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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9화 (29/241)

Chapter 29 - 29화 - 자매(2)

29화 - 자매(2)

최준필이 인상을 찡그렸다.

“실패했다고?”

얼굴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남자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눈빛이 괴이한 게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깡패들은 벌벌 떨며 서 있었다. 한참 깡패들을 노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설명해 봐라.”

깡패들의 두목인 거한이 서둘러 말했다. 최준필, 이 미친놈은 성질이 정말 더러웠기에 조심해야 했다.

“그··· 작업은 거의 성공했습니다. 안 그래도 도박에 미쳐 있던 놈이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애비란 새끼가-”

퍼억!

발에 걷어차인 깡패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끄으으···”

“내 장인어른 될 분에게 뭐라고?”

“죄, 죄송··· 죄송합니다.”

배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속으론 불만이 가득했다.

‘지가 작업쳐 놓고 장인어른이라고··· 시발!’

최준필이 쓰러진 거한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러곤 거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계속해 봐.”

거한이 제 머리 위에 올려진 손바닥을 보며 몸을 떨었다.

“예.. 예! 그 장인어른 될 분은 도박에 빠지셔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계획대로 이다혜씨랑 형수님 되실 그분이 조금 힘들어 하셨습니다.”

최준필이 눈깔을 희번떡 거렸다.

“상처는 없겠지? 만약 그녀가 다쳤으면 너는···”

거한이 기겁했다.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 미친놈이 너무 두려웠다.

“예예 당연하죠. 절대로, 절대로 거친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조, 조금 정신적으로만 살짝 힘들게···.”

최준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가슴 아픈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거한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 거의 성공했는데··· 말씀하신 곳으로 끌고 가서 이제 최준필님이 딱 왕자님처럼 구해주시면 성공인데···.”

상상만 해도 좋다는 듯 최준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가 확 정색하며 말했다.

“그래. 상상만 해도 행복하군. 그런데?”

“왜, 왠 미, 미친놈이 찾아와선···.”

시우의 이야기가 나오자 최준필이 손을 부들거렸다.

“끄으으··· 아, 아픕니다. 형님!!”

화르륵!

어느새 거한의 머리를 잡고 있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붉은 화염이 제 머리에서 피어오르자 거한이 발작했다. 화상의 고통은 끔찍했다.

“끄아아아!! 사, 살려..! 으아아악!!”

뒤늦게 정신이 든 최준필이 혀를 찼다.

“쯧! 허약하긴!”

거한의 머리에 끔찍한 화상자국을 만들어 준 최준필이 물었다.

“그래서 그놈은 뭐 하는 놈인데?”

거한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최준필의 눈빛이 포악해지자 벌벌 떨면서 겨우 말을 이었다.

“으으··· 그, 그놈은 최근에 C급 헌터가 된 놈입니다!”

“C급?”

최준필이 멈칫했다. 그와 동일한 등급에 경계심이 바짝 올랐다.

“그, 그것도 일주일 만에 F에서 C급으로! 어, 엄청난 놈입니다.”

횡설수설 이어진 설명을 들으며 최준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일주일 만에 C급이라고? 개소리 하지마! 그게 말이 돼?!”

“지, 진짜입니다. 정확히는 십, 십일 만에- 끄억!”

퍼억-

최준필이 거한의 말을 듣다가 발로 차버렸다. 바닥을 나뒹굴며 신음을 흘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최시우란 놈이 거슬렸다.

“그놈은 또 뭐야!”

그동안 이다솜에게 관심을 보이는 파리는 모조리 처리했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파리는 생각보다 컸다.

각성한지 일주일 만에 C급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놈의 재능에 질투가 치밀었다.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일 지도 몰랐다.

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는 C급이 된 지 3년이 넘은 완숙한 경지.

놈이 아무리 잘싸워도 마나의 격차를 이용해 찍어누르면 이길 수 있었다. 마나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영약을 이용해도 정도껏이다. 각성한지 얼마 안 된 놈과 자신의 마나 량은 몇 배는 차이난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랬다간 집행부에 끌려갈 테니까.

“후우···.”

최준필이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다스렸다.

계획은 거의 성공했으니 그녀에게 집중해야 했다. 그딴 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그녀를 구원해 줄 왕자님은 자신이 돼야 했다.

“조금 더.. 괴롭혀봐. 도저히 버틸 수 없도록! 시간이 없어.”

***

시우가 이다혜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달려갔다.

전화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싸우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

이다솜의 비명.

전화만으론 상황 파악이 힘들었다. 상황이 급박한지 시우가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다.

그저 깨지고 싸우는 소리만 들려왔다.

‘쾌(快), 경(輕)’

혼원기의 속성을 바꾸고 땅을 박찼다. 온몸이 가벼워지며 쭉쭉 튀어 나갔다.

바닥을 달리는 것도 부족해서 담벼락을 밟으며 달렸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지붕이 부서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자매의 집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릴 뿐이었다.

탁! 타악!

날듯이 뛰어가니 그녀의 집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바람에 실려오는 소리가 같아질 때.

“꺄아아악! 피, 피!”

이다솜의 비명과 함께 시우의 눈에 피가 보였다.

깡패 중 하나가 팔목을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이다혜가 식칼을 쥔 채 노려보고 있었다.

깡패들의 눈빛이 흉흉해지고 그녀들에게 뭐라 소리치려할 때 시우가 담벼락을 박찼다.

공중에 뛰어오른 그가 깡패와 자매 사이를 갈랐다.

쿠웅!

“이···! 뭐, 뭐야!”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소리치려던 깡패가 당황했다.

시우가 자매들의 몸부터 살폈으나 다친곳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깡패들쪽이 다쳤지만 그건 시우가 알 바 아니었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고?”

시우의 등장에 놀랐던 이다혜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ㄴ, 네..”

시우가 깡패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뭐냐 시발. 지금 대낮에 납치라도 하려는 거냐?”

“납치는 시발! 돈 받으려는 거지. 이거 안 보여?!”

뒷걸음 치려던 깡패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차용증을 흔들며 소리쳤다.

“시발. 각성자면 다야! 니가 뭔데 참견이야. 나는 정당한 채권자라고!”

그 병신 같은 대답에 시우가 말했다.

“계좌 불러.”

“뭐?”

“계좌 부르라고. 병신 같은 새끼야.”

머뭇거리던 깡패가 계좌번호를 말했고 시우가 한 방에 3억을 쏴버렸다.

시우가 놈의 손에 쥐어진 차용증을 뺏어가듯 집어 들었다.

3억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읽던 시우가 깡패를 노려봤다.

“한 번만 더 애들 찾아오면 나도 법대로 안 한다. 더러운 게 뭔지 제대로 알려줄게. 알겠어?”

“시, 시발···.”

돈을 받은 건 정작 깡패인데 놈의 얼굴이 한대 맞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시우가 말을 이었다.

“그 애비란 놈이 진 빚가지고 한 번만 더 찾아오면···.”

시우와 깡패 사이에 은빛이 희끗거렸다.

촤좌작!

깡패의 상의가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그 와중에 피부에 생채기 하나 없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으악!!”

반사적으로 제 몸을 더듬은 깡패가 겁에 질렸다. 그러나 차마 물러나지 못하고 이다혜에게 베인 팔목을 만지작거렸다.

시우가 고개를 까딱였다.

“왜 아예 잘라 줄까?”

깡패는 어느새 팔목에 대여진 검날에 기겁했다.

이놈들은 자매의 몫이었다. 만약 복수를 바란다면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것도 모르는 깡패가 눈을 질끈 감았다. 어깨가 추욱 늘어지고 힘없이 물러났다.

깡패가 떠나고 시우가 자매를 살폈다. 그녀들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자매 아니랄까 봐 표정이 똑같았다. 성격은 정반대인데 신기했다.

“나한테 전화했다는 건 클랜에 들어오겠다는 거 맞지? 아, 이제 클랜원인데 반말해도 되지? 이건 계약금이다.”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이다혜에게 차용증을 넘겼다.

“다음부턴 그냥 경찰에···”

무언가 말하려던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경찰이 이런 일에 나서줄 것 같지 않았다.

“아니다, 어차피 각성만 하면 저런 조무래기들은 설치지도 못 해. 가자.”

“···어딜요?”

시우가 난장판이 된 집을 둘러보다가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을 살폈다.

나름 관리한 티가 났지만 전체적으로 낡은 옷이었다.

“숙식 제공.”

*

이다혜는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이어진 수많은 불행에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어쩌다 가끔 좋은 일이 생기면 대가라도 치르듯 몇 배나 큰 불행이 들이닥쳤다.

‘차라리 죽을까···.’

아비란 사람은 가족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가 바로 불행의 근원이었다.

이다혜는 하나뿐인 동생 이다솜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살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며 동생을 먹여 살렸다.

그런데 일 년 전에 공장에서 잘린 뒤로 취직이 안 됐다. 어딜 들어가도 곧바로 잘려 버렸다.

동생이 알바하는 편의점만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안 그래도 소심하던 성격이 더 소심해졌다.

공장에 다닐 때만 해도 그녀는 나름 가장이었는데···. 어느새 식충이가 돼 버렸다.

‘내가 죽으면 다솜이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쥐꼬리만 한 알바비로 둘이 연명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반년 전부터 찾아오기 시작한 깡패들은 지옥이었다.

아비란 작자가 또 하나의 불행을 선물한 것이다.

깡패들을 보면서 무언가 마음속에서 속삭였다. 차라리 이놈들은 다 죽이자. 죽이고 나면 감옥에 가겠지.

그럼 다솜이가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괴롭히는 놈들도 사라지고 식충이인 나도 사라지는데···.

식칼을 부여잡고 깡패들을 노려볼 때 누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클랜원이 되라며 찾아온 헌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 했더니 진짜 왔다.

그가 새로 온 불행인지 가끔 찾아오던 달콤한 일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불행이면 좋을텐데.’

달콤함 뒤에 숨겨진 불행은 너무 아파서 차라리 불행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너무 달콤해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이거 좀 먹어. 왜 이리 말랐어.”

입안에 들어온 음식은 너무나 맛있어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세상에 이런 음식이 있다니···.’

그럴 수록 경계심이 바짝 솟았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시 찾아올 불행에 펑펑 울고 말테니까.

“옷 좀 사자.”

여기저기 덧대서 미묘하게 불편하던 옷 대신 몸에 딱 맞는 부드러운 옷이 입혀질 때도.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깨끗하고 넓은 집에 도착했을 때도.

방심하지 않았다.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으니 시우라는 남자가 찾아왔다.

“준비됐어? 힘들면 나중에 할까?”

“아니에요. 지금 할래요.”

그래. 이게 내게 찾아온 불행일 거야.

그녀가 눈을 감고 안심했다. 참는 건 자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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