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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47화 (47/241)

Chapter 47 - 47화 - 현대(4)

47화 - 현대(4)

시우가 결투한다는 소리를 들은 장예화가 말렸다.

“참으세요.”

“왜요?”

별것도 아닌 일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뉴튜버 스피드맨과 SH스미스가 미는 루키의 대결.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의도가 보였다.

은근슬쩍 둘의 대결이 아닌 두 무기회사의 대결인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등급에 비슷한 능력자가 싸우니 장비의 차이가 절대적이란 논리였다.

“미안 해요. 조사해 보니까 저희 경쟁사가 배후에 있는 것 같아요.”

시우도 뜬금없는 시비에 이상함을 느끼던 중이었는데 이제 이해가 갔다.

“겨우 그거였습니까?”

“그래도.. 꽤 타격이 있을 거에요. 지면 더 그렇구요. 차라리 무시하세요. 저희가 최대한 수습할게요.”

“제가 이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차라리 판을 키우죠?”

그녀도 답답하다는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회사를 도박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리스크가 너무 커요.”

시우는 그 까불거리는 놈을 공개적으로 패주고 싶었다. 명성을 날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름이 알려진 자를 밟아주는 것이다.

스피드맨은 딱 적당한 상대였다. 더 큰 판이 필요했다.

“당분간 비밀 좀 지켜 주세요.”

“무슨..?”

검을 뽑아 들고 집중했다.

-웅웅.

장예화는 시우가 눈감고 집중하는 모습을 힐끔거리며 보다가 무언가 진동하는 소리에 눈을 돌렸다.

푸른아지랑이가 검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장예화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어떻게 벌써..?”

재벌가에서 나고 자란 그녀도 처음 보는 경악할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각성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검기라니.

보통 재능있는 헌터가 운 좋게 C등급으로 각성하고도 B급이 되려면 년단위가 필요하다.

그런데.. F에서 시작해서 벌써 B.

현대 개인화기가 잘 통하지 않는 진정한 초인으로의 시작이 바로 B등급 헌터다.

그녀가 침을 꼴각 삼키며 시우의 얼굴을 몰래 훔쳐봤다. 재능을 확인하니 갈증이 나는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 정말 가지고 싶은 인형을 발견한 기분.

장예화는 시우가 눈을 뜨며 눈이 마주치자 지레 놀라서 고개를 돌리고 손부채질했다.

“더, 덥네요.. 왜 이러지. 흠흠···.”

곧 정신 차린 그녀가 눈을 빛냈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백련정강 시리즈가 크게 성공할 확신이 들었다. 이길 게 확실하다면 몸을 사릴 필요가 없었다.

회사의 힘을 동원해서 판을 키우기 시작했다.

***

스피드맨이 카메라를 보면서 건들거렸다.

“하아.. 형님들 제가 어이가 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이거부터 들어 보시죠.”

그가 녹음기를 틀었다.

-5억 주면 살살 패준다고 새끼야. 못 알아먹어? 아, 적어도 이빨은 남겨둘게. 밥은 먹어야지 않겠어?

스피드맨이 억울하다는 듯 열을 올렸다.

“아 글쎄 어제 균열갔다 오는데 최시우란 놈이 다짜고짜 돈을 내놓으라는 거 아닙니까? 이거 뭔 깡패도 아니고. 뭔 듣보인지 모르겠는데 꼴에 클랜장이더라구요?”

그가 채팅을 훑었다.

- ㅋㅋ 다음타겟 정해졌냐?

- 주작맨 또 시작이네. 이번엔 누구냐 최시우?

“흠흠.. 아무튼 그래서 다음 타겟이 정해졌습니다. 딱 봐도 제가 개바를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패줄 건지가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큭큭.. 어떻게 혼내줄까요? 미션받습니다.”

- 10콤보에 10만원.

콤보란 그의 방에서 주로 하는 내기였다. 기절해 버린 상대방이 쓰러지기 전에 얼마나 많이 때리냐는 것.

“10콤보가 얼마나 힘든데 겨우 10만원? 장난하냐?”

빠밤-!

10만원의 후원금과 함께 전자음이 울렸다.

- 강냉이 하나당 100만원.

스피드맨이 눈을 빛냈다. 이 정도라면 쏠쏠했다. 그는 균열에 다니지 않은지 오래됐기 때문에 방송수익이 중요했다.

가끔 강진철강에서 받은 것처럼 청부업을 하긴 하지만 항상 있는 일은 아니니까 알뜰살뜰 뽑아야 했다.

그래야 사치스러운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아, 이거 캡쳐합니다? 안 주시면 찾아가요?”

- ㅋㅋ 그러시든가.

- 저 새끼 진짜 찾아감. 영상도 몇 개 있어.

“좋습니다. 이미 박제했어요. 하 이거 손이 근질거리네. 사람 이빨이 몇 개더라..”

쉭쉭

스피드맨이 허공에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체에 특화된 육체 강화 능력자라지만 일반인이 보기엔 주먹질도 엄청나게 빨랐다.

-키야 역시 빠르다.

“결투 때 생방송 할 테니까 꼭! 모두 와주십쇼!”

***

결투가 시작됐다.

아예 해설과 카메라까지 동원됐다.

이해관계가 일치한 두 회사가 화제를 일으키니 별것도 아닌데 인터넷에서 관심이 쏠렸다.

자본의 힘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어그로에 끌린 일반 시청자도 분명 있었다.

-이거 뭔데 뜸?

-몰루?

-국밥검 vs 강진충 가슴이 웅장해지네.

-당연히 국밥검이지 써본 사람은 다 안다.

-ㅋㅋ 딱보니까 가성비충 하위헌터네. 강진꺼는 손잡이만 잡아도 달라.

-뭐래 손잡이에 병신처럼 용머리나 새겨 놓은 게 멋짐?

-수준이 낮으니까 말이 안 통하네

-지랄 니 등급뭔데?

중간중간에 강진철강 알바생들이 채팅을 쳤다.

-둘 다 실력은 비슷한데 장비차이가 크겠네.

-비슷? 스피드맨 제법 유명하지 않나?

-ㄴㄴ 둘 다 C등급임. 둘 다 육체 강화인 거 보니까 팽팽하게 싸우다 아마 장비에서 승패가 갈릴 듯.

해설로 나온 B등급 헌터가 귀찮은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B등급 헌터인 그가 이딴 자리에나 나오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누가 이기리라고 보십니까?”

“흠.. 아무래도 스피드맨이 유리하겠죠?”

“오.. 어째서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실력자체도 우위인데 장비까지 더 좋으니···”

“좋은 말씀이신데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억지로 끌려온 B등급 헌터는 말하다 보니 꽤 신이 났다.

“먼저 실력. 둘 다 동급이지만 각성한 기간 차이는 절대적이죠. 게다가 능력도 같으니 이건 뭐..”

“호오! 그렇군요. 그럼 모든 면에서 스피드맨이 상위호환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해설하던 B등급 헌터가 대본을 꺼내 들었다. 이제부턴 돈받은 값을 해야 했다.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 앞에 했던 말을 번복해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음··· 앞에 했던말에 보충 설명을 조금 드리죠. 둘 사이의 실력 차이가 크진 않을 겁니다. 같은 등급에 능력까지 동일한 육체 강화니까요. 하지만 둘 사이엔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차이라면요?”

“바로 장비죠. 실력이 안 되면 장비라도 좋아야죠?”

“그건 그렇죠?”

“당연히 국밥, 아 죄송. SH스미스보단 강진철강이죠. 드래곤 헤드 소드는 성능으로 알아주지 않습니까?”

“그렇죠! 믿고 사는 드래곤 헤드 소드란 소리도 있으니까요.”

“아! 말씀드린 가운데.. 결투 시작합니다!”

*

무림에서 배운 내공심법은 이 현대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었다.

특히 상대의 경지를 알아보는 눈썰미가 차이 났다. 원시적인 마력 호흡법을 익힌 헌터들은 겉으로만 봐서 상대의 경지를 파악하기 힘들다.

단전에 차곡차곡 내공을 쌓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쌓기도 하고 몬스터를 잡고 기운을 흡수하며 강해지기 때문에 무림인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저 C급의 스피드맨이 겁없이 구는 것은 그런 이유가 컸다.

겉으로 상대 경지를 파악하는 공부가 전혀 안 돼 있으니 저따위로 구는 것이다.

스피드맨이 휘황찬란한 용머리가 장식된 검을 꺼내 들었다.

“쯧.”

시우가 혀를 차며 그를 봤다. 겉모습은 평범한 C등급 검이었지만 딱 봐도 검에서 느껴지는 예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하..! 새끼. 이거 봐라?’

혼원기에 예기를 두르기 시작했다. 티나는 검기가 아니라 검에 내공을 두른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날카로움이 생겼다.

그것도 모르는 스피드맨이 비죽 웃으며 낮게 속삭였다.

“흐흐.. 좋은 말로 할 때 돈을 줬어야지. 이제 와서 후회되지?”

“별로? 너야말로 괜찮겠냐.”

스피드맨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시우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혼 좀 내줘야겠네.’

파파팟!

하체 강화 능력으로 강력해진 허벅지 힘을 자랑하며 사방을 뛰어다녔다.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는 쥐 새끼같았다.

스피드맨이 살짝 걱정했다. 배경이 휙휙 지나가는 자신의 엄청난 속도에 뽕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이 새끼 반응도 못하고 끝나는 거 아냐? 검은 꼭 부수랬는데···.’

언제까지 뛰어다닐 순 없으니 시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스피드맨은 시우와 눈이 선명하게 마주쳤다. 전혀 당황한 티가 안났다.

당황한 그가 급하게 땅을 밟으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물러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시우가 달려들었다.

“헉!”

반사적으로 검을 내밀었으나 더욱 경악했다.

헤츨링의 어금니를 갈아만든 최상급 소드가 조각났다. 두 동강도 아니고 한 손으로 세기 힘들 정도로 여러조각이 났다. 마치 나무막대기를 들고 명검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손잡이만 남은 그가 멍청히 서 있다가 뺨에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후두둑

이빨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강진철강 주식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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