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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45화 (45/241)

Chapter 45 - 45화 - 현대(2)

45화 - 현대(2)

이영철 장인이 찝찝한 얼굴로 자리를 뜨고 장예화가 찾아왔다. 그녀의 꽉 조이던 셔츠는 어느새 단정해진 상태였다.

‘하긴 회사에서 그 차림은 좀 그렇지.’

저번에 만났을 때는 터질 듯한 단추가 매혹적이었는데···.

‘저번엔 진짜 귀찮아서 그렇게 입었던 건가?’

시우가 장예화의 저번 옷차림을 떠올리고 있을 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직접 만든 검을 사용할 사람은 꼭 봐야겠다고 우기셔서···. 혹시 불편하셨나요?”

시우가 피식 웃었다.

“아뇨, 재밌었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그녀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줬다. 홍보를 위해서 헌터잡지에 인터뷰를 올릴 것이라 한다.

“그거로 되겠습니까?”

“어쩔 수 없죠. 시장에 장비가 풀리고 신뢰가 쌓여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거에요. 단기간엔 힘들어요.”

시우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좋은 방법이 떠올랐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균열에서 몬스터 잡는 걸 찍죠.”

***

며칠 전.

강진 그룹의 망나니로 유명한 강지혁은 헌터들의 무구를 만드는 강진철강의 사장이었다.

그는 재벌가 자제들이 모인 파티에서 봤던 장예화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올랐다.

30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청초하고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풍만한 가슴과 골반에 마음을 빼앗겼다.

특히 보기만 해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거대한 살덩이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도대체 몇 컵이야. F? G?’

단정한 옷차림 때문에 한눈에 알기 어려웠다.

게다가 남자에게 일절 시선을 주지 않는 모습에 더 욕망이 치밀었다. 알아보니까 남자 친구 한번 사귄 적 없는 순결한 처녀.

재벌가에서도 흔치 않은 절벽위의 꽃 같은 여자였다.

곧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그녀와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눈살을 찌푸리던 강회장도 잠시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네놈이 웬일로 쓸 만한 생각을 다 했냐.”

강지혁과 장예화 모두 헌터들의 무구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한다.

SH스미스는 중하위 헌터들에게 유명하고 강진철강은 중상위 라인이 잘나간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크게 확장할 기회였다. 게다가 멍청한 아들놈 대신 유능한 장예화가 회사를 운영한다면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강회장이 허락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예뻐서 요청한 일이 생각보다 잘풀렸다.

강지혁은 아버지의 허락을 듣고 기뻐 춤을 출뻔했다. 그 도도한 여자가 자기 와이프가 될 날을 상상하며 기쁨에 날뛰었다.

*

강회장이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혀를 찼다.

스마트폰에선 장예화의 아버지인 장회장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맞선은 힘들 것 같네. 딸년이 아직 결혼 할 생각이 없다나?

“자식들이야 부모가 시키면 결혼하는 게 당연하지 않소?”

-아,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딸년이 차린 회사가 제법 잘나가서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어. 망하라고 도움도 안줬는데 제대로 자리 잡았어. 허허허!

강회장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권유했다.

“그래도 결혼은 빨리하는 게 좋지 않겠소?”

“아 글쎄 우리 딸이 최근에 각성을 해가지고 말이야. 시간도 많은데 왜 벌써 하냐고 하는데, 내가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해. 으하하.”

“끄응..”

-아무튼 미안하게 됐네. 언제 필드나 같이 돕시다.

전화를 끊은 강회장이 부러움을 삼켰다. 내용은 미안하다지만 자랑하는 어투가 가득했다.

그의 재산을 까먹기 바쁜 망나니 아들과 비교되니 자연히 열이 뻗쳤다.

***

강지혁이 얼굴을 매섭게 굳었다.

장예화, 망할 년이 맞선을 거부했다. 코앞에 다가온 진수성찬이 떠나가는 기분. 그러니 더 애가탔다.

그의 아버지가 말하길 SH스미스가 워낙 잘 돼, 지 애비말도 안 듣는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자신은 아버지가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해야 하는데..!

‘후우..’

한숨을 내쉬며 보고하는 여비서의 몸매를 훑어 봤다.

외모로 뽑은 비서답게 훌륭한 몸매. 눈가에 찍힌 눈물점이 아주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의 끈적한 시선에 닿은 그녀의 몸이 잘게 떨렸다.

비서의 보고를 듣던 강지혁이 인상을 찡그렸다.

“잠깐, 이번엔 또 뭐?”

“네, SH스미스에서 최대 B등급, 정확히는 C등급 헌터들을 타겟으로 무구를 런칭한답니다.”

하위 헌터들의 무기를 주로 만들던 SH스미스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C등급이라면 어엿한 중위. 그들이 바로 남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 고객층이었다.

“하.. 일은 혼자서 다한다 이건가? 짜증 나게···.”

여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팍 숙였다. 뭐라도 대답해도 좋은 꼴을 못 볼 테니 입 다무는 것이 좋았다.

강지혁이 얼굴을 구겼다.

장예화의 회사가 잘나가니 맞선이 파토났다.

그는 열 받아서 클럽에서 마약을 하며 펑펑 놀았다.

“시발 뭐?”

“뉴스에···”

그가 눈을 부릅뜨며 비서의 태블릿을 뺏어들었다.

그녀가 공포에 떨며 한쪽에 물러났다. 벽에 파고들듯 바짝 붙었으나 도망갈순 없었다.

[OO철강 망나니 또 사고쳐.]

- 모 클럽에서 OO철강의 망나니로 유명한··· K씨

“하 시발.”

짜증 났다 주제도 모르는 기자새끼가 이따위 기사를 올리다니. 당장에라도 아버지가 불러 호통칠 것 같았다.

그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기자를 어떻게 괴롭힐까 고민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본 비서가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학심이 피어올랐다.

“야.“

“예..? 네, 네!”

“벗어.”

비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저, 저는 남자 친구가..”

“안 벗어? 그 새끼 길거리에 나앉게 해 줄까?”

그 말에 여비서가 눈물을 흘리며 주섬주섬 옷고름을 풀었다.

강지혁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하얀 가루를 꺼내 들었다. 기분이 더러워서 한판 하고 가야겠다.

*

마약을 했더니 머리가 잘돌아갔다. 역시 효과가 끝내줬다.

어차피 불려갈 거 아버지한테 직접 다가 갔다.

“허.. 너 잘 왔다. 네놈 다리몽둥이를 그냥···. 하! 됐다. 넌 그냥 장가나 가라. 내가 적당한 여자로 알아봐 줄 테니까.”

평소에 높아 보이던 아버지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약의 효과는 위대했다.

“전 장예화가 아니면 싫습니다.”

“네깟놈이 싫으면 어쩌게?”

강지혁이 어깨를 펴고 말했다. 마약을 하며 떠오른 기가 막힌 아이디어.

“아버지 기회를 주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

강회장이 관심도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하! 네놈이?”

“먼저 장예화 회사부터 저격하겠습니다.”

“···.”

강회장의 표정에 흥미가 조금 생겨났다.

“그년, 아니. 그 여자 회사가 만든 검이 그래도 가성비론 유명하지 않습니까? 국밥검이니 하는 어이없는 별명이 생길정도로···. 그 이미지를 역이용할 생각입니다.”

“흠..”

아버지가 팔짱을 푸는 것을 보니 더 신이나 말했다.

“저희가 가진 이미지는 고급스럽고 성능 하나는 확실한 장비들 아닙니까?”

강회장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넌 그것도 못지키고 말아먹는 중이지. 점유율이 왜 자꾸 떨어져? 그럴 거면 때려치워라.”

멍청한 대장장이 새끼들이 무기를 제대로 못만드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강지혁이 불만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경쟁자를 이기기 힘들땐 끌어내리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먼저 장예화가 새로 런칭한 무구부터 먹칠하겠습니다. 가성비 넘치는 제품이나 만들던 놈들이 감히 들어올 곳이 아니죠. C등급 부터는 가성비가 아니라 성능이 중요한 분기점 아닙니까.”

아버지가 고민하는 것을 보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먼저 대련을 통해 박살을 내버리겠습니다.”

***

스피드맨

C급 하체 강화 능력자인데 한강을 달려서 건넌 것으로 유명해졌다.

온갖 장비를 착용한 꼼수였지만 그래서 더 화제가됐다.

‘장비빨이다. 아니다 실력이다. ‘

그 논란을 타고 자연스럽게 구독자를 늘려 유명 뉴튜버가 됐다.

스피드맨이 시우의 사진을 보며 강지혁에게 말했다.

“흠.. 이놈입니까?”

“그래. SH스미스에서 새로 미는 차세대 루키다.”

강지혁이 스피드맨에게 CCTV를 보여줬다.

얼마 전에 최시우란 헌터와 최준필이 싸운 영상.

“어때? 이길 수 있겠어?”

최준필이 불타버린 것을 보고 스피드맨이 시우를 비웃었다.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운 좋게 상대가 자멸하여 겨우 이겼네요.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습니다.”

무구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동급의 헌터가 필요했다. 능력도 동일한 신체 강화 능력자니 이놈을 고른 건데 경박한 태도가 영 못미더웠다.

강지혁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

“확실해?”

“하하. 최준필? 이놈 따위에게 이렇게 고전하다니··· 저라면 불꽃이 제대로 일어나기도 전에 한 방에 끝냈을 겁니다. 저는 스피드맨이니까요.”

“이기는 건 당연하고 중요한 건 무기의 우위를 보이는 거야.”

그가 강진철강의 메인 무기인 드래곤 헤드 소드를 내밀었다. 손잡이에 용머리가 새겨진 것이 특징인 회사 주력상품이었다.

겉모습은 시중에 파는 C등급 헌터들이 사용하는 검과 동일했다.

하지만 실제론 최상급 재료가 듬뿍 들어간 A급들도 쓸 만한 장비다. 절삭력 강화. 마력 효율 증가 등 온갖 마법이 담겨 있는 검이었다.

“이 정도라면.. 좋습니다. 검을 부셔드리죠. 그 후엔 제 맘대로 두들겨 주겠습니다.”

강지혁이 턱을 쓰다듬으며 마지막으로 고민했다. 최대한 판을 키울 생각이라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흠..”

그의 고민스러운 얼굴을 본 스피드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보여드리죠.”

그러곤 검을 뽑더니 자세를 잡았다.

“흐아압!”

허벅지 근육이 부풀어 오른 그가 빠르게 돌진하더니 단단한 나무 허수아비를 쪼개버렸다.

“어떻습니까?”

스피드맨이 시우의 사진을 보며 비웃었다. 이처럼 싹이 보이는 루키는 밟아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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