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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37화 (37/241)

Chapter 37 - 37화 - 청봉밀사(4)

37화 - 청봉밀사(4)

도대체 어떤 고수가 저런 흔적을 남긴 것인지 감탄이 절로 흘렀다.

“장법인가..?”

“설마··· 말도 안 돼.”

당화린은 이해가 안 되는 듯했다. 어찌 사람이 끝도 없는 거대한 산맥을 장법으로 자득 채울 수 있는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

시우는 정보매체가 발달된 현대에서 왔기 때문에 충격이 덜했다. 만화나 영화 등의 수많은 매체들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했으니까.

‘최상위 헌터도 힘들 거 같긴 한데···.’

잠시 고민해봤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옆에서 드론이 올라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털북숭이한테 말했다.

“어이.”

“으, 응?”

“천리응 안 쫓아가?”

“아..! 이런!”

어벙하게 서 있던 그가 다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떠나는 것을 보던 당화린이 시우에게 속삭였다.

“이런 거 보여 줘도 돼?”

“이 정도는 괜찮아.”

신기한 물건을 가진 사람으로 소문나는 것 정도는 괜찮았다. 유명해졌을 때 카르마를 얼마나 버는지도 궁금했다.

떠나는 털북숭이는 신경 끄고 화면에 집중했다.

“찾았다.”

벌집이 가득 모인 절벽을 발견했다. 150미터 가량 되는 절벽이었는데 그에겐 어렵지 않은 절벽.

당화린의 고개가 절벽을 향해 올라갔다.

“으아··· 조금 높은데?”

시우가 당화린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절벽은 잘 타. 여기서 기다려.”

시우가 혼원기의 속성을 변환했다.

‘흡(吸), 경(輕).’

그리운 피켈을 집어 들고 절벽에 박아 넣었다. 이전과 비교도 안 되는 수월함에 성장한 것이 느껴졌다.

원숭이가 나무에 타고 올라가듯 쭉쭉 올라가는 시우를 보며 당화린이 감탄했다. 어지간한 일류고수도 저 정도로 쉽게 올라가진 못할 텐데.

“와..!”

감탄하던 당화린이 소리쳤다.

“그래도 조심해. 방심하지 말고.”

“응. 거기서 기다려.”

몇 분도 안 되어 끝이 보였다.

‘개껌이네.’

가볍게 절벽에 올라선 시우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감탄했다.

수많은 절벽들이 사방에 돋아나 있었고 그 옆에는 하나 같이 움푹 파인 분지가 있었다.

‘저것들이 전부 손바닥 자국···.’

-윙 윙

등 뒤로 벌들의 소리가 들렸다. 푸른색을 띈 벌들은 시우를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어딘가로 날아가곤 했다.

‘들은 대로 꽤 순하네.’

몇 마리 남지 않은 벌들이 다른 절벽으로 날아갔다. 벌들이 얼마 없는 것이 꽉 찬 벌집인 것 같았다.

‘어?’

드론에서 보이지 않던 사각에 누군가 있었다.

시우가 긴장하고 그쪽을 보니 어떤 여자가 심각한 눈으로 벌집을 노려보고 있었다.

붉은 옷을 입은 잘 단련된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먼저 온 사람이··· 응?’

-화륵!

그 여자가 한 손에 불꽃을 생성하더니 그것으로 벌집을 태워 버렸다. 그녀가 불타 떨어지는 벌집을 보다가 시우를 발견했다.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시우를 경계하며 노려봤다.

“···! 누구냐!”

“너야말로 뭔데 벌집을 태우는 거냐?”

시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여자가 채집꾼들을 해친 그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시우를 의심스레 쳐다 봤다.

“이 절벽을 올랐다고···? 채집꾼이? 수상하구나.”

“허.. 누가 할 소릴.”

서로를 경계하고 있으니 대화가 평행선을 달렸다.

잠시 고민하던 시우가 입을 열었다.

“그냥 한판 붙을까?”

“하! 그거 마음에 드네.”

어차피 승패가 가려지면 입 다물고 있긴 힘들다. 차분히 대화하면 잘 풀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의 경지는 이류 최상급.

시우와 비슷했다. 그녀와 싸우다 보면 일류에 대한 단서가 생길지도 몰랐다.

여자의 손끝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시우도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던 둘이 격돌했다.

무작정 불꽃만 퍼붓던 최준필과는 달랐다. 그녀의 주먹이 매섭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권찌르기를 시우가 검으로 마주 찔렀다.

‘안 피한다고?’

분명히 맨손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주먹은 망설임이 없었다. 시우도 잠시 고민하다가 마주 찔렀다.

- 쩡!

손아귀가 저릿거렸다.

쇠와 살의 충돌이라기엔 소리가 이상했다. 마치 쇠붙이끼리 충돌하듯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이 닿은 자리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시우는 작게 저리는 팔근육을 느끼며 점점 흥이 올랐다. 어떤 무공이기에 맨살이 쇠처럼 단단한지 궁금했다.

게다가 검을 막아 낼 때마다 불꽃이 피어오르는 게 신기했다.

작게 인상을 찡그리던 그녀가 다시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바닥이 시우의 검을 움켜쥐었다. 시우의 검을 빼앗으려는 그녀에게 시우도 마주 대응했다.

‘흡(吸)’

시우의 검을 밀어내고 파고들려던 그녀가 당황했다. 검에 접착제라도 있는 듯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균형을 잃은 그녀의 배에 발을 내질렀다. 타격 순간에 무게를 증폭한 일격이었다.

-퍼억!

“끄윽..!”

충격이 대단했을 텐데 낙법으로 바닥을 뒹굴던 그녀가 곧바로 일어나 달려들었다. 상당히 터프했다.

한대 얻어맞은 그녀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녀가 무식하게 검을 몸으로 받아 내며 돌격해 왔다.

-챙! 챙!

맨손과 검이 부딪치며 쇳소리가 울렸다.

수십합이 흐르니 불꽃들이 사방에 흩날리고 있었다. 마치 불꽃으로 이루어진 깃털 같았다.

“하아압!”

시우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가 기합을 질렀다. 사방에 흩날리던 붉은 깃털들이 시우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시우가 혼원기를 가속시켰다. 피부에 맺힌 혼원기들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최준필과 상대하며 익혔던 방어기술. 적의 공격을 흘리는데 특화돼 있는 회전이었다.

날아드는 불꽃을 무시하고 그녀에게 검을 내질렀다.

‘쾌(快), 섬(剡).‘

-쉬익!

뒤늦게 내지른 검이 더 빨랐다.

불꽃이 시우에게 절반도 오지 못했는데 그녀의 목에 검이 대어져 있었다.

깃털을 멈춘 그녀가 시우를 노려봤다. 무언가 납득하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

혼원기의 날카로운 속성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예기가 증가하자 그녀의 목덜미에 핏방울이 작게 흘러내렸다.

그것을 느낀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떼내며 말했다.

“···내가 졌다.”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를 본 시우는 아쉬웠다.

생각보다 쉽게 이겨서 일류에 대한 감이 잡히질 않았다.

시우가 무어라 말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콰앙!

당화린이 하늘로 치솟아 절벽 위로 올라왔다.

시우가 싸우는 것을 느끼고 이곳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당화린은 시우가 어떤 여자 목에 검을 대고 있으니 조금 안심하며 다가왔다.

“그 여자는 누구야?”

“글쎄? 이제 알아봐야지.”

시우가 붉은 옷 입은 여자를 쳐다보자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

침묵하는 그녀에게 시우가 고개를 까닥였다.

“그래. 일단 이름이 뭐냐?”

“···주설란.”

“주설란? 좋아 주설란.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지?”

“···.”

입을 꾹 다무는 그녀에게 시우가 한숨을 쉬었다. 검을 까닥이며 말했다.

“이제 와서 입 다물면 어쩌게?”

목에 대어진 검을 본 주설란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무림맹의 주작단이다.”

“무림맹?”

그녀가 검을 밀어내며 말했다.

“내 품에 무림패가 있으니 이것 좀 치워주지 않겠어?”

“꺼내 봐.”

그녀가 은빛으로 빛나는 패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시우가 그걸 받아 당화린에게 건네자 그녀가 진지한 눈으로 살폈다.

“음.. 진짜 맞는 거 같은데?”

“그래?”

주설란은 시우의 온건한 반응에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무림맹을 적대하는 세력은 아니란 거니까.

시우가 일단 목에 댄 검을 치우며 물었다.

“뭔데 자세히 설명해 봐.”

“이 산에서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조사하러 온 거야.”

시우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은패 하나로 믿긴 조금 그랬다.

“그런데 왜 혼잔데? 무림맹이면 엄청 거대한 집단아냐? 무림 전체를 아우르는?”

“···.”

그녀가 잠시 입을 다물다가 말했다.

“그러는 너는? 채집꾼이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그 실력으로 왜 채집꾼을 하지?”

시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말로 이 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조사해 달란 의뢰를 받은참인데?”

그 말에 망설이던 그녀가 결국 입을 열었다.

“후우··· 좋아. 설명해주지 이제 기밀도 아니니까···. 내 어머니께서 알려주신거다.”

시우는 그 어이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 표정 짓지마라. 내 어머니는 예언가셨으니까.”

“..예언가? 그런데 왜 과거형인데.”

그녀가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10년 전부터 어머니의 예언이 빗나가기 시작했어.”

‘10년?’

“처음엔 열 중 하나의 예언이 빗나가더니 이제는 백에 하나도 맞질 않아. 어머니가 이번엔 진짜랬지만···. 아무도 믿질 않아서 나라도 확인하러 온 거다.”

백에 하나도 맞질 않는다곤 하지만 시우는 이곳에 이상한 일이 일어남을 퀘스트로 알고 있었다.

“그 예언가께서 이곳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그래. 그래서 이상한 점을 찾다가 이 벌집을 태워 본거야. 누가 봐도 이게 가장 특이하니까.”

고민하던 시우가 조종기를 빼 들었다. 주변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느껴졌다.

드론이 더 높이 솟아오르고 사방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입이 쩍 벌어진 주설란을 뒤로하고 화면에 집중했다.

‘응? 저건···?’

아까 시우와 내기했던 털북숭이가 쫓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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