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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40화 (40/241)

Chapter 40 - 40화 - 청봉밀사(7)

40화 - 청봉밀사(7)

여도사의 아름다운 모습과 대비되는 차가운 목소리.

“후후.. 건방진 것이 주제를 모르는구나.”

- 우웅!

어두운 밤하늘에 푸른 달이 사방에서 떠올랐다.

자세히 보니 수십 개의 구체는 모두 어떤 것이 뭉쳐진 것이었다.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온 지 의문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벌떼. 푸른 벌들이 모여 있으니 마치 밤하늘에 떠오른 만월같았다.

그것을 보고 건방지게 굴던 남자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 부우웅

사방에 떠오른 푸른 달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하늘을 가득 채운 푸른벌들이 괴한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빛살처럼 날아간 벌떼는 제대로 바라보기도 힘들었다. 주변이 일렁거리는 게 아무리 봐도 평범한 벌들이 아니었다.

“아아악!”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에게 벌떼가 스쳐 지나갔다.

- 찌지직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팔다리가 비틀리더니 찢어지기 시작했다. 심한 녀석들은 팔다리가 날아갔다.

‘뭐야 저게.’

벌들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시우가 눈이 빠져라 집중하는데 한순간에 놈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가 고수라 생각했던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끄아아악!”

조금 버티나 싶더니 사지가 날아갔다. 그가 휘두른 검은 팔째로 조각나버렸다.

정적.

모든 적들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이라고 해 봐야 아주 잠깐이었다. 어느새 벌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없었다.

아침에 봤던 여도사가 여전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잘생긴 무사님?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주실까요?”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청봉산에 괴상한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있다. 그 설명을 들은 여도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걸 보던 시우가 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도사님이 가서 해결해주시면 안 됩니까?”

“아.. 그러고 싶지만 곤란하네요. 제가 사정이 있어 마을에서 멀리 나갈 수가 없거든요.”

여도사가 고민에 잠기자 옆에 있던 주설란이 공손하게 말했다.

“청월선자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무림맹의 주설란이라 합니다.”

“맹이라 반갑네요. 그럼..?”

“제가 보고를 올리면 이곳에 맹원들이 올 것입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여도사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

무림맹 회의장.

곰처럼 생긴 남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가 방울을 툭툭 치는데 그 작은 동작에도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이거 진짜요?”

턱수염이 길게 자라난 남자가 부채를 펄럭이며 말했다.

“하하..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차셨습니까? 보면 알지 않습니까.”

그 말에 곰닮은 남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 말은 어디 잡스런 놈이 방울 주워들고 지랄하는 거 아니냐 이거지.”

“말에 품위를 갖추시지요. 어디 저잣거리 왈패도 아니고 무림맹 장로라는 분이 그래서야 쓰겠습니까.”

“이..!”

둘은 방울따윈 집어치우고 서로의 말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던 한 여자가 그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서로를 견제하는 것만이 목적인 대화.

지긋지긋했다. 무림맹은 언젠가부터 이상해지고 있었다.

예언의 힘을 가졌던 그녀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의 딸이 보낸 방울. 거기에 특이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 방울 자체에 있는 기운이 아니라 그것을 태워 버린 불의 흔적.

그녀의 딸이 보낸 소식에 의하면 최시우라는 남자가 괴물을 불태웠다고 한다. 그 남자가 피워올린 불의 기운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저건..?’

강렬한 충동을 느낀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울을 향해 다가가 집어 들었다.

동시에

“읏..!”

단정히 펴져 있던 그녀의 등허리가 구부려졌다.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감각.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 남자의 기운과 접촉하니 한순간이지만 미래를 봤다. 그러나 너무나 찰나의 순간이라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강렬한 번개가 흐른듯 짜릿한 감각만 남아 있었다.

어느새 붉어진 그녀의 얼굴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부채를 펄럭이던 남자가 물었다.

“혹시 뭐라도 보셨습니까?”

어투에 미약한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말해 봐야 믿지도 않을 테니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 회의장 문이 열리고 맹주가 들어서며 모든 주의가 확 쏠렸다.

그녀는 조용히 구석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이 기운과 더 접촉하면 무언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느꼈던 그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아랫배가 저릿거렸다.

***

아침부터 무림맹에서 수십 명의 무사가 청봉밀사를 찾아왔다. 그들은 청월선자에게 인사하더니 곧바로 청봉산으로 출발했다.

주설란은 그들을 안내하기 위해 따라갔고 시우는 청봉밀사에 남았다.

‘방울도 가져 왔는데 알아서 하겠지.’

일이 대충 마무리되자 시우가 긴장을 조금 풀었다. 지금부터는 무림맹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어차피 이 마을은 청월선자 덕에 안전한 상태. 청봉밀사에서 쉬면서 이번에 얻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작정이었다.

-섬화(剡火).

염화와 날카로운 속성이 합쳐진 기운.

언뜻 보면 붉은 검기처럼 보이지만 검기는 아니었다. 염화 자체에 있는 응집력이 혼원기에 깃든 날카로운 기운을 흡수하여 검기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이 순간 시우는 혼원기공의 장점을 깨달았다.

‘계단이 촘촘해.’

사람들이 경지가 올라가는 것을 계단에 오르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시우도 동의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혼원기공은 그 계단이 말도 안 되게 촘촘했다.

남들은 키보다 높은 계단을 힘들게 오를 때 그는 허리 높이의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두 속성이 합쳐져 만들어진 유사 검기.

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감각을 연구하다 보면 검기에 도달할 것이다. 이것은 검기를 향한 등대였다.

붉은 아지랑이를 두른 검을 휘두르며 눈을 빛냈다. 일류 경지에 한 발 걸친 것이 느껴졌다.

한참 검을 휘두르며 땀을 빼고 있는데 청월선자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성실하시네요. 고생하셨을 텐데 곧바로 수련이라니.”

“아,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드린 의뢰 때문에 위험에 처하셨다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덕분에 일이 잘해결될듯한데··· 약속했던 보상을 드릴까 합니다.”

당연히 환영이었다. 부드럽게 미소 짓는 그녀를 따라 창고로 들어갔다.

시우가 가늘게 뜬눈으로 청월선자의 씰룩이는 엉덩이를 훔쳐봤다. 그녀는 걸음걸이마저 무언가 음란했다.

유혹하는 건지 태생이 야한 여자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시우가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 어쩌면 그녀는 이러한 시선도 모조리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고수니까.

“보상은 어떤 형태가 좋으신지요?”

순간 ‘당신이요.’ 라고 할 뻔한 시우가 겨우 입을 제어했다.

“청봉밀로 주실수 있습니까?”

그녀가 무언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지만 곧 웃으며 상자를 꺼내 들었다. 얼굴만 한 꿀단지가 열통 들어 있는 상자였다.

“더 드리고 싶지만.. 죄송스럽게도 이게 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죄송합니다.”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만 해도 혼자서 먹으면 반년은 먹을 것 같았다.

나눠 먹을 테니까 그보단 짧겠지만 부족하면 벌집을 더 캐오면된다.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이거면 충분합니다. 아, 혹시 당분간 청봉밀사에서 지내도 되겠습니까?”

시우의 그 말에 여도사가 반색하며 미소 지었다.

“그럼요. 원하시는 만큼 편히 지내다가시지요.”

막 초입에 들어선 일류 경지를 공고히 할 겸 한동안 청봉밀사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기회되면 여도사도 따먹어야지.’

시우가 풍만한 몸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

청봉산에 맹원들을 안내하러 갔던 주설란이 돌아왔길래 혹시나 한 시우가 물어 봤다.

“잘 해결됐어?”

“그래. 제단은 이미 불태웠고 남은 놈들은 모조리 잡아들였다. 맹원들이 청봉산을 샅샅이 뒤져 잔당도 잡아들일 거다.”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던 주설란이 말했다.

“청월선자께서 사로잡은 놈들한테 알아낸게 몇 개 있는데 알려줄까?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만.”

“혈교라고 알아?”

시우가 이 전생체의 기억을 뒤졌지만 혈교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무림에 대해 잘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아니.”

“음.. 피 속에 진리가 담겨 있다고 떠들어 대는 사교집단이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뜯어먹기도 하는 미친놈들이지.”

토막난 시체가 널려 있던 제단을 떠올리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왔다.

“하.. 미친놈들이군.”

“그래. 제대로 미쳤지. 그래서 망했어. 200년 전쯤에 제대로 망했는데··· 다시 기어나오다니 심상치 않지?”

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설란이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표정이 영 어두운 것을 보고 물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아니야? 표정이 왜 그래?”

“···어머니 예언때문에 별일 아니라는 의견이 대세다. 그냥 우연히 혈마령을 주워든 미친놈들 아니냐는 거지. 안일하기 짝이없어.”

“그게 말이 돼?”

그녀가 짜증 나는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아무튼 주변 지부에서 맹원들이 포위하는 중이니 이번 사태는 곧 끝날 거다.”

*

주설란 떠나고 시우가 생각에 잠겼다.

혈교의 잔당인지 모를 그놈들은 하필 이곳에서 그딴 짓거리를 했는지 의문이었다.

‘신선이 강림해 거악을 무찔렀다는 전설 때문인가?’

생각해 보면 청월선자가 다뤘던 청봉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푸른 벌들은 신기한 힘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녀의 능력인지 청봉의 능력인지 헷갈렸다. 고민해봤지만 더 이상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뭐 무림맹 놈들이 열심히 지키겠지.’

퀘스트 보상이나 신경 쓰기로 했다. 주설란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료된 퀘스트.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아래 보상을 획득합니다.

1. [무작위 중급 스킬]

2. [중급 정수 추출권]

3. [전투특화 무작위 전생(3레벨) 각성권]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시우가 웃었다. 무림맹을 이용해 퀘스트를 거저먹었다.

고생해서 괴물을 처리한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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