡을 그렸다.
시우가 말을 이었다.
“건물이 필요합니다.”
적당한 위치에 있는 클랜하우스가 필요하다.
그의 말을 듣던 장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못 줄 것도 없었다. 만약 진짜라면.
“진짜라면 오히려 저렴하네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믿죠?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요?”
시우가 조금 인상을 쓰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시험 삼아 한 명 보내시죠. 먼저 각성시켜 드리겠습니다. 총 두 명으로 하죠. 대신 대가는 더 받겠습니다.”
“네..?”
시우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계약서는 써야겠죠. 각성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주실 필요 없으니 손해 볼거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제가 보내는 사람이면 누구든 각성시켜 주겠다? 보상은 각성한 뒤에 받고?”
“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예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재능있는 헌터와 관계를 이어가서 나쁠 것은 없었다.
“좋아요. 곧 보내죠.”
건물 한 채와 5억. 최종적인 보상이었다.
***
장예화는 적당한 사람을 찾다가 신입 비서가 떠올랐다.
단발이 잘 어울리는 귀여운 여인인데 작은 체구에 비해 가슴이 커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력서를 살펴보니 가족하나 없는 고아, 게다가 각성 가능성이 0.01%인 일반인이었다.
만만해서 이용하기 딱 좋았다. 그녀가 된다면 장예화 본인이 안 될 리가 없었다.
“뭐.. 되면 좋고 안 되면··· 혼 좀 내주지 뭐.”
그녀는 별 생각 없이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비서 있죠? 제 방으로 좀 보내세요.”
“···예.”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의문에 가득 차 있었지만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사실 지금도 믿기진 않았다. 그런데도 왠지 가슴이 설레었다.
장예화가 다리를 꼬며 중얼거렸다.
“흐응···. 이게 뭐라고 기대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