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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44화 (44/241)

Chapter 44 - 44화 - 현대

44화 - 현대

시우가 한소영에게 다가가 말했다.

“장예화씨가 연락했다고?”

“응. 제안 할게 있다고 하더라. 자세한 건 찾아와서 이야기하겠다던데?”

“뭐 편할 때 오라그래.”

한소영이 끄덕이더니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저번에 말한 그 정보원 있잖아?”

“어.”

“적당한 사람을 찾았어. 얼마 전에 그만둔 형사님인데···”

얼마 전 퇴직했는데 사정이 어려운지 흥신소 일을 하고 있었다. 딱히 안 될 이유는 없었다.

“고용하자. 클랜 지원자는 좀 있어?”

“아니. 올린 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지원자가 없네.”

클랜원이 문제였다.

다른 클랜에 비해 확연하게 좋은 조건으로 공고를 올렸는데 사람이 안 온다.

조건이 너무 좋으니까 오히려 꺼려지는 것이다. 혹시 이상한 클랜일까 봐. 물론 조건이 후지면 후진대로 더 안 온다.

시우도 이런 소규모 클랜이라면 절대 가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긴 했다.

‘명성이 좀 필요한데···’

헌터들은 우습게도 입소문을 가장 신뢰한다. 직접 보거나 아는 사람에게 얻은 정보만을 믿는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잦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한소영을 보니 무언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줄 게 있었다.

청봉밀을 한통 꺼내 들었다.

“이거 애들하고 나눠먹어.”

“이게 뭐야? 꿀?”

“영약.”

“엑..? 여, 영약?”

영약의 공통점은 더럽게 비싸다는 것. 별 생각 없이 꿀통을 받아 든 그녀의 손이 잘게 떨렸다.

청봉밀을 먹고 혼원기로 기운을 뒤섞으면 효과가 더 좋다. 시우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거 먹고 효과나 확인해 볼까?”

“으, 응..?”

한소영도 시우와 관계하면 마력이 강해지는 것을 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명령하듯 말했다.

“존댓말해.”

“녜.. 네.”

그녀가 얼굴을 팍 숙이며 말했다. 평소엔 반말하지만 스위치가 들어가면 존댓말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시우가 그녀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하으..”

그녀의 능력 덕에 일류 무사를 단칼에 벨 수 있었다. 꽤 유용한 능력이다. 특히 방심한 적일 경우에 효과가 더 좋았다.

충전 할 필요가 있었다.

***

장예화와 약속 시간이 다가왔다.

시우가 기절한 한소영을 내려다보다 침대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청봉밀 효과 좋네.’

이 정도라면 클랜원들은 D등급까지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다.

헤롱거리는 한소영은 침대에 고이 눕혀두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숙소와 클랜하우스가 한 건물에 있으니 이게 편했다.

-우웅

엘리베이터 특유의 진동과 함께 응접실이 있는 3층으로 내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깔끔한 인테리어가 보였다.

어느새 이다솜이 업체에 의뢰해 깔끔하게 만들어 놨다. 신경 쓰지 못한 세세한 부분을 처리해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시우가 응접실에서 앉아 기다리는데 노크와 함께 이다솜이 들어와 알렸다.

“장예화씨 오셨습니다.”

티비에서 본 건지 어설프게 비서 모습을 따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으나 참았다.

장예화. 그녀가 찾아왔다. 이전과 다른 것은 그가 찾아간 것이 아닌 그녀가 찾아온 것이다.

시우가 장예화에게 악수를 건네며 물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장예화는 시우의 태평한 얼굴을 보니 조금 열 받았다. 본인은 각성 시술 마사지가 있던 날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불만이 들었지만 표정에 드러내진 않았다. 재벌가에서 익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장예화가 문을 닫고 나가는 이다솜을 힐끗 보며 말했다.

“왠 여고생이에요?”

“제 비서입니다.”

그녀는 어이다는 듯 말했다.

“비서라구요..?”

“저래 보여도 일 잘합니다.”

벌써 빌딩 1층에는 카페가 자리 잡았다. 그녀가 별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부족한 게 많을 텐데··· 원하신다면 저희 회사에서 연수해드릴게요.”

“음··· 나쁘지 않네요. 한번 물어볼게요.”

시우가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며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단정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차가운 표정과 대비되는 풍만한 몸매가 꼴렸다. 터질 듯한 가슴골에 시선이 맺혔다.

그의 시선을 알아차린 장예화가 조금 창피한 듯 말했다.

“흠흠.. 계, 계속 커져서. 하아. 매일 옷 맞추는 것도 귀찮네요. 보기 흉한가요?”

각성의 여파로 가슴이 커진 그녀. 터질 듯 빵빵한 흰색 와이셔츠를 보니 당장에라도 쓰러뜨리고 싶었다.

“아뇨 잘 어울리시는데요. 예쁩니다.”

그녀는 그 별것도 아닌 말에 귓불이 붉어졌다.

“아무튼. 제가 이번에 온 것은 인터뷰를 부탁드리고 싶어서에요.”

“인터뷰요?”

무슨 인터뷰길래 사장인 그녀가 직접 찾아온 것인지 궁금해졌다.

“네. 시우씨의 빠른 성장. 그 뒤에는 저희 SH스미스에서 만든 무구가 있었다고 인터뷰 해주시길 원해요. 특히 이번에 새로 출시된 모델에······.”

하긴 그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기자한테 들어가면 화제가 될 만한 소스였다.

그도 명성이 필요하니 기업에서 나서서 홍보해준다면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답니까?”

“네?”

“겨우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직접 오신거에요?”

그런 일이라면 비서만 보내거나 유선상으로 처리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는 직접 찾아왔다.

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바짝 다가 갔다.

“그게 답니까?”

똑같은 말을 다시 물어보는데 그녀의 얼굴이 점점 새빨개 지기 시작했다.

당당하던 그녀가 침을 꼴깍이며 옆으로 슬금슬금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좁은 소파 위에서 그게 될 리가 없었다.

어느새 그녀는 소파 가장자리에 멈춰 섰고 시우가 옆에 딱 붙어 앉았다. 그가 장예화의 허벅지에 손바닥을 올리고 살살 쓰다듬었다.

그녀가 움찔거렸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이거 하러 오신 겁니까?”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예민한 시우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여자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을.

“아, 아무튼 보답은 충분히 드릴 테니 부탁 좀 드릴게요.”

“보답 같은 것보다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요.”

시우가 그녀의 허리를 안듯이 쓰다듬으며 노골적으로 유혹하기 시작했다.

“아, 안 돼요. 그, 그럼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떠났다.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칭찬 몇 마디에 정신 못 차리는 게 그녀답지 않았다.

‘뭐지? 아, 그나저나 각성한 능력 물어보는 거 깜박했네.’

물어본다고 알려줄 거란 보답은 없었지만 유용한 능력이었으면 좋을 텐데.

오늘만 기회가 아니니 아쉬움을 삼켰다. 그녀의 향기가 응접실에 아른 거려서 조금 발기해 버렸다.

집에 돌아가 이다혜를 안아줄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장예화의 기색을 살핀 남비서가 무언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녀가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했다.

비서가 열어 주는 문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그녀가 뒷좌석에 앉아 생각했다.

‘하아.. 아무렇지도 않게 칭찬하고..!’

마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별거 아닌 말인데도 얼굴이 뜨거워졌다.

이전과 같았으면 별생각 없이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각성한 능력은 거짓간파. 미세하게 호의와 적의도 느낄 수 있었다.

보답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그녀만 원하는 노골적인 시선에 가슴이 쿵쿵거렸다.

당장 앞에서 운전하는 기사와 따라다니는 비서만해도 거짓말이 일상처럼 나온다.

그런데 시우라는 남자는 순수한 욕정만 느껴졌다. 그녀를 어떻게 해 보려는 수컷의 시선에 최근에 눈뜬 암컷의 본능이 그녀를 애태웠다.

“아으..”

저번에 받았던 각성시술이 떠올라 숨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려 했던 그녀가 당황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공방의 주인인 이영철 장인이 SH스미스에 도착했다.

새로 런칭한 무구. 백련정강 시리즈를 처음 착용할 사람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백련정강 시리즈는 C~B등급 헌터들을 대상으로한 무구다. 합리적인 가격에 준수한 성능을 내기 위해 연구끝에 나온 걸작이다.

무작정 비싼 재료를 쓸 수 없어서 더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개발하여 새로 출시하는 무구를 가장 먼저 선보일 대상이 바로 저 최시우라는 헌터였다.

이영철 장인이 기분이 나쁜듯 시우를 쏘아봤다.

빠른 시간에 성장한 것을 보면 재능도 대단할 것이다. 딱히 문제는 없었다. 자기 딸과 묘하게 가깝게 앉아 있단 것만 제외하면.

그의 건너편에는 시우와 이나연이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이상했다. 애매하게 가까이 있는 기분에 무언가 찝찝했다.

평소에도 입이 거친 그가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자넨 뭐 하는 놈이신가?”

시우라는 녀석이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검을 쓸사람인데요?”

그가 직접 만든 명품. C등급 소재를 이용했으나 성능 자체는 B등급에 준하는 검이다. 재료를 뛰어넘는 성능은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타파한 최초의 검이다.

“자네 같은 애송이가 내가 만든 검을 쓴다고?”

놈팽이가 기분 나쁜 티를 냈다.

“그러는 댁은 얼마나 대단하신데?”

드디어 원하는 반응이 나왔다. 시우의 반응에 이영철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무어라 말하려는데 딸이 시우에게 속삭였다.

“···제 아버지에요.”

“아..! 그러시군요.”

아니, 그걸 왜 말한단 말인가. 그 말을 들은 놈팽이놈이 급격하게 예의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막 화내려던 이영철 장인이 입을 꾹 다물었다.

예의갖춘다고 지랄할 수도 없는 노릇. 어째서인지 기분이 더 나빠졌지만 이유는 본인도 몰랐다.

딸 앞에서 부모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데도 위화감이 느껴졌다.

시우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검 좀 씁니다 장인··· 아니, 이영철 장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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