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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32화 (32/241)

Chapter 32 - 32화 - 명치에 한 방

32화 - 명치에 한 방

바닥에 뒹굴던 최준필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시우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이다솜을 보니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질투와 애욕이 뒤섞인 감정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변 온도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화르륵!

붉은 화염이 그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꺄아아악!”

무슨 일인지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시우가 온몸에 화염을 넘실거리는 최준필을 살폈다. 빈손이었지만 몸을 휘감고 있는 화염자체가 위협적이었다.

‘화염 능력자.’

단순한 날붙이보다 위험한 불꽃 자체였다. 놈이 시우를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봤다.

“시발..! 너만 없었으면···!”

시우는 깡패들을 조사하다가 그들이 자매에게 수작 부렸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다솜은 각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재.

깡패같은 비 각성자가 이런 사람의 원한을 사서 좋을 게 없었다. 그런데 이놈의 말에 무언가 떠올랐다.

“설마. 깡패들한테 작업 시킨 게 너냐?”

녀석의 어깨가 흠칫거렸다. 그것을 본 시우가 눈빛을 굳혔다.

‘죽여야 될 놈이군.’

놈의 눈빛이 순식간에 흉흉해졌다.

“이익! 죽어라!!”

최준필이 땅바닥을 밟으며 태클을 걸어왔다. 단순히 붙잡기만 해도 불태울 수 있다는 자신감.

시우가 차분하게 놈의 미간에 검을 겨눴다. 놈이 인상을 찡그리며 급정지하더니 뒤로 물러났다.

그러곤 비웃기 시작했다.

“크크크. 뜨겁지?”

시우는 급격히 올라가는 주변 온도에 숨 쉬는 게 답답해졌는데 최준필의 면상을 보니 더 열 받는 기분이었다.

놈이 비열하게 웃으며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한 걸음 다가가면 물러나고 물러나면 따라왔다. 같잖은 짓거리였다.

“하..!”

‘쾌(快)’

순간적으로 빨라진 시우가 바람을 가르며 검을 내질렀다.

“커억!”

놈이 가까스로 피해냈지만 이미 좁혀진 거리. 시우의 검이 휘둘러졌다. 근접전에 대한 경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빈틈 투성이었다.

-촤악!

시우의 검이 빈틈을 가르니 놈이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열기가 거슬렸다. 놈의 상처가 늘어날수록 온도도 올라갔다.

‘쾌(快), 화(火).’

혼원기에 불 속성을 추가하자 더 이상 열기가 위협적이지 않았다. 작은 촛불밖에 피우지 못 하는 화속성이지만 내성을 가지기엔 충분했다.

- 촥! 촥!

이를 악물고 버티던 최준필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시간이 흘러도 시우는 멀쩡했다.

“어, 어떻게..?”

당황한 놈에게서 큰 빈틈이 드러났다. 시우가 눈을 빛냈다.

‘왼팔!’

- 촤악!

최준필의 왼팔이 허공을 날았다. 그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토해졌다.

“끄아악!!!”

땅바닥을 뒹구는 놈의 목을 치려는데 열기가 급격히 강해졌다. 다가가기 힘들 만큼 뜨거운 온도.

시우가 반사적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 콰앙!

놈에게서 폭발하듯 화염이 피어올랐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폭염.

불에 닿지도 않았는데 옷깃이 타올랐다.

시우가 불탄 옷깃을 잘라 내며 놈을 노려봤다.

붉은색이던 화염은 어느새 검붉은 색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보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놈이 피눈물을 흘려대며 시우를 노려봤다.

“아아악!! 죽어라!!”

최준필에게서 화염이 날아왔다. 제 몸에서 피어오르기만 하던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시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혼원기를 온몸에 둘렀다. 혼원기가 불꽃을 밀어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 치익!

땀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다가 허공에서 증발했다.

시우가 인상을 찡그리며 집중했다. 놈의 마력이 몇 배는 많았기에 사방에서 해일이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잘린 팔을 내려보던 최준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팔!! 시바알!!!”

- 콰아앙!

검붉은 색이던 불꽃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무너졌다. 혼원기로 밀어내던 불꽃이 한순간에 밀려들었다.

“꺄아악! 오빠!!”

시우가 검을 내던지고 손바닥으로 그 불꽃을 받았다.

미약한 혼원기가 압도적인 화염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정직하게 막아선 답이 없었다. 시우가 혼원기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답이 보였다.

‘흡(吸), 화(火).’

최준필의 화염이 시우의 혼원기와 뒤섞이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엔 시우가 불타는 것 같았다.

자매 중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아아..! 안 돼!”

자매의 비명이 아련하게 들려왔지만 시우는 온 신경을 불꽃에 집중했다. 놈의 화염은 커져가는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뜨거움은 점점 줄어들었다.

주변의 혼란과 다르게 시우의 눈동자는 고요했다.

회전하는 혼원기를 따라 최준필의 화염이 길을 잃기 시작했다.

그의 생명을 불태우며 달려든 불꽃의 목표는 오로지 시우였다. 하지만 혼원기와 뒤섞이며 방향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

최준필은 피눈물을 흘리며 집중하고 있었다. 인생 최고의 불꽃을 피워올렸으나 점점 통제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었다.

자신마저 뜨거울 정도의 열기.

미간을 찡그리며 마력을 퍼부었다. 어떻게 되든 간에 놈만 죽이면 됐다.

그러면···.

그녀가 돌아오리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마력. 무림에서 선천지기라 부르는 그것까지 연료로 불태우던 최준필은 이를 악물었다.

한계였다.

“쿨럭..!”

최준필이 작게 피를 토했다. 이제는 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구별이 안 갔다.

불꽃이 너무 강렬해서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

선천지기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더 이상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최준필이 마력을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도대체 끊기질 않았다. 오히려 시우에게 빨려 들어갔다.

“어, 어?”

시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화염이 급속도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화염이 점점 모여 들더니 검붉은 선이 되어 시우 주변을 멤돌았다.

더 이상 주변에 열기를 퍼뜨리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더 위험했다. 이 얇은 선 안에 강렬한 불꽃이 모두 잠들어 있었으니까.

- 우웅!

시우의 몸을 휘돌던 붉은 선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점이 되었다.

가슴 앞에 맺힌 촛불처럼 작은 점.

그것이 팔을 타고 주먹으로 이동했다.

- 콰직!

시우의 진각에 보도블록이 박살 났다. 이어 멍청히 서 있는 최준필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최준필의 명치에 붉은 점이 꽂혔다.

- 꽈아앙!

주먹에 맞아 수십 미터를 날아간 최준필이 부들부들 떨더니 고개를 처박았다.

“우, 우웨엑! 쿨럭!!”

새빨간 토 사이사이에 이상한 살덩이가 보였다.

“끄으으..”

이를 악문 최준필이 일어나려다 결국 쓰러졌다.

몸 안이 뜨거웠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최준필의 거대한 불꽃에 비하면 작은 촛불이 온몸을 휘젓고 있었다.

- 화르륵!

최준필의 몸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불을 다루며 불에 대한 저항력을 얻었는데도 뜨거웠다.

“꺼.. 꺼으으..”

천천히 일어난 불길은 급속도로 커지더니 최준필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타들어 가는 시체와 다르게 주변에 느껴지는 열기는 거의 없었다.

신기한 불꽃이었다.

시우가 눈가를 좁히며 다가가자 불꽃은 주인에게 되돌아오듯 시우의 혼원기 속으로 뒤섞였다.

“음···.”

시우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이다혜가 시체를 노려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다, 다치신 건 아니죠?”

시우가 제 몸을 내려다 봤다. 딱히 다친 곳은 없었다. 옷만 좀 타고 끝이었다.

“그래. 멀쩡해.”

“다, 다행···.”

이다솜이 한 발 늦게 다가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어, 어쩌죠..? 이 사람 죽은 거 맞죠?”

시우가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어떡해요! 지, 집행부가···.”

시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왔네.”

이 정도 소란이 났는데 집행부가 찾아오지 않을 리 없었다.

괴상한 장비를 착용한 여자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허리에는 수갑처럼 생긴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집행부였다.

***

집행부의 한 여자가 창문을 통해 시우를 내려다봤다.

풀려난 시우에게 푸른 머리를 가진 여인이 달려들어 포옹했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무언가 배알이 꼴렸다.

그녀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옆에 있던 선배에게 말했다.

“이렇게 풀어 준다고요?”

선배가 피식 웃었다.

“그럼? 죄도 없는데 어쩌게?”

“죄가 없다니요. 사람을 죽였는데.”

“CCTV보니까 정당방위 맞던데? 너 이런 거 하나하나 집착하면 잠도 못 잔다. 신경 꺼.”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집행부가 할 말입니까?”

“에휴··· 대충 조사해 보니 죽어 마땅한 놈이더만. 일반인한테 폭력까지 휘두른 범죄자 새끼 죽은 거 가지고 왜 그래?”

“···.”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 간섭했다간 폭동이 일어날 거다. 그나저나 너 이번에 들어온 마약건은 제대로 처리하고 이러는 거냐?”

할 말을 잃은 그녀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멀어지는 시우를 노려봤다.

***

풀려난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억지부리는 집행부 요원에 짜증 나려던 찰나, 선배로 보이는 사람이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풀려났다. 조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너무 쉽게 풀려나서 의아할 정도.

‘장예화가 도와 줬나?’

그럴 가능성이 높았기에 시우가 흐뭇하게 웃었다. 다음에 만나면 상을 줄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 보유 카르마 : 1,929

그동안 모은 모든 카르마가 상당했다. 여러 여자들을 각성시키며 몇 배나 되는 카르마가 되돌아왔다.

그녀들과는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일정량의 카르마를 얻는 중이었다.

‘크으..!’

모인 카르마를 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거로 뭐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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