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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8화 (28/241)

Chapter 28 - 28화 - 자매

28화 - 자매

- [장예화] : 두고 봐요.

시우가 장예화가 보낸 문자를 보고 피식 웃었다. 앙앙거리던 때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보내다니.

얼마나 고민하고 보냈을지 눈에 선했다. 조만간 찾아오면 질펀하게 안아줘야겠다고 결심했다.

- 다음엔 그쪽이 방잡아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찾아오던가.

기다렸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시우가 웃으며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장예화를 각성시키고 벌써 이틀이 흘렀다.

그동안 등급을 재측정하고 클랜을 결성했다. 빌딩 입구에 간판도 하나 달았다.

구원 클랜.

시우가 자기 아랫도리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구원해 줄 것이란 포부를 담아 지은 이름이었다.

아직 클랜원이라곤 시우와 한소영 뿐이지만 시우의 꿈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뒤따라오던 한소영도 시우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봤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제··· 클랜원만 더 생기면 되겠네.”

시우가 한소영에게 물었다.

“그러게. 성과 좀 있었어?”

한소영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적당한 인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니···. 그런 사람 있으면 자기들이 작업 쳤을 거라는데?”

한소영이 흥신소 사장이 한 말을 옮겼다.

“···그건 나도 들었어.”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고 사정이 절망적인 사람. 딱 봐도 이용해 먹기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런 사람이 발견되면 자기들이 작업을 칠거다.

고객이라서 솔직하게 말해 준다던 흥신소 사장의 말이 떠올랐다.

시우가 혀를찼다. 장예화한테 부탁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순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직접 뒤져 보자.”

“직접··· 설마?”

“어. 달동네라도 한번 가 보자고. 혹시 모르잖아?”

***

시우와 한소영이 기다란 언덕길을 올랐다. 일반인이라면 숨이 차오를 만큼 높았다.

각성했기에 육체적인 어려움은 없었지만 조금 놀랐다.

아스팔트가 여기저기 깨져 있고 가로등도 멀쩡한지 의문이었다. 멀쩡한 길을 찾기가 힘들지경.

한소영이 깨져서 개구멍이 난 녹슨 철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제 어쩌지···?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물어봐..?”

“음.. 그건 좀 그런데.”

시우가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바람을 타고 어떤소리가 들려왔다.

“응?”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여성 특유의 비명 소리.

시우가 내공을 귀에 집중했다.

“···찾은 거 같아. 한 번 가 보자.”

시우가 미약한 소리를 쫓아 발걸음을 옮겼다.

“자, 잠깐만. 같이 가.”

복잡한 계단을 타고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친 끝에 도착했다.

시우가 손잡이가 박살 난 문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자물쇠가 걸리는 부분이 둔기로 내리친 듯 찌그러져 있었다.

쨍그랑!

집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차라리 죽여!”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시우가 인상을 조금 찡그리며 문을 열었다.

끼이익-

녹슨 문소리와 함께 두 패로 갈라진 인형이 보였다.

한쪽은 딱 봐도 깡패처럼 보이는 정장 입은 거한들. 그리고 반대쪽은 두 명의 소녀였다.

은발 머리 소녀가 검은 머리 소녀를 뒤에 숨기며 앞으로 나섰다.

마치 어미가 자식을 보호하듯.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앞에 나선 소녀가 더 작고 어려 보인다는 것이다.

많이 쳐줘도 고3 정도의 어린 소녀였다.

“왜, 왜 이래! 곧 각성할지도 모르잖아. 조금만 기다려 줘! 이 머리 보면 몰라?”

그녀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은발 머리였다. 머리색이 다르다는 것은 각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의미했다. 성인이 되자마자 각성할지도 몰랐다.

깡패가 위압스런 분위기로 말했다.

“흠흠.. 그건 모르겠고.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않겠어?”

소녀의 눈가에 작게 물방울이 맺혔다. 너무나 억울했다.

“우리가 언제 돈을 빌렸다고!”

병풍처럼 서 있던 깡패들이 야구방망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

거한의 어투가 확연히 낮아졌다.

“퉷..! 니 애비가 빌렸으면 니가 빌린 거지 뭐가 이리 당당해?”

소녀가 소리쳤다. 다리가 가늘게 떨리는데도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딴 놈 나도 몰라! 그놈한테 받아!”

어깨에 야구방망이를 올리며 지켜보던 깡패가 한걸음 다가왔다.

“허! 이 썩을년 보게. 지 애비한테 말하는 꼬라지보소.”

“미친.. 그딴 놈이 왜 내 아빠야!”

은발소녀의 목소리가 커지자 뒤에서 떨고 있던 소녀가 그녀의 옷깃을 작게 잡았다.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야구방망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 다솜아···.”

검은 머리 소녀를 돌아본 은발소녀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 줘. 각성하면 갚을게. 갚으면 되잖아.”

깡패가 비열하게 웃었다. 눈빛에 읍습한 욕망이 차올랐다.

“아 그러니까 지금 당장 갚았으면 좋겠는데?”

“돈이 없는데 어떻게··· 조금만 기다려줘.”

깡패가 작게 웃었다. 거의 다 넘어왔다.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됐다.

“하아- 그게 부탁하는 꼬라지냐. 일단 기다려 줄 테니까 나랑 같이 좀 가자.”

“어.. 어디로.”

딱 봐도 끌려가면 좋은 꼴 못 볼 것 같았다. 뒤에 있던 흑발소녀가 은발소녀의 옷깃을 꽉 쥐었다.

흑발소녀가 방 안쪽을 힐끔거렸다. 식칼을 발견한 그녀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때 시우가 앞으로 나섰다.

“어이.”

“···누구?”

거한이 경계했다. 딱 봐도 균형 잡힌 몸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칼밥 먹고 사는 이들이라 눈치가 빨랐다.

시우가 소녀쪽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저 아가씨들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거한이 인상을 찡그렸다. 바닥에 침을 퉤하고 뱉었다.

“···형씨가 볼일이 있다고 하면 우리가 ‘아, 예 알겠습니다.’ 하고 꺼져야 되나?”

시우가 어깨를 으쓱였다.

“안 그럼 어쩔 거야? 뭐 두들겨 패게? 니네 깡패지?”

“···형씨 딱 봐도 각성자로 보이는데, 일반인한테 이래도 돼? 이거 불법아냐?”

“풋..! 니네가 하는 짓은 합법이냐? 경찰 불러서 물어볼까?”

거한의 못생긴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러곤 이를 악물며 뒤에 있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소녀들에게 겁을 줬다.

“쯧. 아그들아 가자.”

깡패들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떠나갔다. 가면서 시우를 째려봤지만 감히 건들진 못했다.

시우는 정확한 사정을 모르기에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소녀들은 서로에게 딱 붙어서 새로 나타난 사람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깡패도 무서운데 그놈들을 쫓아낸 시우도 곱게 보이진 않았다.

시우가 소녀들에게 조금 웃어 주며 말했다. 경계심이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얘들, 아니 뭐라고 불러야 되지? 아가씨들? 아무튼, 저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제안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외모가 합격이었기에 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소녀들의 경계는 이미 한도끝까지 차올라 있었다.

뒤에 있는 소녀는 식칼을 힐끔 대고 있었다.

시우가 이마를 짚었다.

한쪽에 물러나 있던 한소영이 다가와 말했다.

“음··· 저희 이상한 사람 아니예요.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여성을 보자 조금 안심했는지 소녀들의 경계가 정말 아주 조금 풀렸다.

*

이다혜, 이다솜.

자매의 이름이었다. 그녀들의 사정은 흔했지만 당사자들에겐 지옥이었다. 도박에 미친 아버지. 거액의 빚을 지곤 야반도주.

깡패들은 그녀들에게 다가와 수작을 부리는 중이었다.

시우가 사정을 듣으며 그녀들을 살폈다.

앞으로 나서던 은발 머리 소녀가 오히려 동생이었다.

흑발소녀의 나이는 21, 동생은 19살이었다. 어려 보인다 싶더니 정말 고3이었다.

‘성인까지 3개월 남았나.’

은발 머리 소녀를 바라본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 큰 깡패들에게 맞서던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언니 쪽도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 텅 빈것처럼 보이는데 왠지 모르게 섬뜻했다.

시우가 클랜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 클랜에 들어와 줬으면 합니다.”

“저는 아직 각성도 못했는데요.”

당연한 듯 대답하는 은발소녀에게 시우가 말했다. 미안 하지만 그녀는 아직 안 됐다.

“죄송한데, 제가 권하는 쪽은 언니 쪽입니다.”

당황한 은발소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뒤에서 멍하니 대화를 듣던 흑발소녀 이다혜가 몸을 움찔 떨었다.

“···저요?”

“네. 어때요?”

잠시 말이 없던 이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요.”

이다솜이 화들짝 놀랐다. 성급히 대답하는 언니를 말리며 소리쳤다.

“언니!! 저기요. 각성도 안 한 일반인을 들여서 어쩌시게요? 적어도 무슨 일하는지는 알려 주셔야죠.”

고개를 주억거리던 시우가 마나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마나 계약서입니다. 아세요?”

이다솜이 인사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일반인은 모를 수도 있었다.

“쉽게 말하면 서로의 마나를 걸고 약속을 하는 겁니다. 비밀을 지킬것. 이런 식으로 계약해도 어길 수 없죠. 본인 스스로가 감시자가 되는 것이니까.”

이다솜이 눈썹을 조금 찡그리며 물었다.

“어기면 어떻게 되는데요?”

“마나를 잃습니다.”

“그럼 각성하기 전엔 의미 없는 거 아니예요?”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일반인은 마나가 얼마 없어서 더 위험합니다. 마나 계약서로 비밀유지를 약속한다면 더 자세히 설명드리죠. 맹세컨데 그쪽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계약일 겁니다.”

“···.”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들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 그녀들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저는 여성을 각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다혜씨를 각성시켜서 헌터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쉽게 말하면 섹스하는 것입니다.”

뒤에 있던 한소영이 시우의 허리를 콕 찔렀지만 어차피 말해야 할 내용이었다.

시우의 설명을 들은 은발소녀가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네..?”

괴상한 표정을 짓는 소녀에게 시우가 확인 사살을 날렸다.

“섹스요.”

은발소녀 이다솜이 점점 홍당무가 되더니 소리쳤다.

“으으..! 그게 뭐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런데 멍한 표정으로 시우의 이야기를 듣던 이다혜가 조용히 말했다.

“할게요.”

“언니!!”

폭발하려는 이다솜을 보던 시우가 조용히 읊조렸다.

“만약 각성하는데 실패해도 월 500 이상 수익보장에 숙식 제공할게요. 계약기간은··· 5년, 마지막으로 계약금은 3억.”

그녀들이 진 빚이 3억이었다.

잠시 말문을 잃은 그녀들에게 시우가 손바닥을 펼쳤다.

“자 봐요. C급헌터가 여러분들에게 장난이나 치겠어요?”

손바닥에 바람이 일렁거리자 언니 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 안 돼! 언니 조금만 더 버티자. 내가 곧 각성할지도 모르잖아. 응?”

시우는 이러다가 서로 싸울까 봐 걱정됐다.

“싸우지마시고요. 연락처 알려줄 테니까 심사숙고해서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

일어나려던 시우가 엉망이 된 집안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따라 소녀들도 집안 꼴을 봤다.

깡패들이 휩쓸고 개판이 된 집.

자리에서 일어난 시우가 말했다.

“잘되면 복수도 하게 해 줄게요.”

흑발소녀의 탁한 눈동자에 무언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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